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특집] 孔柄淏의 경제 레이더<br>자본주의의 위기, 가진 者들이 사회적 책임 다해야 : 월간조선

자본주의는 욕망으로 굴러가는 체제다. 미국發(발) 금융위기를 보면서 인간이란 자신의 私益(사익) 앞에서 自制(자제)나 自律(자율)을 기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존재인가를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할 필요가 없다면, 한 걸음 나아가 이익은 자신이 누리고 他人(타인)에게 그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면, 양식이나 절제 그리고 자율이란 일시에 無用之物(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금융기술의 진보에 따라 등장하는 ‘證券化(증권화)’는 주택 대출을 행하는 은행이 과거처럼 대출에 따른 리스크에 민감해야 할 필요를 크게 낮추어 버린다. 어느 정도 수수료를 제하고 주택 대출을 남에게 비싸게 팔아넘기는 일이 당연하게 행해지면서 은행의 자율규제는 제어할 수 없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터지기 이전인 지난해, <서브프라임>이란 책을 펴낸 일본의 펀드매니저 하루야마 쇼카(春山昇華)는 미국에 만연됐던 금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이렇게 질타했다.

“주택대출을 증권화하여 팔아서 얻은 자금을 또 다른 사람에게 주택 대출자금으로 빌려준다. 그래도 부도날 염려는 없다. 증권화하여 다시 팔면 되기 때문이다. 마치 ‘쌀 한 톨로 몇 번이고 밥을 지어먹을 수 있는 것과 같다!’는 사고방식이 主流(주류)가 되어갔다. 그러니 견제도 대충하게 되었다. ‘대출은 금방 팔아버리면 되니 빌려주는 상대를 꼼꼼히 조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태도를 취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은행이 대출을 끝까지 보유하지 않게 된 결과 마침내 대출 비즈니스에서 성립해 있었던 견제와 균형의 기능이 사라진 것이다.”

망해가는 회사에서 자신이 내린 최종 의사결정에 대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할 최고경영자들이 보인 행태들도 볼 만했다. 자신의 판단 착오로 인해 회사가 망하거나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됐지만 천문학적인 보수와 보너스를 챙겨 유유히 사라지는 경영자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미국 2위의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는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관련해서 역사상 최악의 성과인 94억 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CEO인 존 맥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고 年俸(연봉) 42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504억원 이상을 받고 나갔다.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최대의 보험사인 AIG의 경영자 마틴 설리번은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로 회사에 130억 달러의 손실을 끼치고 지난해 6월에 해고됐지만, 47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570억원 이상의 퇴직금을 받았다. 신용경색으로 200억 달러의 손실을 본 미국 최대의 부동산 모기지업체 컨트리와이드는 지난 1월 매각됐지만 이 회사의 CEO인 안젤로 모질로는 3750만 달러, 우리 돈으로 450억원이 넘는 돈을 받고 그만두었다.

미국은 ‘자본주의 宗主國(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나라다. 그 어떤 나라보다 ‘가진 자’의 責務(책무)가 강조되고 자선이나 기부 활동이 활발한 나라다. 하지만 이런 나라에서조차 ‘탐욕’은 양식·양심·자제·절제·규율 등과 같은 도덕적 의무감을 일거에 無力化(무력화)시켰다. 7000억 달러라는 엄청난 公的(공적)자금의 투입이 상·하원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왜 납세자들이 그들의 부실을 떠안아야 하는가?”라는 비난이 쏟아져 나온 것도 당연했다. 이번 금융위기를 수습해가는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련 규제,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그리고 금융기관의 CEO 報酬(보수) 상한선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필자는 ‘인간의 탐욕을 규제하는 역할은 누가 맡아야 하는가?’, ‘그동안 방만한 통화 공급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 ‘금융제도가 월 스트리트라는 이익집단에 의해서 지나치게 捕獲(포획)되지는 않았는가?’등과 같은 의문을 갖게 된다.

라이시, “기업이 룰을 정해서는 안 된다”

로버트 라이시.

클린턴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특정 이익집단에 의한 정책의 포획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하는 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1970년대 이후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을 위한 정치 후원금이 급격히 늘어났으며, 유입되는 돈의 규모가 커지면서 후보자들은 돈을 제공하는 집단의 이익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그래도 과거에는 다양한 이익집단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근래에 올수록 그 비중은 기업의 정치활동위원회(PAC), 기업의 중역들, 그리고 중역들과 그들의 업계 협회들에서 나오는 자금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반면에 非(비)기업 집단에 의한 정치자금이나 로비는 라이스 교수에 의하면 ‘새 발의 피’라고 할 정도로 기업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2005년에 제공된 막대한 로비자금은 대부분 기업이 제공한 것이었다. 1위가 全美(전미)상공회의소이고, 노동조합(AFL-CIO)은 74위였다. 환경보호, 아동복지, 그리고 인권 등을 옹호하는 대부분의 公益(공익)집단들은 순위에 들지 못하였다.

라이시 교수는 “이대로 두게 되면 미국의 정책들은 지나치게 기업의 이익을 옹호하는 쪽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고, 이를 국민들이 자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철저한 민주당원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더라도, 이번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룰을 만들 때 그의 주장은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적절한 경계선을 분명히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경제의 게임과 그 룰을 만드는 방식을 구분해서 양쪽이 서로를 침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업은 시민이 아니다. 기업은 계약들의 묶음이다. 기업의 목표는 경제의 게임을 가능한 한 치열하게 수행하는 데 있다. 시민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업들이 룰을 정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수퍼자본주의가 민주주의로 흘러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 유일한 代案(대안)이다. 앞으로 보게 되듯이, 그 밖의 모든 것은 소란스럽고 머리 돌아가는 일이다.”(로버트 라이시, <수퍼자본주의>).

