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보고] 최초로 밝혀낸 조선총독부 기관紙들의 역사「언론조선총독부」 : 월간조선

오랜 産苦(산고) 끝에 필자는 마침내 「言論朝鮮總督府(언론조선총독부)」를 출간했다. 1981년에 「每日申報(매일신보) 연구」라는 논문을 처음 발표한 때로부터 25년이다. 흔히 4반세기로 부르는, 한 개인으로 보면 긴 시간을 투자하여 책 한 권을 완성한 것이다. 나는 첫 논문에서 다룬 총독부의 조선어 신문 「매일신보」에 이어 英語신문 「서울 프레스(The Seoul Press)」와 日語신문 「京城日報(경성일보)」로 연구의 범위를 넓혀 나가면서 새로운 자료를 발굴하고 미진한 부분을 보태 이 책을 완성했다.

광복 60년, 정치권에서 불을 붙인 親日 과거사의 규명이라는 命題(명제)가 국민적인 관심거리로 떠오르는 상황인데도, 日帝시대사의 가장 중요한 1차 자료이면서 親日언론의 총본산인 총독부의 기관지는 아직 누구도 본격적으로 연구한 사람이 없었다.

親日派 연구는 있었지만 親日언론의 총본산 총독부의 기관지를 연구한 사람이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자료 수집의 어려움과 분량의 방대함 때문이다. 총독부의 세 개 기관지를 아우르는 전체 발행기간은 100년이 넘는다. 매일신보 36년, 경성일보 40년, 서울 프레스가 31년이다. 매일신보에 그 前身(전신)이었던 대한매일신보의 발행기간 6년을 보태면 네 개 신문의 통합된 역사는 110년을 훌쩍 뛰어넘는다. 세 개 언어로 발행된 총독부 기관지의 역사를 찾아 엮어 내는 작업은 분량만으로도 결코 간단하지 않았던 것이다.

둘째, 세 개 언어로 발행된 총독부 기관지는 정리된 기록이 없다. 光復 후 매일신보는 제호를 서울신문으로 바꾸었고, 경성일보는 폐간되었다. 서울 프레스는 1936년에 스스로 발행을 중단하였다. 그러니 이 세 개 신문의 사장과 경영진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밝혀 내는 작업조차 쉽지 않았다.

韓日합방 후 경성일보에 통합되었던 매일신보가 1938년 4월에 독립된 주식회사 法人(법인)으로 분리될 때에는 전국 각도에 걸쳐 재정적인 능력이 있는 조선인과 일본인에게 주식을 할당하여 주식 소유자가 368명에 달했다.

우리 언론의 역사상 이처럼 많은 株主(주주)를 거느린 신문은 1988년 5월에 창간된 「한겨레신문」(현재 제호는 「한겨레」)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없다. 株主들은 日帝시대의 재력가 또는 지방에서는 道의회 의원과 같은 영향력을 지닌 인물들이었다. 그들의 소유 持分(지분)이 얼마였는지는 당연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정상적인 신문이 아니었을 것」 이라는 오해

셋째, 무엇보다도 중요한 원인은 총독부의 「기관지」라는 용어의 先入觀(선입관)에 사로잡혀 연구를 외면했기 때문이었다. 民族史觀(민족사관)에 집착한 학자들은 매일신보를 신문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신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경성일보와 매일신보를 정상적인 「신문」이 아니라 선전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정당의 기관紙쯤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었다.

실제로 이 신문들을 열람하기 전까지는 필자도 그런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다. 크게 잘못된 인식이 아닐 수 없었다. 편집의 體裁(체재)와 外觀上(외관상)으로 본다면 총독부의 기관紙는 민간紙에 앞서가는 측면이 있었다. 예컨대 매일신보는 우리 文學史(문학사)에 기록되는 작품들의 발표무대였고, 처음으로 기자를 公採(공채)로 선발했다. 女기자(부인기자)를 최초로 모집한 신문도 매일신보였다.

그런데도 25년 전에는 총독부 기관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없었다. 필자는 총독부의 기관지가 언론사에 차지하는 위상은 어떠했는지 밝혀 보려는 목적과 함께, 日帝시대의 「민간紙」와는 대립적인 개념에서 「기관紙」 또는 「御用(어용)신문」으로 불렸던 「親日언론」도 당연히 중요한 연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균형 잡힌 언론사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을 터였다.

