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와 지금의 같은 점과 다른 점
펀더멘털은 결코 좋지 않다…정부는 솔직하게 취약점 밝히고 국민과 함께 위기의식
共有하자…정부가 市場 역할을 代行하면서 해나가는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펀더멘털은 결코 좋지 않다…정부는 솔직하게 취약점 밝히고 국민과 함께 위기의식
共有하자…정부가 市場 역할을 代行하면서 해나가는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펀더멘털은 문제가 없다』
지난 5월의 마지막 날에 鄭周永(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두 아들 夢九(몽구)·夢憲(몽헌) 회장과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신문에는 「王회장 3父子 퇴진」이라는 기사와 함께 두 아들의 부축을 받고 현관을 나오는 老軀(노구)의 鄭회장 사진도 실렸다.
정부는 물론이고 夢九·夢憲 회장도 사전에 알지 못한 王회장의 마지막 승부수라고 했다. 현대그룹이 자금사정이 어려워 외환은행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직후 현대그룹의 自救(자구)계획과 「황제 경영」 청산에 대한 압력이 가중되는 가운데 나온 일이었다. 鄭夢九 現代자동차 회장이 물러나지 못하겠다고 버티어 혼선은 있지만 정말로 깜짝 놀랄 만한 사건이었다.
올해 들어 국제수지가 악화되고 株價(주가)가 떨어지고 대우그룹 문제의 처리도 지지부진한 가운데 우리나라 최대의 現代그룹마저 자금사정이 어렵게 되니 우리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계속되고 있는 중에 나온 뉴스라 더욱 충격을 주었다.
지금의 상황은 어쩌면 IMF 사태를 맞은 1997년과 비슷한 점이 많이 있다. 그때도 정부는 『경제의 펀더멘털은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언론이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IMF 관계자들의 입을 빌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좋고 위기의 가능성도 적다』고 말하게 하는 것도 너무나 같다. 그러나 그때 국제수지 적자는 누적되어 갔고 株價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기아자동차는 부도가 나고 그러다가 결국에 가서 우리 경제는 IMF 사태를 맞고야 말았다.
말만 무성한 넛크래커 속의 호두
그때 기아자동차는 삼성그룹 계열 금융기관이 자금을 회수해서 견딜 수 없다고 말했는데 現代의 경우도 비슷한 얘기가 들린다. 그러나 그때는 金善弘(김선홍) 기아자동차 회장이 끝까지 물러나지 않아 문제였는데, 이번에는 鄭周永 회장이 한강의 기적을 이룬 주역답게 깨끗이 물러났다는 점이 달랐다. IMF 사태 당시의 얘기들을 되새겨 보면 오늘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997년 10월 외환위기가 닥치기 직전 세계적인 권위를 갖고 있는 컨설팅 기관 부즈·앨런&해밀턴은 「한국보고서-21세기를 향한 한국경제의 再도약」이라는 보고서에서 高비용·低효율 구조에 의하여 침체국면에 들어선 우리나라 경제에 대하여 「한국은 비용의 중국과 효율의 일본의 협공으로 마치 넛크래커(Nutcracker) 속에 끼인 호두 같다. 변하지 않으면 깨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再도약을 위한 「행동은 없고 말만 무성하다」는 충고도 했다. 그해 12월 월스트리트저널은 「리더십의 공백」(Leadership Vacuum)이라는 사설에서 「한국이 가장 필요한 상품은 리더십이다. 지금 달러보다 더 부족한 것은 그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 정부기관과 연구기관의 수많은 보고서가 있었지만 넛크래커를 탈출하기 위해 행동을 하는 사람도 없었고, 행동하게 하는 사람도 없었다. 외환위기가 오고 난 후에서야 『내가 위기가 온다고 미리 말했지』 하는 식의 우국지사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심지어 한국은행의 어떤 간부는 『한국은행은 일찌감치 재정경제원에 외환위기를 경고했다. 姜萬洙 차관에게는 내가 직접 보고했다』고 말하는 바람에 TV 뉴스에 나의 얼굴이 나오고 전화가 빗발쳤다.
다음날 사무실에 나가 확인해 보았더니 「최근의 경제 상황과 정책 대응방향」(1997년 3월26일 작성)이라는 보고서를 안면이 있는 그 간부가 두고 갔는데, 내용은 「경상수지 개선과 외환시장 안정에 역점을 두고 巨視(거시)경제 정책의 안정적 운용, 외환 보유액의 조기 확충 및 시장수급 상황에 따른 환율 운용을 하는 한편, 임금 안정 및 각종 규제의 철폐를 통하여 기업의 경영 환경을 개선하고 금융경색 현상의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여야 함. 이러한 대책의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IMF 등 국제기구로부터의 차입 등 비상대책을 강구할 필요성이 있음」이라고 한 것이었다.
금융기관과 연구기관의 이와 유사한 보고서가 하루에도 수없이 오고, 신문은 4월부터 외환위기를 계속하여 보도하고 있을 때였는데, 국제금융을 맡고 있는 부서가 아니라 한국은행 자금부에서 나온 禪問答(선문답) 같은 일반론이 외환위기에 대한 경고였다고 하며 나서기까지 하였다.
당시 재정경제원은, 결과적으로 실패하였지만 달러 당 860원대의 환율을 910원대로, 300억 달러가 안되는 외환보유고를 360억 달러로 올리고 연말까지 500억 달러로 확충할 계획을 세우고 매일 외환시장 동향을 점검하며 구체적 행동에 들어가 있을 때였다.
그리고 금융감독체계 개혁 등 24개 금융개혁법의 개정에 착수하고 있었다. 1997년 6월에는 외환보유고를 330억 달러까지 끌어올렸고 韓寶(한보)사태 이후 불안정한 금융시장도 안정되어 가는가 싶었는데 7월 들어 태국의 바트貨(화)가 폭락하고 기아자동차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모든 정책은 표류하고 말았다.
정부 여당 야당뿐 아니라 일부 언론도 기아자동차를 부도내지 말라고 하고, 어떤 시민들은 金知吉(김지길) 목사를 앞세워 「기아 살리기 범국민연합」을 조직하여 『주식이 잘 분산된 국민기업 기아를 살리자』고 야단하여 기아자동차 사태는 3개월 동안 질질 끌다가 10월 말에야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 신청을 하였으니 그동안 우리의 대외 信認度(신인도)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오죽하면 미국의 루빈 재무부 장관은 『한국 금융시스템의 강화를 위한 강제적이고 효과적인 조치를 강구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기까지 했겠는가.
실패로 끝난 때늦은 시도
지금 생각하면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 통상적인 適正(적정) 외환보유고 360억 달러 정도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아시아에 밀어닥친 외환위기를 막아낼 수도 없었고, 그해 말까지 외환보유고를 500억 달러까지 쌓기 위한 계획을 마련하고 해외에 경제특사를 보내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하였지만 이미 때가 늦었던 것이다.
필자는 당시 재정경제원 차관으로 있으면서 1997년 4월과 7월, 두 번에 걸쳐 유럽의 거래은행들을 찾아가 계속적인 자금인출을 막아 보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한보철강과 기아자동차의 부도, 그리고 「리더십의 공백」에 의하여 추락된 對外(대외) 신인도를 회복할 수는 없었다.
정부의 여러 가지 노력들은 아무런 구체적인 결과를 낳지 못하고 1997년 11월에 외환위기를 맞고 말았다. 논의와 시도만 있었고 행동도 리더십도 없었다. 12월의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부와 여당은 야당을 설득하지도 못하고 다수당이면서도 금융개혁법을 통과시키지도 못하였다. 야당은 막무가내로 반대하며 발목만 잡았다.
그러던 중 11월5일 뉴욕의 블룸버그 통신이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150억 달러밖에 안되고, 한국의 외채 1100억 달러 중 800억 달러가 연내 만기라는, 사실과 다른 보도를 내보낸 후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돌아갔고 1주일 만에 우리는 IMF의 긴급 유동성 조절자금을 요청하게 되었다.
