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8개월 만의 인터뷰] 權魯甲前 민주당 고문 : 월간조선

權魯甲(권노갑·77). 그의 이름은 독립명사가 아니라, 「金大中(김대중·DJ)」이란 이름 옆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金大中」과 「權魯甲」은 「異身同體(이신동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權魯甲前 민주당 고문은 2000년 초 現代그룹 鄭夢憲(정몽헌) 회장 측으로부터 200억원을 받은 혐의로 2003년 8월 구속돼 징역 5년과 추징금 150억원 刑(형)을 선고받았다. 權고문은 경기도 의정부교도소에서 복역해 오다 지난 2월10일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大選이 다가오면서 동교동 맏형인 權고문의 일거수일투족은 호남의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金大中前 대통령의 腹心(복심)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런데 權고문은 요즘 영어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3월5일 서울 강남에 있는 「이익훈어학원」의 동시통역사 준비과정(6개월 코스)에 등록했다.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강의를 받은 뒤 운동을 하거나 知人(지인)을 만난다.

『공부가 재미있다』

―뒤늦게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데, 재미있습니까.

『재미있어요. 젊은 수강생들과 어울려 공부하다 보니 나도 덩달아 젊어지는 것 같고, 아주 좋아요』

―일반 수강생들은 權고문을 뭐라 부릅니까.

『「고문님」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어르신」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처음에는 수강생들이 저와 눈도 잘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어요. 이름을 많이 들어본 정치인이 자신들과 함께 공부하는 게 부담스러웠나 봐요. 그러나 지금은 나를 보면 먼저 인사를 해요』

―정말 동시통역사가 될 생각입니까.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내가 그 속뜻을 알지. 내 실력에 무슨 통역사냐, 이거아니에요.

처음 어학원에 갔을 때 李益薰(이익훈) 원장과 영어로 면담을 했어요. 한참을 하다 보니까 이익훈 원장이 「됐습니다. 충분합니다」라며 등록을 받아 주더군요. 李원장의 말로는, 원래 6개월 과정이지만, 3개월만 하면 되겠다고 해서 요즘 아주 즐거워요』

權魯甲 고문은 교도소에 수감돼 있을 때 月刊朝鮮에 게재되는 「이익훈 원장의 영한대역」을 매달 정독했고, 이것이 인연이 돼 출감 후 이익훈어학원을 찾게 됐다고 한다.

權고문은 젊은 시절부터 영어와 인연이 많았다. 동국大 재학 2학년 때 6·25가 터졌고, 그해 10월 부산으로 내려갔다. 부산에서 우연히 목포商高 선배인 朴성국씨(金大中 대통령의 목포高 동기)를 만났다. 당시 朴씨는 부산에 주둔하고 있던 美 육군 제70수송대대에서 통역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權고문은 朴씨의 소개로 3년간 미군부대에서 통역관으로 일했다.

그 뒤 서울로 올라온 權고문은 서울 반도호텔에서 미국인이 운영하던 「미국무역」에 근무했다. 權고문은 장가 가라는 연로한 모친의 요청에 따라 전남 목포로 내려갔고, 이때 목포女高 영어교사로 공개채용되어 5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權고문은 『글로벌 시대에 적응하려면 최소한 영어는 기본이고, 중국어와 일어 정도는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權고문은 매일 밤 10∼12시경 영어회화 테이프를 듣는다고 한다.

『정치 얘기는 하지 마』

지난 4월10일 오전 7시30분.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權魯甲前 민주당 고문의 아파트를 찾았다. 그가 현대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되기 직전인 2003년 8월 權고문의 집을 찾았으니 3년 8개월 만이다. 權고문이 출옥 후 언론과 공식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權고문의 아파트 거실은 3년여 전에 비해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權고문은 무척 건강해 보였다. 팔십을 눈앞에 둔 權고문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피부가 팽팽했다.

현관 입구 조그만 방 탁자에 앉자 權고문 부인이 딸기와 멜론을 접시에 담아 내왔다. 權고문 앞에는 과일접시와 함께 별도의 그릇 하나가 놓였다. 『미숫가루에다 콩·현미 가루를 섞어 물에 탄 것』이라고 했다. 당뇨 때문에 지난 20여 년 동안 미숫가루로 아침을 대신해 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우리 정치 얘기는 하지 말자』라고 못을 박았다.

