汎여권 大選후보 찾아나선 鄭大哲 열린당 상임고문 : 월간조선

열린당 鄭大哲(정대철·63) 상임고문은 두 차례 정권 탄생의 주역을 맡았다. 1997년 金大中(김대중) 대통령 당선 때에는 大選(대선)본부 부의장을 맡았고, 지난 大選 때는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盧武鉉(노무현) 후보의 선거운동을 총지휘했다.

그가 다시 사분오열된 汎여권을 추스르고, 후보단일화를 통해 한나라당과 맞서는 「킹 메이커」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鄭고문과의 인터뷰는 지난 5월11일 오후 서울 신당동 鄭고문의 아파트에서 이뤄졌다. 鄭고문은 2개월 전 만났을 때보다 건강해 보였다. 『大選 승리를 위해 즐기던 술과 담배를 끊었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鄭고문이 汎여권을 묶고, 단일후보를 세울 수 있는 유일한 「킹 메이커」라고 부르더군요.

『글쎄요. 저 이외에 「킹 메이커」가 없다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그저, 제가 이번 大選에서 촉매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鄭大哲 고문은 『정권 再창출을 위해 現 범여권 진영을 하나로 뭉쳐 통합신당을 발족시킨 뒤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통해 단일후보를 내세우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했다. 그는 『통합신당 발족이 어려워질 경우, 차선책으로 여러 명의 大選 후보들을 대상으로 「후보단일화」 작업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신당 발족을 비롯한 향후 정치일정을 어떻게 잡고 있습니까.

『우선, 늦어도 6월 말까지는 통합신당이 출범해야 합니다. 그 뒤 7∼8월 2개월 동안의 「오픈 프라이머리」 준비기간을 거쳐 9월에는 완전국민경선을 실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大選을 제대로 치를 수 없게 됩니다』

―통합신당의 참여범위에 盧武鉉 대통령을 비롯한 親盧(친노)세력들이 포함됩니까.

『물론입니다. 새롭게 출범하는 통합신당에는 열린당內親盧·反盧·非盧 세력은 물론, 민주당과 국민중심당, 중도개혁통합신당, 재야 등 모든 세력들을 포함합니다. 여기에다 CEO 등 전문가 그룹들도 포함해야 합니다. 전문가 그룹들은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집단입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범여권內 잠재적 大選후보들 대부분이 한나라당의 李明博(이명박)·朴槿惠(박근혜) 두 후보에 비하면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지금 당장은 그렇게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大통합신당을 만든 후 완전국민경선제를 통해 후보를 선출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저는 확신합니다. 이렇게만 되면, 大選에서 한나라당과 백중한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합신당은 「한나라당 대항세력」과 궤를 같이한다고 봐야 할 것 같군요.

『그렇습니다. 盧武鉉 대통령이 열린당을 脫黨(탈당)한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 盧정부와 운명을 같이하는 전통적 의미의 여당 개념은 소멸되었습니다.

따라서 열린당 사수파와 통합신당파, 기존 탈당파, 민생정치모임, 민주당 등 舊여권에서 분화돼 분열상태에 있는 5개 정파는 이번 大選에서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5개 정파는 「한나라당 대항세력」인 것입니다』

『親盧계 독자 후보 낼 경우, 막판 후보단일화한다』

―「親盧세력」들이 열린당을 사수하며 독자후보를 내세울 경우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지요.

『그에 맞게 대처를 해야지요. 親盧세력들이 열린당을 사수하거나, 또 다른 黨을 만들어 독자후보를 낼 경우 통합신당 후보와 親盧 후보 간의 후보단일화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親盧 독자후보가 국민적 지지를 받거나 괄목할 만한 지도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전제돼야 합니다』

―통합신당 출범 가능성을 몇 퍼센트로 보고 계십니까.