이는 抗日 독립운동의 연구만으로 日帝시대의 역사를 서술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日帝시대는 抗日의 역사와 아울러 日帝가 조선을 어떻게 통치했는지, 그리고 親日의 역사는 어떠했는지를 동시에 살펴보아야 입체적인 실상이 파악된다. 민족사관에 입각하여 역사를 서술하고자 하더라도 日帝가 그들의 시각에서 발행했거나 그들의 논리를 담은 자료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총독부의 세 개 기관지 가운데 중심적인 역할을 맡은 신문은 경성일보였다. 韓日합방 직후 初代 총독 데라우치 마사다케(寺內正毅)는 조선의 언론계를 식민지 통치에 유리하도록 활용할 대책을 강구한 끝에 「新聞統一政策(신문통일정책)」을 강행했다. 조선인들에게는 신문 발행을 일절 허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일본인들이 발행하던 일본어 신문도 통합하여 조선의 신문계를 단일화한다는 방침이었다.

이에 따라 舊韓末에 발행되던 조선어 신문은 모두 없애고, 매일신보 하나만 남겨 두었다. 매일신보는 武斷(무단)정치 시기였던 1910년에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창간된 1920년 사이의 10년 동안 유일한 조선어 신문이었다. 1940년 8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강제폐간된 후, 일본이 패망한 1945년 8월까지 5년 동안도 매일신보의 독무대였다.

『경성일보 사장은 (총독부) 외부의 총감』

韓日합방 직후 데라우치는 일본 國民新聞 사장 도쿠도미 소호(德富蘇峰: 본명 德富猪一郞, 1863~1957)에게 경성일보의 경영을 위탁했다. 도쿠도미는 신문 경영인 겸 논객으로 일본에서 명성이 높은 거물이었다.

역사학자이자 언론인이었던 千寬宇(천관우) 선생은 일본의 도쿠도미, 중국의 梁啓超(양계초), 우리나라의 張志淵(장지연)을 3국을 대표하는 「大기자」로 지목했다. 千선생은 『도쿠도미가 이끌고 간 여론의 방향을 우리로서는 용납할 수 없지만, 일본의 여론에 미친 도쿠도미의 영향력만으로 보면 그는 역시 「大기자」였다』고 평가했다.

도쿠도미는 일본의 언론계와 정계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미쳤을 뿐 아니라, 역사가로서도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그의 「近世日本國民史」는 무려 104권에 이르는 분량이다. 이 책은 그가 56세 때인 1918년 경성일보에서 손을 뗀 직후, 그가 창간한 國民新聞에 연재를 시작했다. 이후 그는 오사카 마이니치(大阪每日), 도쿄니치니치(東京日日)로 옮겨가며 연재를 계속해 91세 때인 1952년에 연재를 완결했다.

이런 大기자 도쿠도미가 初代 총독 데라우치의 위임을 받아 경성일보와 매일신보를 운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총독부 기관지가 차지하는 위상과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총독부는 경성일보의 사장 임명을 비롯하여 인사와 경영 전반에 걸쳐 직접·간접으로 간여했다. 편집국장 또는 주필급 직업 언론인들은 대부분 일본의 중앙 언론계에서 활동하던 인물들이었다.

15명의 역대 사장 가운데는 고위관직 출신도 있었다. 1910년대에는 전문 언론인들이 사장을 맡았으나, 1920년대 이후에는 유럽 여러 나라의 대사를 지낸 화려한 경력의 직업 외교관, 귀족원 의원, 縣(현) 지사 등 거물급 인사들이 사장으로 임명됐다.

경성일보의 마지막 사장 요코미소 미쓰테루(橫溝光暉)는 언론통제의 본산인 내각정보부 初代 부장 출신이다. 그는 일본이 敗亡한 후에도 서울에 남아 美 군정의 보호 下에 10월 末까지 경성일보를 발행했다.

총독 사이토 마코도(齋藤實)는 『정무총감(총독부의 2인자)은 (총독부) 내부의 총감이고, 경성일보 사장은 외부의 총감』이라고 했을 정도로 경성일보의 정치적 비중은 컸다.

