⊙ 大地主 J씨, 구룡마을 일대 ‘광화문 곰’, ‘鄭泰守’ 前 한보 회장 토지 매입
⊙ “換地해 줄 경우 토지주 수천억 이득 볼 것”(새누리당 이노근 의원)
⊙ 서울市 “최대 환지 규모 660㎡ 이하로 특혜 소지 없어”
⊙ 서울시 고위 공무원, 市長 따라 입장 바꿔
⊙ 마을 주민들도 사업 방식 놓고 대립
⊙ “換地해 줄 경우 토지주 수천억 이득 볼 것”(새누리당 이노근 의원)
⊙ 서울市 “최대 환지 규모 660㎡ 이하로 특혜 소지 없어”
⊙ 서울시 고위 공무원, 市長 따라 입장 바꿔
⊙ 마을 주민들도 사업 방식 놓고 대립
-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전경.
강남 부촌(富村)의 상징인 타워팰리스에서 1.3km 정도를 가면 강남의 마지막 빈촌(貧村)인 구룡마을이 나온다.
구룡마을은 정부가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개최하는 과정에서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상계동·중계동 등 서울 시내 판자촌을 철거하면서 쫓겨난 서민들이 모여든 무허가 달동네다.
20m2(6평) 남짓한 땅에 합판과 보온용 덮개로 얼기설기 두른 판잣집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가구별 화장실이 없어 재래식 공용화장실을 같이 쓰며, 공터엔 타고 남은 연탄재 등이 쌓여 있다. 수도·가스 등 기초 생활 시설도 전무(全無)하다시피 하다. 꼭 소설 <난쟁이가 쏘아 올린 공>의 무대를 연상시킨다.
이런 구룡마을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은 지난 11월 12일 구룡마을 개발 방식 변경(變更)을 둘러싼 특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키로 했다. 새누리당 제4정조위원장인 강석호(姜碩鎬) 의원의 이야기다.
“박원순 시장은 오세훈 전 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강남구-SH 3자 합의를 무시하고 개발 방식을 기존 수용·사용 방식에서 환지 방식을 추가한 혼용 방식으로 변경했습니다. 저희는 혼용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될 경우 특정 토지주에게 막대한 개발이익이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수용·사용 방식은 토지 소유주에게 돈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수용·사용 방식에 환지(換地) 방식을 추가하는 혼용 방식은 토지 소유주에게 보상금 대신 개발구역 내에 조성된 다른 땅을 주는 것을 뜻한다. 소유주는 비용을 투자해 이 땅을 재개발할 수 있다.
구룡마을 개발 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2012년 11월부터 이어져 온 문제다. 그 당시에는 침묵하던 새누리당이 지방선거를 7개월여 앞둔 지금 시점에 구룡마을 개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순수한 의도라고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유가 어찌됐든 서울시의 개발 방식 변경으로 인해 대토지주에게 특혜가 돌아간다는 여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구룡마을 개발 방식 변경 후 불거진 특혜 의혹의 진실은 무엇일까.
대토지주 J씨는 누구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 전체 개발면적 405필지 28만6929m2 중 절반에 가까운(49.6%) 12만6910m2(국·공유지 제외)는 J씨 한 사람 소유다.
부동산개발업체 대표였던 J씨는 2002년부터 수천억을 들여 구룡마을 땅을 매입했다고 한다. 이 땅의 원주인은 증시의 큰손으로 알려진 ‘광화문 곰’ 고모씨와 정태수(鄭泰守) 전 한보그룹 회장 등이었다. 한보는 1990년대 초반, 이 땅을 개발하려다 수서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포기했다.
J씨가 구룡마을 땅을 집중적으로 매입한 이유는 민간개발로 아파트 2700여 가구와 단독주택, 학교·공원·상가 등이 어우러진 친환경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인근 강남 노른자위 아파트 단지와 함께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르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이에 J씨는 강남구청에 구룡마을 일대에 대한 민간 도시개발사업 제안서를 여러 번(4회) 제출하는 등 동분서주했다. 하지만 J씨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민간개발 허용 시 ▲특정인의 개발이익 사유화 ▲주택공급 기회균등 상실 ▲타 지역과 형평성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제안서가 강남구청에 들어온다 하더라도 심사는 서울시가 한다.
새누리당 이노근(李老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집을 보면, J씨는 4번째로 낸 민간개발 제안서가 반려되자 강남구청장과 서울시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각하(却下)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J씨는 불복, 현재 항소(抗訴) 중이다.
새누리당은 J씨의 존재에 주목한다. 신연희(申燕姬) 강남구청장이 “J씨가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 나에게 거액을 가져와 유혹하려다 실패한 후 3000만원의 후원금을 넣었다가 고발당해 처벌된 바 있다”고 주장해 더욱 그렇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새누리당 초선 의원의 전언이다.
“대토지주 J씨는 측근을 통해 2010년 6월 2일 제5회 지방선거에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강남구청장 후보로 출마한 신연희 구청장에게 3000만원을 주려다 실패했습니다. 신 구청장이 받지 않았지요. 그러자 같은 해 5월 24일 측근에게 신 구청장 후원금 계좌에 10명의 명의로 300만원씩 3000만원을 송금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돈이 들어온 것을 의심한 신 구청장은 J씨의 측근을 고발했고 그는 검찰로부터 처벌(벌금 100만원, 추징금 1500만원)받았습니다.”
이와 관련 J씨의 지인은 “신 구청장은 나쁜 사람”이라며 “사실을 알면 놀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주장이다.
“제가 아는 대로 말씀을 드리지요. 신 구청장의 남편 고등학교 선배라는 사람이 연락이 와서 신 구청장이 출마하는데 좀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서 자금을 지원한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쪽(신 구청장)에서 먼저 요구를 해온 것인데 후원금을 내니까 (신 구청장이) 고발을 한 것입니다.”
강남구는 이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했다.
“환지 받은 토지주 조합 결성 땐 큰 이득”
그렇다면 J씨를 비롯한 토지주들은 현재의 혼용 방식으로 구룡마을이 개발된다면 얼마나 큰 개발이익을 얻게 될까.
지난 10월 18일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구룡마을이 혼용 방식을 도입할 경우 토지주에게 막대한 개발이익이 돌아간다고 주장한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자신이 “과거 서울시에서 근무하면서 도시계획업무를 일선에서 오랫동안 다뤄봤고, 또 구청 3곳에서 부구청장을 하면서 도시계획위원장까지 해봤기 때문에 뭐가 문제인지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다.
