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잠수함의 장점은 최고 속도와 무제한 잠항, 단점은 高비용”
⊙ “韓美의 서태평양·남중국해 전략 바뀌지 않는 한 韓 핵잠수함 도입은 불가”
⊙ “북한 SLBM 탑재 잠수함·주변국 위협 대응 위해 核潛 필수”(해군)
⊙ “미국은 미 해군의 핵추진 기술 추가 공유 의사 없다”(미 국무부 부차관보)
⊙ “핵잠수함에 대한 환상, 재래식잠수함 단점 침소봉대로 여론 왜곡돼”
⊙ “잠수함 보유국 40개국 중 37개국이 재래식잠수함을 운용 중인 배경 이해해야”
⊙ 日 관할 해역, 韓의 10배… 잠수함은 日 22척, 韓 21척
⊙ “韓美의 서태평양·남중국해 전략 바뀌지 않는 한 韓 핵잠수함 도입은 불가”
⊙ “북한 SLBM 탑재 잠수함·주변국 위협 대응 위해 核潛 필수”(해군)
⊙ “미국은 미 해군의 핵추진 기술 추가 공유 의사 없다”(미 국무부 부차관보)
⊙ “핵잠수함에 대한 환상, 재래식잠수함 단점 침소봉대로 여론 왜곡돼”
⊙ “잠수함 보유국 40개국 중 37개국이 재래식잠수함을 운용 중인 배경 이해해야”
⊙ 日 관할 해역, 韓의 10배… 잠수함은 日 22척, 韓 21척
- 한국 해군의 도산안창호급(3000t) 잠수함. 사진=한화오션
한국 해군은 드넓은 먼바다로 진출하는 ‘대양(大洋) 해군’을 꿈꾼다. 이를 위해 수상(水上)에는 항공모함(이하 항모), 수중(水中)에선 핵추진잠수함(이하 핵잠수함, SSN)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러 함정의 호위를 받으며 바다를 떠다니는 육중한 쇳덩이, 그 갑판에서 함재기(艦載機) 수십 대가 줄지어 뜨고 내린다. 핵잠수함은 주변국의 감시를 피해 물속에서 은밀하게 무제한 작전을 펼친다. 국민 다수가 희망하는 미래 해군의 모습이다. 핵잠수함을 보유했으니 머지않아 핵무기도 갖게 되리라는 상상도 덧붙인다.
재래식잠수함의 태생적 한계
잠수함은 추진 동력에 따라 재래식(디젤-전기)잠수함(SS·Ship Submarine)과 핵추진잠수함(SSN)으로 구분한다. ‘N’은 동력원이 핵추진(Nuclear)이라는 의미다.
재래식잠수함은 배터리(축전지)로 프로펠러를 돌려 추진하는데, 배터리가 방전되면 디젤엔진을 가동하여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충전시 엔진은 흡입→압축→폭발→배기 과정을 거치므로 외부 공기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재래식잠수함은 수면 가까이 부상해 길이 1m쯤 되는 스노클을 물 밖으로 꺼내 공기를 흡입하는데 이때가 외부 공격에 가장 취약한 시점이다.
최신 재래식잠수함에는 AIP(Air Independent Propulsion·공기 불요 추진 체계)와 고효율배터리(리튬이온배터리)가 탑재돼 2주 이상 잠항할 수 있지만 충전 빈도가 줄어들 뿐 스노클은 여전히 필요하다.
핵추진잠수함은 우라늄을 연료로 해 (소형) 원자로를 가동, 운항한다. 바닷물을 끓여 고압 증기를 만들고 터빈을 돌려 프로펠러를 움직인다. 이때 프로펠러가 과도하게 회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프로펠러와 터빈 사이에 감속 기어를 설치한다. 원자로를 식히는 냉각 장치도 필요하다. 동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산소를 소모하지 않기에 스노클을 할 필요가 없다. 함 내의 식량만 충분하면 이론상 부상 없이 ‘무제한 작전’도 가능하다.
핵추진잠수함은 핵분열 에너지 덕분에 디젤잠수함보다 통상 2배가량 빠르다. 디젤잠수함은 최고 속도를 낼 경우 1~2시간이면 방전돼 스노클을 하며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핵추진잠수함의 단점은 냉각 장치와 감속 기어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해 디젤잠수함보다 상대적으로 은밀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핵추진잠수함은 역할(탑재 무기)에 따라 ‘공격핵잠수함(SSN·핵추진공격잠수함)’과 핵무기를 탑재한 ‘전략핵잠수함(SSBN)’으로 구분한다. SSN이 어뢰를 주무장으로 한다면 SSBN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과 같은 전략핵무기를 싣는다. 한국 해군이 도입하려는 핵추진잠수함은 SSN이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채널에서 ‘잠수함연구소’를 운영하는 최일 잠수함연구소장(해사 40기, 초대 손원일함 함장, 예비역 해군 대령)은 “SSBN과 SS·SSN은 서로 기능이 다른 잠수함이다. SS·SSN은 수중에서 상대방과 싸우는 잠수함이고 SSBN은 핵무기를 발사하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위험 해역에서 SSBN은 SS나 SSN의 보호를 받는다”고 설명한다.
362사업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선 국방력 건설의 상징으로 항모와 핵잠수함을 내세웠다. 2003년 조영길 당시 국방장관은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위해 비밀리에 ‘362사업(2003년 6월 2일 핵잠수함 개념 설계 허가)’을 추진했다. 당초 중형 재래식잠수함(3000t급)을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3조5000억원을 들여 ‘한국형 SSN(4000t급)’ 3척을 건조해 2007년을 시작으로 2020년 이전까지 모두 진수한다는 계획이었다. 선체는 프랑스 바라쿠다급(4000t급, 최고 속도 25노트) 잠수함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원자로와 핵연료를 러시아에서 들여와 한미원자력협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1년 뒤인 2004년 362사업단은 해체됐다.
해체 배경을 두고는 ▲2003년 9월 IAEA의 한국 우라늄 농축에 대한 사찰(2002년 시험용 0.2g) ▲이지스 구축함 도입을 추진하는 해군 내 수상함파의 견제 ▲아파치 헬기 도입 사업을 추진했던 육군의 견제 등 설이 있다.
당시 한국형 핵잠수함 원자로를 설계한 김시환 박사는 《월간조선》 2016년 11월호에서 “(러시아와 협력해) 2004년 원자로 기본 설계를 마무리했다. 사실상 핵잠수함용 원자로 제작을 완성했다”고 밝히면서도 “해군 수뇌부의 의지, 주변국 협조 부재, 원자력 관련 인프라 부재 등을 이유로 362사업이 완성되지 못했다”고 했다.
美, 韓 핵잠 도입에 부정적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에 부정적이다. 2017년 8월 31일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은 매티스 미 국방장관에게 핵추진잠수함 건조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매티스 장관은 동의하지 않았다.
