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政현안을 듣는다 - 吳世勳 서울시장 : 월간조선

서울시청 본관 3층 시장 집무실은 전임 李明博(이명박) 시장 때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소파와 탁자, 벽에 걸린 동양화까지 그대로였다. 吳世勳(오세훈·45) 시장은 『아직 사용 가능한 집기들을 바꿀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 吳시장의 부인 宋賢玉(송현옥·45)씨를 인터뷰하기 위해 서울시장 공관(서울 종로구 혜화동)을 찾았을 때도 가구 등 내부 집기들이 李明博 시장 재임 때와 같은 자리에 있었다.

吳世勳 시장은 통상적인 업무자료조차 없이 빈손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런데도 市政(시정) 전반에 대한 현황과 자신의 향후 계획들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과정에서 막힘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국내 각종 통계는 물론 외국의 사례나 수치까지 정확하게 제시했다. 누에가 입에서 실을 뿜어내는 듯했다.

―업무파악은 끝나셨습니까.

『대략적인 윤곽만 잡고 있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1년은 넘어가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별로 市政이 다르기도 하고요.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의미에서의 업무 파악은 3개월 정도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각 부서별로 보고받고,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임기 4년 동안의 계획을 수립하는 일은 끝났습니다』

―4개월여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서울시장」은 어떤 자리입니까.

『서울시장이라는 자리가 굉장히 고단하고 외로운 자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서울시장이 내리는 모든 결정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게 마련입니다. 순기능과 역기능을 충분히 감안해 종합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훈련을 요하는 자리인 것 같습니다.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인간적인 네트워크를 자제해야 할 필요도 있고요』

―서울시장으로서 갖춰야 할 요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사고력, 조정능력이 요구되는 자리입니다. 서울시 직제에는 규모야 상대적으로 작지만, 정부의 각 부처 기능을 담당하는 실국들이 있습니다. 서울시장은 끊임없이 각 실국들의 업무를 조정해야 합니다.

또한 서울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입니다. 서울의 모든 발전계획이 국가의 장기적 발전방향과 직결됩니다. 서울시장에게 확고한 국가관과 책임감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서울시장의 국무회의 참석 필요

―국무회의에는 참석하십니까.

『참석하지 않습니다. 盧武鉉 정부가 출범하기 이전까지 서울시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했습니다. 그러나 盧정부 출범 이후 어떤 연유에선지 참석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서울시장이 꼭 국무회의에 참석해야 합니까.

『물론입니다. 참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시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전까지 참석해 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국무회의 참석 멤버가 아니기 때문에 행정부처와 협의를 해야 하는 사안이 생길 때마다 해당 부처 장관과 별도로 만나 업무협의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큽니다. 세부적인 사항은 서울시 고위 공무원이 행정부의 차관회의에 참석해 협의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서울 영등포구 안양천 제방 붕괴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吳世勳 서울시장(왼쪽).

『40년 뒤 평가 의식해 일하겠다』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서울시장에 당선됐는데, 盧武鉉 정부와 마찰은 없습니까.

『글쎄요, 아직까지는 별다른 마찰이 없습니다. 용산 미군기지 운용방안 등 몇몇 사안에 대해서 행정부와 의견충돌이 있기는 했습니다』

―李明博 시장은 「청계천 개발」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냈습니다. 吳시장은 아직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프로젝트가 마련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항간에 「吳世勳은 대표적 브랜드가 없다」는 말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李明博 시장님과 저를 비교한 얘기겠지요. 이런 말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만, 저는 좀더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합니다.

현실적으로 임기 4년 이내에 이루어낼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는 많지 않습니다. 무슨 사업을 하더라도 1~2년 계획 짜고,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데 최소한 2∼3년의 기간이 더 필요합니다. 간단한 아파트 하나를 지어도 3~4년이 걸리지 않습니까』

吳시장은 『일단 임기가 만료되는 4년 뒤 평가를 받겠지만, 4년 뒤의 평가보다는 40년 뒤의 평가를 의식하고 일을 하겠다』고 했다.