—혼용 방식을 적용할 경우 토지주에게는 얼마의 이득이 돌아갑니까.
“서울시가 발표한 전체 개발면적 28만6929m2 중 환지 대상 부지 면적은 9%인 약 2만5823m2입니다. SH공사가 내부 검토해 산정한 보상 추정가를 근거로(자연녹지 4.6:1, 공원부지 23:1) 계산해 보면 토지주에게 수천억원의 개발이익이 돌아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10월 18일) 국정감사 때는 구체적인 수치를 말했는데요.
“서울시 이야기가 오락가락해서요. 수치를 원하면 토지 660m2를 환지 받은 토지주를 예를 들어보지요. 인근 개포주공 1단지의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적용하면 660m2에는 전용면적 84m2(대지면적 43.12m2) 아파트 15.3가구를 지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여기에 조합원 분양가인 10억2700만원을 곱하면 총 분양금액(157억원)이 나오는데, 취득가와 공사비 32억(추정)을 제외하면 이 토지주에게 돌아가는 이득은 125억원(추정)에 이르게 됩니다.”
—크다면 크지만 125억원이 어마어마한 금액은 아니지 않습니까. 게다가 J씨의 경우 개발면적의 49.6%를 소유하고 있는데 125억원의 이익을 얻은 것이 특혜가 될 수 있습니까.
“혼용 방식이기 때문에 환지 660m2를 제외한 J씨 소유의 12만3008m2는 개발 주체에 수용돼 현금으로 보상을 받게 됩니다. 그 금액까지 합치면 큰돈이 되지요. 게다가 환지를 하면 양도소득세가 부과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그리고 이 내용이 가장 중요한데 J씨가 개포동 산15 X-X 번지 1필지를 명의신탁을 통해 402명과 공동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잘 봐야 합니다.”
J씨를 포함한 토지주들이 조합을 결성해 개발하게 된다는 가정을 하면 큰 이익을 얻을 것이란 주장이다.
추정치지만 이 의원 측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가 발표한 전체 개발면적 28만6929m2 중 환지 대상 부지 면적은 9%인 약 2만5823m2이다. 환지 받은 사람들이 모두 조합에 참여했다는 가정하에 개포주공 1단지의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적용하면 전용 84m2(대지면적 43.12m2) 아파트 600채 가까이 지을 수 있다. 전용 84m2 아파트의 조합원 분양가는 10억2700만원이다. 조합을 결성한다는 가정이지만 산식(算式)상으로 토지주가 얻는 이익은 막대하다는 분석이다.
입수한 ‘대여금 약정서’를 보면 J씨는 구룡마을 거주자 400명에게 각 200만원씩 빌려준 뒤 구룡마을 공원부지 3만3322m2(1만여 평)를 사들여 33m2(10평)씩 소유권을 넘겨줌과 동시에 명의신탁했다. 그는 자금으로 200만원을 대여해 주는 대신 자신이 지정하는 봉사활동을 월 1회 제공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땅이 개발되면 25평형 아파트를 무상(공사비 제외)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입장 바꾼 서울시 고위 공무원
—박 시장은 환지는 1필지에 660㎡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특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당초 서울시는 이런 제한이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특혜 의혹이 제기되니까 그때야 이런 제한이 있다고 말한 것이지요. 어쨌든 환지는 1필지에 660m2로 제한하더라도 특혜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원래 그곳은 상업적 용도로 쓸 수가 없는 곳이라서 원천적으로 개발이 불가능한 땅입니다. 공원과 자연녹지 지역이라 건폐율, 용적률이 낮고 공원 지역에 필요한 화장실, 벤치, 낮은 건물 정도만 허가하기 때문에 사업성이 전혀 없는 곳입니다. 그런 곳을 개발이 가능한 땅으로 환지를 해주는 것이니 특혜로 볼 수 있지요.”
—법적으로 혼용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이것은 국토교통부에서도 확인해 준 부분입니다.”
현행 도시개발법 제43조에 따르면 도시개발사업 시행 방식을 결정할 때 환지 방식은 두 가지 경우에 해당할 때만 적용한다. 첫 번째는 대지로서의 효용증진과 공공시설의 정비를 위하여 토지의 교환, 그 밖의 구획 변경, 지목 또는 형질 변경이나 공공시설의 설치·변경이 필요한 경우다. 두 번째는 도시개발사업을 시행하는 지역의 지가가 인근의 다른 지역에 비하여 현저히 높아 수용 또는 사용 방식으로 시행하는 것이 어려울 때다. 이 의원은 “구룡마을의 경우 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 의원을 비롯한 행정가 출신 인사 다수를 만나 취재를 하던 중 새로운 사실을 접하게 됐다. 오세훈(吳世勳) 시장 때 수용·사용 방식 정책 입안(立案)에 앞장섰던 인물들이 박 시장 체제(體制)에서는 혼용 방식을 주장하는 것이다. 오 시장은 지난 2011년 4월 28일 구룡마을 개발에 수용·사용 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는 5월 1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구룡마을 정비계획(시장방침 제51호)을 수립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의 이야기다.
“2011년 오 시장과 함께 서울시 기자실에서 공영개발 발표를 했던 도시계획국장이 누군지 아십니까. 김병하 행정2부시장입니다. 현재 이제원 도시계획국장도 오 시장 시절 공영개발에 직접 관계한 인물입니다.”
서울市 “환지면적 결정된 바 없어”
이 의원의 분석과 달리 큰 수익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개발업계 전문가는 사견을 전제로 “32평형 아파트를 15.3가구 짓는 데 드는 취득가와 공사비를 너무 적게 책정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포주공 1단지의 대지지분 가격을 적용, 제2종 일반주거 지역으로 용도가 바뀐 660m2 땅을 받은 토지주의 개발상황을 시뮬레이션해 보니 개발이익은 3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이 계산법은 엉터리”라며 “환지 방식은 똑같은 면적을 토지주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감정가격과 개발 후 예상되는 시세를 비교해서 주는 만큼 특혜 소지는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아직 개발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택지면적이나 환지면적이 결정되지 않았다”며 “법적 기준에 따라 구룡마을 사업의 환지공급 규모를 추정하면, 전체 구역면적 대비 약 9%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하는 데 개발이익사유화 방지에 대한 사항 등을 구청장과 함께 정책협의체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환지 규모는 관련 법규에 의거, 서울시가 정하면 되는 것을 정책협의체를 통해 결정하자고 하는 것은 정책협의체를 통해 혼용 방식을 정당화하기 위한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혼용개발로 방식 바꾼 이유
서울시가 전체 용지 28만m2 중 18% (약 5만m2)를 민영개발하고 나머지 82%는 SH공사가 땅을 직접 사들여 개발하는 혼용개발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에 따르면, 수용·사용 방식을 적용할 경우 사업자인 SH공사가 8000여억 원을 투입해야 하지만 환지 방식을 섞을 경우 절반인 4000억원을 아낄 수 있다. 개발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나중에 들어서는 임대주택(1250가구) 임대료를 낮출 수 있어 원주민 정착률을 높이는 등 궁극적으로는 이익이라고 설명한다.