당시 양국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A씨의 전언에 따르면, 미국은 4~5가지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했다. 당시 배석한 미 태평양 함대 잠수함사령관 출신 프리츠 뢰게(Fritz Roegge, 해군 중장) 미 국방대 총장은 ▲값비싼 건조 비용 ▲잠수함 건조, 핵연료 교체 시설에 대한 한국 내 반대 여론 ▲막대한 운용 비용 ▲핵추진잠수함 요원 양성, 훈련 등 관리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한국 측에서는 “미국과 다른 국방 체계를 운영하기에 많은 예산이 소요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2020년 8월 10일 국방부는 ‘2021~ 2025년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고 “무장 탑재 능력과 잠항 능력이 향상된 3600t급, 4000t급 잠수함을 건조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저녁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차세대 잠수함은 핵추진잠수함”이라며 “한미 원자력 협정과 핵잠수함은 별개이고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했다.
2020년 9월 김현종 2차장은 미국으로 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필요성을 설명하고 핵연료 공급 등을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은 SSN에 필요한 소형 원자로와 운용 기술, 이를 관리할 전문 인력을 문제 삼으며 한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2021년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 경(輕)항모 예산을 확정 짓기 위해 여야 합의까지 깨며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도록 했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2023년 국방 예산안에 경항모 도입 사업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백지화인 셈이다. 우리 사회는 항모와 핵잠수함에 대한 논의가 벌어진 지 20여 년이 흘렀지만 사업 계획서는 물론 설계도 한 장 나오지 않고 있다.
항모는 도입 비용을 두고 ‘함재기를 포함해 비용을 산출한 것이냐’와 같이 ‘예산(돈)’이 주 논쟁거리지만 핵잠수함은 ‘NPT 체제’라는 장애물까지 넘어야 한다.
군사적 필요성 아닌 이익 실현 수단 된 핵잠
합동참모본부에서 전략 기획 업무를 맡았던 정경운(예비역 중령, 육사 46기)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전략무기인 핵잠수함은 ‘핵무기’와 ‘원자력의 비군사적 이용’이라는 회색 영역에 존재한다”며 “국가 전략(국제정치·외교)부터 예산(경제), 군사작전(국방), 원자력 기술(과학), 환경 문제까지 다뤄야 하는 민감하고 복잡한 주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핵잠수함 도입에 대한 최근의 논쟁이 국가 전략이나 군사적 필요성보다는 특정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주제가 된 듯하다”고 말했다.
2021년 9월 호주·영국·미국이 삼각 동맹인 ‘오커스(AUKUS)’를 체결했다. 중국의 팽창에 맞서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에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핵심은 호주가 핵추진잠수함을 최소 8척, 최다 13척 도입할 수 있도록 미국과 영국이 지원한다는 대목이다.
이에 중국은 “미국과 영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호주의 핵잠수함 도입으로 손해를 보게 된 프랑스도 반발했다. 당초 호주는 프랑스제 재래식잠수함 12척을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오커스로 인해 취소됐다.
호주가 오커스를 통해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하게 되자 우리 사회 일각에선 ‘호주를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 논리는 이렇다.
“미국이 홀로 중국의 팽창을 저지하지 못하니 주변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 부담을 줄이는 데 한국이 동참하고 이를 계기로 미국의 도움을 받아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위와 같은 발상에 대해 외교관 출신 B씨는 “‘호주가 가졌으니 한국도 가질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호주가 가졌으니 우리는 기회를 잃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사고”라고 지적했다.
2023년 3월 15일 앤서니 와이어 미 국무부 국제 안보·비확산 부차관보는 미 국무부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한국에도 호주처럼 핵추진잠수함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미국은 미 해군의 핵추진 기술을 추가 공유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같은 해 11월 24일 도브 자카임 전 미 국방성 차관은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힐’에 “비용과 기술, 작전상의 현실 모두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보유에 불리하다. 한국 정부는 핵추진잠수함 도입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반도 주변 해저 지형을 감안할 때 소음이 작은 전통적인 디젤잠수함을 고수할 작전상의 이유가 있다”고도 했다.
해군, 文 정부서 TF 운용
우리 해군이 핵잠수함을 도입하고자 하는 ‘표면적’ 이유는 무엇일까. 핵잠수함만이 갖는 특장점을 어떻게 활용하고자 하는 걸까. 한국 해군은 이미 장보고급(209급, 1200t, 9척 실전 배치), 손원일급(214급, 1800t, 9척), 도산안창호급(3600t, 3척)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10월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원자력추진잠수함이 북한 SLBM 대응에 적절하냐’고 묻자 “핵추진잠수함은 장기간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며 대응에 적합한 수단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해군본부에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해군은 핵잠수함에서 대한 의견 표출을 자제하는 모양새다. 지난 4월 30일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이 해군본부에 ▲해군의 핵추진잠수함 도입 추진 계획 ▲관련 사업 보고서 ▲도입 척수와 규모(t), 예산 분석 자료 ▲핵추진잠수함과 재래식추진잠수함 비교 자료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에 해군은 “원자력추진잠수함 도입은 안보 환경, 국제협약 등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적 결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관련) 사업 보고서는 없다”고 밝혔다. 또 “원자력추진잠수함 도입 관련 척수와 규모, 예산 분석 자료(도) 없다. 원자력추진잠수함은 군사적으로 유용한 전력임. 다만, 군사적 필요성 외 안보 환경, 국제협약 등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책적 결정이 선행되어야 할 사안임”이라고 답했다.
해군은 여러 차례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관련한 보고서를 작성해왔다. TF도 운용해 대응 논리를 개발했다. 2017년에는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에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필요한 ‘맞춤형’ 연구 용역까지 의뢰했다. 하지만 김상훈 의원실의 질의에 해군은 핵잠수함 도입에 관심 없는 듯 답했다.
해군의 입장
핵잠수함 도입 필요성을 밝히는 해군의 입장은 최근 들어 접하기 어렵다. 현 정부가 집권한 직후인 2022년 5월 11일 해군의 정 모 중령이 한국해양전략연구소(KIMS)가 발간하는 《KIMS Periscope》 제275호에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 필요성과 해결 과제’라는 제목으로 기고했는데 주된 논리는 북한의 SLBM과 주변국(중국·일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북한의 SLBM과 전략핵잠수함(SSBN) 개발 위협에 대비하고, 독도 및 이어도 해양 분쟁 등 일본, 중국과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핵잠수함 도입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볼 수 있다.”
