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ㆍ신기술 프로젝트 550여 건 진행 예정… 지능형 차부품 2012년 양산 계획
- 현대모비스 마북 기술연구소 차량실험실의 모습.
앞차와의 거리가 충분하지 않아 급브레이크를 밟거나, 깜빡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에 자동차가 차선을 이탈해 황급히 핸들을 틀었던 일….
운전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것이다.
만약 자동차가 운전자의 이런 부주의를 미리 감지해 사고를 막는다면 어떨까? 한결 운전이 편안해지지 않을까? 몇몇 영화에 등장하는 미래형 자동차처럼 말이다. ‘내 생(生)에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오산(誤算)이다. 이런 ‘똑똑한’ 기능으로 무장된 자동차를 짧게는 2년에서 10년 내에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요즘 현대모비스 직원들은 기술 개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왜 똑똑한 자동차를 내놓는데 부품 회사 직원들이 밤샘 작업을 하고 있느냐고? 대답은 간단하다. 첨단기술을 탑재한 완성차를 출시하려면, 그에 걸맞은 부품이 들어가야 해서다.
대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김필수 교수는 “완성차 한 대는 2만여 개의 부품으로 구성돼 있고, 제조원가의 70%를 부품이 차지하고 있다. 부품은 완성차의 가격 경쟁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또 부품의 개발 없이 완성차의 성능 개선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최첨단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것이 단시간 내에, 한두 푼의 개발비를 들여 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총 9400억원의 글로벌 투자 계획 중 3200억원을 R&D 투자로 배정했다. 2015년에는 투자비를 65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신제품과 신기술 부문에서 총 550여 건에 이르는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또 기존의 R&D 센터를 ‘선행(先行)―기초―양산(量産)’ 3개 연구소로 분리해 기술 개발의 효율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의 얘기다.
“첨단 기술의 개발은 회사에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제조 중심의 수익 창출 구조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구조로 바뀔 겁니다. 현재 매출의 30% 정도인 핵심 부품의 매출 비중을 2015년에는 50%까지 높일 예정입니다.”
자동차 모듈 기술과 생산능력에서 세계 경쟁력을 보유한 현대모비스가 첨단 미래기술 개발을 통해 지능형 자동차 개발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바야흐로 ‘친환경 및 지능형 자동차 신(新) 성장시장’을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차선 이탈하면 알아서 제 위치로 돌아오는 최첨단 기술, LKAS
지난 9월 6일, 현대모비스 본사(서울시 서초구)에서 차로 한 시간을 달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마북 연구소에 도착했다. 모비스의 부품 생산공장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 첨단 제동장치와 인공지능 에어백은 천안공장, 브레이크와 파워스티어링 오일펌프는 창원공장, 램프는 김천공장에서 생산하는 식이다. 모비스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에 대한 기술, 개발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헤드쿼터’가 바로 마북 연구소다. 1987년 설립된 연구소는 2개의 연구동과 4개의 시험동으로 이뤄져 있다.
1층 쇼룸에는 모비스가 생산하고 있는 제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모비스가 개발 중인 미래 지능형 자동차 기술은 차선유지, 자동주차, 충돌회피, 차간거리 제어기술 등이다. 또 기존의 오디오, 내비게이션 등 멀티미디어 전자장치 부문에 정보와 오락 기능이 결합된 제품도 개발 중이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쇼룸의 한가운데에 있는 운전석 시뮬레이션 기계에 앉았다. 실제 주행을 한다는 느낌으로 운전을 하라고 했다. 액셀러레이터 페달과 브레이크 등이 진짜 차량보다는 묵직해 발에 힘을 가득 주고 눌러야 했고, 화면을 통해 전해지는 느낌은 전자오락 게임과 비슷했다.
시뮬레이션 운전이 익숙지 않아 차량이 차선을 이탈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는 찰나에 핸들이 살짝 돌려지면서 차가 흰색 차선 안으로 들어왔다. 모비스가 개발하고 있는 ‘LKAS(Lane Keeping Assist System)’라는 기술 덕분이다. 번역하면 ‘차선유지도움장치’다.
옆에 있던 모비스 직원이 이렇게 설명했다.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차선을 이탈하게 되면 경고 시그널이 주어지고, 자동차가 스스로 안전하게 차량 방향을 바꿔줍니다. 운전자가 깜빡 졸거나, 부주의로 다른 차선으로 넘어갈 때 위험상황을 미리 감지하는 안전장치입니다.”