『「100일 創意 서울추진본부」 운영』

―취임 이후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입니까.

『「100일 創意(창의) 서울추진본부」를 구성해 운영한 일입니다. 굉장히 잘 한 결정이었다고 자부합니다.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공무원들을 선발, 그들로 하여금 「100일 계획」을 수립토록 한 뒤 서울시가 먹고살아 갈 新성장 동력 6개를 추출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이같은 新성장 동향을 4년 안에 어떻게 市政에 접목하고, 10년, 20년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지 계획을 짜도록 했습니다』

吳시장은 9급으로 들어온 공무원이 5급으로 승진하는 데 평균 29년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15년 만에 5급으로 승진할 수 있는 「고속 승진제도」를 도입했다.

『공무원 조직이 굉장히 타성에 젖어 있고, 흔히 「무사안일이다」, 「철밥통이다」 이런 얘기들을 하잖아요. 새로운 시장이 취임한 뒤 처음에는 새로운 시장이 강조하는 방향으로 따라가는 척하다가 3개월, 6개월이 지나면 어느새 원상태로 돌아가 버린다고 해요. 최소한 그런 일은 막고 싶었습니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吳시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까.

『글쎄요, 自評(자평)하기는 멋쩍네요. 제가 시장에 취임을 했을 때 서울시 직원뿐만 아니라 서울시민 전체가 예의주시했을 겁니다. 제가 젊은데다 행정 경험이 없다는 점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겁니다.

서울시 직원들은 제가 전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뽑아내고, 4년간의 市政운영 계획을 짜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국정감사를 받는 모습도 직접 봤을 것이고요. 이런 과정을 통해 吳世勳에 대한 느낌을 자연스럽게 받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공무원 再교육 프로그램 三星·GE그룹 벤치마킹』

지난 7월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대한통운정비사업소를 방문, 低공해 장치 시험동작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吳世勳 시장.

吳世勳 시장은 『서울시 공무원들의 再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三星그룹과 GE그룹의 교육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같은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서울시 공무원들을 민간기업 근로자들보다 자질이 훨씬 뛰어난 인재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시의 기존 조직체계를 再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압니다. 무조건 조직을 바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 않습니까.

『당연한 말입니다. 누구든지 조직의 책임을 맡으면 기존 조직을 바꿔야겠다는 유혹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전체 조직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기존 조직을 바꾸는 것보다는 공무원들로 하여금 자기가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해서는 「최고」라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통해 직원들에게 풍부하게 콘텐츠를 공급하려고 합니다. 그런 토대 위에서 각자 조금만 노력하면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토록 할 것입니다. 6급 이하 공무원의 경우, 전체의 30%만 제 마인드를 이해하고 따라오면 실패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5급 이상 간부직 공무원에 대해서는 직급이 올라갈 때마다 거듭날 수 있도록 再교육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치열한 업무경쟁에서 살아남는 사람만이 간부가 될 수 있도록 전체 조직체계를 바꿀 생각입니다』

吳시장은 민원인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업무 체계를 대폭 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내년 5∼6월부터 직접 찾아오는 민원인들을 위해 「민원플라자」를 열기로 했다. 민원인이 사전에 해당 공무원과 전화예약을 한 뒤 시청을 방문하면, 해당 공무원과 민원인 전용 카페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얘기를 나누도록 하는 제도다.

―수도 서울을 어떻게 바꿔 나갈 계획입니까.

『일단 매력적인 도시가 되어야 합니다. 「매력 경쟁」에서 뒤처지면 21세기에 먹고살 수 없습니다. 외국의 선진 대도시와의 경쟁 대열에서 낙오합니다. 앞으로 국제적인 이동인구가 급격히 늘어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매력도가 떨어지면 1차적으로 고려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상품의 高부가가치는 기술 발전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나머지는 매력의 발전에서 이루어집니다』

『서울의 경쟁력이 대한민국의 경쟁력』

吳시장(왼쪽)과의 인터뷰 모습.

