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자 부담의 원칙」,「자기책임의 원칙」,「선택의 자유 원칙」,「법의 지배의 원칙」,「작은 정부의 원칙」등을「실용」의 이름으로 포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孔柄淏
1960년 경남 통영 출생. 고려大 경제학과 졸업. 美 라이스대학원 경제학 박사. 자유기업원 원장,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저서 「10년법칙」, 「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 「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 「10년 후 한국」, 「10년 후 세계」 등 70여 권.
孔柄淏
1960년 경남 통영 출생. 고려大 경제학과 졸업. 美 라이스대학원 경제학 박사. 자유기업원 원장,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저서 「10년법칙」, 「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 「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 「10년 후 한국」, 「10년 후 세계」 등 70여 권.
기업경영과 국가경영의 차이
- 李明博 대통령.
『그래 잘 할 수 있을 거야』
李明博(이명박) 대통령과 그 행정부를 두고 요즘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새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형성을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고 갔지만, 그래도 대다수 사람들은 이번 李明博 정부가 성공해야 하고 성공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 왜냐하면 대통령과 그 행정부의 成敗(성패)는 곧바로 대한민국의 成敗를 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對外變數(대외변수)는 녹록지 않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餘震(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高油價(고유가)와 高原資材價(고원자재가)의 파도는 상당 기간 한국 경제를 괴롭힐 전망이다. 어려운 대외변수는 運(운)이라 생각하고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지만, 우선은 통제 가능한 내부 문제부터 착실히 원칙대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李明博 정부가 등장하고 나서 나오는 정책들을 볼 때마다 예상과는 다른 부분들이 자주 드러나고 있다.
일례로 오는 5월부터 시행되는 전국의 국립박물관과 미술관의 無料(무료) 관람을 들 수 있다. 이는 李明博 대통령의 공약에 따른 것이다. 「무료 관람처럼 지엽적인 문제를 거론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의문을 가지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정책들이 이른바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계속해서 量産(양산)된다면 이번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실용」이란 자칫 잘못하면 「이런 경우는 이렇게, 저런 경우는 저렇게」라는 便宜(편의)에 따른 결정을 합리화하는 말이 될 수 있다.
李明博 대통령은 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기업의 세계는 원리원칙 보다는 상황에 맞추어서 일이 되는 쪽이나 이익이 되는 쪽으로 일을 추진하게 마련이다. 때문에 기업가들의 세계에서는 원리원칙을 따지는 사람들은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
국가경영과 기업경영은 엄연히 다르다. 국가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이익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곳이다.
국가 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익을 위해서 가능한 한 다른 사람에게 비용을 轉嫁(전가)하려고 한다. 이런 성향을 나무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사람이란 본래 혜택은 자신이 누리고, 비용은 匿名(익명)의 多數(다수)에게 전가하는 일에 대해서 대부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세계에서는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가 뚜렷 하다. 거래 상대방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는 세금을 거두어서 다수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기 때문에 혜택을 받는 사람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자신의 요구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가의 정책이란 축구공처럼 이리 저리 움직일 수 있다. 때로는 목소리가 강한 집단이 정책을 이용해서 익명의 다수를 약탈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공짜 점심」은 결국 국민 부담
「실용」이 가진 맹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특정 집단에 대해서 약간의 이익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면 또한 그런 집단에 조금의 이익을 줄 수 있다.
국가의 재정지출이 증가하고 정부의 규모가 증가하는 것은 원래부터 그렇게 큰 규모의 증가가 이루어지리라 예상하지 못한 일에서부터 비롯된다. 작지만 원칙을 훼손하면서 조금씩 이익을 특정 집단에 나누어 주는 조치들이 하나둘 더해져서 놀라운 재정지출 증가로 연결되는 것이다. 좋은 의도에서 누군가에게 혜택을 주려는 소박한 생각에서 「거대 정부」는 출발한다. 그래서 늘 善意(선의)로 출발한 정부 정책 가운데서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 경우가 일어나게 된다.
국립박물관 무료관람 정책은 『프랑스가 무료관람제를 실시하고 있고, 중국이 곧 실시하기 때문에 우리도 무료관람제를 실시해도 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말이 무료관람이지 그 비용은 결국 국가재정에서 나가게 마련이다. 즉, 박물관을 관람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이 낸 세금으로 그 비용이 충당된다는 얘기다. 누군가가 財貨(재화)나 用役(용역)을 공짜로 사용한 다음, 그 비용을 다른 사람들이 부담하게 하는 것은 시장경제원리에 반한다. 우리 사회에서 지난 10년 동안 유행해 왔던 각종 「공짜 점심」을 없애는 것이야말로 이번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시장경제원리 중 기본에 해당하는 「受益者(수익자) 부담의 원칙」이 우리 사회에 굳건히 자리를 잡게 해야 한다. 개개인이 누리는 혜택에 대해서는 비용을 각자 지불해야 한다.