서울시 도시개발팀 관계자는 “환지 방식 일부 적용은 토지주와의 갈등 완화 등 장점이 많아 여러 곳에서 도입한 방식”이라며 “구룡마을의 경우 절감된 개발비로 임대아파트를 세워 판자촌 주민들의 100% 재정착도 도울 수 있어 도입이 필요했다”고 했다.
환지 방식에 찬성하는 토지주들의 협조를 얻으면 예정대로 2016년까지 구룡마을 개발을 마칠 수 있다는 점 또한 서울시가 환지 방식을 원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지나가던 소도 웃을 어처구니없는 변명”이라고 비난했다. 토지수용비를 보전하고도 수천억원의 잉여 개발이익이 발생하는 사업을 수용비 예산 부족으로 환지해야 한다는 시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남구청 주택과 관계자는 “개발 지역에 짓는 아파트의 35% 정도만 분양해도 8000여억 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토지수용비를 충당하는 것은 물론 수천억원의 잉여 개발이익이 발생한다”고 했다.
실제 2011년 4월 28일 서울시에서 발표한 토지이용계획표의 내용을 보면 분양용지는 8만5851m2(2만6000평), 근린생활시설 2846m2(862평)이다. 이를 택지조성 후 분양하면 개포동 인근 공시지가가 평당 약 3000만~4000만원임을 감안, 최소 3000만원으로 계산하더라도 택지분양대금으로 거둬들이는 돈은 8187억원(분양용지 7800억원, 근린생활시설 용지 387억원)가량이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새누리당 국토교통위원회 관계자는 “만약 자연녹지 지역과 도시자연공원을 대지화해서 환지해 줄 경우 선례가 돼 전국의 녹지와 공원에 투기세력들이 몰려들고 모두 환지를 주장하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향후 수서 KTX 역세권 주변 그린벨트 지역 개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2001년 이후 서울시 도시개발구역 현황’ 자료를 보니 2001년 이후 서울시가 개발하는 전·답·임야 등 그린벨트 해제 지역과 자연녹지 지역의 미개발 8개 지역 모두 수용·사용 방식으로 도시개발사업이 시행 중이었다.
7개 지역(강일, 은평 뉴타운, 상계·장암, 천왕, 문정, 마곡)은 실시계획 인가를 받았고 1개 지역(용산국제업무지구)은 계발계획수립 단계다. 참고로 환지 방식을 채택한 헌인 마을 개발사업은 시행사인 삼부토건의 부도로 사업이 중단됐고, 혼용 방식으로 추진됐던 금천구심 개발사업은 구역해제로 인해 사업이 취소됐다.
강남구, 사업 방식 바뀐 것 알지도 못해
오세훈 전 시장이 2011년 4월 28일 수용·사용 방식으로 구룡마을을 개발할 것이라고 발표한 이후인 12월 30일 SH공사는 강남구에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제안했다. 이에 강남구는 다음해인 2012년 1월 31일 서울시에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요청했다. 그런데 5월 2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환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이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인사가 말한 바로는 시 간부들은 환지 방식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일부 위원들의 반발로 보류됐다. 환지 관련 지식이 없어 심의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6월 20일 심의에서 환지 방식 도입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이때 회의에 참석한 서울시 관계자는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작년 4월 1일부터 혼용 방식을 새로 반영한 도시개발법 시행령이 개정돼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었다”며 “답사 결과 환지 도입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는 사업 방식이 바뀐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2012년 7월 3일 서울시가 강남구에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과를 통보한 공문에 환지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공문을 입수해 살펴보니 ‘심의결과: 조건부 가결’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여권은 서울시가 사업 변경 계획 승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도시개발법 제29조) 강남구청 신연희 청장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돌연 사업 방식을 혼용으로 바꾼 것은 뭔가가 작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원래 박 시장이 개발이익 사유화에 대한 특혜 방지 및 외부 투기세력 차단 등을 위해 공영개발 방식을 지지해 왔던 터라 더욱 그렇다. 시 또는 시 도시계획위원회가 투기세력과 야합(野合)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남구청은 지난 10월 18일 국정감사 때 “사업 방식이 토지주에게 유리한 혼용 방식으로 갑자기 변경된 것은 물론, 도시개발구역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J씨의 부지가 추가편입되기도 했다”며 “증거는 없지만, 대토지주의 로비 행태로 봤을 때 의심이 가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J씨의 지인은 “J씨는 사실상 파산한 지 오래”라며 “무슨 로비냐. 상황을 좀 제대로 알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J씨는 구룡마을 토지 매입 당시 빌린 돈의 이자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한 바로는 J씨는 매달 100억원에 가까운 이자 비용을 지출했다고 한다.
朴元淳 시장, 申燕姬 청장 면담 4차례 拒否
‘2012년 7월 3일 강남구에 통보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과에 환지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지적에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은 지난 10월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강남구도 혼용 방식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시가 일방적으로 (일부 환지 방식으로 결정) 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남구는 지난 2012년 8월 6일 일부 환지 방식을 도입한 혼용 방식으로 개발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강남구는 “2012년 8월 2일 서울시가 고시한 내용을 보면 ‘공영개발, 사용·수용 방식을 원칙으로 하되 일부 환지 방식 수용(구역 미분할 혼용 방식)’이라고 나와 있었는데 우리가 판단할 때 구역 미분할 혼용 방식은 개발지구 한 귀퉁이를 따로 개발한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그동안 환지 방식을 반대해 왔던 우리가 알았다면 그 보도자료를 그대로 냈겠느냐”고 했다. ‘환지’라는 단어가 없어 착각했다는 얘기다.
강남구는 박 시장이 “강남구도 혼용 방식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박 시장이) 면담 신청을 받아주지 않아 만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의견을 교환했겠느냐”고 반박했다.
실제 강남구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구는 2013년 4월 18일, 5월 13일, 8월 29일, 9월 6일(행정2부시장 면담요청)까지 총 서울시에 4번의 시장 또는 부시장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관련 업무 담당 국장(도시계획국장) 및 담당 부서장(도시정비과장)과 사전 협의를 거치라며 시장 면담을 사실상 거절했다.