경성일보는 총독부 최고 통치자 총독과 정무총감에게 「기밀비」를 전달하는 관행까지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을 「언론조선총독부」로 붙인 것도 총독부 기관지가 지닌 역할과 정치적인 위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따라서 총독부 기관지를 제외하고는 日帝시대 言論史(언론사)를 말할 수 없다. 역사의 한쪽 절반을 가려 놓고 한 시대를 연구한다면 나머지 반쪽마저도 제대로 볼 수 없게 된다. 매일신보는 日帝下全기간 동안 중단되지 않고 발간된 유일한 한국어 신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자료적인 가치와 연구의 필요성은 크다. 親日 과거사를 규명하려면 제일 먼저, 그리고 가장 종합적으로 철저히 연구해야 할 핵심 자료인 총독부 기관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매일신보의 비방 기사로 宋鎭愚東亞日報 사장 사임

필자가 총독부 기관지 연구를 처음 시작한 것은 1971년이었다. 그해 9월24일 기자협회보가 紙齡(지령) 제200호를 발간하게 되어 기획한 연재물이 「新聞遺事(신문유사)」였다. 기자협회보의 편집 책임을 맡고 있던 필자는 日帝下 언론의 새로운 자료를 발굴해 신문유사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매일신보를 열람하다가 이 신문의 중요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필자가 한국언론사 연구의 개척자였던 崔埈(최준·중앙大) 교수님을 師事(사사)하여 언론사 연구의 첫 걸음을 떼던 무렵이었다. 서울大 대학원에서 林根洙(임근수)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학문적인 방법론에 눈뜨기 시작했던 것은 그보다 3년 뒤였다.

1920년대에 신문기자로 활약했던 분들도 자주 만나 회고담과 증언을 들었다. 동아일보 창간 기자로, 내가 만나 뵙던 당시에는 한국일보 논설위원이셨던 柳光烈(유광렬) 선생을 비롯하여 秦學文(진학문·동아일보 初代 정경부장), 金八峰(김팔봉·소설가. 시대일보·중외일보·조선일보·매일신보 기자 또는 사회부장, 본명 金基鎭) 같은 분들이었다.

半세기 넘도록 언론인으로 활약하신 柳光烈 선생은 한국일보 논설위원실에서 젊은 나를 어느 때나 반갑게 맞아 주셨다. 선생께서 들려 주신 이야기 가운데 필자가 흥미를 느꼈던 중요한 사건이 1924년 4월 2일에 있었던 親日 정치 깡패 朴春琴(박춘금)이 동아일보 사장 宋鎭禹(송진우)와 社主金性洙(김성수)를 협박, 폭행한 사건이었다.

그때까지 필자가 읽은 崔埈 교수님의 「한국신문사」를 비롯한 언론사 관련 논문에는 이 사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柳光烈 선생은 宋鎭禹가 朴春琴에게 친필로 써 준 메모를 매일신보가 사진판으로 크게 실으면서 동아일보를 공격한 일이 있다고 알려 주셨다.

30代 초반의 젊은 청년이었던 필자는 도서관에 가서 직접 신문을 찾아보고 확인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당시의 국립도서관은 지금의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자리에 있었다. 宋鎭禹의 친필 메모가 실린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었으므로 1924년 3월부터의 신문을 뒤진 끝에 4월13일자 사회면 꼭대기에 宋鎭禹가 쓴 「私談(사담)」이라는 모필 글씨가 거의 실물 크기라 할 정도로 실려 있는 것을 찾아냈다.

매일신보는 宋鎭禹의 이 친필 메모를 親日派 박춘금에게 써준 「사과문」이라고 주장하면서 「厚顔無恥한 東亞子 엄연한 사실을 부인한다」는 제목으로 동아일보와 宋鎭禹·金性洙를 비난했다. 이 사건은 宋鎭禹가 東亞日報 사장직에서 물러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 사건에 분노한 민족진영은 궐기하여 「언론집회압박탄핵회」를 결성해 총독부의 언론탄압을 규탄했고, 이듬해에는 全조선기자대회를 개최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했다.

필자는 매일신보가 총독부의 선전과 홍보를 위해 발간되는 신문인 줄만 알았지, 이렇게 적극적으로 민간지를 공격하는 역할까지 수행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것을 계기로 필자는 매일신보의 역할에 관해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었다.