―어떤 원리입니까.
“차량 앞에 카메라가 달려 있어서 도로 영상을 수집합니다. 이것들은 실시간으로 영상 처리장치로 보내집니다. ‘LKAS 제어 ECU’라는 장치에서 도로 영상을 파악해서 차선 이탈 위험이 감지되면 경보음을 울려 위험 상황을 알립니다. 이후 핸들에 적당한 힘을 가해서 차선을 유지하게 됩니다. 자동차의 진행 방향을 바꾸기 위해 앞바퀴의 회전축 방향을 조절하는 장치를 ‘조향장치(操向裝置)’라고 하는데, 위험시에 자동으로 작동하게 되는 겁니다.”
―자동차가 알아서 움직인다는 얘기군요.
“운전자의 안전운행을 돕는 능동형 차량기술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전자, 통신, 제어공학 기술이 집적된 최첨단 기술입니다. ‘LKAS’가 성공적으로 작동을 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조향기술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안정적 조향기술과 LKAS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저희 외에 한두 곳뿐입니다.”
이 관계자의 얘기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조만간 독자기술로 ‘LKAS’라는 첨단 기술을 양산할 예정이라고 한다.
친환경, 연비개선에 월등한 ‘MDPS’ 기술
여기서 잠깐, 이것을 구동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한다는 조향 관련 기술을 잠시 살펴보자. 모비스는 현재 ‘MDPS (Motor Driven Power Steering)’라는 이름의 기술을 갖고 있다. 모비스의 해외 OEM 시장 개척에 첨병 역할을 담당할 자랑거리다.
기존의 조향 시스템은 유압식(油壓式)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유압 대신에 모터로 구동하고, 인공지능역할을 하는 ‘ECU’를 통해 시스템 전체를 제어하는 기술이 바로 ‘MDPS’ 시스템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운전자가 방향을 바꾸기 위해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움직이면 센서가 운전자가 바라본 방향 및 각도, 각속도, 토크 등을 파악해 ECU에 송신합니다. ECU가 이를 수식으로 도식화하고, 저장하고 있다가 차량의 의지가 신호로 전달되면 모터를 구동하게 되는 원리입니다.”
―최첨단 기술이 탑재된 것 이외에 소비자 입장에서 직접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까.
“기름이 아닌 모터(전동식)로 구동이 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입니다. 배기가스가 줄고, 기름 사용으로 인한 기름 찌꺼기 배출이 줄었죠. 게다가 유압식에서 모터로 바뀌면서 부품의 숫자가 기존의 50개에서 20개로 줄었습니다. 부품이 적게 들어가다 보니 차체가 약 20kg 가벼워졌고, 연비가 5~6% 개선됐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설명을 듣고 다시 시뮬레이션 차 운전을 시작했다. 사고가 날 위험이 생길 때, 어느 정도는 차량이 알아서 감지한다고 하니 운전이 덜 부담스러워졌다. 모비스 직원이 또 하나의 첨단 기술을 자랑했다. ‘SCC(Smart Cruise Control)’라는 이름의 장치다. 이것은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로 자동운행을 하다가, 앞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알아서 거리를 띄우는 기술이라고 했다.
“차량 전방에 장착된 레이더 센서를 통해 차 간 거리를 실시간으로 측정합니다. 적정한 거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입니다. BMW, 아우디 등 일부 브랜드의 고급 차종에서는 옵션으로 장착되고 있는 기술입니다.”
―고속도로 주행을 할 때는 유용하나 시내 운전을 할 때에는 큰 도움이 안될 것 같은데요.
“국내에 보급된 SCC는 10km/h 이상에서만 작동하게 되어 있는데, 시내 주행처럼 저속 운전을 할 때에는 이 시스템의 이점을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앞차와의 충돌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 것도 아닙니다. 모비스는 2012년까지 모든 속도의 구간에서 작동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저속 주행구간에서 정지 및 서행이 가능하고, 기존 제품에 비해 가격을 대폭 낮춘 제품을 양산할 계획입니다.”
