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 신문법은 反민주 惡法이다 : 월간조선

盧武鉉 정권은 출범 이래 비판신문을 죽이는 한편으로 정권에 우호적인 親與 매체를 육성하려는 속셈으로 갖은 지혜를 짜낸 끝에 마침내 2개의 언론 관련법의 국회 통과를 관철시켰다. 「신문법(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과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이 두 법은 한마디로 시대역행의 反민주적인 법이며, 우리 언론의 역사상 일찍이 볼 수 없었던 毒素(독소)조항이 담긴 惡法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자유를 위축시키고, 자유경쟁에 의한 국민의 선택이라는 신문시장 질서를 人爲的으로 왜곡시킬 수 있는 근원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신문법의 문제는 무엇인가. 이 법의 골격은 일찍이 없었던 3개의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있다.

첫째, 이른바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이름으로 독자가 가장 많은 신문은 발행부수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신문발전위원회」라는 기구를 설립하여 새로 조성하는 신문발전기금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제27조 및 제33조). 셋째로는 신문의 공동배달을 위해 신문유통원을 설립한다는 것이다(제37조). 이는 1896년 4월에 徐載弼(서재필) 선생이 민간지 「독립신문」을 창간한 韓末 이후 언론탄압이 극심했던 日帝 치하와 光復 후의 역대 정권을 거치는 동안 한 번도 없었던, 세계적으로도 찾아볼 수 없는 국가의 언론통제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란 발행부수가 많은 신문에 과징금을 매겨 경영에 압박을 가함으로써 재정적인 규제를 가하겠다는 제도이다. 신문법은 한 신문의 발행부수가 전국 일간지 부수의 30%를 넘거나 3개 신문사가 60%를 초과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본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3大 메이저 신문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발행부수가 전국 신문 발행부수의 60%를 넘으면 과징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3大 메이저 신문의 現 발행부수는 규제의 대상이 될 정도로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비판언론은 통제, 親與언론은 지원

문제는 새 법이 시행되는 즉시 규제의 대상이 되느냐 안 되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법이 지닌 독소적 요인이다. 세 개 신문이 60%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는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는 주관적인 기준이다. 여당이 시장지배자의 기준을 이보다 더 엄격하게 적용하려 했던 것은 3大 신문의 발행부수를 늘리지 못하게 하고, 재정적인 타격을 가하자는 전략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적자생존의 시장경제를 인위적으로 왜곡하고, 도태되어야 할 부실 신문을 국민의 세금으로 살려서 권력의 시녀가 되게 하려는 술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

어째서 하필 신문에만 규제를 가하는가. 그런 논리라면 현대·기아와 대우, 삼성이 분할 점유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이나 家電제품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베스트셀러 단행본도 너무 많이 팔리는 것을 규제해야 할 것이고, 대박이 터진 영화관에도 일정 이상의 관객은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신문진흥원」을 설립하여 신문발전기금을 운용하겠다는 것은 무엇인가. 독자들의 지지를 받아 많은 부수를 발행하는 신문은 일정 한도 이상 발행부수가 늘어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독자가 외면하는 신문은 「신문진흥원」으로 하여금 지원토록 한다는 것이다.

진흥원의 인적 구성이 권력에 우호적인 사람 중심으로 구성될 것은 뻔한 일이다. 최근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선출 과정에서 일어난 파문을 보면 장차 설립될 진흥원을 어떤 사람들이 운영하게 될지 예견할 수 있다.

이사회가 적법하게 선출한 이사장을 정부에서 비토하는 경우를 보고 있지 않은가. 청와대나 문화관광부의 비위에 맞는 사람들이 多數를 점하는 운영진이 정부가 出捐(출연)하거나 정부 주도下에 조성된 「신문발전기금」을 親與 신문에 지원하겠다는 속셈이다. 권력이 신문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史上 유례 없는 제도다.

신문의 중요한 사명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이다. 독자는 권력에 비판적인 신문을 지지한다. 그러나 권력은 비판을 싫어한다. 역대 정권이 언론을 규제하려 했던 것도 신문의 비판 기능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채찍」으로 위협하고 「당근」으로 언론의 환심을 사려했지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번 신문법은 많은 독자의 지지를 받는 신문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희한한 죄명으로 족쇄를 채우고 집권 세력에 우호적인 신문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방송위원회의 公益(공익)자금이나 정부의 여러 위원회 같은 기관이 배당하는 예산도 대부분 親與 시민단체 등에 지원되는 것은 이미 상식화되어 있다.

신문은 독자의 선택에 따라 盛衰(성쇠)가 결정된다. 권력에 野合하여 신뢰를 잃은 신문은 쇠퇴했다. 독자의 편에 서서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했던 신문의 수명은 길었다. 권력에 굴하지 않고 싸운 신문은 당장은 어려움을 겪었을지언정 장기적으로는 성장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은 신문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신문의 발행부수는 그 신문이 얼마나 많은 독자들로부터 지지를 받는지 가늠하는 척도다.

독자들이 신문을 선택하여 구독하는 것은 유권자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찬성표를 던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독자의 신뢰를 잃은 신문은 사라지고, 좋아하는 신문은 번창하는 것이 시장의 원리다. 신문은 살아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독자는 이를 바탕으로 구독을 결정한다. 신문의 발행부수는 그 신문이 지닌 역사와 더불어 일선기자를 비롯한 제작진들의 노력과 판매전략이 어우러진 總和(총화)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이름으로 발행부수를 규제하겠다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제도이다.

영국의 印紙稅法보다 더 退行的인 惡法

「언론의 자유」가 민주국가의 근간이라는 사상이 확립된 서양에서도 19세기 이전에는 언론에 갖가지 법적 또는 제도적인 억압을 가했던 역사가 있다.