“북한 잠수함을 추적하려면 2~3배(최소 1.5배 이상) 빠른 속력을 내면서 지속 추적 능력을 보유한 핵잠수함이 필요하다. 북한의 잠수함 기지에서부터 (SLBM 탑재 잠수함을) 효과적으로 봉쇄하고, 실패할 경우 은밀하게 추적·격침하기 위해 장기간 작전이 가능한 수중 킬체인의 핵심인 핵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 한국이 일본과 중국을 상대로 똑같은 규모의 해군력을 갖추는 것은 국방재원을 고려 시 현실적으로 어렵다. 핵잠수함을 비대칭적 전략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핵잠수함의 절대적 장점은 작전 지속 능력과 속도”라면서도 핵잠수함 역시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핵추진잠수함은 척당 획득비용이 비싸고 획득 기간이 오래 소요됩니다. 일반적으로 재래식잠수함 대비 정숙도도 떨어지지요. 원자로 냉각을 위해 소음이 발생하고, 배출된 고온의 해수는 비음향 추적 체계와 열추적 어뢰에 표적이 됩니다. 큰 선체로 인해 수심이 얕은 곳에서의 작전도 제한됩니다. 핵 확산을 염려하는 국제사회를 설득하기 위해 상당한 정치적 노력이 필요한 점도 핵추진잠수함 보유를 희망하는 나라들의 핵추진잠수함 보유 의지를 꺾는 요인이 되지요. 수명이 다한 핵추진잠수함 원자로의 폐기도 큰 숙제 중 하나입니다.”
“해군, 논리 빈약해”
비(非)해군 출신 안보 전문가들은 “핵잠수함을 위한 해군의 논리가 빈약하다”고 비판한다. 정경운 전문연구위원은 “핵잠수함의 필요성을 검토하려면 군사적 조건·상황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현재 정전 체제 아래 북방한계선(NLL)이 실질적인 해양 경계선이다. NLL 이남 작전구역(AO)에서 작전한다는 것이다. 특수한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NLL을 월선할 수 있지만 정치적 결정 없이, 그것도 평시에 북한 잠수함 기지 앞에서 무작정 대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핵탄두를 실은 북한 핵잠수함을 탐지·추적하는 작전도 가능치 않다. 우리 잠수함은 1대가 대기하고 있는데 북한 잠수함은 3대가 동시에 나가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정 전문연구위원은 “유사시 북한 잠수함 기지 앞에서 매복을 해야만 한다면 북한의 정보·감시·정찰(ISR) 능력과 대잠(對潛) 능력으로 볼 때 우리 재래식잠수함의 단점인 스노클과 작전 지속 능력(2주가량)도 큰 단점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필요하면 재래식잠수함을 추가로 건조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잠수함은 원자력이냐, 재래식이냐와 관계없이 작전 지역의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탐지 능력과 수중 공격 능력이 제한되기에 다른 대안 전력을 고려해야 한다”며 “대잠(對潛) 작전에는 잠수함보다 해상초계기, 대잠 헬기, 구축함 등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해군의 수중작전은 주로 한국작전구역(KTO)에서 이뤄진다. 동해·서해 일부, 남해(이어도 남방 부근)에서 활동하는데 KTO를 벗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동해와 달리 서해는 평균 수심이 낮아 핵추진잠수함을 운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 핵잠수함(4000t 이상)은 디젤잠수함(1200~3000t)보다 크기가 더 커 쉽게 발각될 수 있다.
핵잠 도입 원하면 미국과 역할 분담 조정해야
우리 해군이 보유한 재래식잠수함의 작전 반경은 어떻게 될까. 장보고급(1200t)은 경남 진해에서 미국 본토를 거쳐 하와이까지, 손원일급(1800t), 도산안창호급(3600t)은 연료 재보급 없이 미국을 왕복할 수 있다.
정경운 전문연구위원은 “전략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어 우리 해군이 KTO을 벗어나 남중국해나 서태평양에서도 활동해야 한다면 핵잠수함이 필요하다”면서도 “그 전에 한미 양국이 ‘한미동맹’보다 상위 개념인 미국의 국가 전략에 대한 이해와 이에 따른 새로운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이른바 ‘역할 분담’을 조정해야만 우리 해군이 대양으로 나갈 수 있다는 취지다.
오커스 동맹을 통해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잠수함을 건네는 배경에는 호주의 대중국 견제 참여라는 목적이 있다. 미국이 호주에 ‘중국 잠수함 감시 임무’를 분담토록 한 것이다. 호주가 연해(沿海) 작전용 잠수함이 필요했다면 위약금으로 5억5000만 유로(한화 약 8100억원)를 주고 프랑스제 재래식잠수함 계약을 파기하지 않아도 됐다.
이 역할 분담은 미일 간의 해군 운용에도 드러난다. 일본 관할 해역(465만㎢)은 우리(43.8만㎢)보다 10배 이상 넓다. 그럼에도 해상자위대의 잠수함 전력은 재래식 22척이 전부다(한국 20척 실전 배치, 1척 전력화). 전문가들은 “작전 환경을 놓고 보면 핵잠수함이 필요한 나라는 한국이 아닌 일본”이라고 말한다.
정경운 전문연구위원은 “일본은 관할 해역에서 재래식잠수함으로만 수중 작전을 한다. 이는 미일 간에 역할 분담이 명확히 설정돼 있기 때문”이라며 “일본은 핵잠수함을 도입할 필요나 명분이 없다. 다만 미국의 요구나 일본의 필요로 일본 해상자위대의 역할이 남중국해나 서태평양까지 확대되면 일본은 SSN을 보유하려고 할 것이고 미국은 이를 지원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세계적 잠수함 운용 추세는 핵추진잠수함은 외해 작전용(공격용)으로, 재래식잠수함은 연근해 작전용(방어용)으로 사용한다. 핵추진잠수함 보유국 6개국 중 미국, 영국, 프랑스는 자국 연안을 위협하는 해상세력이 없기에 핵추진잠수함만 있고 자국 연안 방어와 외해 작전이 동시에 필요한 중국, 러시아, 인도는 재래식잠수함과 핵추진잠수함을 병행하여 운용하고 있다”고 했다.
최 소장도 “호주의 핵잠수함 도입 사례는 한국에 적용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호주는 원래 철저한 비핵국가입니다. 원자력발전소도 없죠. 국제사회는 호주가 AUKUS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하더라도 비핵국가로서의 지위는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핵무장론자들이 나서 ‘미군 철수에 대비해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죠. 핵추진잠수함 도입론자들도 핵무장 전단계로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고 이후 핵무기를 탑재하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주장을 대하는 국제사회가 우리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지지할까요?”
최일 소장은 “우리나라 핵추진잠수함 도입론자들은 세계적인 잠수함 상식에서 벗어나 디젤잠수함의 단점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고 핵추진잠수함의 장점만을 부각한다. 마치 ‘핵추진잠수함은 KTX, 디젤잠수함은 완행열차’라는 식”이라며 “‘핵추진잠수함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을 하는데 저는 우리 해군이 필수 요소도 못 갖춘 해군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핵추진잠수함 도입은 전력(戰力) 낭비”라며 “재래식잠수함만으로도 충분하다. 핵잠수함은 멀리, 빨리 가는 데 필요한 무기체계”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재래식잠수함으로 하루면 북한 연근해에 도달해 작전할 수 있다. 미국은 원해(遠海) 작전을 위해, 한반도까지 오려면 2~3주일이 걸리기에 25노트 이상으로 달리는 핵잠수함이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우리 해군이 핵잠수함을 도입한다면 규모나 도입 척수는 어떻게 될까. 우리 해군은 통상 3교대로 함정을 운용한다. 같은 능력을 갖춘 배를 3척 단위로 생산해 3직제(▲작전 ▲정비 ▲훈련)로 유지한다.