―大選과 관련해 호남지역과 金大中前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동교동의 움직임이 큰 관심사입니다.

『우리 대통령(金大中)은 차기 大選과 관련해 어떤 생각이나 방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물론, 앞으로의 정국상황에 따라 그분의 입장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현재로는 그렇습니다』

―평생 정치를 해온 金大中前 대통령이 올해 大選에 대해 어떠한 생각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얘기를 누가 믿겠습니까.

『아니, 내 말이 사실이라니까. 정말 우리 대통령은 어떠한 생각도 가지고 있지 않아요』

―金大中前 대통령은 최근 汎여권의 大選후보 문제에 대해, 「先후보 선정, 後통합」 방침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汎여권에 일종의 방향타를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언론을 통해 그같은 입장을 듣고는 있지만, 그분에게서 직접 어떠한 말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진의가 무엇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고요』

권노갑 前 고문이 서울 강남구 이익훈어학원에서 영어 동시통역사 준비과정 수강생들과 포즈를 취했다.

『한나라당의 집권은 어렵다』

―한나라당이 올해 大選에서 정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시는지요.

『나는 한나라당이 집권하기 어렵다고 봐요』

―올해 大選에서 汎여권이 정권을 再창출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까.

『汎여권이 다시 정권을 잡아 盧武鉉 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金大中 정권의 정책을 계승하는 것이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하다는 것이죠. 나는 꼭 그렇게 될 것으로 믿고 있어요』

―한나라당은 李明博(이명박)·朴槿惠(박근혜)라는 확실한 大選 후보가 있고, 여권은 확실한 후보가 없는 상황입니다.

『汎여권에 확실한 大選후보가 없다는 것은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에요. 그리고 李明博·朴槿惠씨의 지지율이 높은 것은 상대적으로 여권의 확실한 후보가 없기 때문이지, 이들에 대한 현재의 지지율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여권의 후보가 정해지면, 李明博·朴槿惠에게 쏠려 있는 여권성향의 표는 곧바로 되돌아옵니다』

『선거일 한 달 전까지 통합 이뤄진다』

권노갑 前 고문이 평소 정리해 온 영어 노트.

―汎여권의 후보 단일화가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가능하지. 汎여권이 현재 열린당과 열린당 탈당파, 민주당, 국민중심당으로 나뉘어 있지만, 일정한 시기가 오면 汎여권은 반드시 통합될 것으로 나는 확신합니다. 여기에서 「통합」이라는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내가 말하는 「통합」이라는 것은 각 정치집단 간 통합뿐만이 아닙니다. 먼저 후보를 단일화해 선거를 치르고, 그 뒤 그 후보를 중심으로 大통합을 이루는 방식 역시 「통합」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입니다』

―그 「통합」이 언제쯤 이뤄질 것으로 봅니까.

『지난번 선거에서 盧武鉉(노무현) 대통령과 鄭夢準(정몽준) 후보 간 단일화는 선거를 한 달 정도 남겨 놓은 시점에 이뤄졌습니다. 이번에도 후보 단일화 또는 汎여권 정치집단 간 통합이 선거(12월19일) 한 달 전까지는 반드시 이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난 大選 때 盧武鉉 후보가 당선된 것은 당시 金大中 대통령이 직·간접 지원을 했기 때문이라고 봐야죠.

『그같은 얘기들을 지금도 가끔 듣기는 합니다만,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그 양반(金大中)은 우리에게 누구를 지지하라, 말라는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大選 때 나는 李仁濟(이인제) 의원을 지원했습니다. 우리 대통령은 그때도 나에게 「李仁濟를 지지하지 말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지난 大選 경선과정에서 盧武鉉 후보는 광주 경선에서 승리함으로써 민주당 후보가 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광주 경선 과정에 金大中 대통령이나 동교동계가 盧후보를 지원했다」는 얘기들이 많습니다.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광주 경선 때, 당원들의 지지도는 李仁濟 후보가 盧武鉉 후보를 앞섰던 것은 틀림없었습니다. 그러나 盧후보는 광주지역 在野교수, 종교인, 문화인 등 국민경선에 참여한 주민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전체 투표에서 盧후보가 李仁濟 후보를 누를 수 있었던 것입니다』