달리는 차 안에서 문서작성, 인터넷 가능
시뮬레이션 차에서 내려 모비스의 첨단 기술 제품들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현대모비스가 독자기술로 개발을 완료해 이미 완성차에 적용하고 있는 ‘첨단브레이크 시스템(MEB·Mobis Electronic Brake)’, 타이어의 저압ㆍ이상 고온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타이어 관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TPMS(Tire Pressure Monitoring System)’, 고속ㆍ저속ㆍ곡선로ㆍ주차로 등 주행조건에 따라 램프 불빛의 강도와 방향이 자동으로 제어되는 ‘지능형 헤드램프(AFLS)’ 등이다.
쇼룸의 한편에서 사람의 눈을 그려놓은 신기한 코너를 발견했다. ‘뭐 하는 장치냐’고 묻자, ‘운전자의 졸음 감지 장치’라고 답했다. 운전자의 동공 크기와 차내의 산소측정 등을 통해서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하면 경고 등을 울려준다고 한다.
옆 부스에는 내비게이션 화면이 전시돼 있었다. 가만히 보니, 길 찾기에 도움을 주는 내비게이션이 아니었다. ‘무선 인터넷’, ‘문서작성’ 등이라고 쓰여 있었다. 향후에는 달리는 차 안에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그 자리에서 인터넷으로 송신하는 일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순간 앞으로는 스마트폰과 자동차가 사무실의 기능을 대신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모비스 마북 연구소의 신영철 전무를 만났다.
“자동차의 진화가 놀랍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자동차가 주차를 돕는 것을 넘어, 혼자 주차를 하는 ‘무인(無人) 주차 대행’ 서비스 기능을 갖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의 진화는 무궁무진한 범위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운전자의 졸음을 경고하고, 전방 물체를 감지하는 등 사람의 오감(五感)을 감지하는 센서는 기술적으로는 이미 가능합니다. 기술적인 측면만 따지면 1~ 2년 안에 양산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되느냐, 또 완성차 업체에서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느냐로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에 최첨단 부품을 싣는 이유는 소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운전자에게 단순한 편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의 오작동을 최소화하고 소비자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것, 그것을 통해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제품을 생산하자는 것이 기본 취지입니다.”
―기술 개발을 하면서 애로사항이라면.
“반도체에 대한 어려움은 없습니다. 다만 여러 가지 변수를 계산해서, 로직(logic·이론)을 개발하는 것이 어렵죠. 가령 차량이 움직이다가 충돌하는 경우, 정지한 상태에서 충돌하는 경우, 또 갑자기 끼어든 차량을 피하다가 옆 차선의 차량과 충돌할 가능성 등 수백, 수천 가지의 변수가 있습니다. 이것들을 모두 예측하고, 수많은 평가를 거쳐야 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전장제품 국산화해 글로벌 기업 될 것
―기술력에 자신감을 보이는데, 국산화도 가능합니까.
“‘MDPS’ 기술은 국산화가 끝났고, ‘전자제어식 공기현가장치’는 독자기술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이런 전장(電裝) 중에서 레이더가 사용되는 것은 2년 후에나 국산화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레이더 관련 기술은 미국, 소련, 프랑스, 이스라엘이 앞서고 있지만 우리가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능형 자동차 부품은 기존에 없던 일종의 블루오션 시장이군요.
“요즘의 추세가 지능형,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고 대중화하는 것입니다. 세계의 완성차 시장을 7000만 대 규모로 볼 때, 지능형 자동차 시장을 최고 낮은 10%로 잡아도 700만 대 시장입니다. 결국 시장은 이 방향으로 가게 마련이고, 결국 누가 이런 신기술을 먼저 개발하고, 싼값으로 보급할 수 있느냐의 싸움이 될 겁니다.”
―최대 경쟁사는 어디입니까.
“독일이 앞선 기술을 갖고 있고, 일명 ‘도요타 사태’를 맞은 일본의 원천기술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모비스는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현재의 1500명 연구원을 2015년까지 3000명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최첨단 자동차 기술의 개발로 2020년에 모듈·첨단 기술 부문 매출 30조원, 글로벌 톱 5의 자동차부품 전문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입니다. 자동차에 장착되는 전장 부품 비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부품 산업이 기계 중심에서 친환경 전자장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핵심 전장 제품을 하루빨리 독자기술로 양산해, 10년 안에 세계 최고의 전장 부품 기업으로 태어날 겁니다.”
