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휴대전화는 가격이 얼마였을까

53년 전 오늘, 뉴욕 6번가에서 모토로라 시제품 처음 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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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4월 3일 오전, 미국 뉴욕 맨해튼 6번가. 모토로라 엔지니어 마틴 쿠퍼(Martin Cooper)가 두 손에 벽돌 크기의 기기를 들고 보도 위에 선 채 번호를 눌렀다. 수화기에서 신호음이 울렸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무선 휴대전화 통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쿠퍼가 전화를 건 상대는 경쟁사 AT&T 산하 벨연구소(Bell Labs)의 수장 조엘 엥겔(Joel Engel) 박사였다. 전화기 개발을 두고 경쟁하던 사이였다. 


쿠퍼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 휴대전화로, 진짜 개인용 손에 쥐는 이동식 전화기로 전화하고 있다”

 

엥겔은 침묵했다고 한다.


이 통화는 기술 시연에 그치지 않았다. 전화기는 집이나 사무실, 자동차 안에 있어야 한다는 상식을 깨는 선언이었다.


무게 1.1kg, 통화 가능 시간 30분


당시 쿠퍼가 사용한 시제품은 무게 1.1kg, 크기 23×13×4.5cm였다. 통화 가능 시간은 30분이었다. 완전 충전에는 10시간이 걸렸다. 사람들은 이 기기를 ‘더 브릭(The Brick·벽돌)’이라고 불렀다.


쿠퍼와 그의 팀은 이 시제품을 단 90일 만에 설계하고 제작했다. 공식 명칭은 DynaTAC(Dynamic Adaptive Total Area Coverage)였다. 상용 판매는 1983년에야 이뤄졌다. 당시 판매가는 3900달러였다. 현재 가치로는 한화 약 1300만원에 달했다.


쿠퍼가 전화기를 만들기로 결심한 배경에는 경쟁 구도가 있었다. 당시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이동 전화는 차량용 전화뿐이었다. 모토로라의 경쟁사 벨연구소는 차량용 전화를 미래 이동통신의 표준으로 봤다.


쿠퍼는 전화기가 사람에게 있어야 한다고 봤다. 장소가 아니라 사람에게 번호가 부여돼야 한다는 발상이었다. 그는 이 개념을 ‘개인 전화(personal telephone)’라고 표현했다.


모토로라 경영진은 쿠퍼의 구상을 지지했다. 1973년부터 1993년까지 수익이 발생하기 전까지 1억 달러를 투자했다.


모토로라는 1973년 4월 3일 오후, 뉴욕 힐튼 미드타운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프로젝트를 공개할 예정이었다. 쿠퍼는 행사 전에 회의적인 기자 한 명을 앞에 두고 맨해튼 거리에서 직접 통화를 시연했다. 뉴욕 시민들은 길을 걸으며 거대한 전화기를 귀에 댄 남자를 멈춰서 바라봤다. 무선 휴대 전화기가 세상에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첫 통화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 1983년, DynaTAC 8000X가 미국에서 처음 상용 판매됐다. 이후 기술은 진화했다. 아이폰14 기준 무게는 171g, 높이는 15cm 미만이다. 첫 시제품 무게(1.1kg)와 비교하면 6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2021년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미국인 97%가 휴대전화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집계 기준, 2023년 전 세계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약 80억 명에 달한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모토로라

 

하지만 휴대전화를 처음 만든 모토로라는 시장에서 사라졌다. 1990년대 중반 세계 시장 점유율은 60%에 육박했다. 2004년 출시한 슬림폰 레이저(RAZR)는 3년간 판매 1위를 기록하며 모토로라의 마지막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레이저 이후 나온 제품들은 레이저 디자인을 답습했다. 


스마트폰 전환기인 2007년 아이폰 등장 이후 모토로라는 대응에 실패했다. 시장 점유율은 2%대로 떨어졌다. 2012년 구글이 125억 달러에 모토로라 모바일 사업부를 인수했고, 구글은 2년 만에 이를 중국 레노버에 29억 달러에 되팔았다. 최초 발명자가 시장에서 퇴출됐다.


4월 3일은 모토로라의 첫 통화로부터 53년째 되는 날이다. 뉴욕 6번가 보도에서 울린 통화는, 이후 인류가 서로 연결되는 방식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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