『저는 100%로 봅니다. 그 길만이 유일한 살길입니다. 汎여권 세력들은 그 길 이외에 선택할 수 있는 代案이 없고, 시기적으로도 벼랑 끝에 몰려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100% 통합신당 우산 아래 한나라당에 대항하는 모든 정파가 모일 것으로 확신합니다』

―지난 大選이 끝난 뒤 민주당을 깨고 만든 당이 열린당입니다. 통합신당을 만든다고 이번에는 열린당을 깨는 꼴인데, 열린당 창당주역으로서 심정이 착잡하였습니다.

『민주당 말기에 제가 黨대표였습니다. 당시 저는 끝까지 脫黨을 하지 않고 민주당을 지키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때 민주당의 일부 세력들이 우리가 脫黨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내몰다시피 했습니다. 일부 세력들은 우리와 추호의 타협도 하지 않으려고 했고, 나중에는 폭행사건까지 일어났습니다. 저는 눈물을 머금고 민주당을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鄭大哲 고문은 『한나라당이란 거대한 정치세력에 맞서기 위해서 이제는 과거의 아픈 기억들은 잊어버려야 한다. 현재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한나라당 대항세력들은 아집이나 기득권을 버리고 뭉쳐야 한다. 그 길만이 살길이다』고 강조했다.

―이번 大選도 지역주의적 투표행태가 그대로 재연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과거처럼 지역주의 경향이 심해 지역적 특성이 정치적으로 고착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입니다. 선거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汎여권 새 후보는 朴海春 우리은행장?

―汎여권의 후보군에 포함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孫鶴圭(손학규) 前 경기도지사, 鄭東泳(정동영)·金槿泰(김근태) 前 의장, 李海瓚(이해찬)·韓明淑(한명숙) 前 국무총리, 金爀珪(김혁규) 열린당 의원, 文國現(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을 꼽을 수 있겠죠.

그리고 충청도에서 또 한 명의 후보가 나올 수 있습니다. 현재 이분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 명의 충청권 후보는 朴海春(박해춘) 우리은행장을 뜻하는 것인지요.

『어떤 분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그분을 한 번 만났는데, 아주 좋은 「신부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汎여권 후보의 자질에 대해 어떤 기준을 가지고 계신지요.

『차기 대통령은 반드시 경제전문가일 필요는 없지만, 국가경제에 대한 기본 철학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의 희망은 이번 지도자는 「정규군」이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가정환경에서부터 교육·사회활동적인 면에 이르기까지 정상적으로 자라고 생활해 온 분이었으면 좋겠다는 뜻입니다. 그런 분이어야 국민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汎여권이 大選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충청권이나 영남권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얘기들이 많습니다. 이같은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저는 양쪽 모두 괜찮다고 봅니다. 충청권 후보를 내세워 한나라당의 경상도 출신 후보와 맞붙도록 해 「동부(영남권)와 서부(호남·충청권)」 간 전선을 형성토록 하는 것도 괜찮다고 봅니다.

반대로 汎여권에서 영남권 후보를 내세워 경상도 표도 얻고, 호남·충청권 표도 얻어낼 수 있는 발상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盧武鉉 대통령은 차기 大選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汎여권 후보로 영남권 출신을 내세워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합니다.

『제가 아는 盧武鉉 대통령은 정당한 절차를 통해 汎여권 단일후보가 나오면, 출신지역과는 상관없이 그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근 盧武鉉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습니까.

『지난 2월 이후로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분도 바쁘실 것이고, 저도 자주 외국에 나갔다 왔고 知人들 만나느라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이제는 그분이 불러 주지 않아도 제가 먼저 요청해 만나 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권 분열되면 절대 승리 못 한다』

―金大中前 대통령은 「先후보단일화, 後통합」을 주장했습니다. 이는 「통합신당을 창당한 뒤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통합신당 추진세력의 전략과 다른 것입니다.