―앞으로 스마트폰과 지능형차가 있으면 생활의 패러다임이 바뀌겠군요.
“이제 자동차는 사무실이자 주거공간, 모든 엔터테인먼트를 융합한 공간이 될 겁니다. 기존의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휴대폰에서 전화를 걸고 받는 기본 기능이 부차적인 양 느껴지듯이 자동차도 모든 것이 가능한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테니 지켜봐 주십시오.”⊙
운전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것이다.
만약 자동차가 운전자의 이런 부주의를 미리 감지해 사고를 막는다면 어떨까? 한결 운전이 편안해지지 않을까? 몇몇 영화에 등장하는 미래형 자동차처럼 말이다. ‘내 생(生)에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오산(誤算)이다. 이런 ‘똑똑한’ 기능으로 무장된 자동차를 짧게는 2년에서 10년 내에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요즘 현대모비스 직원들은 기술 개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왜 똑똑한 자동차를 내놓는데 부품 회사 직원들이 밤샘 작업을 하고 있느냐고? 대답은 간단하다. 첨단기술을 탑재한 완성차를 출시하려면, 그에 걸맞은 부품이 들어가야 해서다.
대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김필수 교수는 “완성차 한 대는 2만여 개의 부품으로 구성돼 있고, 제조원가의 70%를 부품이 차지하고 있다. 부품은 완성차의 가격 경쟁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또 부품의 개발 없이 완성차의 성능 개선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최첨단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것이 단시간 내에, 한두 푼의 개발비를 들여 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총 9400억원의 글로벌 투자 계획 중 3200억원을 R&D 투자로 배정했다. 2015년에는 투자비를 65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신제품과 신기술 부문에서 총 550여 건에 이르는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또 기존의 R&D 센터를 ‘선행(先行)―기초―양산(量産)’ 3개 연구소로 분리해 기술 개발의 효율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의 얘기다.
“첨단 기술의 개발은 회사에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제조 중심의 수익 창출 구조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구조로 바뀔 겁니다. 현재 매출의 30% 정도인 핵심 부품의 매출 비중을 2015년에는 50%까지 높일 예정입니다.”
자동차 모듈 기술과 생산능력에서 세계 경쟁력을 보유한 현대모비스가 첨단 미래기술 개발을 통해 지능형 자동차 개발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바야흐로 ‘친환경 및 지능형 자동차 신(新) 성장시장’을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차선 이탈하면 알아서 제 위치로 돌아오는 최첨단 기술, LK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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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룸에 전시된 시뮬레이터를 통해 첨단 기술을 경험할 수 있다. |
1층 쇼룸에는 모비스가 생산하고 있는 제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모비스가 개발 중인 미래 지능형 자동차 기술은 차선유지, 자동주차, 충돌회피, 차간거리 제어기술 등이다. 또 기존의 오디오, 내비게이션 등 멀티미디어 전자장치 부문에 정보와 오락 기능이 결합된 제품도 개발 중이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쇼룸의 한가운데에 있는 운전석 시뮬레이션 기계에 앉았다. 실제 주행을 한다는 느낌으로 운전을 하라고 했다. 액셀러레이터 페달과 브레이크 등이 진짜 차량보다는 묵직해 발에 힘을 가득 주고 눌러야 했고, 화면을 통해 전해지는 느낌은 전자오락 게임과 비슷했다.
시뮬레이션 운전이 익숙지 않아 차량이 차선을 이탈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는 찰나에 핸들이 살짝 돌려지면서 차가 흰색 차선 안으로 들어왔다. 모비스가 개발하고 있는 ‘LKAS(Lane Keeping Assist System)’라는 기술 덕분이다. 번역하면 ‘차선유지도움장치’다.
옆에 있던 모비스 직원이 이렇게 설명했다.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차선을 이탈하게 되면 경고 시그널이 주어지고, 자동차가 스스로 안전하게 차량 방향을 바꿔줍니다. 운전자가 깜빡 졸거나, 부주의로 다른 차선으로 넘어갈 때 위험상황을 미리 감지하는 안전장치입니다.”
―어떤 원리입니까.