權魯甲 고문은 『李仁濟 후보에게 계속 경선에 참여해 줄 것을 직·간접적으로 요청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지난 大選 때 盧후보 지원하려고 했다』

권노갑 前 고문이 1989년 로마교황청에서 요한 바오로 교황을 알현하고 있는 모습. 교황 옆은 金大中前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당시 盧武鉉 후보로부터 지원요청을 받지는 않았는지요.

『왜요, 받았죠. 당내 후보경선이 실시되기 이전이었는데, 盧후보가 만나자고 해 서울시내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습니다. 盧후보는 나에게 「李仁濟 후보만 돕지 말고 저도 좀 도와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왜 盧후보는 돕지 않고 李仁濟만 돕겠는가. 당내 경선이 실시되면 그때 도와줄 것이니 조금도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이 말을 들은 盧후보가 「언론에 발표해도 되겠느냐」고 해서, 내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權고문은 『盧武鉉 후보가 민주당 大選후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영남 후보를 통해 영·호남 간 지역갈등을 치유하자는 호남지역 유권자들의 바람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며 『盧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선거 직전에 鄭夢準 후보와 후보 단일화를 이뤄 냈기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權고문은 『이런 점에서 후보 단일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金民錫(김민석·鄭夢準 후보 측) 前 의원과 申溪輪(신계륜·盧武鉉 후보 측) 前 의원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權魯甲 고문과 마주 하면 항상 떠오르는 정치인이 있다. 鄭東泳(정동영) 前 열린당 의장이다. 鄭前 의장은 權고문이 정치권에 입문시켰다.

金大中 정부 시절인 2000년 말 당시 黨內「바른정치모임」을 이끌던 鄭東泳 최고위원은 청와대에서 金大中 대통령 주최로 열린 黨 간부초청 만찬자리에서 『權魯甲 최고위원에 대해 시중에서는 부통령이나, 제2의 金賢哲(金泳三前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등의 여론이 있다』며 權고문의 최고위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이로 인해 權고문은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났고, 그 이후 국회에 들어갈 자격을 갖지 못하고 있다.

―鄭東泳前 의장에 대한 섭섭한 감정이 지금도 남아 있겠습니다.

『아니야. 나는 다 잊었어. 과거 鄭東泳前 의원을 정치에 입문시켰던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갔어. 鄭東泳前 의원이 앞으로 큰 정치인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요』

權고문이 의정부교도소에 수감돼 있다가 병 치료를 위해 서울시내 병원에 입원하고 있을 때인 2005년 1월 鄭東泳前 의장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때 鄭前 의장은 權고문의 가족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자기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했고, 權고문도 사과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鄭東泳前 의장 잘되기 바란다』

『鄭前 의장이 나에 대해 터무니 없는 공격을 퍼부었을 때에는 정말 섭섭했고, 억울했고, 감정을 자제할 수 없었어. 그러나 이제는 다 잊었어.

나는 원래 과거에 당한 일들을 잘 잊어버리는 성격이에요. 유신 때 나를 고문했던 사람들도 그 이후에 만나 함께 차를 마시고 다 용서했어요』

차분하고 평온한 상태에서 진행되던 權魯甲 고문과의 인터뷰는 대화내용이 현대그룹 비자금사건으로 옮겨 가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權고문의 목소리는 한껏 높아졌고, 양팔도 심하게 흔들었다.

―그동안 검찰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일관되게 『현대그룹으로부터 단 한 푼의 돈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해 왔는데.

『진실은 하나입니다. 절대 둘이 될 수 없어요.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요. 반드시 權魯甲이의 진실이 밝혀질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金榮浣은 진실 밝혀야 한다』

권노갑 前 고문(왼쪽)과의 인터뷰 장면.