―수도 서울의 對外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의 하나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됐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됩니까.

『바로 그렇습니다. 외국인들에게 서울의 이미지는 곧 대한민국의 이미지입니다. 서울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나 「청계천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李明博 전임 시장이 개발해 놓은 청계천을 再개발한다는 얘기입니까.

『李明博 전임 시장께서 청계천이라는 보물을 만들어 주고 가셨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청계천은 과거와 같은 형태로 복원한 것일 뿐입니다. 청계천에는 서울 고유의 문화가 녹아 있지 않습니다.

저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4년 뒤 청계천은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겁니다. 청계천을 서울의 고유문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공간, 대한민국의 첨단기술 수준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종합적인 공간으로 개발할 계획입니다. 저는 이 계획을 「청계천 IT문화 프로젝트」라고 명명했습니다』

吳世勳 시장이 지난 9월 서울 북부노인병원을 방문, 입원환자들을 위문하고 있는 모습.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한국이 이룬 빠른 경제성장을 흔히 「한강의 기적」이라 부릅니다.

그러나 이제는 한강에 문화를 가미해야 합니다.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시멘트로 뒤덮인 공간을 녹색으로 변화시킬 계획입니다. 즉, 한강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개발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발전해 나가려는 거죠』

―현재 한강의 관리권이 건설교통부에 있습니다. 한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건교부와의 마찰이 예상됩니다.

『한강의 관리권이 서울시로 이관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단 시일 내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건교부와 업무협의 과정에서 마찰을 빚지 않을 개발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제 욕심을 자제했다는 뜻입니다. 한강개발에 공감대를 가진 새로운 정권이 탄생할 경우, 더 많은 욕심을 부릴 생각입니다』

吳시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한강르네상스 계획」을 비롯해 서울시의 종합적인 발전방안을 발표했으나, 그날 북한이 核실험을 하는 바람에 언론을 통한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무척 아쉬웠다』고 했다.

吳시장은 국회의원 시절, 수도권 대기 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을 發議(발의)했다. 이 법은 국회의 의결을 거쳐 지난 7월1일 시행에 들어갔다. 吳시장의 시장 취임일이 그날이었다, 吳시장은 『환경문제에 관한 한 제게 많은 숙제들이 주어졌다는 운명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後(후)분양제도」와 「아파트 원가 공개」는 吳시장의 선거공약이다. 대형 건설회사들이 이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아파트 後분양제도는 반드시 시행할 것입니다. 그리고 원가 공개 문제도, 단순히 원가만을 공개토록 하는 것이 아니라, 원가가 적절하게 산정됐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공개검증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입니다.

바람직하지 못한 건설 관행을 반드시 해소하겠다는 것이 저의 확고한 생각입니다. 이 문제를 논의하는 별도 팀을 구성해 운영 중입니다. 연말까지 세부적인 방안이 제시될 예정이고요』

『아파트 後분양제도 반드시 시행한다』

―대형 건설회사들이 반발해도 後분양제도를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後분양제도에 이의가 있을 수 없습니다. 선진국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아파트를 짓기 전에 분양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대형 건설회사들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중소 건설회사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제도가 시행된다고 해도 市場의 충격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서울시의 공사 발주 시스템을 바꿀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특정 공사를 대형 건설업체들이 수주한 뒤 전체 공정을 하청업체들에 떠넘겼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형 건설업체들은 공사비의 일정 부분을 자신들이 갖고 나머지 금액에 한 해 하청을 줍니다. 손도 대지 않고 코를 푸는 격입니다.

이런 잘못된 관행은 이제 없어져야 합니다. 대형 건설업체에 공사를 일괄 발주하는 「턴키」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해도, 하청을 주는 비율을 제한할 것입니다. 공사를 수주한 업체도 일정 부분 실제 공사를 하라는 겁니다. 그래야만 기술력이 향상되지 않겠습니까』

吳시장은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공사발주 및 아파트 분양제도를 개선해 나간다면,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행정가에 가깝다』

吳世勳 시장이 지난 9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 재래시장 환경개선 준공식에 참석,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吳시장 자신은 행정가와 정치인 중 어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합니까.

