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夏準 교수의「나쁜 사마리아인들」비판 : 월간조선

생각이나 사상 그리고 신념이 행동을 낳는다. 그러므로 생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글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최근 서점가에는 張夏準(장하준) 케임브리지大 경제학과 교수의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출간된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독자들과 편집자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았다.

우연히 이 책을 읽으면서 「풍부한 사례, 방대한 자료, 정교한 논리, 화려한 문체, 그리고 작가의 현 위치 때문에 대다수 독자들은 이 책에 실린 주장이 가진 오류를 눈치 채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작년 연말 한 기업의 고위 임원에게서 연하장을 받았다. 그는 이 연하장에서 지난해 인상 깊게 읽었던 책 두 권 가운데 하나가 張夏準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꼽았다. 이를 보고 「누군가 그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에는 연구소에서 일하는 몇몇 知人(지인)들에게 『체계적으로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분석하는 연구를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떤가』라고 조언했다.

연초 朝鮮日報(조선일보)에 張夏準 교수의 「진짜 실용주의 대통령이 되려면…」이라는 칼럼이 실렸다. 그중에는 『「작은 정부論」은 고정관념』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앞으로 출범할 이명박 당선자 팀은 작은 정부를 추구한다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실용주의자라면 정부의 크기를 문제 삼아선 안 된다.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중요한 것은 정부가 무슨 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추진하느냐 하는 것이지, 그 크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 작은 정부가 좋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필요하다면 정부 부처를 늘릴 수도 있고 공무원 수를 늘리며 보수도 올릴 수 있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이 칼럼에서 張교수는 개방과 韓美FTA에 대해 유보적인 생각을 밝혔다.

<진정한 실용주의라면,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자유무역이 좋다고 이야기해도, 그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수준이 비슷한 나라끼리 자유무역을 하면, 시장이 확대되고 서로 경쟁을 통해 자극이 되어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서로 득을 볼 확률이 높다.

그러나 우리보다 생산성이 3배가량 높은 미국이나 유럽의 先進國들과 자유무역을 하면, 시장의 확대와 경쟁의 자극을 통해 생산성이 향상되기 전에 우리 기업들이 도태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得(득)보다는 失(실)이 더 클 것이다>

「시장에 대항하라」는 외침

張夏準 교수의「나쁜 사마리아인들」.

張교수는 『新자유주의 정책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세상이 더욱 황폐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기존의 主流(주류)경제학의 이론과는 완전히 다르다.

張교수는 『현재 유행하고 있는 「작은 정부論」이나 자유무역, 그리고 민영화와 같은 新자유주의 정책이 계속 실시된다면 30년이 지난 시점에는 대부분의 中·後進國은 비극적인 상황, 즉 自國(자국) 산업의 몰락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가 代案(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市場(시장)에 대항하라」는 것이다. 이는 『시장의 문을 닫고 各國(각국)은 더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관료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가 내리는 결론은 『新자유주의는 경제 발전을 어렵게 만들고 생산성이 높은 새로운 능력의 획득을 까다롭게 한다』는 것이다. 시장에 대항해서 궐기를 촉구하는 그의 주장을 들어 보자.

<자유시장은 이미 잘 하고 있는 것에 충실할 것을 지시한다. 이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가난한 나라들에 현재 하고 있는 생산성이 낮은 활동을 계속하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런 생산성 낮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나라들이 가난한 원인이다.

만일 가난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면 이 나라들은 시장에 대항하여 더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보다 어려운 일을 해야 한다. …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은 나라들도 마찬가지로 시장에 대항하여 보다 어렵고 좀더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부문에 진입해야 한다>

물론 벌어들인 것을 전부 소비해 버리기보다는 저축을 하고, 이를 통해서 투자를 해야 한다. 미래를 위해 개인이든 국가든 준비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張교수와 필자는 같은 생각이다. 그러나 그러한 준비를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점에 이르면 張교수의 생각과 필자의 의견에는 좁힐 수 없는 간격이 있다.

예를 들어, 張교수는 미국인들은 19세기에 자유무역을 실시하지 않았고, 한국 정부는 1960년대에 세계은행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철소를 건설했고, 도요타는 30년 넘게 정부로부터 보조금과 보호를 받아 왔기 때문에 오늘의 자리에 서게 되었다고 말한다.

張교수는 『先進國 사람들, 즉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자유무역이나 「작은 정부」라는 주장을 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先進國들이 특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문호를 걸어 잠근 상태에서 특정 산업을 일으켜 세웠던 것처럼 오늘날 後進國들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오늘날 일부 先進國을 제외한 나라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自國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각종 차별적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만든 상품을 누가 사 주어야 하는가?