핵잠, 도입한다면 최소 6척 이상
핵잠수함 도입론자들은 4000t 이상급 핵잠수함을 6~9척 건조해 동해에 2척, 남해에 1척 상시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4000t 이상급을 기준으로 핵잠수함을 도입한다면 척당 가격은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가늠하기 어렵다. 핵잠수함은 자국 기술로 설계, 제작하는 것이 아니면 부르는 게 값”이라며 “척당 도입 비용보다는 부대시설을 마련하고 유지·운용하는 데 더 많은 돈이 든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겨 계획보다 지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핵잠수함 도입 단가는 추정만 할 뿐이다. 재래식잠수함같이 ‘시장가’가 형성돼 있지 않다. 호주 국방부는 핵잠수함 사업을 두고 2055년까지 2450억 달러(한화 약 319조원)가 투자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잠수함뿐 아니라 부대시설, 조립 공장 설립 등 총비용을 추산한 금액이다. 한국에는 적용되기 어렵다.
미국의 주력 SSN인 버지니아급(7000t급)은 2024년 기준 척당 43억 달러(한화 약 5조8000억원)다. 한국이 미국을 제외한 국가로부터 핵잠수함을 도입한다면 프랑스제 바라쿠다급(4000t급)을 도입할 수 있다. 바라쿠다급은 척당 약 20억 유로(한화 약 3조원)로 예상한다.
우리 해군이 운용하는 재래식잠수함인 도산안창호급(3600t)은 척당 1조원 수준이다. 도산안창호급 1척이면 손원일급(1800t) 3척을 도입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 국방부가 무기 도입 사업을 벌일 때 예산이 적게 들어가는 것처럼 도입 단가를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조 단위’ 사업이 일단 시작되면 중간에 멈추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무기를 실제 도입하면 최초 계획했던 예산(비용)에서 30~50%가 추가로 들어간다고 말한다. 여기에 무기체계가 수명을 다할 때까지 유지·보수하는 비용은 별도로 계산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해군이 국회 국방위원을 대상으로 경항모 사업을 한창 홍보할 때였다. 당시 해군에서는 항모 도입 예산을 2조6000억원이라고 알렸으나 이는 함재기와 호위함을 모두 뺀, ‘깡통 항모’ 그 자체의 가격이었다. 국회의원실 관계자가 항모전단 하나를 구성하는 데 총 얼마가 필요한지 묻자 해군 관계자는 ‘14조~16조원이 든다’고 했다. ‘너무 많이 든다’고 따졌더니 해군에선 ‘총을 살 때 총알은 따로 계산하지 않느냐’고 했다고 한다.
핵잠 한 척에 기회비용 10조원
일반적으로 무기 도입부터 수명 만료로 인한 도태(폐기)까지 드는 총 비용은 초기 도입 과정이 30%, 유지·보수가 70%를 차지한다. 핵잠수함을 1척당 3조원에 도입해 25년을 운용하면 총 10조원가량이 필요한 셈이다.
최일 소장은 “항모 도입과 핵잠 도입은 그 성격이 매우 다르다”며 “재래식잠수함에서 핵잠수함으로의 전환은 마치 내연기관 차를 타다가 전기차 시대를 맞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전기차를 들여오면 차만 있어선 안 되잖아요. 충전할 수 있는 설비, 배터리를 폐기 처리하는 시설 등 새로운 기반 시설이 필요해요. 자동차 세계에선 큰 변혁이죠. 핵잠수함도 마찬가지예요. 잠수함에 관한 틀, 패러다임이 바뀌는 거예요. 이런 고민 없이 ‘이미 재래식잠수함이 있으니 핵잠수함까지 가지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앞서고 있어요. 핵추진잠수함은 그냥 큰 잠수함이 아닙니다. 완전 새로운 시스템이 들어오는 것이에요. 그걸 마치 기존 구축함이 있는데 이지스함을 도입하는 것과 같이 생각했다간 큰 낭패를 볼 것입니다. 미국·영국·프랑스는 왜 핵추진잠수함만 가지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정경운 전문연구위원은 육·해·공군이 ‘합동성’보다는 자군 이기주의를 앞세우는 바람에 한국군의 전력 증강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각군 몫으로 배정된 전력증강비(방위력개선비)를 합동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자군(自軍)의 숙원 사업에 투자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중복 투자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지만 ‘타군의 예산은 시비를 가리지 않는다’는 암묵적 합의에 따라 상호 비판이나 견제가 없다. 합참은 합동성 강화를 위해 이를 바로잡아야 하지만 합참으로 파견을 나온 각군의 장교들은 진급 때문에 각군의 입장만 대변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는 재래식잠수함을 폐기하고 왜 핵추진잠수함만을 운용할까.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의 설명이다.
“이들 나라가 경제적인 디젤잠수함을 병행하지 않는 이유는 잠수함 건조 산업 인프라의 효용성 때문입니다. 건조 난도가 높은 핵잠수함 건조국이 재래식잠수함을 쉽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입니다. 세계 최다 핵추진잠수함 보유국인 미국이 디젤잠수함 몇 척을 쉽게 만들어 캐나다나 호주, 대만 같은 우방국에 왜 주지 못하는 걸까요. 그만큼 잠수함 건조 산업 인프라는 한 번 형성되면 바꾸기가 힘들기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최일 소장은 자신이 핵추진잠수함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일에는 완급이 있습니다. 현시점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정상의 디젤잠수함 전비 능력을 구축하고 디젤잠수함 수출 시장을 선점하는 데 주력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핵추진잠수함 건조 기술력과 외교력을 축적한 뒤 기회가 왔을 때 바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
1982년 포클랜드섬을 두고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전쟁을 벌였다. 일부에서는 이 포클랜드 전쟁을 두고 핵잠수함의 우월성을 입증하고 재래식잠수함의 약점이 드러난 사례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일 소장은 “영국의 핵추진잠수함인 컨커러함이 큰 전과를 올려 영국이 승리하는 데 기여한 것이 사실이지만 전쟁사가들은 아르헨티나 재래식잠수함인 ‘산루이스’의 활약도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산루이스는 고장 난 상태에서도 40일 이상 수중에서 영국군을 괴롭혔다. 영국은 순양함 1척, 구축함 11척, 핵잠수함 5척, 디젤잠수함 1척, 대잠헬기 25대를 동원했지만 끝내 산루이스를 탐지 못 했다. 디젤잠수함 한 척을 잡기 위해 헬기는 2253차례 출격해야 했고 9번의 오인 공격, 폭뢰200발이 소모됐다.