『글쎄요, 저는 행정가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장에 취임하기 이전까지 행정경험이 거의 없지 않습니까.

『그 부분은 이렇게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행정을 많이 해본 사람이었다면 취임 직후 「100일 창의 서울추진본부」를 만들지 못했을 겁니다. 기존 관행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제가 처음 서울시에 들어왔을 때, 굉장히 충격받은 일이 있습니다. 「특정 사안에 대한 대책을 세우라」는 지시를 할 때마다 「대책 마련을 위해 용역을 줘야 한다」며 용역비 지출 결재서류가 올라오더군요. 용역비가 보통 1000만원 이상입니다. 많은 것은 억대에 달합니다.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각종 용역은 일단 서울시 산하기관인 시정개발연구원에 발주되고, 연구원은 의뢰받은 용역을 다시 대학교수들에게 再발주합니다. 그 수립된 계획이 잘못된다고 해도 아무도 책임질 필요가 없습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입니다. 시청 공무원은 그저 용역의뢰 기관에서 만들어 준 용역보고서를 그대로 채택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창의력은 전혀 반영되지 않습니다』

吳시장은 『이같은 용역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한다.

『평생 행정만을 해온 사람은 이같은 관행을 절대로 바꾸지 못합니다. 저처럼 일반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사안을 바라보기 때문에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국회의원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요』

―吳시장이 매우 논리적이라는 말들을 합니다. 시장이 논리적이라면, 공무원들이 접근하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글쎄요(웃음), 논리적이라는 게 법조인들의 장점이자 단점이죠.

저는 평소 주위 사람들의 얘기를 많이 듣기 위해 노력하는 편입니다. 주로 토요일이나 일요일을 이용해 다방면의 인사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친화력이라는 게 별것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충분히 감안하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법조인으로서 부족한 친화력과 창의력을 보충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서울시장의 임기는 4년입니다. 吳시장께서 『아파트를 하나 지으려고 해도 2~3년이 걸린다』고 했듯이, 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에는 짧은 시간입니다.

『저는 서울시장을 8년은 하고 싶습니다. 짧은 기간 시장직을 수행했지만, 「4년은 너무 짧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4년 동안 터를 닦아 놓고 나갈 일들이 많기는 합니다. 그러나 어떤 계획에 대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에는 4년이란 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지요』

世間(세간)에서 吳시장을 차기 「대통령감」으로 거론한다고 얘기하자 吳시장은 웃으면서 『사람의 앞날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일단은 「서울시민의 남자」로 남고 싶다』고 했다.●

▣ 宋賢玉씨가 말하는「내 남편 吳世勳」

『벼락치기 공부를 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스타일』

조용한 시장 공관

吳시장의 부인 宋賢玉(송현옥·45) 세종大 교수(영화예술학과)는 무척 바빴다. 시장의 부인으로서가 아니라, 교수·연극평론가·연출가로서의 활동 때문이었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얕은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 서울시장 관사는 의외로 조용했다.

宋교수와 자리를 함께했다. 검은색 티셔츠에 연회색 면바지를 입은 宋교수는 잘 웃는 40代 주부였다.

「거실 가구들이 李明博 전임 시장 때와 비교해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고 하자, 宋교수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데, 왜 바꾸느냐』고 했다.

―남편이 서울시장에 당선됐을 때 무슨 말을 건넸습니까.

『공연 준비 때문에 당선 축하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특별히 기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 실감도 나지 않았고요』

宋교수는 吳시장을 고교 2학년 때 만났다. 宋교수는 친구 몇 명과 함께 집에서 대학생에게 과외공부를 했는데, 吳시장이 함께 공부한 멤버였다.