『金大中 대통령의 뜻은, 반드시 후보를 먼저 단일화하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통합신당이 만들어진 뒤 후보가 나오면 최상이고, 그렇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각 정당이나 정파가 모여 후보라도 단일화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통합신당을 창당하지 못할 경우, 代案은 무엇입니까

『한나라당에 대항하는 각 정당이나 정파들이 모여 후보단일화를 이뤄 내야 합니다. 汎여권에서 복수의 후보가 나와서는 절대 안 됩니다. 1987년 선거를 통해 「4명이 나오면 반드시 우리가 이긴다」는 이른바 「4者 필승론」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여실히 느꼈을 것입니다. 「저쪽이 갈라진다고 해서 이쪽도 갈라지면 유리하다」는 식의 계산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민주당의 경우 원외지구당 위원장(現 당원협의회 회장)을 중심으로 차기 총선에서의 공천권 확보 등을 위해 통합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민주당內에는 金大中 대통령과 그 분을 추종하는 세력이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분들 역시 정권을 再창출하지 못하는 지역정당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정권 再창출을 통해 큰 정당으로 남을 것인지 고심하고 있을 겁니다』

―한나라당 후보로 朴槿惠前 대표가 선출될 경우, 汎여권에서 韓明淑前 국무총리를 내세우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있더군요.

『얼마 전 韓明淑前 국무총리를 만났는데, 본인 스스로 그와 비슷한 말을 하더군요. 「내가 후보를 강력하게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쪽(한나라당)에서 朴槿惠 대표가 나오면, 내가 대항하는 것도 괜찮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그럴듯한 얘기더라고요. 그런 바람을 가지는 것은 나쁠 것이 없기 때문에 고려해 볼 만한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대철 고문(왼쪽)과의 인터뷰 장면.

『鄭雲燦은 권력의지가 없어』

―鄭고문이 鄭雲燦(정운찬) 前 서울大 총장에 오랫동안 功을 들여왔다고 들었습니다. 鄭前 총장은 왜 포기를 했는지요.

『우리는 鄭雲燦 총장에게 「밥상까지 차려 주겠다」고 했습니다만, 그것을 수용하지 못했습니다. 大選 후보는 자신이 먼저 확고한 국가관과 권력을 향한 욕구가 있어야 합니다. 「신랑」을 모셔 오듯 大選 후보를 모셔올 수는 없습니다』

―盧武鉉 대통령의 낮은 국민적 지지도가 汎여권의 大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가.

『저는 그렇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盧泰愚(노태우)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가 金泳三 후보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金大中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 역시 盧武鉉 후보의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요. 이전 정권의 멍에가 차기 정권 탄생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통합신당을 지지하는 상당수 정치세력들이 鄭東泳·金槿泰前 의장의 합류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朴相千(박상천) 대표 역시 같은 뜻을 밝혔습니다. 통합신당이 출범해도 내부 분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런 상황은 오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또 다른 자살행위이니까요』

『오픈 프라이머리엔 두 명 정도 남을 것』

―孫鶴圭前 경기도지사가 독자적으로 정당을 만들려고 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자기 후원단체이지, 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는 모임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孫지사를 가끔 만나는데, 「후원모임」이라고 합디다.

孫지사는 「독자적으로 신당을 만들어 그 정당의 후보로 출마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얘기하더군요』

―한나라당 李明博·朴槿惠 두 후보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對敵(대적)할 후보를 찾기 어려울 텐데요.

『汎여권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실시하는 여론조사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汎여권 후보가 결정되는 순간, 한나라당 주자 또는 후보의 지지율은 떨어질 것입니다. 현재 한나라당 주자들의 지지율에는 거품이 많이 끼어 있습니다.

특히 汎여권 후보가 결정되면 한나라당 후보의 호남 및 충청지역 지지율은 크게 떨어질 것입니다. 호남지역 표만 깎아도 10∼15%는 떨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李明博 시장의 실질적 지지율은 30%, 朴槿惠 대표의 경우 17∼18%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鄭大哲 고문은 『무난하게 통합신당을 출범시키고, 오픈 프라이머리를 실시하게 되면 汎여권 후보의 지지율은 일순간에 30%는 넘어설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鄭東泳·金槿泰前 의장도 大選에 출마할 의지가 확고한가요.