최일 소장은 “포클랜드 전쟁이야말로 디젤잠수함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 사례”라며 “핵잠수함의 전과를 부각시키느라 사실까지 왜곡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핵잠수함 도입 논의가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올바른 정책 결정을 위해선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해야 함에도 핵잠수함과 관련된 왜곡된 정보가 사실인 양 대중에 전파돼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 해군의 잠수함 실력
핵잠수함 도입을 희망하는 해군 수뇌부와 잠수함병과 출신 예비역들은 핵추진잠수함이 재래식잠수함보다 우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해군은 재래식잠수함이 핵추진잠수함을 능가할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왔다.
우리 해군은 1997년부터 2023년까지 다국적군(3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연합 훈련에 총 21회 참가했다. 짝수 해에는 하와이 일대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국제 해군 훈련인 ‘환태평양 훈련(RIMPAC)’에도 참가해 잠수함 실력을 입증했다. 미 해군의 잠수함은 모두 원자력추진잠수함이다. 아래는 해군본부의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여러 함정의 호위를 받으며 바다를 떠다니는 육중한 쇳덩이, 그 갑판에서 함재기(艦載機) 수십 대가 줄지어 뜨고 내린다. 핵잠수함은 주변국의 감시를 피해 물속에서 은밀하게 무제한 작전을 펼친다. 국민 다수가 희망하는 미래 해군의 모습이다. 핵잠수함을 보유했으니 머지않아 핵무기도 갖게 되리라는 상상도 덧붙인다.
재래식잠수함의 태생적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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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2023년 9월 6일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 영웅함 진수식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AP |
재래식잠수함은 배터리(축전지)로 프로펠러를 돌려 추진하는데, 배터리가 방전되면 디젤엔진을 가동하여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충전시 엔진은 흡입→압축→폭발→배기 과정을 거치므로 외부 공기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재래식잠수함은 수면 가까이 부상해 길이 1m쯤 되는 스노클을 물 밖으로 꺼내 공기를 흡입하는데 이때가 외부 공격에 가장 취약한 시점이다.
최신 재래식잠수함에는 AIP(Air Independent Propulsion·공기 불요 추진 체계)와 고효율배터리(리튬이온배터리)가 탑재돼 2주 이상 잠항할 수 있지만 충전 빈도가 줄어들 뿐 스노클은 여전히 필요하다.
핵추진잠수함은 우라늄을 연료로 해 (소형) 원자로를 가동, 운항한다. 바닷물을 끓여 고압 증기를 만들고 터빈을 돌려 프로펠러를 움직인다. 이때 프로펠러가 과도하게 회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프로펠러와 터빈 사이에 감속 기어를 설치한다. 원자로를 식히는 냉각 장치도 필요하다. 동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산소를 소모하지 않기에 스노클을 할 필요가 없다. 함 내의 식량만 충분하면 이론상 부상 없이 ‘무제한 작전’도 가능하다.
핵추진잠수함은 핵분열 에너지 덕분에 디젤잠수함보다 통상 2배가량 빠르다. 디젤잠수함은 최고 속도를 낼 경우 1~2시간이면 방전돼 스노클을 하며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핵추진잠수함의 단점은 냉각 장치와 감속 기어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해 디젤잠수함보다 상대적으로 은밀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핵추진잠수함은 역할(탑재 무기)에 따라 ‘공격핵잠수함(SSN·핵추진공격잠수함)’과 핵무기를 탑재한 ‘전략핵잠수함(SSBN)’으로 구분한다. SSN이 어뢰를 주무장으로 한다면 SSBN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과 같은 전략핵무기를 싣는다. 한국 해군이 도입하려는 핵추진잠수함은 SSN이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채널에서 ‘잠수함연구소’를 운영하는 최일 잠수함연구소장(해사 40기, 초대 손원일함 함장, 예비역 해군 대령)은 “SSBN과 SS·SSN은 서로 기능이 다른 잠수함이다. SS·SSN은 수중에서 상대방과 싸우는 잠수함이고 SSBN은 핵무기를 발사하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위험 해역에서 SSBN은 SS나 SSN의 보호를 받는다”고 설명한다.
362사업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선 국방력 건설의 상징으로 항모와 핵잠수함을 내세웠다. 2003년 조영길 당시 국방장관은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위해 비밀리에 ‘362사업(2003년 6월 2일 핵잠수함 개념 설계 허가)’을 추진했다. 당초 중형 재래식잠수함(3000t급)을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3조5000억원을 들여 ‘한국형 SSN(4000t급)’ 3척을 건조해 2007년을 시작으로 2020년 이전까지 모두 진수한다는 계획이었다. 선체는 프랑스 바라쿠다급(4000t급, 최고 속도 25노트) 잠수함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원자로와 핵연료를 러시아에서 들여와 한미원자력협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1년 뒤인 2004년 362사업단은 해체됐다.
해체 배경을 두고는 ▲2003년 9월 IAEA의 한국 우라늄 농축에 대한 사찰(2002년 시험용 0.2g) ▲이지스 구축함 도입을 추진하는 해군 내 수상함파의 견제 ▲아파치 헬기 도입 사업을 추진했던 육군의 견제 등 설이 있다.
당시 한국형 핵잠수함 원자로를 설계한 김시환 박사는 《월간조선》 2016년 11월호에서 “(러시아와 협력해) 2004년 원자로 기본 설계를 마무리했다. 사실상 핵잠수함용 원자로 제작을 완성했다”고 밝히면서도 “해군 수뇌부의 의지, 주변국 협조 부재, 원자력 관련 인프라 부재 등을 이유로 362사업이 완성되지 못했다”고 했다.
美, 韓 핵잠 도입에 부정적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에 부정적이다. 2017년 8월 31일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은 매티스 미 국방장관에게 핵추진잠수함 건조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매티스 장관은 동의하지 않았다.
당시 양국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A씨의 전언에 따르면, 미국은 4~5가지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했다. 당시 배석한 미 태평양 함대 잠수함사령관 출신 프리츠 뢰게(Fritz Roegge, 해군 중장) 미 국방대 총장은 ▲값비싼 건조 비용 ▲잠수함 건조, 핵연료 교체 시설에 대한 한국 내 반대 여론 ▲막대한 운용 비용 ▲핵추진잠수함 요원 양성, 훈련 등 관리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한국 측에서는 “미국과 다른 국방 체계를 운영하기에 많은 예산이 소요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2020년 8월 10일 국방부는 ‘2021~ 2025년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고 “무장 탑재 능력과 잠항 능력이 향상된 3600t급, 4000t급 잠수함을 건조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저녁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차세대 잠수함은 핵추진잠수함”이라며 “한미 원자력 협정과 핵잠수함은 별개이고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했다.
2020년 9월 김현종 2차장은 미국으로 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필요성을 설명하고 핵연료 공급 등을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은 SSN에 필요한 소형 원자로와 운용 기술, 이를 관리할 전문 인력을 문제 삼으며 한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2021년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 경(輕)항모 예산을 확정 짓기 위해 여야 합의까지 깨며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도록 했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2023년 국방 예산안에 경항모 도입 사업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백지화인 셈이다. 우리 사회는 항모와 핵잠수함에 대한 논의가 벌어진 지 20여 년이 흘렀지만 사업 계획서는 물론 설계도 한 장 나오지 않고 있다.