당연히 그것은 先進國이 사 주어야 한다. 張교수의 주장은 自國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문을 잠그고, 그렇게 해서 생산된 제품을 내다 팔 때에는 상대방의 문이 열린 상태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先進國들이 일방적인 시혜를 베풀어야 한다」는 얘기다. 張교수는 이것이 先進國의 도덕적 의무라고 주장한다.

정부 개입

요컨대 張교수는 『자유무역과 같은 新자유주의 정책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는 『자신들은 新자유주의 정책과 반대되는 정책으로 오늘날과 같이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後進國에 대해서는 新자유주의 정책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先進國들은 마땅히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張교수는 『자유무역을 하게 되면 가난한 나라들은 당장 자신보다 한 수 위인 외국 생산업체들과 경쟁해야 한다. 결국 가난한 나라의 회사들은 새로운 능력을 제대로 익히기 전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교육산업을 보자. 「한국의 교육산업은 문을 걸어 잠근 상태에서 거의 50년을 해왔는데 어떻게 해서 오늘날과 같은 상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독립한 신생국가들 가운데 국가계획에 의해 경제발전을 도모했던 나라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특정 산업에서 1~2개의 「내셔널 챔피언」과 같은 기업을 육성하려 했던 유럽 여러 나라들의 산업정책들도 대부분 실패했다.

국가의 개입에 의한 산업발전 정책은 東아시아 몇몇 국가들을 제외하면 오히려 실패 사례가 많다. 결국 張교수의 주장은 오랫동안 유행해 왔던 유치산업보호論(론)을 리바이벌하는 셈이다.

張교수의 논리는 크게 두 가지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는 「어떤 산업을 해야 할지, 그리고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할지에 대해서 정부의 관료들이 충분히 잘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1970년대 한국의 경우를 성공 사례로 든다. 필자의 생각에 한국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관료들의 개입으로 성공한 나라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네 마리 龍(용)」 정도다. 게다가 한국의 경우, 관료들의 개입이 있었지만 동시에 對外(대외)개방정책과 맞물리고, 그 내용은 기업들이 주도하는 형식을 취했다. 외관은 「관료 주도」였지만 실상은 「기업인 주도」의 성장 정책이었다.

경제개발 단계에서 관료들의 역할에 관해서는 이미 사회주의를 둘러싼 지식 논쟁의 과정에서 충분히 검증됐다. 관료들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상을 정확히 안다면 「작은 정부論」을 도그마나 「新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소산이라고 폄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공허한 「開明된 利己主義」에 대한 호소

張교수의 글에서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부분은 「開明(개명)된 利己主義(이기주의)」에 대한 호소이다.

<약한 나라에 유리하도록 「경기장을 기울게 만드는 것」이 공정하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 약한 나라들이 自國의 생산자들에 대해 보호와 보조금 정책을 보다 강력하게 실시하고, 외국인 투자에 대해 보다 엄격하게 규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들 국가가 선진적인 나라들로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借用(차용)」할 수 있도록 知的所有權(지적소유권) 보호를 완화하는 것도 허용되어야 한다.

또 부자 나라들은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가난한 나라들에게 기술을 이전해 줌으로써 이들을 도울 수 있는데, 이는 가난한 나라의 경제 성장을 돕기도 하지만, 지구 온난화 방지라는 각별한 필요에 좀더 부합된다는 추가적인 이득도 거둘 수 있다>

이 대목은 보통의 독자들에게 심정적인 동조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先進國들은 부자이기 때문에 스스로 희생정신을 발휘해서 自國 시장은 활짝 열어 제치고 그들이 後進國에 진출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참으라고 조언하고 있다. 마음이 훈훈하고 따뜻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다.

이상적이나 불가능한 주장들

성냥을 만들고 있는 인도의 10代 소녀들(사진 위)과 뉴델리 인근 혼다 공장으로 출근하는 인도 근로자들(사진 아래).

게다가 先進國들 역시 어느 나라든지 심각한 경제문제를 갖고 있다. 실업률의 해결이나 재정赤字(적자) 문제들은 해결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나라들로 하여금 「당신들이 성장할 때는 좋은 시절이었으니까, 後進國이 제자리를 잡을 때까지 희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설득력을 얻을 수 없고, 논리적으로 올바르지 않다.