『저는 그렇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오픈 프라이머리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지역별로 국민경선이 실시되면서 떨어져 나갈 후보들은 떨어져 나가고, 막판에는 결국 2명 정도만 남겠지요. 능력이 없는 사람은 경선 초반에 탈락을 할 것이고, 그 이후에도 단계적으로 떨어져 나갈 것입니다』

―지금 떠오른 汎여권 후보군 중에 누군가가 「오픈 프라이머리」를 거쳐 후보가 된다고 해도 곧바로 30% 정도의 국민적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 새로운 후보가 한두 명쯤 더 필요합니다. 「좋은 후보감」을 만나 보기도 했고요. 특히 충청도 출신 중에 좋은 후보가 있다고 해서 만나 봤더니 관상도 좋고, 여러 가지 좋은 조건을 갖추었더라고요. 현재 그분을 나름대로 검증과정을 통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통합신당은 「성장」 중요시 해야 한다』

청와대에서 盧武鉉 대통령과 독대하고 있는 鄭大哲 고문(왼쪽).

―통합신당의 정체성은 무엇입니까.

『기본적으로 한반도 평화유지, 개혁의 지속, 경제성장 등이 될 것입니다』

―한나라당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차이가 있지요. 우선, 남북문제만 해도 통합신당이 한나라당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입니다. 경제문제와 관련해서는 「분배」보다는 「성장」을 중요시할 것이고, 이념적으로도 그 중심축을 「오른쪽」(保守)으로 수정할 것입니다. 이렇게 해야지만 표가 나올 수 있습니다』

―鄭고문은 盧武鉉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지만, 정권 출범 후 받은 혜택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주위에서 그런 얘기를 하면 저는 이런 농담을 합니다.

「쌀 씻는 놈 따로 있고, 밥 짓는 놈 따로 있고, 밥상 차리는 놈 따로 있고, 밥 먹는 놈 따로 있다」고요.

저는 밥 먹기 전에 밥상 차려 놓는 역할을 한 것입니다. 제가 밥상을 괜찮게 차렸기 때문에 누군가가 그 밥을 다 먹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보람 있게 생각합니다』

―지난 大選 때 어떤 「메뉴」가 가장 맛있었다고 自評(자평)하시는지요.

『선거 막판에 鄭夢準(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꼽고 싶습니다. 당시 大選캠프內에서는 단일화에 대한 반대가 심했습니다.

당시 국회를 중심으로 큰길 양쪽으로 한나라당 黨舍(당사)와 민주당 당사가 마주 보고 있었습니다. 창문으로 한나라당 당사 쪽을 쳐다보면 검은 고급승용차가 줄을 지어 서있었는데, 민주당 당사 앞에는 고급승용차라곤 몇 대 없었습니다. 勢(세)에서 이미 우리가 밀리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후보단일화란 큰 승부수를 띄우지 않고는 大選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 그냥 밀어붙였죠』

盧武鉉, 『그렇죠, 잘하면 되죠』

2003년 4월17일 충북 청원군 문의면 청남대에서 김종필 자민련 총재(왼쪽)와 盧대통령, 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골프치기에 앞서 대화를 하고 있다.

―언제부터 「정치인 盧武鉉」을 대통령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까.

『사실 저는 盧武鉉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고 난 뒤에도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2002년 7월로 기억됩니다. 어느 날 새벽 6시쯤 갑자기 盧武鉉 후보가 저의 집으로 찾아왔더라구요. 현관문을 열고 보니, 盧후보 뒤편에 金元基(김원기) 前 국회의장이 서있었어요. 저는 盧후보가 저의 집으로 찾아오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鄭大哲 고문은 盧武鉉 후보가 자신의 집으로 찾아왔을 때, 거실에서 그날의 조간신문을 읽고 있었다고 했다. 조간신문에는 「李會昌 38%, 盧武鉉 13%」라는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가 큼지막하게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었다고 한다.