지난해 언젠가 외국은행 관계자로부터 국제금융시장에서 대우그룹에 이어 현대그룹을 「워치」(Watch)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현대그룹 鄭周永 명예회장이 1998년 10월,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지나는 장면이 CNN 뉴스를 통해 세계로 흘러나간 얼마 후였던 것 같다. 이 뉴스는 소 한 마리를 아버지 몰래 팔아 가출한 소년이 한국 최고의 재벌이 되었다는 감동적인 성공담을 곁들여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현대의 이상한 財務構造 개선
우리들에게는 왕회장의 고향 통천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통일의 징검다리가 되어 보겠다는 강렬한 인간애의 파노라마를 보여 주었지만 국제금융시장에는 기아자동차와 LG반도체를 인수하고 금강산 유람선을 띄우기 시작한 현대그룹에 대한 호기심과 경계심을 함께 유발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우리나라 10大 재벌 중 기아자동차가 부도나고 작년에는 대우그룹도 부도가 나면서 한국 재벌에 대한 의구심은 깊어갔다. 지난해 말부터는 現代그룹에 대한 여신이 만기가 되면 연장이 안되거나 기간이 자꾸 짧아지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 다녔다.
금년 들어서는 현대그룹의 자금사정이 아주 어렵다는 얘기로 발전되다가 드디어 지난 5월25일에는 현대건설과 현대상선에 대하여 1000억원의 구제금융이 나갔다고 발표되었다. 우리나라 최고 재벌 현대가 저렇게 되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되느냐고 걱정들이 대단하였다.
국제금융시장이 무엇 때문에 현대그룹에 대하여 경계심을 갖게 되었을까? 한 마디로 말하면 현대그룹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대한 개선작업 내용을 국제 금융시장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450%의 부채비율을 200% 아래로 내렸다고 하지만 分子(분자)인 부채금액을 줄이고 分母(분모)인 자본금을 늘린 것이 아니라, 分子도 늘리고 分母는 더 크게 늘려서 200% 이하로 맞추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개선이 아니라 「코스메틱(化粧用의) 구조조정」(Cosmetic Restructuring)이라고 평가하였다.
부동산 처분, 非주력기업 매각 등을 통하여 금융부채를 갚아서 分子를 줄이고 주력기업은 增資(증자)를 통하여 分母를 늘림으로서 금융비용을 줄여 기업의 재무구조를 튼튼히 한 것이 아니라, 기아자동차와 LG반도체를 인수하고 무리한 對北사업을 추진하여 부채는 더욱 늘어났고 이를 상쇄하기 위하여 현대투신의 「바이 코리아 펀드」를 통하여 동원한 엄청난 자금으로 무리한 증자를 함으로써 스스로 운신하기도 어렵도록 몸집을 키웠다.
수익성은 그대로인데 늘어난 부채로 금융비용은 증가되고, 늘어난 자본금으로 배당 압력은 가중되니 株價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현대투자신탁은 당초 정부로부터 인수할 때도 엄청난 부실을 안고 있었는데 한남투자신탁을 인수하고는 더욱 어려워지고 대우그룹 부도에 의한 不實자산이 더욱 늘어남으로써 현대투자신탁의 부실 문제 하나도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데 다른 기업을 인수하고 무리한 사업을 벌이기까지 하였으니 경계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더구나 「왕자의 난」이라고 불리는 鄭씨 형제 간의 경영권 분쟁은 우리나라의 前근대적인 「황제식 경영체제」를 온 세계에 보여 주기도 했다.
이렇게 하여 현대의 對外 신인도가 떨어짐으로써 해외에서 조달하던 많은 자금을 국내 금융시장에 전가하고 「바이 코리아 펀드」를 통하여 국내의 자금을 쓸어감으로써 다른 기업의 자금동원을 어렵게 하고, 우리 경제의 對外 신인도도 함께 떨어뜨렸으니 현대는 「바이 코리아 펀드」(Buy Korea Fund)로 Korea를 Buy하여 얼굴만 「구조조정」해 버린 것이 되었다.
IMF 위기 극복의 功을 과대포장 말라
올해 들어와 자주 얘기되는 위기의 실체는 「족벌경영」이나 「시장에서의 신인도 상실에 의한 일시적 유동성 부족」 때문만일까?
지난해 정부가 『IMF 위기를 완전히 극복했다』고 발표한 얼마 후, 어떤 신문이 여론조사를 한 결과 94%의 국민은 IMF 경제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대답했고, 54%는 金大中(김대중) 대통령 임기 중에 완전히 극복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
왜 이렇게 정부와 국민은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일까? 올해 들어서 정부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왜 국민은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가?
이러한 견해 차이는 IMF 경제위기가 「구조적인 위기」와 「유동성의 위기」라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데서 일어난 것이다. IMF 경제위기는 「넛크래커에 끼인 호두」로 표현된 高비용·低효율이라는 구조적 위기와 이러한 高비용·低효율의 취약한 구조를 개혁하지 못하고 「리더십의 공백」 상태가 진행되어 對外 신인도가 상실된 가운데 아시아에 휘몰아친 외환위기를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여 발생한 유동성 위기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그 중 유동성 위기가 IMF 위기의 전부라고 생각한 데서 일어난 것이다.
유동성 위기라는 측면에서 IMF 경제위기를 극복했다는 정부의 말은 맞다. 그러나 외환 유동성의 위기는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1997년 11월17일 당시 姜慶植(강경식) 부총리와 캉드쉬 IMF 총재가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만났을 때 이미 극복하기로 합의되었다. 총 550억 달러에 달하는 IMF의 긴급 유동성 조절자금 지원을 위한 협상과 합의는 1997년 12월3일에 이루어졌다.
이렇게 IMF 역사상 최대 규모의 유동성 지원자금이 신속히 결정된 배경에는 미국의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코언 국방장관이 주도가 된 백악관 안보회의에서 미국의 아시아 전략구도에서 핵심 국가인 한국을 외환위기에서 구출해야 한다는 결정이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물론 IMF와의 합의 이행을 위한 일련의 조치들은 당시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와 새 정부의 역할이 컸지만 새 정부만의 업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무리다.
유동성 위기는 극복했지만 우리 경제의 근본적 문제인 高비용·低효율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는 아직도 계속 중이다. 이를 위한 구조개혁은 이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한다고 해도 끝내기 힘들며 아마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우리 경제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 朴正熙(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이후 세계 경제의 개방화, 중국의 시장경제 편입, 디지털 혁명으로 불리는 新(신) 경제 조류에 따른 효과적인 구조조정과 패러다임의 전환을 하지 못한 채 「행동은 없고 말만 무성한」 상태를 지속함으로써 IMF 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아직도 구조개혁은 효과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말만 많은 상태로 끌려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IMF 위기는 아직도 극복되지 않았고 계속 중이다.
개혁은 표류하고 불협화음만
대우그룹 문제, 금융기관 不實자산 문제, 한국·대한투자신탁의 부실 문제도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중인데 현대그룹마저 유동성 애로에 봉착했으니 설상가상이다. 공적 자금은 64조를 쓰고도 얼마나 더 필요한지 그 규모도 알 수 없다. 공공 부문의 구조조정은 실종된 상태다. 주식시장은 허우적거리고 국제수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대우그룹은 필자가 재무부 이재국장으로 있던 10년 전에도 구조조정을 한다고 하더니 이 핑계 저 핑계로 넘어간 후 세계경영을 한답시고 확장 일변도로 사업을 벌이면서 「접시 돌리는 곡예사」 같이 위기를 용케도 견디어 왔으나 IMF의 높은 파고에 좌초하고 말았다.
금융기관 구조조정은 부실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공적자금을 얼마나 투입해야 할지도 모른다. 기업의 정확한 부실 규모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부실 규모와 필요한 공적자금의 규모를 모르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한국·대한투자신탁의 문제에는 1989년 12·12 증시대책에서 한국은행 자금으로 쏟아 부은 3조원에 가까운 부실자산이 지금까지 바닥에 깔려 있다. 이런 와중에 현대그룹의 어려움이 추가되었다.