『당시 남편은 1분이라도 더 배우려고 애를 썼어요.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불구하고 어머님이 과외공부를 시켜 주었기 때문에 무척 열심히 공부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고교 졸업 후 宋교수는 고려大에 입학했고, 吳시장은 한국외국어大로 진학한 뒤 1학년 때 고려大에 편입했다. 宋교수가 吳시장에게 고려大에 편입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고, 吳시장은 宋교수의 바람대로 편입시험에 합격했다. 이때부터 이 부부는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 「캠퍼스 커플」로 지냈다.

『대학 다닐 때 저희들은 무척 많이 싸웠습니다. 남편은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을 무척 싫어 했고, 저는 「남자가 조금 기다릴 수도 있지, 그런 것을 가지고 왜 잔소리를 하느냐」고 화를 냈지요』

宋교수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남편과의 미래를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고, 이 때부터 공부(사법시험)를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남편은 어떤 성격입니까.

『서울 출신이기는 하지만,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 성격이에요. 아기자기한 멋이라고는 없는 사람입니다. 늘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바람에 다투기도 했지만, 지금은 좀체 다투지 않습니다. 부부는 닮아 간다고 하잖아요』

『남편 당선에 내 역할은 없어요』

―남편이 처음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려고 했을 때 찬성했나요.

『저는 남편이 정치하는 것을 무척 싫어했습니다. 정치인이라고 하면, 조금은 권위적인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저는 권위적인 사람이 싫어요.

남편이 정치와 거리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거짓말을 못 한다는 점이었어요. 정치인이라면 「空約(공약)」도 하게 되잖아요.

남편에게 「당신은 정치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며 말렸어요. 출마결정을 하기 전까지는 말렸지만, 최종 결심을 하고 난 뒤에는 별로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선거운동을 하는 남편이 애처롭다는 생각 때문에 저도 나름대로 열심히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편이 서울시장이 된 뒤 달라진 것은 어떤 것입니까.

『남편이 더 바빠졌다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저도 평소 제가 하던 일들을 그대로 하고 있고요』

―광역단체장을 포함해 정치인의 부인들이 남편의 일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바람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人事문제 등에 개입하는 것을 두고 하신 말씀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남편이 시장에 당선되는 데 특별한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명목상의 선거운동원이었을 뿐이에요.

아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제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은 연극인들뿐입니다. 서울市의 일에 개입을 하려야 할 수도 없고, 개입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남편이 서울시장으로서 어떤 마음으로 일했으며 합니까.

『단기간에 뭔가를 이뤄 내려는 마음을 가지지 않았으면 해요. 10년, 20년 뒤 「과거 吳世勳 시장이 기초를 잘 닦아 주었기 때문에 오늘날 이런 발전을 이룩하게 되었다」는 평가를 받길 원합니다』

―남편이 시장이 되고 난 뒤 시청 건물을 보면 달라 보일 것 같은데요.

『서울시청 건물이 굉장히 친근하게 느껴지더군요(웃음). 과거에는 시청과 관련된 표지판을 봤을 때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지만, 요즘은 「아, 서울시청」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 재학 중인 두 딸은 아빠가 시장이 된 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처음에는 상당히 속상해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평상시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특별한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B+ 정도 성적을 받았으면』

―남편을 존경합니까.

『그럼요. 남편은 책을 일주일에 10권 정도 읽습니다. 남편에 대해 「준비가 안된 시장」이라는 말을 하는 분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평소 꾸준히 책을 보고 나름대로 연구해 왔기 때문에 저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宋교수는 『남편이 오래 전부터 아침에 눈을 뜨면 신문을 읽고, 잠자기 전에 반드시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吳시장은 시험을 보기 전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꾸준히 준비하는 「논술형 인간」에 가깝다고 했다.

―남편이 몇 점짜리 시장이 되길 바랍니까.

『점수를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좋죠. 그러나 「A+」는 우리나라 실정에서 무리이고, 「B+」 정도는 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A를 받으면 좋기는 하겠지요』

프리지아와 안개꽃을 좋아한다는 宋교수는 주원(22·이화女大 무용과 3년)양과 승원(20·이화女大 사회과학계열 1년)양의 어머니다.●

사진 : 조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