근래에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복지 관련 예산 역시 이런 원칙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물론 신체장애자나 기초생활보호 대상자, 그리고 老齡者(노령자) 중에는 국가의 구호가 필수적인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예외로 하더라도, 그밖에 특정 집단을 위한 施惠性(시혜성) 조치들은 빠른 시간 안에 거두어들여야 한다.
누더기로 변한 정부조직 개편
『박물관 무료관람 정책에 따른 비용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비용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면, 이는 李明博 정부의 『「거대 정부」로부터 「작은 정부」로』와 같은 주장은 구호에 그치는 것임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런 징후는 야당과의 거래 속에서 누더기처럼 변해 버린 정부조직 개편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각 부처의 이름을 바꾸고 부처 몇 개를 손보는 정도로는 「작은 정부」가 가능하지 않다. 李明博 정부의 첫 작품인 정부조직 개편은 「수술」이 필요한 부문에 대해서 「화장」하는 정도로 만족하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지난 10년간 正常(정상)을 이탈한 것, 거꾸로 간 것, 사라진 것, 불필요한 것을 정상적이고, 올바르고, 제대로 된 것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새 정부의 시대적 요구다.
그런 작업을 수행하기 이전에 새 정부는 먼저 스스로 正常을 이탈하는 일을 행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새 정부가 원칙을 훼손하는 일을 벌여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런 의지가 있는 정부라면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고 해서 「박물관 공짜 관람」 같은 일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인수委의 「신용불량자 채무탕감」
대통령직인수委에서 나왔던 신용불량자의 채무탕감 방안은 「공짜 점심」을 조장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박물관 무료관람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어떤 정책이든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공짜 관람으로 당장 혜택을 보는 사람들의 환심은 「보이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전국 私立(사립) 박물관·미술관들은 운영 유지비의 대부분을 관람료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립 박물관의 공짜 관람이 실시되면 당연히 사설 미술관들은 관람객 격감과 관람료 폐지라는 압박에 직면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 전개된다면 국회위원이나 관련 부처의 공무원들이 나서서 사립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만들자고 나설지 모른다. 이런 식으로 소리 소문 없이 정부 개입범위와 규모는 확대되고 납세자의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오래 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글을 썼던 클로드 바스티아는 그의 名著(명저) 「法(법)」에서 사이비 학자와 정책 입안자들이 범하는 실수를 이렇게 꼬집은 적이 있다. 아래의 인용문에서 경제학자는 대통령이거나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일 수 있다.
<경제 활동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은 그것이 하나의 행동이든, 제도이든, 법이든 간에 한 가지 효과에만 그치지 않고 일련의 연속된 효과들을 만들어 낸다.
여러 가지 효과 중에서 당장 나타나는 효과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것들은 눈에 잘 띈다. 반면 시간을 두고 서서히 나타나는 효과들은 많은데, 그런 효과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우리가 그런 간접적인 효과들을 미리 내다볼 수 있다면 무척 다행이다.
사이비 경제학자와 진정한 경제학자들의 차이는 오직 한 가지다. 사이비 경제학자들은 오직 눈에 쉽게 띄는 효과들에만 집착한다. 반면 진정한 경제학자들은 보이는 효과뿐만 아니라 시간을 두고 나타나는 간접적인 효과까지 내다볼 수 있다.
하잘것없어 보이는 차이지만, 그로 인한 결과의 차이는 엄청나다. 눈에 당장 보이는 효과가 좋아 보일 경우 그로 인한 장기적이고 간접적인 효과들은 십중팔구 비참한 결과를 가져다 주기 십상이다.
그래서 사이비 경제학자들은 당장 눈에 띄는 하잘것없는 이득에 집착한 나머지, 두고두고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 반면 진정한 경제학자들은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더 큰 이득을 추구한다>
중요한 것은 원칙 준수
李明博 정부가 출범해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새 정부가 첫 단추를 꿰는 것을 보면서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의 세계에는 임기응변과 유연성, 순발력이 도움이 되고, 그것이야말로 생존과 번영에 필요한 덕목일 수 있다. 그러나 복잡한 이해관계자들의 충돌이 일어나는 국가경영에서는 「믿음」이나 「이념」을 제쳐 두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다.
새 정부와의 蜜月(밀월)기간이 끝나면, 다양한 이해집단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다. 그들은 단체행동을 불사하면서, 정부와 거래를 요구할 것이다.