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은 다 끝났다는 것인지 지금 와서는 말이 없다. 정부의 행정규제는 아직도 경쟁국에 비해 과도하다. 예를 들면 주민등록증이 있는데도 각종 절차에 주민등록등본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불필요한 행정규제나 절차는 불필요한 인건비와 물자의 낭비를 유발하고 국민에게는 시간과 돈의 낭비를 강요할 뿐 아니라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요인도 되고 있는데 그 사회비용이 얼마나 큰지 조사된 적도 없다.
최근에 다시 공기업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계속된다고 비판이 일고 있다. 경쟁국에서 하지 않는 이러한 행정규제나 낙하산 인사를 그대로 두고서는 高비용·低효율 구조를 탈출할 수가 없다. 세계가 찬사를 보내던 경제기획원을 없앤 것도 잘못인데 재정경제원이 공룡이라고 해체하여 경제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중심을 없애 버림으로써 개혁은 표류하고 불협화음만 들리니 이것은 더 큰 잘못이 되어버렸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정말로 문제가 없는가? 1997년에도 기업과 언론에서 경제위기가 온다고 할 때 정부는 『펀더멘털은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株價가 실제가치보다 低평가되어 있다』고 했다. 國政의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가 『펀더멘털에 문제가 있다』고 발언할 수 없다는 것은 안다. 그리고 실물경제의 펀더멘털에 문제가 생기고 정책당국이 피부로 느낄 때까지 시차가 있다는 것도 안다.
경제 펀더멘털에 문제 있다
그러나 경상수지 흑자는 원유 가격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1998년에 400억 달러가 넘다가 지난해에는 250억 달러, 올해는 100억 달러 전후로 너무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이고, 한때 지수 1000을 넘었던 株價는 한국·대한투자신탁 문제에 현대그룹 문제가 겹침으로써 600선 가까이까지 주저앉았다. 반도체 등 전자 관련 4大 주력품목 수출 350억 달러를 제외하면 지난해 수출은 줄어들었다. 원화 표시로 하면 지난해에는 전체 수출 금액도 줄었다.
이것은 반도체 등 전자 관련 4大 품목 때문에 원화가 평가절상 압력을 받아 다른 제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수출 채산성과 자금사정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을 말한다. 1994년~1996년 3년간 반도체를 제외하면 경상수지 적자가 1년에 100억 달러씩 늘어나 600억 달러로 늘어났는데도 「수출 경쟁력 10% 높이기」를 추진하면서 시장에서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한다고 원화를 평가절상하는 엄청난 실책을 범한 후 IMF 사태를 맞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펀더멘털은 문제가 없다』면 어디에 문제가 있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물론 유동성 위기는 다시 올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기가 활성화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5년의 경기 週期를 감안할 때 盧泰愚 대통령 시대도, 金泳三 대통령 시대도 새 정부 초기에는 경기가 좋아지다가 말기에는 침체로 돌아섰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제수지와 株價지수는 우리 경제의 종합성적표요, 미래에 대한 종합예측이다. 국제수지가 나빠지면 다른 모든 지표가 다 좋아도 그 경제는 지탱할 수 없고 병이 들어가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상이다. 株價지수는 미래의 우리 경제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예측을 집합한 것이다.
외환 보유고가 800억 달러가 되었다 해도 그것은 국제금융시장이 정상적이고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가 유지될 때의 얘기다. 단기 외채가 전체 외채의 32% 수준인 460억 달러나 되고 600억 달러 전후의 외국인 주식 투자 자금은 우리 경제가 불안하면 언제 또 떠날지도 모르니 보유고 800억 달러로도 버틸 수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라 망친 대통령』
「6·25 동란 이후 최대 국란」-다분히 정치공세 같은-이라는 IMF 사태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國亂(국란)」은 계속 중이다. 「YS는 나라 망친 대통령」이라는 말은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외환관리를 잘못하여 유동성 위기까지 맞았다는 점에서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본의 기술에 의존하여 경제를 운용하고 있다가 중국이 시장경제에 편입되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세계시장에서 급속도로 밀리고 있는데도 1960년대에 시작한 朴正熙 대통령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패러다임을 適時(적시)에 효과적으로 전환하지 못한 다른 대통령과 노동법을 바꾸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여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對外 신인도를 회복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발목만 잡던 야당 지도자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주식이 잘 분산된 국민기업 기아를 살리자』고 외치면서 기아자동차의 부도를 한사코 반대한 일부 언론과 「기아 살리기 범국민연합」의 사람들과 「중앙은행 독립성」을 외치며 금융감독체계의 개편을 저지하기 위하여 국회 앞에서 데모하던 사람들, 특히 야당까지 찾아다니며 로비를 하고 다닌 중앙은행의 일부 간부들은 책임의 한 부분을 공유하여야 한다. 물론 이런 상황을 돌파하지 못한 정부와 여당 사람들에게 더 큰 몫의 책임을 안겨야 하지만….
지난 경험을 되돌아보면 앞으로도 나라가 어려울 때 여·야당과 국민 모두의 「인식의 공유와 통합된 노력」이 없다면 또다른 「나라 망친 대통령」이 나오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먼저, 정치는 여·야가 함께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에 대한 책임을 공유함으로써 국민의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우리 경제의 취약점에 대해 솔직히 말함으로써 야당을 포함한 국민 모두와 함께 인식을 공유하여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의 통합된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이런 바탕 속에서 추진되어야 디제이노믹스(DJnomics)는 성공한다.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된 지난번 4·13 총선 결과는 IMF 사태 이후의 정치가 국민통합보다는 국민분열로 치달았다는 것을 증거하였다.
「나라 망친 대통령」, 「나라 망친 한나라당」이라고 남의 허물만 들추는 정치공세, 국민 정서를 앞세워 정책을 심판하려 했던 무리한 「환란 재판」, 책임 떠넘기는 질문이 압도하고 남의 말은 듣지도 않던 「質問會」(질문회)가 되어 버린 「IMF 聽聞會(청문회)」, 그리고 지역 편중이 없다고 하는데 다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싹쓸이 편중 인사」로 인식의 괴리와 국민의 분열은 더욱 깊어만 가고 여당과 야당은 銃風(총풍), 稅風(세풍), 兵風(병풍), 옷로비, 언론문건 폭로를 거치면서 타협이 없는 감정적인 대결로만 치달아 갔다. 여야가 서로 발목을 잡고 정치가 대결만 한다면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은 불가능하다.
기아자동차 사태와 노동법 개정 파동을 보면서 정치에 경제가 얼마나 無力(무력)한가를 느꼈다. 정부는 24개 금융개혁법을 제출하고 조속한 입법을 위해 몇 달을 뛰어다녔으나 3개월이 지나서야 국회는 심의에 들어갔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대통령은 힘이 없었고 여야는 표 계산만 하며 서로 미루다가 IMF 사태가 오고 나서야 외세에 떠밀려 허겁지겁 금융개혁법을 처리하였으니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실패한 경제관료」 뒤에는 「실패한 정치인」이 있었고 정치가 안 되면 경제가 안 된다는 것을 고발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의 활기찬 미국의 「신경제」(New Economy)의 기초를 닦고 「惡(악)의 제국 소련」을 지구에서 떠나게 만든 레이건 대통령은 여소야대 속에서도 재정 개혁과 스타워즈 계획을 추진하기 위하여 거의 매일 아침 백악관에서 의회의 여야 의원들을 초청하여 조찬하며 설득하였다.
여당도 야당도 레이건의 정책에 협조하여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는 성공했고 소련은 지구에서 떠났다. 지금 레이건은 미국에서 훌륭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다. 워싱턴 공항의 이름도 「로널드 레이건 공항」으로 바뀌었다. 반론과 반대를 통합하여 가는 정치예술과 리더십을 우리나라에서는 언제 볼 수 있을까?