수차례 면담신청을 거절당한 신 구청장은 지난 9월 10일 박 시장에게 서한문을 보냈다. 다음은 서한문의 일부분이다.
<시장님께 환지 방식을 부추긴 부하 간부들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결국 시장님의 시정 파악이 아직 끝나지 않은 시기를 악용하여 시장님에게 ‘공공의 몫이어야 할 막대한 개발이익을 개인 투기세력에 헌납한 시장’이란 오명을 굳히려고 아직도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그들은 환지 방식 추가를 갖은 꼼수로 졸속 처리하면서 구룡마을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관할 구청장에게 설명 한 번 안 했고, 도시계획위원회 결정사항 통보도 일부 환지 방식을 누락시켰고, 보도자료도 저의 휴가기간을 악용했습니다. 또 시장 면담을 신청하면 시장 면담이 그리 쉽냐면서 두 달, 석 달이 걸린다고 미루었습니다.>
강남구 관계자는 “서울시장께서 강남구청장과 수시로 만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강남구 관내 행사(강남구 노인회 지회 임원 교육, 봉은사 행사)에 시장이 참석하면 잠깐 인사만 나눌 뿐 아직도 구룡마을과 관련해 공식적인 논의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마을 주민까지 둘로 쪼개진 상황
마을 주민들도 사업개발 방식을 놓고 둘로 쪼개졌다. J씨가 빌려준 돈으로 구룡마을 중심지 땅 33m2(10평)씩을 사들여 소유권을 확보한 사람들이 속한 ‘구룡마을주민자치회’는 혼용 방식 개발을 선호한다. 구룡마을주민자치회회장인 유귀범씨의 이야기다.
“서울시가 주장하는 환지 방식으로 재개발되면 일부 토지를 토지주가 개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토지주는 20년가량 행사하지 못했던 재산권을 행사하게 됩니다. 구룡마을 거주민들은 ‘집’이 생깁니다. 환지 방식으로 개발이 이뤄지면 대토지주가 1만 평의 토지를 무상양도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물론 이 땅에 지을 아파트 건축비는 토지를 담보로 가구당 1억원가량의 은행 융자를 얻어 20년 분할 상환한다는 계획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J씨는 땅이 개발되면 25평형 아파트를 무상(공사비 제외)으로 제공한다고 약속한 바 있다. 유 회장이 말을 이어갔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우리만을 위해 세금을 쓰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토지주와 거주민이 상생 방법을 찾아 국민부담 없이 강남의 무허가 판자촌을 잘 꾸미겠다고 하는데 강남구청이 결사반대하는 것은 내년 6월 구청장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인 박원순 시장과 각을 세워 공천을 따기 위한 전략입니다. 이는 구청장이 구민을 위한 행정을 해야 하는데 자신만을 위한 행정을 하는 것입니다.”
—토지주들이 주민에게 넘기기로 약속한 땅을 주지 않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토지주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마을 주민들이 모두 나서 또 한 번 싸울 것입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토지주들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반면 ‘구룡마을자치회’는 강남구 방식대로 나라에서 땅을 전부 매입해 개발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구룡마을자치회 이명만 회장의 말이다.
“현재 주민등록에 등재된 주민 중에는 타워팰리스 거주자, 검사, 변호사도 있습니다. 1150가구가 주민등록에 등재돼 있는데 현재 거주자는 800여 가구이고, 빈집으로 방치된 300여 가구는 딱지를 매입한 위장 전입자입니다. 이들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100% 공영 개발을 해야 합니다. 서울시가 주민들이 환지 방식을 원한다고 했는데 저희는 일부 토지주를 위한 혼용 방식을 찬성하지 않습니다. 서울시는 토지주 협의체의 일부 사이비 토지주의 주장을 거주민 전체 의견인 냥 듣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회장은 “현재 정책협의체 거주민 대표 3인은 대토지주의 구성원들로 월급을 받거나 지시를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대토지주의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구룡마을주민자치회’를 겨냥한 것이다.
공은 감사원으로
현재(2013년 11월 15일)까지 구룡마을과 관련, 감사원에 제출된 감사 청구는 총 3건이다. 서울시가 여권의 구룡마을 특혜의혹 제기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 10월 21일 감사원에 구룡마을 개발 과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청구한 것이 시발(始發)이었다. 지난 10월 30일에는 구룡마을 토지주와 거주민들도 시민 1198명의 서명을 받아 국민감사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자신의 정략적 이익을 위해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재량권과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남구도 맞불을 놨다. 강남구는 11월 1일 구룡마을 개발 방식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
통상 감사원은 국민감사 청구 건이 제출되면 사전 조사를 통해 한 달 이내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구룡마을 관련 감사는 사전 조사 단계를 끝내고 회의 안건을 작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보고된 안건에 따라 조만간 감사청구심사 자문위원회를 열고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자문위에서 감사 실시가 결정되면 예비 감사를 거쳐 본감사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구룡마을 ‘개발 관련 의혹 해소’의 공이 감사원으로 넘어간 셈이다.⊙
구룡마을은 정부가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개최하는 과정에서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상계동·중계동 등 서울 시내 판자촌을 철거하면서 쫓겨난 서민들이 모여든 무허가 달동네다.
20m2(6평) 남짓한 땅에 합판과 보온용 덮개로 얼기설기 두른 판잣집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가구별 화장실이 없어 재래식 공용화장실을 같이 쓰며, 공터엔 타고 남은 연탄재 등이 쌓여 있다. 수도·가스 등 기초 생활 시설도 전무(全無)하다시피 하다. 꼭 소설 <난쟁이가 쏘아 올린 공>의 무대를 연상시킨다.
이런 구룡마을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은 지난 11월 12일 구룡마을 개발 방식 변경(變更)을 둘러싼 특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키로 했다. 새누리당 제4정조위원장인 강석호(姜碩鎬) 의원의 이야기다.
“박원순 시장은 오세훈 전 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강남구-SH 3자 합의를 무시하고 개발 방식을 기존 수용·사용 방식에서 환지 방식을 추가한 혼용 방식으로 변경했습니다. 저희는 혼용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될 경우 특정 토지주에게 막대한 개발이익이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수용·사용 방식은 토지 소유주에게 돈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수용·사용 방식에 환지(換地) 방식을 추가하는 혼용 방식은 토지 소유주에게 보상금 대신 개발구역 내에 조성된 다른 땅을 주는 것을 뜻한다. 소유주는 비용을 투자해 이 땅을 재개발할 수 있다.