거래란 결국 주고받는 관계이다. 주는 것이 있다면 당연히 받는 게 있어야 한다. 「先進國이 잘사니까 일방적으로 시장·기술·특허 등을 後進國에 제공해야 한다」는 논리는 실현 불가능할 뿐 아니라, 정의롭거나 올바른 주장이라고 할 수 없다. 학자들은 施惠(시혜)를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실은 실상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원래 인간의 본성은 利己心(이기심)에 훨씬 큰 무게 중심이 실리지 않는가.

개발연대에 우리나라는 불공정한 무역을 했다. 당시 상황은 先進國들이 일방적으로 시장을 제공하는 환경이었고, 우리나라는 문을 걸어 잠그고 보조금과 각종 지원책을 사용해서 운 좋게 여러 분야에서 自國 산업의 토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先進國들은 형편이 넉넉했다. 그리고 그들 자신이 불공정 무역의 대상이 되는 데 그다지 큰 의식이 없었다.

오늘날 先進國들은 공정한 무역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이미 제도적으로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하는 WTO나 자유무역협정 등이 이미 하나의 환경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한국은 당시 상황을 최대한 이용한 특별한 국가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이를 지금 일반화하거나 현실화하기는 어렵다.

張교수의 주장에는 실행되기 어려운 주장들이 많다. 예를 들어, 어떤 나라가 先進國이고, 어떤 나라가 後進國인지,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산업들은 어떤 산업인지를 규정하는 것은 어렵다.

자유무역이 後進國을 번영으로 이끈다

결국 자유무역을 통해서 시장의 규모를 전체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정책이 先進國이나 後進國에 모두 도움이 되는 정책이다.

張교수의 논리라면 중국이나 인도도 後進國이니까 나라의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자유무역을 통해서 최대의 혜택을 누리는 나라들이다. 돈과 공장 그리고 자본이 各國(각국)에서 몰려 들고 그 가운데 모방에서부터 시작된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만일 중국이나 인도가 自國의 오토바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일본 「혼다오토바이」가 自國에 진출하는 것을 막는다면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張교수의 논리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중국의 「하이난 신다로」社와 일본 혼다오토바이가 합작해 설립된 「신다로혼다」는 2007년 중국에서 117만 대의 오토바이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혼다의 인도 합작사인 「히어로혼다」는 2007년 398만 대의 오토바이를 파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자유무역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자유무역은 기술이전을 통해 後進國의 삶의 수준을 향상시킨다.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약진은 자유무역의 효과를 생생하게 보여 주는 사례이다.

張교수는 참으로 따뜻하게 낭만적으로 세상을 본다.

<가난한 나라들이 自國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허용하면 경기자들 간의 수준 격차가 좁아지게 되고, 그 결과 경기장을 기울어지게 만드는 것이 더 이상 불필요해지는 일이 보다 쉽게 앞당겨질 수 있다>

그것은 머릿속에서나 구축될 수 있는 낭만의 세계이다. 현실의 경제 주체들은 그가 개인이건 기업이건 나라건 간에 상대와의 격차를 확대하기 위해 치열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격차 확대를 향한 욕망과 행동이 표출되는 곳이 시장이다. 이를 통해 문명은 끊임없이 나아가게 된다.

물론 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한 지식인이 先進國의 도덕적 의무를 주장하는 데 대해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그의 주장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유무역에 대한 반감을 일으키고, 은연중에 경제적 민족의식을 고양시키고, 『「작은 정부」나 民營化(민영화)는 잘못된 이데올로그들의 주장』이라고 믿도록 만드는 것은 지식인의 제대로 된 책무가 아니라고 본다.

생각이 가난하면 삶이 가난해진다

張교수의 주장에는 개인이나 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곳에는 先進國과 後進國이란 도식이 대결구도로 등장한다. 그것이 분석의 틀로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 경제활동은 개인이나 기업이 한다. 先進國의 개인이나 기업이 後進國의 어떤 나라나 누구를 위해 어떤 양보를 해야 한다고 보는가.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主流경제학을 공부한 학자들에 의해「나쁜 사마리아인들」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작업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으로서 드물게 영어 서적을 통해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張夏準 교수의 활발한 활동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되어 온 主流경제학의 검증된 이론이나 주장을 「先進國의 이익을 위한 이론」이라고 폄하하는 부분이나, 그런 주장을 펼치는 지식인들을 「자기 생각 없이 先進國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사람들」이란 주장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무엇보다 필자는 張교수의 주장들이 끼치게 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한다. 이는 「생각이 가난하면 삶이 가난해 질 수밖에 없다」는 평소의 믿음 때문이다. 張교수의 뛰어난 머리와 해박한 지식이 한국 사회에 「가난한 생각」을 확산시키는 데 사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