公共부문 구조개혁으로 사회비용 줄여야
정치 다음으로 公共부문을 구조개혁하여 사회비용을 줄여야 한다. 경쟁국에 없거나 그 이상의 행정규제는 철폐하고 공기업은 필요한 최소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영화시켜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어서는 안된다.
정부기구와 공무원 수의 축소는 행정규제 철폐와 함께 시민이 주도해야 한다. 행정구조를 개혁하겠다던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부기구는 더 늘어났고 규제는 실질적으로 줄어들지 않았다. 洞(동)사무소가 무엇을 하고 있으며 왜 필요한지, 일제시대부터 있어 온 파출소를 유지하는 것과 그 돈으로 순찰차를 늘리는 것 중 무엇이 국민에게 이로운지 따져 봐야 한다.
오랫동안 유지해 오던 재정의 흑자기조가 IMF 사태로 赤字로 반전된 것은 불가피했더라도 빚을 갚아야 하는 다음 정부와 다음 세대의 부담을 생각하여 적자규모는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최근에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공적자금 규모가 추가로 40조원이 필요하다고 하는 견해도 나왔다. 그러나 이것도 앞으로 나타날 기업의 부실규모에 따라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低소득층 기초 생활 보장, 소외계층 지원, 농어민 부채 경감 등 선심성 財政 지출이 너무 헤픈 게 아닌가 의문이 있다. 赤字보전이 예상되는 국민연금 확대 실시나 의료보험통합 등도 너무 서두른 게 아닌가 생각된다.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대통령은 선거공약을 가장 많이 이행하지 않은 대통령이라는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물론 지난 정부가 결정한 것이지만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새 정부는 IMF가 권유한 대로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을 정리하고 예금 전액을 보장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것이 국제 금융시장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고 공적자금이 덜 들어갔을 것이다.
政府가 곧 市場?
뉴브릿지캐피털은 13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제일은행을 5000억 원에 인수하였는데 12조 5000억원의 보조금을 주고 인수시킨 결과가 되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한국·대한투자신탁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투자신탁이 예금보험제도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고, 증권에 투자-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한 사람들의 손실을 일반 국민의 돈으로 보전해야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금융기관에 대한 공적자금의 투입은 모럴 해저드 (도덕적 해이)를 키우고 官治(관치)금융의 소지를 확대시킨다.
금융기관의 資産(자산)은 기업에 대한 대출자산이고 그 건전성은 기업의 건전성에 달려 있다. 그래서 공적자금의 규모도 기업의 부실규모에 따라 가변적이다. 은행의 구조조정을 위해 합병을 유도하는 것이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부실자산의 확대 再생산이 될 가능성이 있고 합병 기관 간의 불협화음에 의한 非효율성만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먼저 기업의 재무구조 건전화를 통하여 은행의 대출자산 건전화부터 한 다음 합병을 추진해야 한다. 외국의 은행간 합병은 우량은행 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선도은행(Leading Bank)으로 키우려는 우량은행도 외국은행들은 결코 우량하다고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부실규모가 작았던 것은 경영을 잘 해서가 아니라 정책금융만 취급한 결과이고 인력면에서 결코 우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필자와 가까운 외국은행 간부가 말했다.
기업은 실질적으로 부채를 줄이고 주력기업에 집중하여 高비용·低효율의 트랩을 탈출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여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자율적 판단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효율적인 구조조정도 되고 후유증도 없을 것이다.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인수시킨 것이나 삼성자동차를 가동중단시킨 것도 자율적인 판단으로 보기는 어렵다.
기업구조조정에서 정부는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을 요구하는데 그 시장이 불명확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의 신용을 평가하거나 투자를 심사하는 금융기법이 발달되어 있지도 않고 증권시장에서 기업의 프로젝트나 투자를 株價에 반영하는 펀드매니저들의 기능과 역할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선진국과 같은 시장이 없다.
어쩌면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을 강요하는 정부 당국이 사실상의 시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은 정부가 더 솔직하고 확실한 기준을 정하여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되 기업주나 대주주의 판단이 존중되어야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황제경영」 문제도 투자 결정의 효율성문제이지 「황제경영」 그 자체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황제경영과 마찬가지로 전문경영인 제도에도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전문경영인들은 반대했지만 삼성의 李秉喆(이병철) 회장이 반도체사업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나, 鄭周永 명예회장이 현대조선소의 건설을 결정한 것 등은 황제경영의 성공 사례다.
기아자동차는 전문경영인이 했지만 실패했고, 미국의 모토로라는 가족세습 경영을 하는데도 성공하고 있다. 미국 전문경영인의 우상인 GE의 웰치 회장은 주식이 분산되어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대주주가 없는 환경에서 키워졌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직 어느 나라도 오너는 안되고 전문경영인이라야 성공한다는 가설은 증명된 바가 없다. 기업의 본질은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인데 기업주나 대주주들이 있는 현실에서 과연 전문경영인이 독자적으로 경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제기획원을 부활하자
무엇보다도 구조개혁을 효율적으로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개혁 추진의 주체가 있어야 한다. 경제정책과 금융감독에 관한 기능을 분산시켜 버려 實權도 없이 형해화한 재정경제부로서는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한다 하더라도 구조개혁의 효과적인 추진이 어려울 것이다.
구조개혁에 관한 장-단기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지난날 우리 경제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하던, EPB라고 애칭되던 경제기획원을 부활하여야 한다. 그리고 금융개혁을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당초 입법시 과도기적으로 설립한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조속히 금융감독청으로 통합하여 재정경제부의 외청으로 개편해야 한다.
중앙은행의 제 기능을 발휘시켜 구조개혁에 동참시켜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역할은 너무나 미흡하다. 시장의 金利나 자금사정은 한국은행이 아니라 대기업들이 좌우한다. 그 이유는 사실상 통화기능을 하고 있는 「은행 지급 어음제도」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자금시장에서 「한국중앙은행」의 화폐보다 「삼성중앙은행」이나 「현대중앙은행」의 어음통화가 시중의 金利와 자금사정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은행이 자금시장에서 진정한 중앙은행의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은행 지급어음을 없애고 이에 상당하는 통화를 추가 공급함으로써 자금시장의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기업은 어음에 해당하는 만큼의 불필요한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고 견실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부도나 불확실한 어음지급기간 때문에 일어나는 부도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우리와 같은 은행 지급 어음제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오래 끌면 다시 위기 온다』
우리는 지금 『펀더멘털은 문제가 없다』, 『株價가 실물에 비추어 低평가되어있다』, 『原油 가격이 상승하여 국제수지가 악화되고 있다』라고 얘기하면서 개혁을 완료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개혁 피로감」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다. 더더구나 IMF를 극복했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
1997년 12월 IMF의 긴급 유동성 조절자금 지원 결정이 있은 얼마 후, 캉드쉬 총재의 요청에 따라 신라호텔에서 여야 3당 정책위의장과 국회 財經委, 노동위 위원장 및 간사들과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캉드쉬 총재는 『일본은 8년간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마무리되지 못했다. 한국도 오래 끌면 다시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 그때는 엄청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신속 과감한 구조조정이야말로 성공을 보장한다』고 우정어린 충고를 하였다.
현대그룹 문제는 한국 경제의 문제다. 그 폭발력과 파장은 기아나 大宇와 비교가 안된다. 뉴욕의 금융시장에서는 한국의 모든 증권이 「한국물」(Korean Paper)로 일컬어지고 현대 페이퍼가 나빠지면 한국의 다른 모든 페이퍼의 金利와 차입조건에 영향을 끼친다. 국제금융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과 방법으로 신속하고도 과감히 처리하여야 한다. 정치권은 與野(여야) 없이 도와줘야 한다.