이번 사태가 끝난 다음에도 금융기관 CEO들의 임금에 대한 일정한 上限線(상한선)을 만드는 일, 특히 경영자의 책임을 묻는 제도를 만드는 일은 대단히 복잡하고 자칫 잘못하면 또 다른 불필요한 규제를 낳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까지 해 왔던 것처럼 기업들의 계약 자유의 원칙에 맡겨두는 것이 올바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 유지를 위한 예방적 조치 필요

필자 역시 여기에 대해서 강하게 ‘이렇다’ 혹은 ‘저렇다’는 주장은 펼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다만 ‘경영자의 양식에 맡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懷疑的(회의적)이다. 경영자는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물들로 이사회를 채울 것이고, 이사회나 이사회 산하의 경영자 보수결정위원회 같은 조직도 경영자의 의중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저런 명분을 붙여서 자신의 임금이나 보너스를 올릴 수 있는 수준까지 올려 받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어떠했는가? 금년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法的(법적) 장치가 아니었지만, 너무 높은 보수를 받는데 사회적인 압력과 같은 여러 가지 요소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간부들의 연봉이 너무 높을 경우, 공개적인 조사를 받게 되고 국회 청문회나 심지어 대통령도 중재에 나섰다. 레이건 집권 이후 이런 조치들은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규제완화가 대세를 이루는 시대에 경영자의 임금에 일정한 상한선을 두자는 주장은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면 자본주의 체제를 튼튼하게 만들어 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체제를 수정·보완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자본주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자본주의 체제의 역사는 문제점이 노정될 때마다 이를 수선하는 일련의 과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탐욕에 대해 대중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그 체제에 대해 회의감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일종의 예방적인 조치 차원에서 자율이나 양식에 의존할 수 없는 것으로 판명된 분야에 대해서는 탐욕에 일정한 한계를 정하는 제도의 도입을 고려하는 것이 옳다. 개인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고 생활수준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이 체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체제가 가진, 그리고 가질 수 있는 약점을 섬세하게 파악하고 이를 고쳐나가는 예방적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유주의자들이 먼저 소외계층 배려해야

폴 크루그먼.

자본주의의 문제점으로 흔히 지적되는 것이 소득의 불공평한 분배다. 세계화의 波高(파고)가 거세지기 이전과 이후 사이에는 소득의 불공평한 분배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의 가능성에서 큰 차이가 있다. 지구촌 어디를 가더라도 소득의 불공평한 정도는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물론 나라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세계화와 비례해서 소득의 불공평 정도가 확대되는 추세를 피할 수 없다.

앞으로도 그 추세는 더욱 더 간격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불평등이 어느 수준을 넘어설 때 사회를 묶어주는 결속력은 크게 약해지고, 貧者(빈자) 그룹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은 과격한 행동에 나서게 된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미래를 말한다>에서 “1960년대 미국인 대부분은 정부가 ‘모두의 이익을 위해’ 국정을 운영한다고 믿었지만, 이제 대부분은 ‘소수의 거대 이익집단을 위해’ 국정을 운영한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선택의 자유, 작은 정부, 자유기업주의, 법의 지배, 자기 책임, 민영화 등과 같은 원칙이나 정책에 우호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도, 어떻게 하면 소득의 불공평이 확대되는 것을 완화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최상의 방법은 ‘지속적인 성장’이다. 성장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고, 高(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들이 더해져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貧者나 소외 그룹에 속한 사람들로 하여금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들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들은 대부분 차별적인 立法(입법)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논쟁의 여지가 많다. 일정한 소득수준 이하의 사람들을 위한 차별적인 지원책이 마련된다면 과연 우리 사회에서 이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이런 점에서 합의를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누구나 명문대학교를 진학하고 싶어한다.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기회의 균등이 보장되지만, 결과적으로 특정 지역 출신이나 부모의 소득에 의해 자녀 교육이 영향을 받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 사회가 적은 비용으로 경쟁의 대열에서 뒤처진 사람들을 배려할 수 있는 방법은 쿼터제와 같은 입학제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정원 外(외)’라는 단서가 붙으면 기존의 입시준비를 행하는 사람들의 피해를 줄이면서 얼마든지 이러한 제도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家計(가계)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덜 내게 하는 제도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날로 소득 불평등 현상이 심해지는 추세를 고려하면,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이러한 주장들은 자유주의적 개혁을 주장하거나 동조하는 사람들이 먼저 제시해야 한다.

가진 자들의 不法에 엄격해야

이와 함께 규제완화는 사회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규제완화라는 분위기에 편승해서 특정 이해집단에게 지나친 이익을 주는 조치들이 시행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일반 국민들이 “이 정책은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이다”라는 불만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 규제완화가 그런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는 경우에는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서 오해를 불식시켜 나가야 한다. 소통 不在(부재)는 불필요한 사회적인 분노를 낳을 수 있다.

또 하나, 정치 세력들은 ‘공정성’확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막대한 富(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저지른 不法行爲(불법행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게 구는 것은 보통 사람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권력이나 富(부), 사회적 영향력을 누리는 사람들의 불법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엄격하게 처리하는 것이 우리 체제를 튼실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근래 새로운 현상 가운데 하나는 인터넷을 통해 조직적으로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불안감이 조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인터넷 악성 댓글이나 허위정보 유포에 대해 엄격하게 대처하는 것은 인터넷을 통해 불필요한 갈등과 불만이 생겨나는 것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의 위험관리’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다.

원칙적으로 우리 사회는 계속해서 자유주의적 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등 시대변화에 맞는 융통성 있는 대처가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신분 이동의 사닥다리’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이는 자유주의라는 원칙을 접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지켜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