항모는 도입 비용을 두고 ‘함재기를 포함해 비용을 산출한 것이냐’와 같이 ‘예산(돈)’이 주 논쟁거리지만 핵잠수함은 ‘NPT 체제’라는 장애물까지 넘어야 한다.
군사적 필요성 아닌 이익 실현 수단 된 핵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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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운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 |
그러면서 “핵잠수함 도입에 대한 최근의 논쟁이 국가 전략이나 군사적 필요성보다는 특정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주제가 된 듯하다”고 말했다.
2021년 9월 호주·영국·미국이 삼각 동맹인 ‘오커스(AUKUS)’를 체결했다. 중국의 팽창에 맞서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에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핵심은 호주가 핵추진잠수함을 최소 8척, 최다 13척 도입할 수 있도록 미국과 영국이 지원한다는 대목이다.
이에 중국은 “미국과 영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호주의 핵잠수함 도입으로 손해를 보게 된 프랑스도 반발했다. 당초 호주는 프랑스제 재래식잠수함 12척을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오커스로 인해 취소됐다.
호주가 오커스를 통해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하게 되자 우리 사회 일각에선 ‘호주를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 논리는 이렇다.
“미국이 홀로 중국의 팽창을 저지하지 못하니 주변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 부담을 줄이는 데 한국이 동참하고 이를 계기로 미국의 도움을 받아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
위와 같은 발상에 대해 외교관 출신 B씨는 “‘호주가 가졌으니 한국도 가질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호주가 가졌으니 우리는 기회를 잃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사고”라고 지적했다.
2023년 3월 15일 앤서니 와이어 미 국무부 국제 안보·비확산 부차관보는 미 국무부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한국에도 호주처럼 핵추진잠수함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미국은 미 해군의 핵추진 기술을 추가 공유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같은 해 11월 24일 도브 자카임 전 미 국방성 차관은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힐’에 “비용과 기술, 작전상의 현실 모두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보유에 불리하다. 한국 정부는 핵추진잠수함 도입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반도 주변 해저 지형을 감안할 때 소음이 작은 전통적인 디젤잠수함을 고수할 작전상의 이유가 있다”고도 했다.
해군, 文 정부서 TF 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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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로는 처음으로 미 해군 전략핵추진잠수함(SSBN) 켄터키에 승선했다. 사진=뉴시스 |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10월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원자력추진잠수함이 북한 SLBM 대응에 적절하냐’고 묻자 “핵추진잠수함은 장기간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며 대응에 적합한 수단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해군본부에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해군은 핵잠수함에서 대한 의견 표출을 자제하는 모양새다. 지난 4월 30일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이 해군본부에 ▲해군의 핵추진잠수함 도입 추진 계획 ▲관련 사업 보고서 ▲도입 척수와 규모(t), 예산 분석 자료 ▲핵추진잠수함과 재래식추진잠수함 비교 자료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에 해군은 “원자력추진잠수함 도입은 안보 환경, 국제협약 등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적 결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관련) 사업 보고서는 없다”고 밝혔다. 또 “원자력추진잠수함 도입 관련 척수와 규모, 예산 분석 자료(도) 없다. 원자력추진잠수함은 군사적으로 유용한 전력임. 다만, 군사적 필요성 외 안보 환경, 국제협약 등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책적 결정이 선행되어야 할 사안임”이라고 답했다.
해군은 여러 차례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관련한 보고서를 작성해왔다. TF도 운용해 대응 논리를 개발했다. 2017년에는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에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필요한 ‘맞춤형’ 연구 용역까지 의뢰했다. 하지만 김상훈 의원실의 질의에 해군은 핵잠수함 도입에 관심 없는 듯 답했다.
해군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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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 잠수함연구소 소장. |
“북한의 SLBM과 전략핵잠수함(SSBN) 개발 위협에 대비하고, 독도 및 이어도 해양 분쟁 등 일본, 중국과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핵잠수함 도입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볼 수 있다.”
“북한 잠수함을 추적하려면 2~3배(최소 1.5배 이상) 빠른 속력을 내면서 지속 추적 능력을 보유한 핵잠수함이 필요하다. 북한의 잠수함 기지에서부터 (SLBM 탑재 잠수함을) 효과적으로 봉쇄하고, 실패할 경우 은밀하게 추적·격침하기 위해 장기간 작전이 가능한 수중 킬체인의 핵심인 핵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 한국이 일본과 중국을 상대로 똑같은 규모의 해군력을 갖추는 것은 국방재원을 고려 시 현실적으로 어렵다. 핵잠수함을 비대칭적 전략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핵잠수함의 절대적 장점은 작전 지속 능력과 속도”라면서도 핵잠수함 역시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핵추진잠수함은 척당 획득비용이 비싸고 획득 기간이 오래 소요됩니다. 일반적으로 재래식잠수함 대비 정숙도도 떨어지지요. 원자로 냉각을 위해 소음이 발생하고, 배출된 고온의 해수는 비음향 추적 체계와 열추적 어뢰에 표적이 됩니다. 큰 선체로 인해 수심이 얕은 곳에서의 작전도 제한됩니다. 핵 확산을 염려하는 국제사회를 설득하기 위해 상당한 정치적 노력이 필요한 점도 핵추진잠수함 보유를 희망하는 나라들의 핵추진잠수함 보유 의지를 꺾는 요인이 되지요. 수명이 다한 핵추진잠수함 원자로의 폐기도 큰 숙제 중 하나입니다.”
“해군, 논리 빈약해”
비(非)해군 출신 안보 전문가들은 “핵잠수함을 위한 해군의 논리가 빈약하다”고 비판한다. 정경운 전문연구위원은 “핵잠수함의 필요성을 검토하려면 군사적 조건·상황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현재 정전 체제 아래 북방한계선(NLL)이 실질적인 해양 경계선이다. NLL 이남 작전구역(AO)에서 작전한다는 것이다. 특수한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NLL을 월선할 수 있지만 정치적 결정 없이, 그것도 평시에 북한 잠수함 기지 앞에서 무작정 대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핵탄두를 실은 북한 핵잠수함을 탐지·추적하는 작전도 가능치 않다. 우리 잠수함은 1대가 대기하고 있는데 북한 잠수함은 3대가 동시에 나가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정 전문연구위원은 “유사시 북한 잠수함 기지 앞에서 매복을 해야만 한다면 북한의 정보·감시·정찰(ISR) 능력과 대잠(對潛) 능력으로 볼 때 우리 재래식잠수함의 단점인 스노클과 작전 지속 능력(2주가량)도 큰 단점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필요하면 재래식잠수함을 추가로 건조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잠수함은 원자력이냐, 재래식이냐와 관계없이 작전 지역의 크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탐지 능력과 수중 공격 능력이 제한되기에 다른 대안 전력을 고려해야 한다”며 “대잠(對潛) 작전에는 잠수함보다 해상초계기, 대잠 헬기, 구축함 등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해군의 수중작전은 주로 한국작전구역(KTO)에서 이뤄진다. 동해·서해 일부, 남해(이어도 남방 부근)에서 활동하는데 KTO를 벗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동해와 달리 서해는 평균 수심이 낮아 핵추진잠수함을 운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 핵잠수함(4000t 이상)은 디젤잠수함(1200~3000t)보다 크기가 더 커 쉽게 발각될 수 있다.
