孔柄淏가 바라보는 오늘의 한국경제 - 10·4 평양선언 : 월간조선

盧武鉉(노무현) 대통령과 金正日(김정일)이 「10·4 평양선언」에서 합의한 사항을 제대로 실천하려면, 국민들은 얼마나 부담을 져야 하는가.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10월5일 내놓은 「2007년 南北정상선언의 경제적 효과」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합의된 經協(경협)사업을 추진하는 비용을 10조원 정도로 추계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鄭亨根(정형근) 의원은 『산업은행, 토지공사, 통일부 보고서 등을 종합해서 추계액을 계산해 보면 최소 30조53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비용들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國債(국채) 발행이나 目的稅(목적세) 신설이 필요하다.

대통령이야 평양을 방문해서 악수하고, 밥 먹고, 사진 찍고 내려오면 그만이지만, 그 뒤치다꺼리는 고스란히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 해야 한다. 때문에 對北(대북)정책과 관련해서 그 타당성과 實益(실익)을 꼼꼼하게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그래야 정치인들이 턱없는 약속으로 선심을 쓰고 이에 따르는 비용을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떠안기는 잘못된 관행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월4일에 체결된 「南北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문」을 살펴보면 經協과 관련해서 납득할 수 없는 대목들이 대거 등장한다.

『南北은 내부문제에 간섭하지 않으며 南北관계를 통일 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각자 법률적·제도적 장치를 정비해 나간다』는 대목을 보자.

對北 지원과 經協의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목표는 북한 주민들의 삶의 質(질) 개선이다. 이는 「북한 주민」들과 「북한 당국」을 구분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북한 땅에 사는 보통 사람들의 삶의 質을 개선한다」는 목표가 배제된 어떤 종류의 국민 부담도 정당성을 상실하게 된다.

對北 지원이나 經協 그 어떤 것도 위의 합의 사항대로라면 실행해서는 안 된다. 무리를 해서 올라간 길이기 때문에 어떻게든지 합의문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盧대통령이 임기를 불과 몇 개월 남겨 둔 상황에서 차기 정부에 큰 부담을 지울 수 있는 이런 합의가 과연 타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개혁·개방 없는 對北지원은 무의미

이런 합의가 나온 배경에 대해서 盧武鉉 대통령은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개성공단에서 이렇게 말했다.

『개혁·개방은 북측이 알아서 할 일이고, 우리는 불편한 것만 해소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盧대통령의 말대로라면 굳이 평양까지 찾아가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갈 그런 합의를 할 필요가 있을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는가. 북한이 도움받기를 원한다면 그들 역시 상식과 진실에 입각해서 합당한 노력을 해야 한다. 세상살이는 부모-자식 관계를 제외하면, 서로 주고받는 관계가 정상적이다.

이를 북한 당국이 깨우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지난 10년간 金大中-盧武鉉 정부의 우둔한 對北정책 때문이다. 그런 정책을 도그마처럼 믿고, 지금 소리 높여 외치는 사람들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번 頂上회담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2000년에 비해 차가워진 것은 그 때문이다.

對北 지원이나 經協을 하면서 「북한의 개혁·개방」이라는 꼬리표를 달 생각이 없다면, 한정된 범위 내에서 인도적인 지원을 제외한 對北 지원과 經協은 再考(재고)되어야 한다.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집권세력은 대부분 과거에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민주화운동을 할 때, 국제 사회는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언제 어디서건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對北 지원과 經協은 「북한동포 개개인이 기아와 공포로부터 벗어나도록 돕는다」는 전제 조건下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 核(핵)의 완전 제거, 북한의 물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강도 높은 개혁·개방의 추진, 북한 주민들의 기본적 인권 보장, 국제사회의 기본적인 규범 준수 등을 전제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지금까지 추진해 온 「햇볕정책」의 전면 수정을 의미한다.

이 같은 새로운 對北정책을 朴世逸(박세일) 서울大 국제대학원 교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이며, 원칙을 확고히 지키는 개입정책」이라고 부른다.

『北이 변화를 수용할 때 줄 수 있는 「당근」(유인)을 더욱 크게 만들고, 변화를 거부할 때 가할 「채찍」(압박)의 강도를 훨씬 크게 만들어, 北의 변화를 일관성 있고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북녘 동포를 살리는 길이고, 참된 평화와 진정한 선진통일을 앞당기는 길이 된다』

「평양선언」은 남북한 정치권력자를 위한 것

유화정책에서 개입정책으로의 전환은 단순히 실용의 문제가 아니라, 훨씬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칙의 문제다. 서울에서 불과 몇 시간 거리에 같은 민족이 기아와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면 이는 우리 자신의 도덕적인 문제와 연결된다.