우리는 지금 한시도 지체 말고 高비용·低효율의 넛크래커에서 탈출하기 위해 강력하고 신속한 행동이 있어야 할 때다. 새로운 것을 연구할 필요 없이 선진국들의 시행착오와 경험에서 배우면 된다. 선진국이나 경쟁국에 없는 규제를 모두 없애고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을 지혜롭게 선택하고 따라 하자. 우리 경제의 취약성에 대한 공동 인식과 국민통합 속에 강력하게 추진하여도 10년 이상 걸릴지도 모른다. 멕시코 등 외환위기를 한 번 겪었던 나라는 모두 다시 한 번 더 위기를 맞았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5월의 마지막 날에 鄭周永(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두 아들 夢九(몽구)·夢憲(몽헌) 회장과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신문에는 「王회장 3父子 퇴진」이라는 기사와 함께 두 아들의 부축을 받고 현관을 나오는 老軀(노구)의 鄭회장 사진도 실렸다.
정부는 물론이고 夢九·夢憲 회장도 사전에 알지 못한 王회장의 마지막 승부수라고 했다. 현대그룹이 자금사정이 어려워 외환은행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직후 현대그룹의 自救(자구)계획과 「황제 경영」 청산에 대한 압력이 가중되는 가운데 나온 일이었다. 鄭夢九 現代자동차 회장이 물러나지 못하겠다고 버티어 혼선은 있지만 정말로 깜짝 놀랄 만한 사건이었다.
올해 들어 국제수지가 악화되고 株價(주가)가 떨어지고 대우그룹 문제의 처리도 지지부진한 가운데 우리나라 최대의 現代그룹마저 자금사정이 어렵게 되니 우리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계속되고 있는 중에 나온 뉴스라 더욱 충격을 주었다.
지금의 상황은 어쩌면 IMF 사태를 맞은 1997년과 비슷한 점이 많이 있다. 그때도 정부는 『경제의 펀더멘털은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언론이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IMF 관계자들의 입을 빌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좋고 위기의 가능성도 적다』고 말하게 하는 것도 너무나 같다. 그러나 그때 국제수지 적자는 누적되어 갔고 株價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기아자동차는 부도가 나고 그러다가 결국에 가서 우리 경제는 IMF 사태를 맞고야 말았다.
말만 무성한 넛크래커 속의 호두
그때 기아자동차는 삼성그룹 계열 금융기관이 자금을 회수해서 견딜 수 없다고 말했는데 現代의 경우도 비슷한 얘기가 들린다. 그러나 그때는 金善弘(김선홍) 기아자동차 회장이 끝까지 물러나지 않아 문제였는데, 이번에는 鄭周永 회장이 한강의 기적을 이룬 주역답게 깨끗이 물러났다는 점이 달랐다. IMF 사태 당시의 얘기들을 되새겨 보면 오늘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997년 10월 외환위기가 닥치기 직전 세계적인 권위를 갖고 있는 컨설팅 기관 부즈·앨런&해밀턴은 「한국보고서-21세기를 향한 한국경제의 再도약」이라는 보고서에서 高비용·低효율 구조에 의하여 침체국면에 들어선 우리나라 경제에 대하여 「한국은 비용의 중국과 효율의 일본의 협공으로 마치 넛크래커(Nutcracker) 속에 끼인 호두 같다. 변하지 않으면 깨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再도약을 위한 「행동은 없고 말만 무성하다」는 충고도 했다. 그해 12월 월스트리트저널은 「리더십의 공백」(Leadership Vacuum)이라는 사설에서 「한국이 가장 필요한 상품은 리더십이다. 지금 달러보다 더 부족한 것은 그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 정부기관과 연구기관의 수많은 보고서가 있었지만 넛크래커를 탈출하기 위해 행동을 하는 사람도 없었고, 행동하게 하는 사람도 없었다. 외환위기가 오고 난 후에서야 『내가 위기가 온다고 미리 말했지』 하는 식의 우국지사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심지어 한국은행의 어떤 간부는 『한국은행은 일찌감치 재정경제원에 외환위기를 경고했다. 姜萬洙 차관에게는 내가 직접 보고했다』고 말하는 바람에 TV 뉴스에 나의 얼굴이 나오고 전화가 빗발쳤다.
다음날 사무실에 나가 확인해 보았더니 「최근의 경제 상황과 정책 대응방향」(1997년 3월26일 작성)이라는 보고서를 안면이 있는 그 간부가 두고 갔는데, 내용은 「경상수지 개선과 외환시장 안정에 역점을 두고 巨視(거시)경제 정책의 안정적 운용, 외환 보유액의 조기 확충 및 시장수급 상황에 따른 환율 운용을 하는 한편, 임금 안정 및 각종 규제의 철폐를 통하여 기업의 경영 환경을 개선하고 금융경색 현상의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여야 함. 이러한 대책의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IMF 등 국제기구로부터의 차입 등 비상대책을 강구할 필요성이 있음」이라고 한 것이었다.
금융기관과 연구기관의 이와 유사한 보고서가 하루에도 수없이 오고, 신문은 4월부터 외환위기를 계속하여 보도하고 있을 때였는데, 국제금융을 맡고 있는 부서가 아니라 한국은행 자금부에서 나온 禪問答(선문답) 같은 일반론이 외환위기에 대한 경고였다고 하며 나서기까지 하였다.
당시 재정경제원은, 결과적으로 실패하였지만 달러 당 860원대의 환율을 910원대로, 300억 달러가 안되는 외환보유고를 360억 달러로 올리고 연말까지 500억 달러로 확충할 계획을 세우고 매일 외환시장 동향을 점검하며 구체적 행동에 들어가 있을 때였다.
그리고 금융감독체계 개혁 등 24개 금융개혁법의 개정에 착수하고 있었다. 1997년 6월에는 외환보유고를 330억 달러까지 끌어올렸고 韓寶(한보)사태 이후 불안정한 금융시장도 안정되어 가는가 싶었는데 7월 들어 태국의 바트貨(화)가 폭락하고 기아자동차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모든 정책은 표류하고 말았다.
정부 여당 야당뿐 아니라 일부 언론도 기아자동차를 부도내지 말라고 하고, 어떤 시민들은 金知吉(김지길) 목사를 앞세워 「기아 살리기 범국민연합」을 조직하여 『주식이 잘 분산된 국민기업 기아를 살리자』고 야단하여 기아자동차 사태는 3개월 동안 질질 끌다가 10월 말에야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 신청을 하였으니 그동안 우리의 대외 信認度(신인도)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오죽하면 미국의 루빈 재무부 장관은 『한국 금융시스템의 강화를 위한 강제적이고 효과적인 조치를 강구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기까지 했겠는가.
실패로 끝난 때늦은 시도
지금 생각하면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 통상적인 適正(적정) 외환보유고 360억 달러 정도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아시아에 밀어닥친 외환위기를 막아낼 수도 없었고, 그해 말까지 외환보유고를 500억 달러까지 쌓기 위한 계획을 마련하고 해외에 경제특사를 보내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하였지만 이미 때가 늦었던 것이다.
필자는 당시 재정경제원 차관으로 있으면서 1997년 4월과 7월, 두 번에 걸쳐 유럽의 거래은행들을 찾아가 계속적인 자금인출을 막아 보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한보철강과 기아자동차의 부도, 그리고 「리더십의 공백」에 의하여 추락된 對外(대외) 신인도를 회복할 수는 없었다.
정부의 여러 가지 노력들은 아무런 구체적인 결과를 낳지 못하고 1997년 11월에 외환위기를 맞고 말았다. 논의와 시도만 있었고 행동도 리더십도 없었다. 12월의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부와 여당은 야당을 설득하지도 못하고 다수당이면서도 금융개혁법을 통과시키지도 못하였다. 야당은 막무가내로 반대하며 발목만 잡았다.
그러던 중 11월5일 뉴욕의 블룸버그 통신이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150억 달러밖에 안되고, 한국의 외채 1100억 달러 중 800억 달러가 연내 만기라는, 사실과 다른 보도를 내보낸 후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돌아갔고 1주일 만에 우리는 IMF의 긴급 유동성 조절자금을 요청하게 되었다.
