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초 脫黨 선언한 廉東淵 열린당 의원 : 월간조선

廉東淵 의원은 최근 열린당 소속 국회의원 중 가장 먼저 탈당을 선언했다. 「盧武鉉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인 그가, 盧武鉉 대통령이 열린당과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汎여권 통합신당」 논의를 「지역주의로의 회귀」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탈당을 선언하고 나섰다.

기자는 지난 1월10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廉의원을 만났다.

―盧대통령의 개헌제의가 통합신당 추진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아닌가요.

『통합논의의 추진 동력을 다소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통합논의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탈당선언 이전에 이 문제를 놓고 盧武鉉 대통령과 상의를 한 적이 있습니까.

『盧대통령과 상의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통합신당의 모습에 대해서 제가 盧대통령께 말씀드린 적이 있고, 盧대통령께서 저의 의견에 동의해 주신 적은 있습니다』

『盧대통령과 통합신당 밑그림 협의했다』

―언제 盧대통령과 통합신당의 방향에 대해 논의를 했는지요.

『2006년 8월이었습니다. 청와대에서 盧대통령을 만났을 때, 향후 통합신당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정통적인 민주·평화세력과 미래세력이 대거 참여하는 통합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통합신당의 밑그림에 대해 盧대통령께 말씀드렸습니다. 盧대통령께서 전적으로 저의 생각에 동의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통합신당의 밑그림에 동의를 했으면서도 盧대통령은 왜 그 이후 열린당內 통합논의 자체를 「지역주의로의 회귀」라며 반대입장을 보인 것인지요.

『사실, 저도 그 부분이 상당히 곤혹스럽습니다』

廉의원은 『빠른 시일 내에 열린당을 탈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살신성인의 자세로 창당의 물꼬를 트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열린당內에서 통합신당 논의가 제기됐을 때 「뭔가 작품이 만들어지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창당논의가 흐지부지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향후 정치일정상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당내에서는 「당헌 개정 무효를 위한 가처분신청」이 제기됐고, 黨사수파·통합파·중도파로 나누어져 통합논의가 지지부진해졌습니다. 더 가관인 것은 여기에다 「鄭東泳계」니, 「金槿泰계」니 하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창당파 중에 「우선 黨을 수습한 뒤 통합논의를 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정치 도의상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주장들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먼저 黨을 수습한 뒤 통합논의를 하자는 얘기는, 결국 열린당이 중심이 돼 통합논의를 하겠다는 의도가 아닙니까. 지난 4년간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 오지 못해 국민들로부터 배척당한 열린당이 또다시 중심이 돼 통합논의를 해나간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열린당이 통합논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절대로 그렇게 돼서는 안 됩니다. 열린당은 지난 4년간의 失政(실정)에 책임을 지고 자신들의 모든 기득권을 버려야 합니다』

―그렇다면, 廉의원이 구상하고 있는 통합신당의 모습은 무엇입니까.

『열린당이나 민주당은 기득권을 완전히 버린 상태에서 개인의 자격으로 통합에 참여해야 합니다. 통합논의의 주체세력이 돼서는 안 됩니다.

시민단체 등 정치권 외부의 민주·평화세력과 미래세력들이 중심이 돼 통합을 추진하고, 기존 정치권은 이들의 구상에 개인자격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통합논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통합논의 과정에서 열린당이나 민주당, 高建前 국무총리 측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궁극적으로는 그렇겠지만, 최소한 모양을 그렇게 갖춰서는 안 됩니다. 국가 미래에 대한 그림을 자신 있게 그려갈 수 있는 세력들이 정치권 밖에서 통합논의의 동력이 돼주어야 합니다. 기존 정치세력들을 중심으로 통합신당 논의가 진행되면, 그 과정에서 싸움이 벌어지게 되고 결국 통합신당 창당이 성공할 수 없게 됩니다』

『열린당內 탈당파는 100여 명』

―廉의원의 주장은 기존 열린당內 통합파나 민주당 세력들의 주장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민주당 韓和甲(한화갑) 前 대표도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통합론을 주장했습니다. 韓前 대표의 이같은 통합론은 「우선 전당대회를 통해 黨을 먼저 정리한 뒤 대오를 따라서 통합을 추진하자」는, 열린당內 통합파의 주장과 똑같은 것입니다. 국민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무책임한 방식입니다.

열린당이나 민주당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아쉬운 얘기이지만, 한나라당과 대적할 만한 정당은 열린당밖에 없는데 이미 무너져 버린 것이죠. 그리고 열린당이나 민주당이 통합의 중심이 된다면 그 黨은 국민에게 「호남黨」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廉의원의 통합론을 지지하는 열린당內 의원들은 얼마나 됩니까.

『대략 100여 명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통합신당 세력들 사이에서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는 盧武鉉 대통령을 배척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경우, 어떤 입장을 취할 생각인지요.

