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여의도연구원 내부에서 '구조적 모순' '정책 개발 능력 부족'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여의도연구원 노조는 26일, 성명을 통해 "여의도연구원 내 오랜 기간 누적된 구조적 모순이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여의도연구원 연구지원 행정부서 인원(5명)이 정책부서(4명)보다 많다. 꼬리가 몸통을 치는 꼴"이라고 했다. 이름은 '연구원'이지만, 실상은 '행정 인력'이 더 많은 '가분수' 또는 '기형적'인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여의도연구원 노조는 또 "정책실 인원 중 박사 학위 소지자는 1명"이라고 문제 제기를 하면서 

"싱크탱크라고 하기엔 정말 초라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연구원'은 연구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을 말한다. 싱크탱크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조사·분석·연구·개발을 하면서 국가 또는 사회, 기업에 정책이나 전략을 '조언'하는 역할을 하는 단체를 말한다. 

여의도연구원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여의도연구원의 실상은 집권여당에 정책 제시, 전략적 조언을 해 줄 역량을 전혀 갖추지 못한, '연구원' 또는 '싱크탱크' 자격이 없는, 허울 좋은 부속기구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된다. 

여의도연구원 노조는 이어서 "더욱 뜨악한 사실은 현재 여의도연구원 연구진 중 경제 전공자가 단 한명도 없다는 점"이라며 "당 안팎에서 여의도연구원 정책 기능 강화 논의가 나오는 것은 반갑기도 하지만, 내부 상황을 모르고 하는 어처구니 없는 얘기로 다가온다"고 했다.

이번 국민의힘 총선 참패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게 바로 미흡한 정책 공약이다. '이념'보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유권자 집단을 유인할 수 있는 국가 발전 비전, 경제 발전 담론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집권여당의 강점인 '집행권'을 앞세워 공략할 수 있는 대목이 많았는데도 전혀 그 같은 공약을 내세우지 못했다는 데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조(이재명·조국 ) 심판' '86 운동권 심판' 같은 구호까지는 고정 지지층의 호평을 이끌어낼 수 있었지만, 신규 지지층의 유입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이미 '문재명(문재인+이재명) 심판'이란 구호 아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2년 가까이 된 상황에서, '이재명 심판'이란 구호는 그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이재명'과 '조국', '운동권'을 심판하고, 청산한 뒤 '대한민국'을 어떻게 성장시키고, 발전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던 까닭에 2년 전 '새로운 대한민국'을 바라며 '윤석열 당선'을 만든 이들을 규합하지 못했다. 

여의도연구원 노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민의힘의 정책과 전략을 담당해야 할 여의도연구원이 실제로는 '빛 좋은 개살구'였기 때문에 정책 분야가 빈약했던 것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여의도연구원 노조는 또 여의도연구원이 구조적으로 중장기 정책과제가 아닌 현안 대응에만 몰두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여의도연구원 원장은 당 최고위원회의에 배석하는데, 당 대표의 숙제를 받아오거나 본인의 정치적 어필을 위해 당장 눈앞의 현실만 다루는 초단기 현안 과제에 집중한다"며 "싱크탱크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구조적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 패배에서 드러났듯 20·30세대, 40·50세대 등 세대별 집중 연구가 필요하다"며 "여의도연구원 정상화의 중요한 부분은 국가 중장기 과제 연구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