구룡마을 개발 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2012년 11월부터 이어져 온 문제다. 그 당시에는 침묵하던 새누리당이 지방선거를 7개월여 앞둔 지금 시점에 구룡마을 개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순수한 의도라고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유가 어찌됐든 서울시의 개발 방식 변경으로 인해 대토지주에게 특혜가 돌아간다는 여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구룡마을 개발 방식 변경 후 불거진 특혜 의혹의 진실은 무엇일까.
대토지주 J씨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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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 |
부동산개발업체 대표였던 J씨는 2002년부터 수천억을 들여 구룡마을 땅을 매입했다고 한다. 이 땅의 원주인은 증시의 큰손으로 알려진 ‘광화문 곰’ 고모씨와 정태수(鄭泰守) 전 한보그룹 회장 등이었다. 한보는 1990년대 초반, 이 땅을 개발하려다 수서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포기했다.
J씨가 구룡마을 땅을 집중적으로 매입한 이유는 민간개발로 아파트 2700여 가구와 단독주택, 학교·공원·상가 등이 어우러진 친환경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인근 강남 노른자위 아파트 단지와 함께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르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이에 J씨는 강남구청에 구룡마을 일대에 대한 민간 도시개발사업 제안서를 여러 번(4회) 제출하는 등 동분서주했다. 하지만 J씨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민간개발 허용 시 ▲특정인의 개발이익 사유화 ▲주택공급 기회균등 상실 ▲타 지역과 형평성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제안서가 강남구청에 들어온다 하더라도 심사는 서울시가 한다.
새누리당 이노근(李老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집을 보면, J씨는 4번째로 낸 민간개발 제안서가 반려되자 강남구청장과 서울시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각하(却下)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J씨는 불복, 현재 항소(抗訴) 중이다.
새누리당은 J씨의 존재에 주목한다. 신연희(申燕姬) 강남구청장이 “J씨가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 나에게 거액을 가져와 유혹하려다 실패한 후 3000만원의 후원금을 넣었다가 고발당해 처벌된 바 있다”고 주장해 더욱 그렇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새누리당 초선 의원의 전언이다.
“대토지주 J씨는 측근을 통해 2010년 6월 2일 제5회 지방선거에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강남구청장 후보로 출마한 신연희 구청장에게 3000만원을 주려다 실패했습니다. 신 구청장이 받지 않았지요. 그러자 같은 해 5월 24일 측근에게 신 구청장 후원금 계좌에 10명의 명의로 300만원씩 3000만원을 송금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돈이 들어온 것을 의심한 신 구청장은 J씨의 측근을 고발했고 그는 검찰로부터 처벌(벌금 100만원, 추징금 1500만원)받았습니다.”
이와 관련 J씨의 지인은 “신 구청장은 나쁜 사람”이라며 “사실을 알면 놀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주장이다.
“제가 아는 대로 말씀을 드리지요. 신 구청장의 남편 고등학교 선배라는 사람이 연락이 와서 신 구청장이 출마하는데 좀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서 자금을 지원한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쪽(신 구청장)에서 먼저 요구를 해온 것인데 후원금을 내니까 (신 구청장이) 고발을 한 것입니다.”
강남구는 이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했다.
“환지 받은 토지주 조합 결성 땐 큰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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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씨는 구룡마을 거주자 400명에게 각 200만원씩 빌려준 뒤 구룡마을 공원부지 3만3322㎡(1만여 평)를 사들여 33㎡(10평)씩 소유권을 넘겨줌과 동시에 명의신탁했다. |
지난 10월 18일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구룡마을이 혼용 방식을 도입할 경우 토지주에게 막대한 개발이익이 돌아간다고 주장한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자신이 “과거 서울시에서 근무하면서 도시계획업무를 일선에서 오랫동안 다뤄봤고, 또 구청 3곳에서 부구청장을 하면서 도시계획위원장까지 해봤기 때문에 뭐가 문제인지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다.
—혼용 방식을 적용할 경우 토지주에게는 얼마의 이득이 돌아갑니까.
“서울시가 발표한 전체 개발면적 28만6929m2 중 환지 대상 부지 면적은 9%인 약 2만5823m2입니다. SH공사가 내부 검토해 산정한 보상 추정가를 근거로(자연녹지 4.6:1, 공원부지 23:1) 계산해 보면 토지주에게 수천억원의 개발이익이 돌아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10월 18일) 국정감사 때는 구체적인 수치를 말했는데요.
“서울시 이야기가 오락가락해서요. 수치를 원하면 토지 660m2를 환지 받은 토지주를 예를 들어보지요. 인근 개포주공 1단지의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적용하면 660m2에는 전용면적 84m2(대지면적 43.12m2) 아파트 15.3가구를 지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여기에 조합원 분양가인 10억2700만원을 곱하면 총 분양금액(157억원)이 나오는데, 취득가와 공사비 32억(추정)을 제외하면 이 토지주에게 돌아가는 이득은 125억원(추정)에 이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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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룡마을 개발구역. |
“혼용 방식이기 때문에 환지 660m2를 제외한 J씨 소유의 12만3008m2는 개발 주체에 수용돼 현금으로 보상을 받게 됩니다. 그 금액까지 합치면 큰돈이 되지요. 게다가 환지를 하면 양도소득세가 부과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그리고 이 내용이 가장 중요한데 J씨가 개포동 산15 X-X 번지 1필지를 명의신탁을 통해 402명과 공동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잘 봐야 합니다.”
J씨를 포함한 토지주들이 조합을 결성해 개발하게 된다는 가정을 하면 큰 이익을 얻을 것이란 주장이다.
추정치지만 이 의원 측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가 발표한 전체 개발면적 28만6929m2 중 환지 대상 부지 면적은 9%인 약 2만5823m2이다. 환지 받은 사람들이 모두 조합에 참여했다는 가정하에 개포주공 1단지의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적용하면 전용 84m2(대지면적 43.12m2) 아파트 600채 가까이 지을 수 있다. 전용 84m2 아파트의 조합원 분양가는 10억2700만원이다. 조합을 결성한다는 가정이지만 산식(算式)상으로 토지주가 얻는 이익은 막대하다는 분석이다.