우리는 북한 당국에 당근과 채찍을 제공할 수 있는 물질적인 기반을 갖고 있다. 이를 실제로 행사할 수 있을지 여부는 결국 어떤 정치세력이 이 나라를 이끌어 가는지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번 南北정상회담은 다시 한 번 북한 동포의 고통과 공포를 연장하는 것을 추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연 이런 정상회담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나는 그것이 南北韓의 보통 사람들을 위한 회담이 아니라 南北韓의 정치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이익을 위한 회담이라고 생각한다.

초창기 사회주의자들은 「사회주의적 새 인간」을 소리 높여 외쳤지만, 그들이 만들어 낸 것은 「스스로를 개조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라 「依他心(의타심)으로 가득 찬 인간」이었다. 체제의 요구에 순응하는 인간이 되어야만 식량을 배급받고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인간은 철두철미하게 의타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의타심은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거지근성」이 된다. 아무리 도와줘도 고마워할 줄 모르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을 지극히 당연하게 여기는 마음자세가 「거지근성」이다. 북한 당국자들이 지금 이 같은 상태이다.

「거지근성」은 북한 공산주의체제의 산물이지만, 이를 조장한 것은 지난 10년간 「햇볕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진 對北정책이었다.

이번 회담에 수행한 우리 대기업 대표들에게 북측 인사들은 『통 크게 사업을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사업이란 이윤이 남아야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북측 인사들의 머릿속에는 「이윤」이란 개념이 없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북측이 시스템과 제도를 갖춰 주고, 「3通」(통신·통행·통관)에 대한 보장과 인프라스트럭처가 확충된다면 신규투자 분야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對北투자 계획이 없음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지난 10월3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열린「아리랑」공연 도중「우리민족끼리」카드섹션이 펼쳐지고 있다.

경제外的 논리에 의한 對北투자는 실패

10·4 평양선언 이후 일부 公기업이나 정부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대기업들은 對北투자 계획을 잇달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삼성의 경우에서 보듯,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왜냐하면 북한은 경제적 논리에 따라서 투자할 만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개성공단에 진출한 사업가들로부터 그들이 겪고 있는 고충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현재와 같이 경영자가 직원들을 직접 지시·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경영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고, 기업이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유시장경제의 정교한 작동 메커니즘은 제도적인 장치가 보장될 때 가능하다.

북한 당국이 이런 부분들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前向的(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다. 북한 당국자들이 「벼랑에 서 있다」는 절박감이 없다면 그들은 현재와 같은 방식을 고수할 것이다.

특히 유화정책을 고수하는 한국으로부터 손쉽게 얼마든지 더 많은 것을 협박을 통해 얻어 낼 수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굳이 힘든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야 할 이유는 없다. 지난 月刊朝鮮 10월호에 실린 한 기업인의 말을 보자.

『경제적인 프로젝트를 정치적으로 잘못 접근하면 그로 인한 피해는 모두에게 옵니다. 대우의 남포공단 투자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경제적인 것을 정치적으로 운영하면 결과가 처음 의도한 것과는 반대로 일어납니다.

「북한 주민을 돕자」, 「동포를 돕자」고 해서 한 프로젝트가 북한 주민에게 별다른 도움이 안 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경제外的인 논리로 접근한 對北투자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公기업이나 정치의 영향력하에 있는 기업들을 제외한 기업들이 對北투자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너진 북한경제, 「우리민족끼리」는 허구

기아상태에 있는 북한 어린이.

10·4 평양선언은 『南과 北은 6·15 공동선언을 고수하고 적극 구현해 나간다.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간다』고 천명하고 있다.

기세 좋게 「우리민족끼리」를 선언하고는 있지만, 어떤 美辭麗句(미사여구)를 사용하더라도 북한은 그 자체의 생산력만으로는 주민들을 먹여살릴 수 없는 체제다. 구걸과 협박을 통해서 바깥 세상으로부터 물자를 조달하지 않고서는 자체적으로 굴러갈 수 없다.

잇따른 水害(수해)나 대규모 기근은 북한이 「체제」라는 면에서 더 이상 스스로의 힘으로 지탱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음을 잘 보여 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민족끼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미 10·4 평양선언은 첫 항부터 정치적 修辭(수사)에 불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익명의 多數(다수)가 자유로운 교환과 私的(사적) 거래를 인정하고, 이에 따른 私的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한, 어떤 경제체제도 대규모 사회를 지탱하는 생산력을 제공할 수 없다.

통일에 대해 막연한 낭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 적극적으로 親北的(친북적) 언행을 일삼아 온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완전히 몰락해 버린 북한 체제를 보면서 조금이나마 깨닫는 것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통일의 대원칙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만 통일에 대한 올바른 합의와 지향점을 만들 수 있다.

對北정책을 더 이상 유화정책만을 至高至純(지고지순)한 것으로 믿고 고집해 온 사람들에게 맡겨둘 수는 없다. 이미 우리는 그에 대해 과도한 비용을 지불했다. 지금은 새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유화정책에 대대적인 손질을 가하고 적극적인 개입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그것만이 한민족 전체를 「야만의 길」이 아니라 「문명의 길」로 인도하는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