『盧武鉉 후보는 거실로 들어와서는 우물쭈물 말을 잘 하지 못하더라고요. 저는 감을 잡았죠. 이 새벽에 金元基 의장하고 저의 집에 왜 왔겠습니까. 盧후보도 그 조간신문 기사를 읽었다고 했습니다.

참으로 답답하더라고요. 제가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지 못하겠다고 하면, 「13% 對 38%」라는 여론조사 기사를 보고 발을 빼려고 한다고 생각할 것 아닙니까.

저는 수용하기로 마음을 먹고 盧후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 참 묘한 시간에 찾아왔다」』

그날 아침, 鄭大哲 고문과 盧武鉉 후보, 金元基前 국회의장은 鄭고문의 집을 나와 인근의 타워호텔로 갔다. 鄭고문은 아침을 먹으면서 盧武鉉 후보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한번 해봅시다. 잘되면 다행이고, 그렇지 못하면 건전한 야당이라도 만들어 잘 키워 봅시다. 그러나 우리가 된다고 생각하면 잘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盧武鉉 후보는 鄭大哲 고문의 이같은 말에 대해 『그렇죠, 잘하면 되죠』라고 답했다고 한다.

―「盧武鉉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선 것을 후회해 본 적은 없는지요.

『그런 것 없어요. 민주세력이 반드시 정권을 再창출해야 한다는 소명이 있었기 때문에 즐겁게 일했습니다.

盧武鉉 정부 출범 이후 제 마음에 들지 않는 정책이 있어, 안타까운 측면이 있습니다. 나머지 임기 9개월 동안 조금 더 국가통치에 전념해서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하고 좋은 역사적인 평가를 받게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퇴임 이후에도 정치를 하겠다」는 盧대통령 입장 이해한다』

鄭고문은 『「盧武鉉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계속 정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최근에서야 이해하게 됐다. 처음에는 「참으로 별난 분」이라는 생각만 했다. 盧대통령이 국가통치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원로들이 잘 보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盧武鉉 대통령은 왜 열린당을 창당했습니까.

『국민들이 그 과정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습니만, 열린당은 盧武鉉 대통령이 창당한 게 아닙니다. 親盧그룹들이 창당한 정당도 아닙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열린당은 千·辛·鄭(千正培·辛基南·鄭東泳)과 일부 386이 창당한 것입니다.

盧武鉉 대통령은 당초 열린당 창당에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제가 盧대통령에게 「왜 신당을 창당하려고 하느냐」고 했더니, 盧대통령도 「동감입니다」 하더군요. 盧武鉉 대통령은 저에게 「왜 신당을 만들어야 하느냐」고 수차례 반대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요즘 어떻게 보내십니까.

『汎여권 大통합과 大選후보를 찾느라 바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술과 담배도 끊었습니다. 건강이 뒷받침돼야 통합신당도 만들고, 좋은 후보도 모실 것 아닙니까. 짬짬이 신앙간증을 하고, 책도 펴내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번 大選에서 촉매제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번 大選 이후에 정치를 재개할 겁니까.

『이번 大選이 정치역정의 大尾(대미)를 장식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정권 再창출이 저에게 주어진 역할입니다.

金大中·盧武鉉 정권을 거치면서 우리는 과거 36년에 걸친 군사정권의 잘못된 정치·문화풍토를 바꾸어 왔습니다. 이번 한 번만은 더 「민주·평화·개혁세력」이 정권을 잡아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 다음에는 다른 쪽에 정권이 넘어가도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 정권이라는 것은 「왔다 갔다」 하는 것 아닙니까』

「이번 大選에서 汎여권이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하느냐」는 질문에 鄭大哲 고문은 이렇게 답했다.

『「한국정치는 한 달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통합과 승리, 어렵기는 하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사진 : 이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