“차량 앞에 카메라가 달려 있어서 도로 영상을 수집합니다. 이것들은 실시간으로 영상 처리장치로 보내집니다. ‘LKAS 제어 ECU’라는 장치에서 도로 영상을 파악해서 차선 이탈 위험이 감지되면 경보음을 울려 위험 상황을 알립니다. 이후 핸들에 적당한 힘을 가해서 차선을 유지하게 됩니다. 자동차의 진행 방향을 바꾸기 위해 앞바퀴의 회전축 방향을 조절하는 장치를 ‘조향장치(操向裝置)’라고 하는데, 위험시에 자동으로 작동하게 되는 겁니다.”
―자동차가 알아서 움직인다는 얘기군요.
“운전자의 안전운행을 돕는 능동형 차량기술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전자, 통신, 제어공학 기술이 집적된 최첨단 기술입니다. ‘LKAS’가 성공적으로 작동을 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조향기술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안정적 조향기술과 LKAS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저희 외에 한두 곳뿐입니다.”
이 관계자의 얘기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조만간 독자기술로 ‘LKAS’라는 첨단 기술을 양산할 예정이라고 한다.
친환경, 연비개선에 월등한 ‘MDPS’ 기술
여기서 잠깐, 이것을 구동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한다는 조향 관련 기술을 잠시 살펴보자. 모비스는 현재 ‘MDPS (Motor Driven Power Steering)’라는 이름의 기술을 갖고 있다. 모비스의 해외 OEM 시장 개척에 첨병 역할을 담당할 자랑거리다.
기존의 조향 시스템은 유압식(油壓式)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유압 대신에 모터로 구동하고, 인공지능역할을 하는 ‘ECU’를 통해 시스템 전체를 제어하는 기술이 바로 ‘MDPS’ 시스템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운전자가 방향을 바꾸기 위해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움직이면 센서가 운전자가 바라본 방향 및 각도, 각속도, 토크 등을 파악해 ECU에 송신합니다. ECU가 이를 수식으로 도식화하고, 저장하고 있다가 차량의 의지가 신호로 전달되면 모터를 구동하게 되는 원리입니다.”
―최첨단 기술이 탑재된 것 이외에 소비자 입장에서 직접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까.
“기름이 아닌 모터(전동식)로 구동이 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입니다. 배기가스가 줄고, 기름 사용으로 인한 기름 찌꺼기 배출이 줄었죠. 게다가 유압식에서 모터로 바뀌면서 부품의 숫자가 기존의 50개에서 20개로 줄었습니다. 부품이 적게 들어가다 보니 차체가 약 20kg 가벼워졌고, 연비가 5~6% 개선됐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설명을 듣고 다시 시뮬레이션 차 운전을 시작했다. 사고가 날 위험이 생길 때, 어느 정도는 차량이 알아서 감지한다고 하니 운전이 덜 부담스러워졌다. 모비스 직원이 또 하나의 첨단 기술을 자랑했다. ‘SCC(Smart Cruise Control)’라는 이름의 장치다. 이것은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로 자동운행을 하다가, 앞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알아서 거리를 띄우는 기술이라고 했다.
“차량 전방에 장착된 레이더 센서를 통해 차 간 거리를 실시간으로 측정합니다. 적정한 거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입니다. BMW, 아우디 등 일부 브랜드의 고급 차종에서는 옵션으로 장착되고 있는 기술입니다.”
―고속도로 주행을 할 때는 유용하나 시내 운전을 할 때에는 큰 도움이 안될 것 같은데요.
“국내에 보급된 SCC는 10km/h 이상에서만 작동하게 되어 있는데, 시내 주행처럼 저속 운전을 할 때에는 이 시스템의 이점을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앞차와의 충돌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 것도 아닙니다. 모비스는 2012년까지 모든 속도의 구간에서 작동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저속 주행구간에서 정지 및 서행이 가능하고, 기존 제품에 비해 가격을 대폭 낮춘 제품을 양산할 계획입니다.”
달리는 차 안에서 문서작성, 인터넷 가능
시뮬레이션 차에서 내려 모비스의 첨단 기술 제품들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현대모비스가 독자기술로 개발을 완료해 이미 완성차에 적용하고 있는 ‘첨단브레이크 시스템(MEB·Mobis Electronic Brake)’, 타이어의 저압ㆍ이상 고온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타이어 관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TPMS(Tire Pressure Monitoring System)’, 고속ㆍ저속ㆍ곡선로ㆍ주차로 등 주행조건에 따라 램프 불빛의 강도와 방향이 자동으로 제어되는 ‘지능형 헤드램프(AFLS)’ 등이다.