매일신보의 조선·동아와의 논전

日帝 35년 동안 수많은 언론인들이 매일신보를 거쳐 갔다. 그 가운데 鮮于日(선우일)은 매일신보에 근무하면서도 기개 있는 글을 써서 관심을 끄는 인물이다. 그는 1918년 8월20일자에 실린 「貧民救濟(빈민구제)에 대하야 貴族富豪(귀족부호)려」라는 사설 때문에 신문사를 떠났다.

鮮于日은 조선의 귀족들은 일본과 비교할 때에 빈민구제를 위해 돈을 내는 사람이 없다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일본에서는 쌀값이 폭등하자 많은 救濟金(구제금)이 모이는데 조선에서는 그런 사람이 없음을 개탄했다. 『일본에서는 天皇이 內帑金(내탕금)을 내놓았고, 정부는 임시 국고금을 지출했으며 華族(화족·귀족) 부호는 거액의 금품을 기탁했다. 그런데도 조선의 귀족과 부호들은 한 푼도 내놓지 않는다. 조선에는 귀족과 부호의 차별이 없다. 귀족이 부호이고, 부호가 바로 귀족이다. 그들이 오늘날 누리는 영화는 조선민족의 피와 눈물의 凝結體(응결체)다. 全 재산을 기울여 빈민의 구제에 기부한다 할지라도 조선민족에 대한 죄의 일부를 씻기도 어렵거늘 여전히 각성하지 못하고 있으니, 백성은 그들과 한 나라에 사는 것을 부끄러워할 것이요, 죽으면 이 나라 강산은 그들의 뼈를 더럽다 하여 받아들이지 않으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조선의 귀족이라면 李完用(이완용)·宋秉畯(송병준) 등 親日派와 韓末의 대신들로 韓日합방 이후 日帝로부터 爵位(작위)를 받은 자들이었다. 따라서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그런 사설을 쓰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鮮于日은 이 사설을 쓰고 나서 곧 매일신보에서 떠나고 말았다. 그는 만주 奉天(봉천)으로 가서 1919년 7월에 滿州日報(만주일보)를 창간했다가, 서울로 돌아와 1921년에는 朝鮮日報 편집국장을 지냈다.

鮮于日의 후임 편집장 李相協(이상협)은 日帝 식민지 기간 동안 언론계를 주름잡던 인물로 「신문제작의 鬼才(귀재)」로 불릴 정도로 편집과 경영에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 그는 東亞日報 창간 실무 주역으로 東亞日報初代 편집국장을 지냈고, 朝鮮日報를 거쳐 1930년대에는 매일신보로 돌아가 부사장이 되었다.

日人 교수의 日帝下 조선어 말살정책 연구

2003년 여름, 필자는 오사카에 있는 간사이(關西) 대학의 구마타니(熊谷明泰) 교수가 보낸 편지 한 통을 받았다. 1942년 4월부터 9월 사이 매일신보에 실린 일본어(당시 용어로는 「국어」) 常用(상용)을 강요하는 기사를 수집하여 컴퓨터 파일로 입력하고 싶다는 요지였다.

구마타니 교수는 1980년대에 한국외국어大 일어과 교수로 재직한 적도 있었던 터라 한국어에 능통하다. 그는 일본 문부성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총독부의 일본어 상용 정책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매일신보 影印本(영인본)으로는 기사의 정확한 내용을 읽을 수 없었다. 影印本은 간사이 대학도 소장하고 있지만, 日帝 말기가 될수록 판독이 불가능할 정도로 인쇄 상태가 불량하기 때문에 연구 논문을 쓰기에는 질이 너무 떨어지는 형편이었다.

구마타니 교수가 1942년의 특정한 기간에 발행된 신문을 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한국인 청년들을 징병으로 끌고 가면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언어의 장벽이었다. 군대에 끌려간 청년들이 日語를 모르면 명령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말을 가르치는 일이 가장 시급했던 것이다.

총독부의 통계를 보면 1942년 당시 조선 인구 2552만5409명 가운데 일본어를 이해하거나 회화가 가능한 사람은 508만9214명으로 전체 인구의 19.94%에 불과했다. 총독부는 조선인을 「皇民化(황민화)」한다는 명분으로 민족혼을 말살하는 장기적인 목표와 함께 전쟁에 필요한 인력을 효율적으로 충당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당장 日語를 상용하도록 강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총독부는 1942년이 되면서 조선 전국에 걸쳐서 집중적으로 日語常用을 독려했다.