이때 「이번에는 양보하고 다음에…」 라는 생각으로 문제에 대처하면서 「실용」이라는 말로 이를 합리화한다면, 향후 5년간 새 정부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은 올바르고 굳센 믿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믿음」이나 「이념」은 정책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 李明博 행정부는 總論(총론) 수준에서 자유시장경제원리를 주장하는 것을 넘어서, 各論(각론) 차원에서 자유시장경제원리를 실천에 옮기면서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특히 「수익자 부담의 원칙」, 「자기책임의 원칙」, 「선택의 자유 원칙」, 「법의 지배의 원칙」, 「작은 정부의 원칙」 등을 「실용」의 이름으로 포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
李明博(이명박) 대통령과 그 행정부를 두고 요즘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새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형성을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고 갔지만, 그래도 대다수 사람들은 이번 李明博 정부가 성공해야 하고 성공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 왜냐하면 대통령과 그 행정부의 成敗(성패)는 곧바로 대한민국의 成敗를 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對外變數(대외변수)는 녹록지 않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餘震(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高油價(고유가)와 高原資材價(고원자재가)의 파도는 상당 기간 한국 경제를 괴롭힐 전망이다. 어려운 대외변수는 運(운)이라 생각하고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지만, 우선은 통제 가능한 내부 문제부터 착실히 원칙대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李明博 정부가 등장하고 나서 나오는 정책들을 볼 때마다 예상과는 다른 부분들이 자주 드러나고 있다.
일례로 오는 5월부터 시행되는 전국의 국립박물관과 미술관의 無料(무료) 관람을 들 수 있다. 이는 李明博 대통령의 공약에 따른 것이다. 「무료 관람처럼 지엽적인 문제를 거론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의문을 가지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정책들이 이른바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계속해서 量産(양산)된다면 이번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실용」이란 자칫 잘못하면 「이런 경우는 이렇게, 저런 경우는 저렇게」라는 便宜(편의)에 따른 결정을 합리화하는 말이 될 수 있다.
李明博 대통령은 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기업의 세계는 원리원칙 보다는 상황에 맞추어서 일이 되는 쪽이나 이익이 되는 쪽으로 일을 추진하게 마련이다. 때문에 기업가들의 세계에서는 원리원칙을 따지는 사람들은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
국가경영과 기업경영은 엄연히 다르다. 국가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이익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곳이다.
국가 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익을 위해서 가능한 한 다른 사람에게 비용을 轉嫁(전가)하려고 한다. 이런 성향을 나무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사람이란 본래 혜택은 자신이 누리고, 비용은 匿名(익명)의 多數(다수)에게 전가하는 일에 대해서 대부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세계에서는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가 뚜렷 하다. 거래 상대방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는 세금을 거두어서 다수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기 때문에 혜택을 받는 사람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자신의 요구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가의 정책이란 축구공처럼 이리 저리 움직일 수 있다. 때로는 목소리가 강한 집단이 정책을 이용해서 익명의 다수를 약탈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공짜 점심」은 결국 국민 부담
「실용」이 가진 맹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특정 집단에 대해서 약간의 이익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면 또한 그런 집단에 조금의 이익을 줄 수 있다.
국가의 재정지출이 증가하고 정부의 규모가 증가하는 것은 원래부터 그렇게 큰 규모의 증가가 이루어지리라 예상하지 못한 일에서부터 비롯된다. 작지만 원칙을 훼손하면서 조금씩 이익을 특정 집단에 나누어 주는 조치들이 하나둘 더해져서 놀라운 재정지출 증가로 연결되는 것이다. 좋은 의도에서 누군가에게 혜택을 주려는 소박한 생각에서 「거대 정부」는 출발한다. 그래서 늘 善意(선의)로 출발한 정부 정책 가운데서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 경우가 일어나게 된다.
국립박물관 무료관람 정책은 『프랑스가 무료관람제를 실시하고 있고, 중국이 곧 실시하기 때문에 우리도 무료관람제를 실시해도 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말이 무료관람이지 그 비용은 결국 국가재정에서 나가게 마련이다. 즉, 박물관을 관람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이 낸 세금으로 그 비용이 충당된다는 얘기다. 누군가가 財貨(재화)나 用役(용역)을 공짜로 사용한 다음, 그 비용을 다른 사람들이 부담하게 하는 것은 시장경제원리에 반한다. 우리 사회에서 지난 10년 동안 유행해 왔던 각종 「공짜 점심」을 없애는 것이야말로 이번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시장경제원리 중 기본에 해당하는 「受益者(수익자) 부담의 원칙」이 우리 사회에 굳건히 자리를 잡게 해야 한다. 개개인이 누리는 혜택에 대해서는 비용을 각자 지불해야 한다.