쇼룸의 한편에서 사람의 눈을 그려놓은 신기한 코너를 발견했다. ‘뭐 하는 장치냐’고 묻자, ‘운전자의 졸음 감지 장치’라고 답했다. 운전자의 동공 크기와 차내의 산소측정 등을 통해서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하면 경고 등을 울려준다고 한다.
옆 부스에는 내비게이션 화면이 전시돼 있었다. 가만히 보니, 길 찾기에 도움을 주는 내비게이션이 아니었다. ‘무선 인터넷’, ‘문서작성’ 등이라고 쓰여 있었다. 향후에는 달리는 차 안에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그 자리에서 인터넷으로 송신하는 일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순간 앞으로는 스마트폰과 자동차가 사무실의 기능을 대신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모비스 마북 연구소의 신영철 전무를 만났다.
“자동차의 진화가 놀랍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자동차가 주차를 돕는 것을 넘어, 혼자 주차를 하는 ‘무인(無人) 주차 대행’ 서비스 기능을 갖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의 진화는 무궁무진한 범위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운전자의 졸음을 경고하고, 전방 물체를 감지하는 등 사람의 오감(五感)을 감지하는 센서는 기술적으로는 이미 가능합니다. 기술적인 측면만 따지면 1~ 2년 안에 양산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되느냐, 또 완성차 업체에서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느냐로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에 최첨단 부품을 싣는 이유는 소비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운전자에게 단순한 편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의 오작동을 최소화하고 소비자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것, 그것을 통해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제품을 생산하자는 것이 기본 취지입니다.”
―기술 개발을 하면서 애로사항이라면.
“반도체에 대한 어려움은 없습니다. 다만 여러 가지 변수를 계산해서, 로직(logic·이론)을 개발하는 것이 어렵죠. 가령 차량이 움직이다가 충돌하는 경우, 정지한 상태에서 충돌하는 경우, 또 갑자기 끼어든 차량을 피하다가 옆 차선의 차량과 충돌할 가능성 등 수백, 수천 가지의 변수가 있습니다. 이것들을 모두 예측하고, 수많은 평가를 거쳐야 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전장제품 국산화해 글로벌 기업 될 것
―기술력에 자신감을 보이는데, 국산화도 가능합니까.
“‘MDPS’ 기술은 국산화가 끝났고, ‘전자제어식 공기현가장치’는 독자기술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이런 전장(電裝) 중에서 레이더가 사용되는 것은 2년 후에나 국산화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레이더 관련 기술은 미국, 소련, 프랑스, 이스라엘이 앞서고 있지만 우리가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능형 자동차 부품은 기존에 없던 일종의 블루오션 시장이군요.
“요즘의 추세가 지능형,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고 대중화하는 것입니다. 세계의 완성차 시장을 7000만 대 규모로 볼 때, 지능형 자동차 시장을 최고 낮은 10%로 잡아도 700만 대 시장입니다. 결국 시장은 이 방향으로 가게 마련이고, 결국 누가 이런 신기술을 먼저 개발하고, 싼값으로 보급할 수 있느냐의 싸움이 될 겁니다.”
―최대 경쟁사는 어디입니까.
“독일이 앞선 기술을 갖고 있고, 일명 ‘도요타 사태’를 맞은 일본의 원천기술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모비스는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현재의 1500명 연구원을 2015년까지 3000명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최첨단 자동차 기술의 개발로 2020년에 모듈·첨단 기술 부문 매출 30조원, 글로벌 톱 5의 자동차부품 전문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입니다. 자동차에 장착되는 전장 부품 비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부품 산업이 기계 중심에서 친환경 전자장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핵심 전장 제품을 하루빨리 독자기술로 양산해, 10년 안에 세계 최고의 전장 부품 기업으로 태어날 겁니다.”
―앞으로 스마트폰과 지능형차가 있으면 생활의 패러다임이 바뀌겠군요.
“이제 자동차는 사무실이자 주거공간, 모든 엔터테인먼트를 융합한 공간이 될 겁니다. 기존의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휴대폰에서 전화를 걸고 받는 기본 기능이 부차적인 양 느껴지듯이 자동차도 모든 것이 가능한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테니 지켜봐 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