―『權고문에게 鄭夢憲 당시 현대그룹 회장의 돈 200억원을 전달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무기중개상 金榮浣(김영완)씨가 이 사건의 키를 쥐고 있습니다. 金씨는 검찰수사 착수 직전에 美國으로 출국한 뒤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金榮浣이는 외국에서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저에게 돈을 직접 전달했다고 주장한 사람입니다. 그 사람의 주장이 옳다면, 그 역시 범죄자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왜 지금까지 金榮浣이에 대해 범죄인 인도요청을 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까? 金榮浣이만 잡아오면 모든 사실이 명명백백 밝혀질 것입니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金榮浣이를 하루 빨리 잡아와 이 사건을 再수사해야 합니다』

―검찰이 돈을 받지도 않은 權고문을 억지로 구속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검찰이 왜 나에게 이런 일을 했는지 나는 모릅니다. 그러나 진실은 내가 현대그룹으로부터 단 한푼의 돈도 받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權魯甲 고문은 자신이 돈을 받지 않았다는 근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검찰은 내가 2000년 1월 金榮浣을 통해 鄭夢憲 회장으로부터 3000만 달러를 받았다는 혐의로 나를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검찰은 얼마 뒤 내가 다시 金榮浣을 통해 2000년 2월 현대그룹으로부터 200억원을 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정작 나를 처음 잡아갔던 3000만 달러 수수혐의에 대해서는 기소조차 하지 않고, 200억원 수수 부분에 대해서만 기소했습니다.

2000년 2월28일 당시 金潤圭(김윤규) 현대건설 사장이 저에게 돈 10억원을 가지고 온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런 代價 없이 그냥 쓰라」고 하더군요. 저는 金사장에게 「이 돈은 내가 쓸 것이 아니니 黨(민주당)에 갖다 주는 것이 좋겠다」고 했고, 실제 그 돈은 黨에 전달이 되었습니다. 黨에서도 정식 영수증을 발급해 주었구요.

그렇다면, 현대그룹은 나에게 2000년 1월에 3000만 달러(한화 약 300억원)를 주고, 한 달 뒤인 2월 200억원을 다시 주고, 그 며칠 뒤 또 10억원을 준 셈입니다.

내가 아무리 염치가 없는 놈이라도 그렇지, 어떻게 두 달 사이에 510억원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현대그룹도 돈이 아무리 많아도 그렇지, 權魯甲에게만 그렇게 많은 돈을 줄 수 있겠습니까』

『현대그룹 비자금 사건 再수사해야 한다』

―대법원에서 權고문에게 200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과 벌금 150억원을 선고했습니다. 대법원 재판결과도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생각을 한번 해보세요. 검찰은 저에 대해서는 200억원, 朴智元 실장에 대해서는 15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구속과정에서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것은 외국으로 도망간 金榮浣의 자술서와 李益治(이익치) 前 현대증권 회장의 진술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법원의 최종 판결결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金榮浣의 자술서에 대해서는 저와 朴智元 실장 재판부 모두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李益治씨의 진술에 대해서 朴智元 실장 재판부는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반면, 저의 재판부는 증거로 채택했습니다. 이게 도대체 말이나 됩니까. 대한민국의 형법은 權魯甲에게 적용되는 법 다르고, 朴智元에게 적용되는 법이 다릅니까?』

―추징금 150억원은 납부하셨는지요.

『돈을 받았어야지 그 돈으로 추징금을 내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닙니까. 검찰이 제 집의 소파, 냉장고, 텔레비전 등을 추징금 회수 명목으로 공매처분했습니다. 공매소식이 인터넷을 통해 국민에게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매물품을 보기 위해 우리 집을 방문했습니다. 權魯甲이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겠지요.

와서 보고는 다 그냥 돌아갔습니다. 공매에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 집사람이 460만원에 응찰해 낙찰받았습니다. 그랬더니 검찰은 집기가 저와 집사람 공동명의라며 공매금액의 반을 되돌려 주더군요』

權고문은 『의정부교도소 수감 중일 때 영치금 90만원 중 60만원을 검찰이 압수해 갔다』고 했다.

金大中 대통령을 운명처럼 만나, 한평생을 그의 버팀목으로 살아온 「영원한 동교동의 2인자」. 올 연말 치러질 大選 과정에서 그가 또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하다.●

사진 : 이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