『박빙의 선거를 앞두고 「수구꼴통」 세력이나 「공산당」만 아니면 무조건 힘을 합쳐야 합니다. 합리적 보수세력과 중도·평화·개혁세력이면 모두 받아들여야 합니다. 盧대통령을 끝까지 배척해야 한다는 주장은 제기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여권內에서 「차기 정권을 확보하기 위해 우선 高建前 총리 측 세력을 끌어들인 뒤 최종적으로 충청지역 출신인 鄭雲燦(정운찬) 前 서울大 총장을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일종의 프로세스 문제입니다만, 저는 그런 방식보다는 모든 세력들이 한꺼번에 모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廉東淵 의원은 「통합파들이 언제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아무래도 열린당 전당대회(2월14일)가 現 통합논의의 종점이 될 것이고, 그 이후 본격적인 행동에 들어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8~9월 汎여권 대통령 후보 선출』

―廉의원께서 생각하는 구체적 정치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大選시점에서 역산을 하면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최소한 大選 3∼4개월 이전인 8∼9월까지는 후보를 확정해야 합니다. 大選후보 선출을 위한 후보공모와 오픈프라이머리를 진행하기 위해 2개월 정도는 잡아야 합니다. 이같은 정치일정을 감안할 경우, 아무리 늦춰 잡아도 통합신당은 오는 3∼4월에 출범해야 합니다. 「열린당의 2월 전당대회 무용론」도 이런 정치일정을 감안해서 나온 것이고요』

―廉의원께서 추진하고 있는 통합신당은 결국 金大中·盧武鉉 정권을 계승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金大中의 「국민의 정부」나 盧武鉉의 「참여정부」가 추진해 온 국가운영 정책을 계승·발전시킬 수 있는 정치세력들이 뭉쳐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잡탕밥」이 되고 맙니다』

―통합신당이 金大中·盧武鉉 정권을 계승한다면, 신당 역시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정당일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자꾸 지역적으로만 보려고 하는 시각이 문제입니다. 영남지역 출신들 중에는 평화·민주·개혁 세력들이 없습니까? 분명히 있습니다. 지역을 초월해 이념이 맞는 사람들끼리 뭉쳐 신당을 만들자는 겁니다』

―廉의원께서 주창하고 있는 통합신당의 후보와 盧대통령 측근들이 얘기하는 「영남 후보론」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후보가 어느 지역 출신이냐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민주·평화·개혁 세력이 만들어 낸 신당은 출신 지역을 놓고 「어느 지역후보다」라는 말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2005년 3월13일 전남도당 대의원 대회에 참석한 열린당 당권주자들(위쪽 사진·오른쪽 끝이 염동연 의원). 그로부터 채 2년이 지나지 않은 지난 1월7일, 염동연 의원의 先導탈당선언이 나온 후 대책마련을 위해 모인 전·현직 열린당 지도부.

『열린당 정책 폭 너무 넓어 지지 상실』

―廉의원은 盧武鉉 정부와 열린당이 왜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생각하십니까.

『열린당과 정부, 청와대 모두 함께 책임을 져야지요. 특히 열린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데 실패한 것은 黨이 추진해 온 정책의 폭이 너무 넓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國政을 제대로 주도하지 못했다는 뜻이죠』

廉東淵 의원은 『열린당이 그동안 급진左派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행보를 했고, 수구꼴통이라는 비난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해왔다』며 『이런 행보들이 지지자들을 잃고 國政의 중심에 서지 못하면서 우왕좌왕하는 정당으로 비쳐지게 된 것』이라고 했다.

―열린당을 끝까지 사수해야 한다는 이른바 「사수파」 대부분이 盧武鉉 대통령의 측근 386세력들입니다. 盧대통령의 측근인 廉의원은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당을 추진할 생각인지요.

『저는 盧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통합신당에 동참하리라고 생각합니다만, 끝까지 반대를 할 경우에는 할 수 없죠. 정치인으로서의 제 길을 가는 수밖에 다른 길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역대 대통령 中 가장 나쁜 대통령은 朴正熙』

―盧武鉉 대통령은 왜 굳이 이 시점에서 개헌문제를 제기했다고 생각합니까.

『盧武鉉 대통령의 입장에서 개헌문제를 정치권에서 제기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이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 기다릴 수만은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 개헌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임기 중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셨을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물론, 열린당內에서 盧대통령의 개헌제의에 대해 어떤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盧대통령의 개헌제의에 대해 정치적 계산이나 꼼수에서 나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대통령의 진정성을 인정합니다.

朴槿惠(박근혜) 한나라당 前 대표는 대통령의 개헌제의에 대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난을 했는데, 역대 대통령들 중 정말 나쁜 대통령은 누구입니까. 朴正熙 대통령이야말로 정말 나쁜 대통령 아닙니까?』

―차기 大選과정에서 金大中前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생각합니까.

『글쎄요. 金大中 대통령께서 차기 大選과정에서는 오해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廉東淵 의원과 1시간가량 인터뷰를 하는 동안 廉의원의 휴대폰이 쉴새 없이 울려 댔다. 열린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언론사 기자들로부터 걸려 온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林采正(임채정) 국회의장도 전화를 했다.

廉의원은 汎여권의 최대 관심사인 통합신당 창당 논의과정의 한복판에 서 있게 됐다. 廉의원이 향후 통합신당 논의과정을 거치면서 盧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또 그가 구상하는 이른바 「제3지대 통합론」은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