근래에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복지 관련 예산 역시 이런 원칙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물론 신체장애자나 기초생활보호 대상자, 그리고 老齡者(노령자) 중에는 국가의 구호가 필수적인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예외로 하더라도, 그밖에 특정 집단을 위한 施惠性(시혜성) 조치들은 빠른 시간 안에 거두어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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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개관 첫날인 2005년 10월28일, 개관기념으로 무료입장을 실시하자 관람객들이 줄을 섰다. |
누더기로 변한 정부조직 개편
『박물관 무료관람 정책에 따른 비용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비용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면, 이는 李明博 정부의 『「거대 정부」로부터 「작은 정부」로』와 같은 주장은 구호에 그치는 것임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런 징후는 야당과의 거래 속에서 누더기처럼 변해 버린 정부조직 개편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각 부처의 이름을 바꾸고 부처 몇 개를 손보는 정도로는 「작은 정부」가 가능하지 않다. 李明博 정부의 첫 작품인 정부조직 개편은 「수술」이 필요한 부문에 대해서 「화장」하는 정도로 만족하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지난 10년간 正常(정상)을 이탈한 것, 거꾸로 간 것, 사라진 것, 불필요한 것을 정상적이고, 올바르고, 제대로 된 것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새 정부의 시대적 요구다.
그런 작업을 수행하기 이전에 새 정부는 먼저 스스로 正常을 이탈하는 일을 행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새 정부가 원칙을 훼손하는 일을 벌여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런 의지가 있는 정부라면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고 해서 「박물관 공짜 관람」 같은 일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인수委의 「신용불량자 채무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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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드 바스티아. |
어떤 정책이든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공짜 관람으로 당장 혜택을 보는 사람들의 환심은 「보이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전국 私立(사립) 박물관·미술관들은 운영 유지비의 대부분을 관람료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립 박물관의 공짜 관람이 실시되면 당연히 사설 미술관들은 관람객 격감과 관람료 폐지라는 압박에 직면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 전개된다면 국회위원이나 관련 부처의 공무원들이 나서서 사립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만들자고 나설지 모른다. 이런 식으로 소리 소문 없이 정부 개입범위와 규모는 확대되고 납세자의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오래 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글을 썼던 클로드 바스티아는 그의 名著(명저) 「法(법)」에서 사이비 학자와 정책 입안자들이 범하는 실수를 이렇게 꼬집은 적이 있다. 아래의 인용문에서 경제학자는 대통령이거나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일 수 있다.
<경제 활동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은 그것이 하나의 행동이든, 제도이든, 법이든 간에 한 가지 효과에만 그치지 않고 일련의 연속된 효과들을 만들어 낸다.
여러 가지 효과 중에서 당장 나타나는 효과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것들은 눈에 잘 띈다. 반면 시간을 두고 서서히 나타나는 효과들은 많은데, 그런 효과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우리가 그런 간접적인 효과들을 미리 내다볼 수 있다면 무척 다행이다.
사이비 경제학자와 진정한 경제학자들의 차이는 오직 한 가지다. 사이비 경제학자들은 오직 눈에 쉽게 띄는 효과들에만 집착한다. 반면 진정한 경제학자들은 보이는 효과뿐만 아니라 시간을 두고 나타나는 간접적인 효과까지 내다볼 수 있다.
하잘것없어 보이는 차이지만, 그로 인한 결과의 차이는 엄청나다. 눈에 당장 보이는 효과가 좋아 보일 경우 그로 인한 장기적이고 간접적인 효과들은 십중팔구 비참한 결과를 가져다 주기 십상이다.
그래서 사이비 경제학자들은 당장 눈에 띄는 하잘것없는 이득에 집착한 나머지, 두고두고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 반면 진정한 경제학자들은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더 큰 이득을 추구한다>
중요한 것은 원칙 준수
李明博 정부가 출범해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새 정부가 첫 단추를 꿰는 것을 보면서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의 세계에는 임기응변과 유연성, 순발력이 도움이 되고, 그것이야말로 생존과 번영에 필요한 덕목일 수 있다. 그러나 복잡한 이해관계자들의 충돌이 일어나는 국가경영에서는 「믿음」이나 「이념」을 제쳐 두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다.
새 정부와의 蜜月(밀월)기간이 끝나면, 다양한 이해집단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다. 그들은 단체행동을 불사하면서, 정부와 거래를 요구할 것이다.
이때 「이번에는 양보하고 다음에…」 라는 생각으로 문제에 대처하면서 「실용」이라는 말로 이를 합리화한다면, 향후 5년간 새 정부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은 올바르고 굳센 믿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믿음」이나 「이념」은 정책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 李明博 행정부는 總論(총론) 수준에서 자유시장경제원리를 주장하는 것을 넘어서, 各論(각론) 차원에서 자유시장경제원리를 실천에 옮기면서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특히 「수익자 부담의 원칙」, 「자기책임의 원칙」, 「선택의 자유 원칙」, 「법의 지배의 원칙」, 「작은 정부의 원칙」 등을 「실용」의 이름으로 포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