입수한 ‘대여금 약정서’를 보면 J씨는 구룡마을 거주자 400명에게 각 200만원씩 빌려준 뒤 구룡마을 공원부지 3만3322m2(1만여 평)를 사들여 33m2(10평)씩 소유권을 넘겨줌과 동시에 명의신탁했다. 그는 자금으로 200만원을 대여해 주는 대신 자신이 지정하는 봉사활동을 월 1회 제공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땅이 개발되면 25평형 아파트를 무상(공사비 제외)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입장 바꾼 서울시 고위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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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0월 18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당초 서울시는 이런 제한이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특혜 의혹이 제기되니까 그때야 이런 제한이 있다고 말한 것이지요. 어쨌든 환지는 1필지에 660m2로 제한하더라도 특혜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원래 그곳은 상업적 용도로 쓸 수가 없는 곳이라서 원천적으로 개발이 불가능한 땅입니다. 공원과 자연녹지 지역이라 건폐율, 용적률이 낮고 공원 지역에 필요한 화장실, 벤치, 낮은 건물 정도만 허가하기 때문에 사업성이 전혀 없는 곳입니다. 그런 곳을 개발이 가능한 땅으로 환지를 해주는 것이니 특혜로 볼 수 있지요.”
—법적으로 혼용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이것은 국토교통부에서도 확인해 준 부분입니다.”
현행 도시개발법 제43조에 따르면 도시개발사업 시행 방식을 결정할 때 환지 방식은 두 가지 경우에 해당할 때만 적용한다. 첫 번째는 대지로서의 효용증진과 공공시설의 정비를 위하여 토지의 교환, 그 밖의 구획 변경, 지목 또는 형질 변경이나 공공시설의 설치·변경이 필요한 경우다. 두 번째는 도시개발사업을 시행하는 지역의 지가가 인근의 다른 지역에 비하여 현저히 높아 수용 또는 사용 방식으로 시행하는 것이 어려울 때다. 이 의원은 “구룡마을의 경우 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 의원을 비롯한 행정가 출신 인사 다수를 만나 취재를 하던 중 새로운 사실을 접하게 됐다. 오세훈(吳世勳) 시장 때 수용·사용 방식 정책 입안(立案)에 앞장섰던 인물들이 박 시장 체제(體制)에서는 혼용 방식을 주장하는 것이다. 오 시장은 지난 2011년 4월 28일 구룡마을 개발에 수용·사용 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는 5월 1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구룡마을 정비계획(시장방침 제51호)을 수립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의 이야기다.
“2011년 오 시장과 함께 서울시 기자실에서 공영개발 발표를 했던 도시계획국장이 누군지 아십니까. 김병하 행정2부시장입니다. 현재 이제원 도시계획국장도 오 시장 시절 공영개발에 직접 관계한 인물입니다.”
서울市 “환지면적 결정된 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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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7월 3일 서울시가 강남구에 통보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과. 공문에는 환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
또 다른 전문가도 “이 계산법은 엉터리”라며 “환지 방식은 똑같은 면적을 토지주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감정가격과 개발 후 예상되는 시세를 비교해서 주는 만큼 특혜 소지는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아직 개발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택지면적이나 환지면적이 결정되지 않았다”며 “법적 기준에 따라 구룡마을 사업의 환지공급 규모를 추정하면, 전체 구역면적 대비 약 9%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하는 데 개발이익사유화 방지에 대한 사항 등을 구청장과 함께 정책협의체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환지 규모는 관련 법규에 의거, 서울시가 정하면 되는 것을 정책협의체를 통해 결정하자고 하는 것은 정책협의체를 통해 혼용 방식을 정당화하기 위한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혼용개발로 방식 바꾼 이유
서울시가 전체 용지 28만m2 중 18% (약 5만m2)를 민영개발하고 나머지 82%는 SH공사가 땅을 직접 사들여 개발하는 혼용개발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에 따르면, 수용·사용 방식을 적용할 경우 사업자인 SH공사가 8000여억 원을 투입해야 하지만 환지 방식을 섞을 경우 절반인 4000억원을 아낄 수 있다. 개발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나중에 들어서는 임대주택(1250가구) 임대료를 낮출 수 있어 원주민 정착률을 높이는 등 궁극적으로는 이익이라고 설명한다.
서울시 도시개발팀 관계자는 “환지 방식 일부 적용은 토지주와의 갈등 완화 등 장점이 많아 여러 곳에서 도입한 방식”이라며 “구룡마을의 경우 절감된 개발비로 임대아파트를 세워 판자촌 주민들의 100% 재정착도 도울 수 있어 도입이 필요했다”고 했다.
환지 방식에 찬성하는 토지주들의 협조를 얻으면 예정대로 2016년까지 구룡마을 개발을 마칠 수 있다는 점 또한 서울시가 환지 방식을 원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지나가던 소도 웃을 어처구니없는 변명”이라고 비난했다. 토지수용비를 보전하고도 수천억원의 잉여 개발이익이 발생하는 사업을 수용비 예산 부족으로 환지해야 한다는 시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남구청 주택과 관계자는 “개발 지역에 짓는 아파트의 35% 정도만 분양해도 8000여억 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토지수용비를 충당하는 것은 물론 수천억원의 잉여 개발이익이 발생한다”고 했다.
실제 2011년 4월 28일 서울시에서 발표한 토지이용계획표의 내용을 보면 분양용지는 8만5851m2(2만6000평), 근린생활시설 2846m2(862평)이다. 이를 택지조성 후 분양하면 개포동 인근 공시지가가 평당 약 3000만~4000만원임을 감안, 최소 3000만원으로 계산하더라도 택지분양대금으로 거둬들이는 돈은 8187억원(분양용지 7800억원, 근린생활시설 용지 387억원)가량이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새누리당 국토교통위원회 관계자는 “만약 자연녹지 지역과 도시자연공원을 대지화해서 환지해 줄 경우 선례가 돼 전국의 녹지와 공원에 투기세력들이 몰려들고 모두 환지를 주장하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향후 수서 KTX 역세권 주변 그린벨트 지역 개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2001년 이후 서울시 도시개발구역 현황’ 자료를 보니 2001년 이후 서울시가 개발하는 전·답·임야 등 그린벨트 해제 지역과 자연녹지 지역의 미개발 8개 지역 모두 수용·사용 방식으로 도시개발사업이 시행 중이었다.
7개 지역(강일, 은평 뉴타운, 상계·장암, 천왕, 문정, 마곡)은 실시계획 인가를 받았고 1개 지역(용산국제업무지구)은 계발계획수립 단계다. 참고로 환지 방식을 채택한 헌인 마을 개발사업은 시행사인 삼부토건의 부도로 사업이 중단됐고, 혼용 방식으로 추진됐던 금천구심 개발사업은 구역해제로 인해 사업이 취소됐다.