영국에서는 19세기 중엽 이전에 印紙稅法(인지세법)이라는 것이 있었다. 신문의 발달을 억압한 가장 효율적인 惡法이 바로 인지세법이었다. 이 법은 신문 경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영국에서 「에세이 페이퍼」가 왕성하게 나타나던 무렵인 1712년부터 여왕 앤(Anne)은 인지세법을 신문에도 적용하도록 했다.

이 법은 그보다 두 해 전에 공포된 것이었는데 발행부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하여 신문의 발달을 저해하고 언론의 자유를 억압했던 것이다. 인지세만큼 언론사는 구독료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서민과 노동자 계급의 수입으로는 신문을 구독할 수 없을 정도로 구독료가 상승했다.

권력의 입장에서는 신문의 보급을 근원적으로 억제하는 장치가 되었을 뿐 아니라 稅收(세수)를 늘려 주었으니 일거양득이었다.

1765년 영국은 식민지 미국에도 인지세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의 신문과 주민은 영국의회의 법률에 반대운동으로 맞섰다. 『대표가 없으면 과세도 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고 외치면서 맹렬히 반대하고 인지세법의 보이콧을 결의하였다. 투쟁은 승리를 거두어 이듬해 이 법은 철회되었지만, 미국 독립운동의 도화선으로 이어졌다.

영국에서는 인지세법이 1855년이 되어서야 철폐되었다. 이리하여 서민들도 신문을 구독할 수 있게 되었고, 대중신문이 등장할 수 있었다.

미국과 영국이 오늘의 언론자유를 누리는 것은 이같은 과정을 거친 결과이다. 그런데 우리는 선진국이 150년 전에 폐기한 인지세법과 유사한 제도를 만들어 비판신문의 억압용으로 악용하겠다는 것이다.

신문법은 독자의 지지를 많이 받는 특정 신문에만 惡用하겠다는 점에서 서양의 인지세법보다 더 退行的인 언론정책이다.

이 법에 「신문발전위원회」라는 기구를 설립하겠다는 발상은 권력이 언론을 예속시키겠다는 저의를 드러낸 것이다. 신문발전위원회가 신문발전기금이라는 것을 조성하여 국민의 세금으로 또는 국가 예산에 준하는 기금을 운용하겠다는 것은 독자들은 외면하지만 권력에 우호적인 신문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改革立法(개혁입법)」이라는 구호로 포장하여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권력에 우호적인 방송에는 관대

지금은 신문이 여론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시대가 아니다.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매체가 여론을 형성한다. 방송은 매체접촉의 빈도와 卽時性(즉시성), 광역성 등으로 볼 때에 신문을 압도한다.

서울에서 볼 수 있는 지상파 방송은 다섯 개로 한정되어 있다. KBS가 두 개 채널, MBC·SBS·EBS가 각각 한 개 채널이다. 이 다섯 개 채널이 시장을 독점한다. 그 가운데도 특정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30%를 넘어설 때가 많다. 신문법의 논리라면 방송도 시장지배적 현상이 일어날 때에 규제를 가해야 하지 않는가. 방송채널의 독과점은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인터넷 매체도 있다. 지난 大選 때에 그 영향력이 입증된 바 있었다. 盧武鉉 대통령의 당선을 도운 일등공신이 인터넷이었음을 대통령 자신이 확인해 주지 않았던가. 신문은 이제 방송과 인터넷 등의 경쟁매체와 더불어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여러 매체의 하나일 뿐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신문의 본질적인 기능이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점이다. 방송은 보도의 기능과 함께 오락의 기능이 강하다.

盧武鉉 정부는 방송이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지극히 관대하면서 유독 신문에 대해서만 시장지배적 상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방송은 권력이 규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권력에 우호적이라는 生來的인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언론중재법은 기존의 언론중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여 언론에 대한 외부의 간섭이 허용될 수 있는 소지를 만들었다.

언론중재委는 언론 보도 내용에 대해 해당 언론사에 직권으로 시정을 권고하고 그 내용을 외부에 공표할 수 있도록 되었다. 언론 피해의 자율적 예방 및 구제를 위해 「고충처리인」을 반드시 둬야 한다는 규정도 들어 있다.

손해배상에 대해서도 調停(조정)과 仲裁(중재)를 할 수 있다. 피해자가 아닌 언론시민단체 등 제3者도 언론중재委에 시정권고를 신청할 수 있다. 피해 당사자가 아닌 제3者가 언론 보도의 시정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언론의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를 만든 것이다.

신문법 방관한 언론사도 비판받아야

「언론의 자유」라는 국민의 기본권이 훼손되는 사태를 自社의 이해관계를 기준으로 바라봤던 언론사들에게도 문제는 있다.

「조선·동아·중앙」 메이저 3大 신문사도 이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서 제외되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언론법의 통과가 갖는 심각성에 대해서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시장지배자의 대상이 11개 중앙 종합 일간지에서 전국 일간신문(120여 개 추산)으로 늘어났으므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될 것이 확실시되던 「조선·동아·중앙」의 메이저 3社가 제외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 온 편집위원회, 독자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대한 강제 조항도 「자율」로 완화되었고, 광고비율을 지면의 50%로 묶는 내용이 사라졌다는 점도 신문 경영에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작용했을 것이다.

언론 惡法인 신문법 제정을 추진했던 정치인·지식인·시민단체들·세력은 규탄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고,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에 못지않게 눈앞의 自社 이익에 매몰되어 「언론의 자유」라는 민주국가의 기본 정신이 훼손되는 사태를 방관했던 언론사들도 비판받아 마땅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