지난해 언젠가 외국은행 관계자로부터 국제금융시장에서 대우그룹에 이어 현대그룹을 「워치」(Watch)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현대그룹 鄭周永 명예회장이 1998년 10월,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지나는 장면이 CNN 뉴스를 통해 세계로 흘러나간 얼마 후였던 것 같다. 이 뉴스는 소 한 마리를 아버지 몰래 팔아 가출한 소년이 한국 최고의 재벌이 되었다는 감동적인 성공담을 곁들여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현대의 이상한 財務構造 개선
우리들에게는 왕회장의 고향 통천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통일의 징검다리가 되어 보겠다는 강렬한 인간애의 파노라마를 보여 주었지만 국제금융시장에는 기아자동차와 LG반도체를 인수하고 금강산 유람선을 띄우기 시작한 현대그룹에 대한 호기심과 경계심을 함께 유발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우리나라 10大 재벌 중 기아자동차가 부도나고 작년에는 대우그룹도 부도가 나면서 한국 재벌에 대한 의구심은 깊어갔다. 지난해 말부터는 現代그룹에 대한 여신이 만기가 되면 연장이 안되거나 기간이 자꾸 짧아지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 다녔다.
금년 들어서는 현대그룹의 자금사정이 아주 어렵다는 얘기로 발전되다가 드디어 지난 5월25일에는 현대건설과 현대상선에 대하여 1000억원의 구제금융이 나갔다고 발표되었다. 우리나라 최고 재벌 현대가 저렇게 되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되느냐고 걱정들이 대단하였다.
국제금융시장이 무엇 때문에 현대그룹에 대하여 경계심을 갖게 되었을까? 한 마디로 말하면 현대그룹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대한 개선작업 내용을 국제 금융시장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450%의 부채비율을 200% 아래로 내렸다고 하지만 分子(분자)인 부채금액을 줄이고 分母(분모)인 자본금을 늘린 것이 아니라, 分子도 늘리고 分母는 더 크게 늘려서 200% 이하로 맞추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개선이 아니라 「코스메틱(化粧用의) 구조조정」(Cosmetic Restructuring)이라고 평가하였다.
부동산 처분, 非주력기업 매각 등을 통하여 금융부채를 갚아서 分子를 줄이고 주력기업은 增資(증자)를 통하여 分母를 늘림으로서 금융비용을 줄여 기업의 재무구조를 튼튼히 한 것이 아니라, 기아자동차와 LG반도체를 인수하고 무리한 對北사업을 추진하여 부채는 더욱 늘어났고 이를 상쇄하기 위하여 현대투신의 「바이 코리아 펀드」를 통하여 동원한 엄청난 자금으로 무리한 증자를 함으로써 스스로 운신하기도 어렵도록 몸집을 키웠다.
수익성은 그대로인데 늘어난 부채로 금융비용은 증가되고, 늘어난 자본금으로 배당 압력은 가중되니 株價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현대투자신탁은 당초 정부로부터 인수할 때도 엄청난 부실을 안고 있었는데 한남투자신탁을 인수하고는 더욱 어려워지고 대우그룹 부도에 의한 不實자산이 더욱 늘어남으로써 현대투자신탁의 부실 문제 하나도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데 다른 기업을 인수하고 무리한 사업을 벌이기까지 하였으니 경계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더구나 「왕자의 난」이라고 불리는 鄭씨 형제 간의 경영권 분쟁은 우리나라의 前근대적인 「황제식 경영체제」를 온 세계에 보여 주기도 했다.
이렇게 하여 현대의 對外 신인도가 떨어짐으로써 해외에서 조달하던 많은 자금을 국내 금융시장에 전가하고 「바이 코리아 펀드」를 통하여 국내의 자금을 쓸어감으로써 다른 기업의 자금동원을 어렵게 하고, 우리 경제의 對外 신인도도 함께 떨어뜨렸으니 현대는 「바이 코리아 펀드」(Buy Korea Fund)로 Korea를 Buy하여 얼굴만 「구조조정」해 버린 것이 되었다.
IMF 위기 극복의 功을 과대포장 말라
올해 들어와 자주 얘기되는 위기의 실체는 「족벌경영」이나 「시장에서의 신인도 상실에 의한 일시적 유동성 부족」 때문만일까?
지난해 정부가 『IMF 위기를 완전히 극복했다』고 발표한 얼마 후, 어떤 신문이 여론조사를 한 결과 94%의 국민은 IMF 경제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대답했고, 54%는 金大中(김대중) 대통령 임기 중에 완전히 극복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
왜 이렇게 정부와 국민은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일까? 올해 들어서 정부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왜 국민은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가?
이러한 견해 차이는 IMF 경제위기가 「구조적인 위기」와 「유동성의 위기」라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데서 일어난 것이다. IMF 경제위기는 「넛크래커에 끼인 호두」로 표현된 高비용·低효율이라는 구조적 위기와 이러한 高비용·低효율의 취약한 구조를 개혁하지 못하고 「리더십의 공백」 상태가 진행되어 對外 신인도가 상실된 가운데 아시아에 휘몰아친 외환위기를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여 발생한 유동성 위기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그 중 유동성 위기가 IMF 위기의 전부라고 생각한 데서 일어난 것이다.
유동성 위기라는 측면에서 IMF 경제위기를 극복했다는 정부의 말은 맞다. 그러나 외환 유동성의 위기는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1997년 11월17일 당시 姜慶植(강경식) 부총리와 캉드쉬 IMF 총재가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만났을 때 이미 극복하기로 합의되었다. 총 550억 달러에 달하는 IMF의 긴급 유동성 조절자금 지원을 위한 협상과 합의는 1997년 12월3일에 이루어졌다.
이렇게 IMF 역사상 최대 규모의 유동성 지원자금이 신속히 결정된 배경에는 미국의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코언 국방장관이 주도가 된 백악관 안보회의에서 미국의 아시아 전략구도에서 핵심 국가인 한국을 외환위기에서 구출해야 한다는 결정이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물론 IMF와의 합의 이행을 위한 일련의 조치들은 당시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와 새 정부의 역할이 컸지만 새 정부만의 업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무리다.
유동성 위기는 극복했지만 우리 경제의 근본적 문제인 高비용·低효율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는 아직도 계속 중이다. 이를 위한 구조개혁은 이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한다고 해도 끝내기 힘들며 아마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우리 경제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 朴正熙(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이후 세계 경제의 개방화, 중국의 시장경제 편입, 디지털 혁명으로 불리는 新(신) 경제 조류에 따른 효과적인 구조조정과 패러다임의 전환을 하지 못한 채 「행동은 없고 말만 무성한」 상태를 지속함으로써 IMF 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아직도 구조개혁은 효과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말만 많은 상태로 끌려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IMF 위기는 아직도 극복되지 않았고 계속 중이다.
개혁은 표류하고 불협화음만
대우그룹 문제, 금융기관 不實자산 문제, 한국·대한투자신탁의 부실 문제도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중인데 현대그룹마저 유동성 애로에 봉착했으니 설상가상이다. 공적 자금은 64조를 쓰고도 얼마나 더 필요한지 그 규모도 알 수 없다. 공공 부문의 구조조정은 실종된 상태다. 주식시장은 허우적거리고 국제수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대우그룹은 필자가 재무부 이재국장으로 있던 10년 전에도 구조조정을 한다고 하더니 이 핑계 저 핑계로 넘어간 후 세계경영을 한답시고 확장 일변도로 사업을 벌이면서 「접시 돌리는 곡예사」 같이 위기를 용케도 견디어 왔으나 IMF의 높은 파고에 좌초하고 말았다.
금융기관 구조조정은 부실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공적자금을 얼마나 투입해야 할지도 모른다. 기업의 정확한 부실 규모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부실 규모와 필요한 공적자금의 규모를 모르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한국·대한투자신탁의 문제에는 1989년 12·12 증시대책에서 한국은행 자금으로 쏟아 부은 3조원에 가까운 부실자산이 지금까지 바닥에 깔려 있다. 이런 와중에 현대그룹의 어려움이 추가되었다.