강남구, 사업 방식 바뀐 것 알지도 못해
오세훈 전 시장이 2011년 4월 28일 수용·사용 방식으로 구룡마을을 개발할 것이라고 발표한 이후인 12월 30일 SH공사는 강남구에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제안했다. 이에 강남구는 다음해인 2012년 1월 31일 서울시에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요청했다. 그런데 5월 2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환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이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인사가 말한 바로는 시 간부들은 환지 방식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일부 위원들의 반발로 보류됐다. 환지 관련 지식이 없어 심의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6월 20일 심의에서 환지 방식 도입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이때 회의에 참석한 서울시 관계자는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작년 4월 1일부터 혼용 방식을 새로 반영한 도시개발법 시행령이 개정돼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었다”며 “답사 결과 환지 도입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는 사업 방식이 바뀐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2012년 7월 3일 서울시가 강남구에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과를 통보한 공문에 환지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공문을 입수해 살펴보니 ‘심의결과: 조건부 가결’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여권은 서울시가 사업 변경 계획 승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도시개발법 제29조) 강남구청 신연희 청장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돌연 사업 방식을 혼용으로 바꾼 것은 뭔가가 작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원래 박 시장이 개발이익 사유화에 대한 특혜 방지 및 외부 투기세력 차단 등을 위해 공영개발 방식을 지지해 왔던 터라 더욱 그렇다. 시 또는 시 도시계획위원회가 투기세력과 야합(野合)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남구청은 지난 10월 18일 국정감사 때 “사업 방식이 토지주에게 유리한 혼용 방식으로 갑자기 변경된 것은 물론, 도시개발구역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J씨의 부지가 추가편입되기도 했다”며 “증거는 없지만, 대토지주의 로비 행태로 봤을 때 의심이 가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J씨의 지인은 “J씨는 사실상 파산한 지 오래”라며 “무슨 로비냐. 상황을 좀 제대로 알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J씨는 구룡마을 토지 매입 당시 빌린 돈의 이자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한 바로는 J씨는 매달 100억원에 가까운 이자 비용을 지출했다고 한다.
朴元淳 시장, 申燕姬 청장 면담 4차례 拒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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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연희 강남구청장. |
강남구는 박 시장이 “강남구도 혼용 방식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박 시장이) 면담 신청을 받아주지 않아 만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의견을 교환했겠느냐”고 반박했다.
실제 강남구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구는 2013년 4월 18일, 5월 13일, 8월 29일, 9월 6일(행정2부시장 면담요청)까지 총 서울시에 4번의 시장 또는 부시장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관련 업무 담당 국장(도시계획국장) 및 담당 부서장(도시정비과장)과 사전 협의를 거치라며 시장 면담을 사실상 거절했다.
수차례 면담신청을 거절당한 신 구청장은 지난 9월 10일 박 시장에게 서한문을 보냈다. 다음은 서한문의 일부분이다.
<시장님께 환지 방식을 부추긴 부하 간부들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결국 시장님의 시정 파악이 아직 끝나지 않은 시기를 악용하여 시장님에게 ‘공공의 몫이어야 할 막대한 개발이익을 개인 투기세력에 헌납한 시장’이란 오명을 굳히려고 아직도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그들은 환지 방식 추가를 갖은 꼼수로 졸속 처리하면서 구룡마을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관할 구청장에게 설명 한 번 안 했고, 도시계획위원회 결정사항 통보도 일부 환지 방식을 누락시켰고, 보도자료도 저의 휴가기간을 악용했습니다. 또 시장 면담을 신청하면 시장 면담이 그리 쉽냐면서 두 달, 석 달이 걸린다고 미루었습니다.>
강남구 관계자는 “서울시장께서 강남구청장과 수시로 만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강남구 관내 행사(강남구 노인회 지회 임원 교육, 봉은사 행사)에 시장이 참석하면 잠깐 인사만 나눌 뿐 아직도 구룡마을과 관련해 공식적인 논의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 임무열 구룡마을 토지주협의회장 구룡마을 토지주는 지난 25년간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 기회에 정당한 보상을 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정치권의 주장대로라면 토지주가 받는 보상은 도를 넘는다. 이에 대한 토지주들의 견해를 듣고 싶었다. 임무열 구룡마을 토지주협의회장을 인터뷰한 이유다. 임 회장은 “내 이야기가 토지주들의 생각”이라고 했다. —혼용 방식으로 개발돼 환지를 받을 경우 토지주에게 막대한 이득이 생길 것이란 이야기가 많습니다. “몇천억 이득이 생긴다고 하더군요. 지금이 과거 자유당 시대도 아니고 법이 얼마나 잘 마련돼 있는데 엄청난 특혜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아직 방침이 하나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무슨 근거로 엄청난 이득을 얻는다는 주장을 내놓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혼용 방식으로 개발을 추진해서 큰 이득이 생긴다면 기자님들부터 가만히 있겠습니까. 아주 답답해 죽겠습니다.” —대토지주 J씨가 개발하는 구역의 상당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의심하는 눈길이 많습니다. “J씨가 아무리 땅이 많아도 환지 받는 면적은 660m2입니다. 그 사람을 두둔하려는 게 아니라 비판을 하려면 정확히 알고 하라는 이야기입니다.” —맞는 말씀이지만 환지 받은 토지주가 모여 조합을 결성해 아파트 등 건물을 짓는다면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토지주마다 환지 받는 땅의 면적이 다르니, 조합은 결성될 수도 있겠지요. 60m2 환지 받은 토지주가 그곳에 뭘 세우겠습니까. 조합이 구성된다 해도 땅값을 얼마나 받을지도 모르는데 이득을 볼지 안 볼지 어떻게 압니까.” 구룡마을은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이다. 이득을 봤으면 봤지 손해는 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신 구청장이 지난 11월 13일 구룡마을 토지주에게 “100% 공영개발 협조” 서한을 보냈는데요. “우리가 공산주의 국가입니까. 우리나라는 사유재산 제도가 인정된 나라입니다. 구청장이 어떻게 토지를 내놓으라고 강요할 수 있습니까.” —신 구청장도 원활한 구룡마을 발전을 위해 그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희가 아무리 만나달라고 해도 만나준 적이 없는 분입니다.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저의(底意)를 모르겠습니다.” |
마을 주민까지 둘로 쪼개진 상황
마을 주민들도 사업개발 방식을 놓고 둘로 쪼개졌다. J씨가 빌려준 돈으로 구룡마을 중심지 땅 33m2(10평)씩을 사들여 소유권을 확보한 사람들이 속한 ‘구룡마을주민자치회’는 혼용 방식 개발을 선호한다. 구룡마을주민자치회회장인 유귀범씨의 이야기다.