일본인 교수가 총독부의 日語 강요에 관한 연구를 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강제 징병과 한국어 말살은 日帝가 저지른 커다란 죄악이었다. 그런 연구를 하겠다는 일본 교수라면 도와주는 것이 도리일 것 같았다.

필자는 그가 서울에 와서 매일신보를 열람하겠다면 알선해 주겠지만, 필요로 하는 양이 많지 않다면 서울에 오지 않더라도 복사해서 보내주겠다고 답장을 썼다. 그런데 그가 입력하고자 하는 기사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다. 작업이 끝난 뒤에 계산해 보니 기사 건수가 100여 건에, 입력한 기사는 200자 원고지 500여 매에 달하는 분량이었다. 이는 매일신보가 日帝의 민족 말살정책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협력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총독부 기관지들의 影印本 제작 시급

필자는 조교와 함께 서울 서대문에 있는 한국연구원으로 갔다. 1970년대 초반의 젊은 시절에는 자주 갔지만 근년에는 가보지 않았던 자료 소장처다. 연구원의 천부택 원장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협조를 얻어 그 시기의 매일신보를 꺼내 보니 종이의 질이 나빠 만지기만 해도 부스러질 정도였다. 복사기에 뒤집어 얹어 놓고 복사를 하다가는 치명적인 훼손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가서 조심스럽게 신문을 촬영하기로 했다. 그것도 여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신문이 부스러지기 때문에 꺼내보기도 조심스럽고 미안했다.

카메라로 촬영한 기사를 들고 와서 컴퓨터에 저장하여 확대하는 방식으로 내용을 입력했다. 하루에 할 수 있는 분량이 아니었기에 두세 번 가서 촬영을 해서 조교들과 함께 입력하다 보면 또 잘 안 보이는 부분이 있고, 그러면 이번에는 확대경을 들고 가서 原本과 대조하는 식으로 입력을 마쳤다.

지금이라도 매일신보는 다시 畵像(화상)으로 데이터 베이스化해서 손쉽게 활용하고 영구보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 구마타니 교수는 내가 입력해 준 매일신보 기사(pp.549~640)와, 그가 수집한 경성일보 기사(pp.233~317) 등 관련 자료들을 종합, 「朝鮮總督府の「國語」政策資料(조선총독부의 「국어」 정책재료)」(關西大學 출판부, 2004년 3월)라는 제목으로 668쪽에 달하는 勞作(노작)을 펴냈다.

필자는 총독부의 일본어 기관지 경성일보도 영인본을 출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일은 과거사 청산을 외치는 정부가 국가적인 사업으로 추진할 일이다. 그런데도 학자들을 위한 자료의 보존과 제공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교회사연구소의 심현보 사장이 경성일보의 영인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3년이었다. 그는 일본과 한국에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경성일보를 어렵사리 마이크로 필름으로 수집해서 1915년도분부터 影印작업을 시작했다.

이렇게 어렵게 영인본을 만들어도 한국에서는 관심을 가지는 연구기관이나 도서관이 드문 반면에, 일본에서는 이에 관심을 가지고 구입해 가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검열의 총본산 경무국 도서과

총독부의 대변자이던 매일신보는 朝鮮日報·東亞日報 등 민간지들과 대척점에 섰다. 하지만 매일신보와 朝鮮日報·東亞日報 사이에는 人的 교류가 끊이지 않았던, 어쩌면 상호보완적인 관계이기도 했다. 매일신보 출신이 민간지로 옮아가는 사람도 많았고, 민간지에서 매일신보로 옮기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이번 책에서는 언론 통제를 담당했던 경무국 도서과에 대해서도 다루었다. 도서과는 신문·잡지·단행본 소설 등 인쇄매체만이 아니라, 영화와 레코드 음반의 事前 검열까지 담당했다. 이곳에 근무하던 日人 통역과 검열관들은 신문·잡지·음반·영화 등 맡은 업무에 전문적 식견을 지니고 있었다. 조선어에 능통하여 일본어 서적을 조선어로 번역한 사람도 있었다. 검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매일신보로 옮겨 교정부장이 되는 사람도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