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은 다 끝났다는 것인지 지금 와서는 말이 없다. 정부의 행정규제는 아직도 경쟁국에 비해 과도하다. 예를 들면 주민등록증이 있는데도 각종 절차에 주민등록등본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불필요한 행정규제나 절차는 불필요한 인건비와 물자의 낭비를 유발하고 국민에게는 시간과 돈의 낭비를 강요할 뿐 아니라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요인도 되고 있는데 그 사회비용이 얼마나 큰지 조사된 적도 없다.
최근에 다시 공기업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계속된다고 비판이 일고 있다. 경쟁국에서 하지 않는 이러한 행정규제나 낙하산 인사를 그대로 두고서는 高비용·低효율 구조를 탈출할 수가 없다. 세계가 찬사를 보내던 경제기획원을 없앤 것도 잘못인데 재정경제원이 공룡이라고 해체하여 경제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중심을 없애 버림으로써 개혁은 표류하고 불협화음만 들리니 이것은 더 큰 잘못이 되어버렸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정말로 문제가 없는가? 1997년에도 기업과 언론에서 경제위기가 온다고 할 때 정부는 『펀더멘털은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株價가 실제가치보다 低평가되어 있다』고 했다. 國政의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가 『펀더멘털에 문제가 있다』고 발언할 수 없다는 것은 안다. 그리고 실물경제의 펀더멘털에 문제가 생기고 정책당국이 피부로 느낄 때까지 시차가 있다는 것도 안다.
경제 펀더멘털에 문제 있다
그러나 경상수지 흑자는 원유 가격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1998년에 400억 달러가 넘다가 지난해에는 250억 달러, 올해는 100억 달러 전후로 너무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이고, 한때 지수 1000을 넘었던 株價는 한국·대한투자신탁 문제에 현대그룹 문제가 겹침으로써 600선 가까이까지 주저앉았다. 반도체 등 전자 관련 4大 주력품목 수출 350억 달러를 제외하면 지난해 수출은 줄어들었다. 원화 표시로 하면 지난해에는 전체 수출 금액도 줄었다.
이것은 반도체 등 전자 관련 4大 품목 때문에 원화가 평가절상 압력을 받아 다른 제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수출 채산성과 자금사정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을 말한다. 1994년~1996년 3년간 반도체를 제외하면 경상수지 적자가 1년에 100억 달러씩 늘어나 600억 달러로 늘어났는데도 「수출 경쟁력 10% 높이기」를 추진하면서 시장에서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한다고 원화를 평가절상하는 엄청난 실책을 범한 후 IMF 사태를 맞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펀더멘털은 문제가 없다』면 어디에 문제가 있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물론 유동성 위기는 다시 올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기가 활성화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5년의 경기 週期를 감안할 때 盧泰愚 대통령 시대도, 金泳三 대통령 시대도 새 정부 초기에는 경기가 좋아지다가 말기에는 침체로 돌아섰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제수지와 株價지수는 우리 경제의 종합성적표요, 미래에 대한 종합예측이다. 국제수지가 나빠지면 다른 모든 지표가 다 좋아도 그 경제는 지탱할 수 없고 병이 들어가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상이다. 株價지수는 미래의 우리 경제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예측을 집합한 것이다.
외환 보유고가 800억 달러가 되었다 해도 그것은 국제금융시장이 정상적이고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가 유지될 때의 얘기다. 단기 외채가 전체 외채의 32% 수준인 460억 달러나 되고 600억 달러 전후의 외국인 주식 투자 자금은 우리 경제가 불안하면 언제 또 떠날지도 모르니 보유고 800억 달러로도 버틸 수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라 망친 대통령』
「6·25 동란 이후 최대 국란」-다분히 정치공세 같은-이라는 IMF 사태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國亂(국란)」은 계속 중이다. 「YS는 나라 망친 대통령」이라는 말은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외환관리를 잘못하여 유동성 위기까지 맞았다는 점에서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본의 기술에 의존하여 경제를 운용하고 있다가 중국이 시장경제에 편입되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세계시장에서 급속도로 밀리고 있는데도 1960년대에 시작한 朴正熙 대통령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패러다임을 適時(적시)에 효과적으로 전환하지 못한 다른 대통령과 노동법을 바꾸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여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對外 신인도를 회복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발목만 잡던 야당 지도자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주식이 잘 분산된 국민기업 기아를 살리자』고 외치면서 기아자동차의 부도를 한사코 반대한 일부 언론과 「기아 살리기 범국민연합」의 사람들과 「중앙은행 독립성」을 외치며 금융감독체계의 개편을 저지하기 위하여 국회 앞에서 데모하던 사람들, 특히 야당까지 찾아다니며 로비를 하고 다닌 중앙은행의 일부 간부들은 책임의 한 부분을 공유하여야 한다. 물론 이런 상황을 돌파하지 못한 정부와 여당 사람들에게 더 큰 몫의 책임을 안겨야 하지만….
지난 경험을 되돌아보면 앞으로도 나라가 어려울 때 여·야당과 국민 모두의 「인식의 공유와 통합된 노력」이 없다면 또다른 「나라 망친 대통령」이 나오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먼저, 정치는 여·야가 함께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에 대한 책임을 공유함으로써 국민의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우리 경제의 취약점에 대해 솔직히 말함으로써 야당을 포함한 국민 모두와 함께 인식을 공유하여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의 통합된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이런 바탕 속에서 추진되어야 디제이노믹스(DJnomics)는 성공한다.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된 지난번 4·13 총선 결과는 IMF 사태 이후의 정치가 국민통합보다는 국민분열로 치달았다는 것을 증거하였다.
「나라 망친 대통령」, 「나라 망친 한나라당」이라고 남의 허물만 들추는 정치공세, 국민 정서를 앞세워 정책을 심판하려 했던 무리한 「환란 재판」, 책임 떠넘기는 질문이 압도하고 남의 말은 듣지도 않던 「質問會」(질문회)가 되어 버린 「IMF 聽聞會(청문회)」, 그리고 지역 편중이 없다고 하는데 다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싹쓸이 편중 인사」로 인식의 괴리와 국민의 분열은 더욱 깊어만 가고 여당과 야당은 銃風(총풍), 稅風(세풍), 兵風(병풍), 옷로비, 언론문건 폭로를 거치면서 타협이 없는 감정적인 대결로만 치달아 갔다. 여야가 서로 발목을 잡고 정치가 대결만 한다면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은 불가능하다.
기아자동차 사태와 노동법 개정 파동을 보면서 정치에 경제가 얼마나 無力(무력)한가를 느꼈다. 정부는 24개 금융개혁법을 제출하고 조속한 입법을 위해 몇 달을 뛰어다녔으나 3개월이 지나서야 국회는 심의에 들어갔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대통령은 힘이 없었고 여야는 표 계산만 하며 서로 미루다가 IMF 사태가 오고 나서야 외세에 떠밀려 허겁지겁 금융개혁법을 처리하였으니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실패한 경제관료」 뒤에는 「실패한 정치인」이 있었고 정치가 안 되면 경제가 안 된다는 것을 고발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의 활기찬 미국의 「신경제」(New Economy)의 기초를 닦고 「惡(악)의 제국 소련」을 지구에서 떠나게 만든 레이건 대통령은 여소야대 속에서도 재정 개혁과 스타워즈 계획을 추진하기 위하여 거의 매일 아침 백악관에서 의회의 여야 의원들을 초청하여 조찬하며 설득하였다.
여당도 야당도 레이건의 정책에 협조하여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는 성공했고 소련은 지구에서 떠났다. 지금 레이건은 미국에서 훌륭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다. 워싱턴 공항의 이름도 「로널드 레이건 공항」으로 바뀌었다. 반론과 반대를 통합하여 가는 정치예술과 리더십을 우리나라에서는 언제 볼 수 있을까?
公共부문 구조개혁으로 사회비용 줄여야
정치 다음으로 公共부문을 구조개혁하여 사회비용을 줄여야 한다. 경쟁국에 없거나 그 이상의 행정규제는 철폐하고 공기업은 필요한 최소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영화시켜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어서는 안된다.