“서울시가 주장하는 환지 방식으로 재개발되면 일부 토지를 토지주가 개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토지주는 20년가량 행사하지 못했던 재산권을 행사하게 됩니다. 구룡마을 거주민들은 ‘집’이 생깁니다. 환지 방식으로 개발이 이뤄지면 대토지주가 1만 평의 토지를 무상양도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물론 이 땅에 지을 아파트 건축비는 토지를 담보로 가구당 1억원가량의 은행 융자를 얻어 20년 분할 상환한다는 계획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J씨는 땅이 개발되면 25평형 아파트를 무상(공사비 제외)으로 제공한다고 약속한 바 있다. 유 회장이 말을 이어갔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우리만을 위해 세금을 쓰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토지주와 거주민이 상생 방법을 찾아 국민부담 없이 강남의 무허가 판자촌을 잘 꾸미겠다고 하는데 강남구청이 결사반대하는 것은 내년 6월 구청장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인 박원순 시장과 각을 세워 공천을 따기 위한 전략입니다. 이는 구청장이 구민을 위한 행정을 해야 하는데 자신만을 위한 행정을 하는 것입니다.”
—토지주들이 주민에게 넘기기로 약속한 땅을 주지 않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토지주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마을 주민들이 모두 나서 또 한 번 싸울 것입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토지주들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반면 ‘구룡마을자치회’는 강남구 방식대로 나라에서 땅을 전부 매입해 개발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구룡마을자치회 이명만 회장의 말이다.
“현재 주민등록에 등재된 주민 중에는 타워팰리스 거주자, 검사, 변호사도 있습니다. 1150가구가 주민등록에 등재돼 있는데 현재 거주자는 800여 가구이고, 빈집으로 방치된 300여 가구는 딱지를 매입한 위장 전입자입니다. 이들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100% 공영 개발을 해야 합니다. 서울시가 주민들이 환지 방식을 원한다고 했는데 저희는 일부 토지주를 위한 혼용 방식을 찬성하지 않습니다. 서울시는 토지주 협의체의 일부 사이비 토지주의 주장을 거주민 전체 의견인 냥 듣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회장은 “현재 정책협의체 거주민 대표 3인은 대토지주의 구성원들로 월급을 받거나 지시를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대토지주의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구룡마을주민자치회’를 겨냥한 것이다.
▲1980년대 말 도심 개발에 밀린 주민들 무허가 촌락 구룡마을 형성 ▲2005년 12월, 2008년 8월 도시개발구역지정 민간제안(제안자=강남구청) ▲2008년 11월 민간제안에 대한 서울시 의견 회신(서울시→강남구) -구역 내 공원 면적 과도한 포함 -민영개발보다는 공영개발 방식 타당 -투기방지를 위한 주민 실태조사와 현지인 주거대책 검토 필요 ▲2009년 4월, 2010년 11월 강남구 주민실태 조사(실태조사 및 요도 작성 완료) ▲2011년 4월 서울시, 구룡마을 공영개발 정비계획(안) 발표 ▲2011년 5월 강남구 주민등록 등재 ▲2011년 12월 30일 서울시 SH공사, 강남구에 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 지정 제안 ▲2012년 1월 강남구, 서울시에 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 지정 요청 ▲2012년 2~4월 관련 부서 및 관련 기관 협의 ▲2012년 5월 2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강남구 요청안건 심의결과 ‘보류’ ▲2012년 5월 25일 도시계획위원회 소위원회, 구룡마을 현장답사 및 심층논의 ▲2012년 6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환지 방식’ 추가 심의 결정(조건부 가결) ▲2012년 7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강남구에 심의결과 통보 -강남구는 통보 과정에서 환지 방식에 대한 공지 받지 못했다고 주장 ▲2012년 12월 강남구, 공영개발 취지 위해 환지 방식 제외해 달라고 시에 요청 ▲2013년 1월 강남구, 환지 방식 수용불가 의견 시에 제출 ▲2013년 3월 20일 신연희 강남구청장, 긴급 기자회견서 “시의 일방적 환지 방식 도입 거부… 공영개발 취지와 어긋나고 법적 하자 있다”고 주장 ▲2013년 3월 20일 서울시 “일부 환지 방식을 가미한 공영개발… 법적 문제없다”는 내용의 반박 기자회견 ▲2013년 3월 26일~4월 2일 구룡마을 주민 50여 명, 강남구청장 집, 강남구청 앞에서 “환지 찬성… 주민의견 거스르는 강남구 규탄”한다며 시위 ▲2013년 4월 3일 구룡마을 토지주 협의체, 강남구청장 규탄 입장발표 기자회견 ▲2013년 4월 23일 신연희 강남구청장 “구룡마을 의혹 해소해 달라” 서울시에 공개질의 ▲2013년 6월 12일 서울시, 강남구 공개질의에 대한 답변 회신 ▲2013년 6월 19일 강남구, 서울시 답변 ‘무성의’ 등 이유로 2차 공개질의 ▲2013년 10월 16일 시민단체 연합 신연희 구청장 검찰에 고발하면서 감사원 감사청구 ▲2013년 10월 21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 등이 특혜 시비를 쟁점화하자 의혹 해소를 위해 감사원에 공익 감사 청구 ▲2013년 11월 1일 강남구, 서울시의 개발 방식 변경에 따른 여섯 가지 의혹사항을 들어 감사원 감사 청구 ▲2013년 11월 13일 신연희 강남구청장, 구룡마을 토지주에 공개서한 발송 |
공은 감사원으로
현재(2013년 11월 15일)까지 구룡마을과 관련, 감사원에 제출된 감사 청구는 총 3건이다. 서울시가 여권의 구룡마을 특혜의혹 제기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 10월 21일 감사원에 구룡마을 개발 과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청구한 것이 시발(始發)이었다. 지난 10월 30일에는 구룡마을 토지주와 거주민들도 시민 1198명의 서명을 받아 국민감사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자신의 정략적 이익을 위해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재량권과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남구도 맞불을 놨다. 강남구는 11월 1일 구룡마을 개발 방식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
통상 감사원은 국민감사 청구 건이 제출되면 사전 조사를 통해 한 달 이내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구룡마을 관련 감사는 사전 조사 단계를 끝내고 회의 안건을 작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보고된 안건에 따라 조만간 감사청구심사 자문위원회를 열고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자문위에서 감사 실시가 결정되면 예비 감사를 거쳐 본감사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구룡마을 ‘개발 관련 의혹 해소’의 공이 감사원으로 넘어간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