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한 인생,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과학의 순교자’를 읽으며 든 의문이다. 이 책에는 고전 경험론의 창시자 ‘프랜시스 베이컨’, 대항해 시대를 연 ‘제임스 쿡’ 선장처럼 잘 알려진 사람부터 대륙이동설을 주장한 ‘알프레드 베게너’, 병원에서의 소독 개념을 처음 만든 ‘이그나즈 젬멜바이스’까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과학자들이 등장한다. 하나같이 과학 연구를 위해 때로는 개인적인 삶까지 희생한 총 21명의 과학자들이다.
다양한 연구분야만큼 이들의 인생이 주는 교훈도 다양하다. 헝가리 의사 이그나즈 젬벨바이스는 길에서 분만한 산모도 멀쩡한데 병원에서 분만한 산모들이 유독 산욕열에 걸리는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그러다 해당 병원 의사들이 시체를 만지거나 감염성 질환 환자들이 사용한 기구 등을 다루다가 그냥 쓱 분만실로 아이를 받으러 들어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가 분만실 의사들에게 소독을 강조하자 산욕열에 걸려 사망하는 산모의 숫자가 현저히 낮아졌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인과관계인데, 몇가지 요인 때문에 그의 주장은 무시됐다. 왕실 폐지를 주장한 그의 정치성향과 자신의 연구를 논문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 자신의 주장에 반대하는 의사들에게 격한 발언을 했다는 점 등이었다. 산모들을 위해 그토록 중요한 발견을 한 그였지만 말로는 비참했다. 의학계에서 쫓겨나고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해 사망했다.
전기 연구의 개척자 게오르크 빌헬름 리히만의 죽음은 극적이다.
<1753년 번개 연구를 하던 리히만은 천둥번개가 치자, 전기를 유도하기 위해 걸어놓은 금속선으로 다가갔고, 그 순간 시퍼런 불덩이가 금속선을 타고 그의 머리로 들어갔다. 번개에 맞아 즉사했다. 당시 사람들은 악마가 신에 반항할 때 번개가 치므로 이를 방어하는 유일한 방법은 천둥번개가 칠 때 교회의 종을 울리는 것이라 믿었다. 그 결과 18세기 말 독일에서만 120명의 종지기가 번개가 칠 때 종을 울리다 죽었고, 400개의 종탑이 파괴됐다. 이후 벤저민 프랭클린이 피뢰침을 발명했고, 인류는 비로소 번개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마리 퀴리 부분을 읽으면서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 마리 퀴리의 가문이 노벨상을 4개나 받았다는 사실이다. 마리 퀴리의 딸 이렌 퀴리와 그의 남편 프레더릭 졸리오 퀴리는 마리 퀴리의 연구를 계속해 1935년 공동으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딸 이렌 역시 엄마처럼 방사능을 연구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사망했다. 1965년엔 마리 퀴리의 둘째 사위인 라뷔스가 활동하고 있던 국제연합어린이기금(UNICEF)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퀴리 가문이 직간접적으로 수상한 노벨상만 4개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유대계 독일인 과학자 프리츠 하버의 일생이다. 1868년 독일에서 태어난 그는 질소 비료 대량생산에 성공한다. 이 발견으로 인류는 안정적으로 식량 생산을 늘릴 수 있게 됐다. 그는 이 연구로 노벨화학상까지 수상했다.
여기까지 천사같은 과학자였다면,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그는 독일군을 위해 화약의 원료를 만들어낸다. 이후엔 독가스와 방독면까지 만들어냈다. 그의 독가스 개발에 발대하던 그의 부인 클라라는 남편이 가스 공격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돌아온 날,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가 개발한 독가스 때문에 영국군은 큰 피해를 입었다.
부인의 자살 2년 뒤 21살 연하의 여성과 결혼하기도 했던 그이지만, 자신의 혈통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1933년 히틀러의 나치당이 집권하자 유태인 박해가 시작된다. 그가 소장으로 있던 연구소에서도 유태인 직원들이 쫓겨나야 했다. 그는 영국으로 망명하려 했지만 그의 독가스 개발을 문제삼은 영국 과학계가 그의 영국 정착을 반대한다. 마침 이스라엘로부터 연구소 소장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고 그는 이스라엘로 떠났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마저 도착하지 못했다. 가는 도중 스위스의 한 호텔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여러 의미에서 인류의 운명을 좌우했던 이의 씁쓸한 말로다.
저자인 이종호 박사는 전문 과학저술가다. 고려대를 졸업한 후 프랑스 빼르피냥 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와 과학국가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 정부의 해외유치 과학자로 귀국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에서 연구 활동을 했다. 100여권의 과학 관련 도서를 집필하며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