정부기구와 공무원 수의 축소는 행정규제 철폐와 함께 시민이 주도해야 한다. 행정구조를 개혁하겠다던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부기구는 더 늘어났고 규제는 실질적으로 줄어들지 않았다. 洞(동)사무소가 무엇을 하고 있으며 왜 필요한지, 일제시대부터 있어 온 파출소를 유지하는 것과 그 돈으로 순찰차를 늘리는 것 중 무엇이 국민에게 이로운지 따져 봐야 한다.
오랫동안 유지해 오던 재정의 흑자기조가 IMF 사태로 赤字로 반전된 것은 불가피했더라도 빚을 갚아야 하는 다음 정부와 다음 세대의 부담을 생각하여 적자규모는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최근에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공적자금 규모가 추가로 40조원이 필요하다고 하는 견해도 나왔다. 그러나 이것도 앞으로 나타날 기업의 부실규모에 따라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低소득층 기초 생활 보장, 소외계층 지원, 농어민 부채 경감 등 선심성 財政 지출이 너무 헤픈 게 아닌가 의문이 있다. 赤字보전이 예상되는 국민연금 확대 실시나 의료보험통합 등도 너무 서두른 게 아닌가 생각된다.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대통령은 선거공약을 가장 많이 이행하지 않은 대통령이라는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물론 지난 정부가 결정한 것이지만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새 정부는 IMF가 권유한 대로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을 정리하고 예금 전액을 보장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것이 국제 금융시장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고 공적자금이 덜 들어갔을 것이다.
政府가 곧 市場?
뉴브릿지캐피털은 13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제일은행을 5000억 원에 인수하였는데 12조 5000억원의 보조금을 주고 인수시킨 결과가 되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한국·대한투자신탁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투자신탁이 예금보험제도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고, 증권에 투자-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한 사람들의 손실을 일반 국민의 돈으로 보전해야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금융기관에 대한 공적자금의 투입은 모럴 해저드 (도덕적 해이)를 키우고 官治(관치)금융의 소지를 확대시킨다.
금융기관의 資産(자산)은 기업에 대한 대출자산이고 그 건전성은 기업의 건전성에 달려 있다. 그래서 공적자금의 규모도 기업의 부실규모에 따라 가변적이다. 은행의 구조조정을 위해 합병을 유도하는 것이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부실자산의 확대 再생산이 될 가능성이 있고 합병 기관 간의 불협화음에 의한 非효율성만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먼저 기업의 재무구조 건전화를 통하여 은행의 대출자산 건전화부터 한 다음 합병을 추진해야 한다. 외국의 은행간 합병은 우량은행 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선도은행(Leading Bank)으로 키우려는 우량은행도 외국은행들은 결코 우량하다고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부실규모가 작았던 것은 경영을 잘 해서가 아니라 정책금융만 취급한 결과이고 인력면에서 결코 우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필자와 가까운 외국은행 간부가 말했다.
기업은 실질적으로 부채를 줄이고 주력기업에 집중하여 高비용·低효율의 트랩을 탈출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여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자율적 판단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효율적인 구조조정도 되고 후유증도 없을 것이다.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인수시킨 것이나 삼성자동차를 가동중단시킨 것도 자율적인 판단으로 보기는 어렵다.
기업구조조정에서 정부는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을 요구하는데 그 시장이 불명확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의 신용을 평가하거나 투자를 심사하는 금융기법이 발달되어 있지도 않고 증권시장에서 기업의 프로젝트나 투자를 株價에 반영하는 펀드매니저들의 기능과 역할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선진국과 같은 시장이 없다.
어쩌면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을 강요하는 정부 당국이 사실상의 시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은 정부가 더 솔직하고 확실한 기준을 정하여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되 기업주나 대주주의 판단이 존중되어야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황제경영」 문제도 투자 결정의 효율성문제이지 「황제경영」 그 자체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황제경영과 마찬가지로 전문경영인 제도에도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전문경영인들은 반대했지만 삼성의 李秉喆(이병철) 회장이 반도체사업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나, 鄭周永 명예회장이 현대조선소의 건설을 결정한 것 등은 황제경영의 성공 사례다.
기아자동차는 전문경영인이 했지만 실패했고, 미국의 모토로라는 가족세습 경영을 하는데도 성공하고 있다. 미국 전문경영인의 우상인 GE의 웰치 회장은 주식이 분산되어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대주주가 없는 환경에서 키워졌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직 어느 나라도 오너는 안되고 전문경영인이라야 성공한다는 가설은 증명된 바가 없다. 기업의 본질은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인데 기업주나 대주주들이 있는 현실에서 과연 전문경영인이 독자적으로 경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제기획원을 부활하자
무엇보다도 구조개혁을 효율적으로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개혁 추진의 주체가 있어야 한다. 경제정책과 금융감독에 관한 기능을 분산시켜 버려 實權도 없이 형해화한 재정경제부로서는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한다 하더라도 구조개혁의 효과적인 추진이 어려울 것이다.
구조개혁에 관한 장-단기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지난날 우리 경제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하던, EPB라고 애칭되던 경제기획원을 부활하여야 한다. 그리고 금융개혁을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당초 입법시 과도기적으로 설립한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조속히 금융감독청으로 통합하여 재정경제부의 외청으로 개편해야 한다.
중앙은행의 제 기능을 발휘시켜 구조개혁에 동참시켜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역할은 너무나 미흡하다. 시장의 金利나 자금사정은 한국은행이 아니라 대기업들이 좌우한다. 그 이유는 사실상 통화기능을 하고 있는 「은행 지급 어음제도」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자금시장에서 「한국중앙은행」의 화폐보다 「삼성중앙은행」이나 「현대중앙은행」의 어음통화가 시중의 金利와 자금사정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은행이 자금시장에서 진정한 중앙은행의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은행 지급어음을 없애고 이에 상당하는 통화를 추가 공급함으로써 자금시장의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기업은 어음에 해당하는 만큼의 불필요한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고 견실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부도나 불확실한 어음지급기간 때문에 일어나는 부도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우리와 같은 은행 지급 어음제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오래 끌면 다시 위기 온다』
우리는 지금 『펀더멘털은 문제가 없다』, 『株價가 실물에 비추어 低평가되어있다』, 『原油 가격이 상승하여 국제수지가 악화되고 있다』라고 얘기하면서 개혁을 완료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개혁 피로감」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다. 더더구나 IMF를 극복했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
1997년 12월 IMF의 긴급 유동성 조절자금 지원 결정이 있은 얼마 후, 캉드쉬 총재의 요청에 따라 신라호텔에서 여야 3당 정책위의장과 국회 財經委, 노동위 위원장 및 간사들과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캉드쉬 총재는 『일본은 8년간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마무리되지 못했다. 한국도 오래 끌면 다시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 그때는 엄청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신속 과감한 구조조정이야말로 성공을 보장한다』고 우정어린 충고를 하였다.
현대그룹 문제는 한국 경제의 문제다. 그 폭발력과 파장은 기아나 大宇와 비교가 안된다. 뉴욕의 금융시장에서는 한국의 모든 증권이 「한국물」(Korean Paper)로 일컬어지고 현대 페이퍼가 나빠지면 한국의 다른 모든 페이퍼의 金利와 차입조건에 영향을 끼친다. 국제금융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과 방법으로 신속하고도 과감히 처리하여야 한다. 정치권은 與野(여야) 없이 도와줘야 한다.
우리는 지금 한시도 지체 말고 高비용·低효율의 넛크래커에서 탈출하기 위해 강력하고 신속한 행동이 있어야 할 때다. 새로운 것을 연구할 필요 없이 선진국들의 시행착오와 경험에서 배우면 된다. 선진국이나 경쟁국에 없는 규제를 모두 없애고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을 지혜롭게 선택하고 따라 하자. 우리 경제의 취약성에 대한 공동 인식과 국민통합 속에 강력하게 추진하여도 10년 이상 걸릴지도 모른다. 멕시코 등 외환위기를 한 번 겪었던 나라는 모두 다시 한 번 더 위기를 맞았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