핵잠 도입 원하면 미국과 역할 분담 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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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4일 미국 샌디에이고 조선소에 오커스(AUKUS) 참여 3개국 정상이 모였다. 사진=뉴시스/AP |
정경운 전문연구위원은 “전략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어 우리 해군이 KTO을 벗어나 남중국해나 서태평양에서도 활동해야 한다면 핵잠수함이 필요하다”면서도 “그 전에 한미 양국이 ‘한미동맹’보다 상위 개념인 미국의 국가 전략에 대한 이해와 이에 따른 새로운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이른바 ‘역할 분담’을 조정해야만 우리 해군이 대양으로 나갈 수 있다는 취지다.
오커스 동맹을 통해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잠수함을 건네는 배경에는 호주의 대중국 견제 참여라는 목적이 있다. 미국이 호주에 ‘중국 잠수함 감시 임무’를 분담토록 한 것이다. 호주가 연해(沿海) 작전용 잠수함이 필요했다면 위약금으로 5억5000만 유로(한화 약 8100억원)를 주고 프랑스제 재래식잠수함 계약을 파기하지 않아도 됐다.
이 역할 분담은 미일 간의 해군 운용에도 드러난다. 일본 관할 해역(465만㎢)은 우리(43.8만㎢)보다 10배 이상 넓다. 그럼에도 해상자위대의 잠수함 전력은 재래식 22척이 전부다(한국 20척 실전 배치, 1척 전력화). 전문가들은 “작전 환경을 놓고 보면 핵잠수함이 필요한 나라는 한국이 아닌 일본”이라고 말한다.
정경운 전문연구위원은 “일본은 관할 해역에서 재래식잠수함으로만 수중 작전을 한다. 이는 미일 간에 역할 분담이 명확히 설정돼 있기 때문”이라며 “일본은 핵잠수함을 도입할 필요나 명분이 없다. 다만 미국의 요구나 일본의 필요로 일본 해상자위대의 역할이 남중국해나 서태평양까지 확대되면 일본은 SSN을 보유하려고 할 것이고 미국은 이를 지원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세계적 잠수함 운용 추세는 핵추진잠수함은 외해 작전용(공격용)으로, 재래식잠수함은 연근해 작전용(방어용)으로 사용한다. 핵추진잠수함 보유국 6개국 중 미국, 영국, 프랑스는 자국 연안을 위협하는 해상세력이 없기에 핵추진잠수함만 있고 자국 연안 방어와 외해 작전이 동시에 필요한 중국, 러시아, 인도는 재래식잠수함과 핵추진잠수함을 병행하여 운용하고 있다”고 했다.
최 소장도 “호주의 핵잠수함 도입 사례는 한국에 적용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호주는 원래 철저한 비핵국가입니다. 원자력발전소도 없죠. 국제사회는 호주가 AUKUS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하더라도 비핵국가로서의 지위는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핵무장론자들이 나서 ‘미군 철수에 대비해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죠. 핵추진잠수함 도입론자들도 핵무장 전단계로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고 이후 핵무기를 탑재하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주장을 대하는 국제사회가 우리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지지할까요?”
최일 소장은 “우리나라 핵추진잠수함 도입론자들은 세계적인 잠수함 상식에서 벗어나 디젤잠수함의 단점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고 핵추진잠수함의 장점만을 부각한다. 마치 ‘핵추진잠수함은 KTX, 디젤잠수함은 완행열차’라는 식”이라며 “‘핵추진잠수함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을 하는데 저는 우리 해군이 필수 요소도 못 갖춘 해군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핵추진잠수함 도입은 전력(戰力) 낭비”라며 “재래식잠수함만으로도 충분하다. 핵잠수함은 멀리, 빨리 가는 데 필요한 무기체계”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재래식잠수함으로 하루면 북한 연근해에 도달해 작전할 수 있다. 미국은 원해(遠海) 작전을 위해, 한반도까지 오려면 2~3주일이 걸리기에 25노트 이상으로 달리는 핵잠수함이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우리 해군이 핵잠수함을 도입한다면 규모나 도입 척수는 어떻게 될까. 우리 해군은 통상 3교대로 함정을 운용한다. 같은 능력을 갖춘 배를 3척 단위로 생산해 3직제(▲작전 ▲정비 ▲훈련)로 유지한다.
핵잠, 도입한다면 최소 6척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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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최신 중형 잠수함인 도산 안창호함(3600t). 사진=한화오션 |
핵잠수함 도입 단가는 추정만 할 뿐이다. 재래식잠수함같이 ‘시장가’가 형성돼 있지 않다. 호주 국방부는 핵잠수함 사업을 두고 2055년까지 2450억 달러(한화 약 319조원)가 투자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잠수함뿐 아니라 부대시설, 조립 공장 설립 등 총비용을 추산한 금액이다. 한국에는 적용되기 어렵다.
미국의 주력 SSN인 버지니아급(7000t급)은 2024년 기준 척당 43억 달러(한화 약 5조8000억원)다. 한국이 미국을 제외한 국가로부터 핵잠수함을 도입한다면 프랑스제 바라쿠다급(4000t급)을 도입할 수 있다. 바라쿠다급은 척당 약 20억 유로(한화 약 3조원)로 예상한다.
우리 해군이 운용하는 재래식잠수함인 도산안창호급(3600t)은 척당 1조원 수준이다. 도산안창호급 1척이면 손원일급(1800t) 3척을 도입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 국방부가 무기 도입 사업을 벌일 때 예산이 적게 들어가는 것처럼 도입 단가를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조 단위’ 사업이 일단 시작되면 중간에 멈추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무기를 실제 도입하면 최초 계획했던 예산(비용)에서 30~50%가 추가로 들어간다고 말한다. 여기에 무기체계가 수명을 다할 때까지 유지·보수하는 비용은 별도로 계산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해군이 국회 국방위원을 대상으로 경항모 사업을 한창 홍보할 때였다. 당시 해군에서는 항모 도입 예산을 2조6000억원이라고 알렸으나 이는 함재기와 호위함을 모두 뺀, ‘깡통 항모’ 그 자체의 가격이었다. 국회의원실 관계자가 항모전단 하나를 구성하는 데 총 얼마가 필요한지 묻자 해군 관계자는 ‘14조~16조원이 든다’고 했다. ‘너무 많이 든다’고 따졌더니 해군에선 ‘총을 살 때 총알은 따로 계산하지 않느냐’고 했다고 한다.
핵잠 한 척에 기회비용 10조원
일반적으로 무기 도입부터 수명 만료로 인한 도태(폐기)까지 드는 총 비용은 초기 도입 과정이 30%, 유지·보수가 70%를 차지한다. 핵잠수함을 1척당 3조원에 도입해 25년을 운용하면 총 10조원가량이 필요한 셈이다.
최일 소장은 “항모 도입과 핵잠 도입은 그 성격이 매우 다르다”며 “재래식잠수함에서 핵잠수함으로의 전환은 마치 내연기관 차를 타다가 전기차 시대를 맞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전기차를 들여오면 차만 있어선 안 되잖아요. 충전할 수 있는 설비, 배터리를 폐기 처리하는 시설 등 새로운 기반 시설이 필요해요. 자동차 세계에선 큰 변혁이죠. 핵잠수함도 마찬가지예요. 잠수함에 관한 틀, 패러다임이 바뀌는 거예요. 이런 고민 없이 ‘이미 재래식잠수함이 있으니 핵잠수함까지 가지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앞서고 있어요. 핵추진잠수함은 그냥 큰 잠수함이 아닙니다. 완전 새로운 시스템이 들어오는 것이에요. 그걸 마치 기존 구축함이 있는데 이지스함을 도입하는 것과 같이 생각했다간 큰 낭패를 볼 것입니다. 미국·영국·프랑스는 왜 핵추진잠수함만 가지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정경운 전문연구위원은 육·해·공군이 ‘합동성’보다는 자군 이기주의를 앞세우는 바람에 한국군의 전력 증강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각군 몫으로 배정된 전력증강비(방위력개선비)를 합동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자군(自軍)의 숙원 사업에 투자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중복 투자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지만 ‘타군의 예산은 시비를 가리지 않는다’는 암묵적 합의에 따라 상호 비판이나 견제가 없다. 합참은 합동성 강화를 위해 이를 바로잡아야 하지만 합참으로 파견을 나온 각군의 장교들은 진급 때문에 각군의 입장만 대변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는 재래식잠수함을 폐기하고 왜 핵추진잠수함만을 운용할까.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의 설명이다.
“이들 나라가 경제적인 디젤잠수함을 병행하지 않는 이유는 잠수함 건조 산업 인프라의 효용성 때문입니다. 건조 난도가 높은 핵잠수함 건조국이 재래식잠수함을 쉽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입니다. 세계 최다 핵추진잠수함 보유국인 미국이 디젤잠수함 몇 척을 쉽게 만들어 캐나다나 호주, 대만 같은 우방국에 왜 주지 못하는 걸까요. 그만큼 잠수함 건조 산업 인프라는 한 번 형성되면 바꾸기가 힘들기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최일 소장은 자신이 핵추진잠수함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일에는 완급이 있습니다. 현시점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정상의 디젤잠수함 전비 능력을 구축하고 디젤잠수함 수출 시장을 선점하는 데 주력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핵추진잠수함 건조 기술력과 외교력을 축적한 뒤 기회가 왔을 때 바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
1982년 포클랜드섬을 두고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전쟁을 벌였다. 일부에서는 이 포클랜드 전쟁을 두고 핵잠수함의 우월성을 입증하고 재래식잠수함의 약점이 드러난 사례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일 소장은 “영국의 핵추진잠수함인 컨커러함이 큰 전과를 올려 영국이 승리하는 데 기여한 것이 사실이지만 전쟁사가들은 아르헨티나 재래식잠수함인 ‘산루이스’의 활약도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산루이스는 고장 난 상태에서도 40일 이상 수중에서 영국군을 괴롭혔다. 영국은 순양함 1척, 구축함 11척, 핵잠수함 5척, 디젤잠수함 1척, 대잠헬기 25대를 동원했지만 끝내 산루이스를 탐지 못 했다. 디젤잠수함 한 척을 잡기 위해 헬기는 2253차례 출격해야 했고 9번의 오인 공격, 폭뢰200발이 소모됐다.
최일 소장은 “포클랜드 전쟁이야말로 디젤잠수함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 사례”라며 “핵잠수함의 전과를 부각시키느라 사실까지 왜곡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핵잠수함 도입 논의가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올바른 정책 결정을 위해선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해야 함에도 핵잠수함과 관련된 왜곡된 정보가 사실인 양 대중에 전파돼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 해군의 잠수함 실력
핵잠수함 도입을 희망하는 해군 수뇌부와 잠수함병과 출신 예비역들은 핵추진잠수함이 재래식잠수함보다 우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해군은 재래식잠수함이 핵추진잠수함을 능가할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왔다.
우리 해군은 1997년부터 2023년까지 다국적군(3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연합 훈련에 총 21회 참가했다. 짝수 해에는 하와이 일대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국제 해군 훈련인 ‘환태평양 훈련(RIMPAC)’에도 참가해 잠수함 실력을 입증했다. 미 해군의 잠수함은 모두 원자력추진잠수함이다. 아래는 해군본부의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1998년 이종무함(1200t급), 미국 잠수함 2척, 칠레·일본·호주 각 1척 참가. 수상함 47척 가상 격침, 참가국 중 유일하게 미국 원자력잠수함 카메히메아함(8300t) 가상 격침. ▲2000년 박위함(1200t), 미국 3척, 호주·일본 각 1척 참가. 잠수함 최장기 항해 기록(1만5500NM). 훈련 기간 중 미 항모 8척 포함 총 11여 척 격침. 유일한 최후의 생존 잠수함. 훈련사령관에게 “Small but Best” 칭호받아. ▲2002년 나대용함(1200t), 미국 3척, 호주·일본 각 1척 참가. 총 10척, 10만 톤의 함정 가상 격침. ▲2004년 장보고함(1200t), 미국 3척, 호주·일본·칠레 각 1척 참가 미 핵잠수함 방어 뚫고 미 항모 존 스테니스 포함, 이지스함 등 수상함 14척 총 43회(140만t) 가상 격침. 한 번도 탐지되지 않아 훈련 지휘관에게 “퍼펙트 장보고” 찬사받아. ▲2006년 정운함(1200t), 미국·호주·일본 각 1척 참가. 항공모함 가상 격침 3회 및 다수 수상함 공격. ▲2012년 나대용함(1200t), 미국 3척, 호주·캐나다 각 1척 참가. 잠수함 수회 가상 격침. ▲2014년 이순신함(1200t), 미국 3척, 호주·캐나다 각 1척 참가. 수상함 20여 회 가상 격침, 잠수함 수회 가상 격침. ▲2016년 이억기함(1200t), 미국 3척, 캐나다 1척 참가. 수상함 20여 회 가상 격침, 잠수함 수회 가상 격침. ▲2018년 박위함(1200t), 미국 3척, 호주 1척 참가. 수상함 12회 가상 격침, 잠수함 수회 가상 격침. 피격 없이 생존. ▲2022년 신돌석함(1800t), 미국 2척, 호주 1척 참가. 수상함 50여 회 가상 격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