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들은 휴가 때 어떤 책을 읽나... 문재인, 휴가 중 5.18, 구한말 다룬 소설과 북한 관련 책 읽어

노무현은 '혁신CEO 리더십', 교양과학서... 오바마는 인종-정체성 관련 책, 부시는 네오콘 관점 국제정치-역사서 많이 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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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청와대는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 휴가 기간 중 읽은 책을 밝혔다. 작가 한강이 쓴 광주사태를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 동학란 등 구한말 역사를 배경으로 한 김성동의 소설 <국수>, 그리고 북한전문기자 진천규의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등 3권이었다. 독서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관심사 및 역사인식 등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 같아 흥미롭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에는 휴가를 다녀온 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명견만리>를 읽었다고 밝혔다. <명견만리>는 김영란 전 대법관, 가수 서태지, 소설가 성석제 등 각 분야 명사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는 KBS 프로그램 <명견만리>의 내용을 엮은 책. 문 대통령이 이 책을 언급한 후 판매량이 25배가 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다른 출판사들을 소외시킨다”는 이유로 휴가 때 읽은 책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2015년 여름 휴가에서 돌아온 후에는 휴가 때 읽었다면서 국무회의에서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을 언급했었다. 이 책은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시 경희대 교수가 쓴 책으로 한국의 문화와 현대 한국이 이룩한 성취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책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소추되어 직무를 정지당한 기간 중에는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을 읽었다고 한다. 대통령 직무로 복귀하면 제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가 보겠다는 생각에서였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휴가 때 읽은 책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2009년에는 휴가를 떠나면서 청와대 참모들에게 리처드 탈러-캐스 선스타인의 <넛지>를 추천했다. <넛지>는 편견 때문에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들을 부드럽게 설득하는 기술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으로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됐던 책. CEO 출신으로 ‘실용’을 강조했지만 ‘소통부재’라는 비판도 따라다녔던 그의 모습이 연상되는 책이다. 2010년에는 마이클 샌들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이 무렵 그는 ‘공정사회’를 화두로 들고나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여름 휴가 때 읽은 책으로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주5일 트렌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등을 공개했다. 루이스 V. 거스너 Jr의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는 적자 위기에 빠진 IBM을 구해낸 CEO 리더십을 다룬 책이고, 최장집 고려대 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87년 민주화 이후 정체상태에 빠진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에 대해 고민하는 책이다. 청와대에 ‘혁신수석비서관’, 각 부처에 혁신담당 부서를 두는 등 ‘혁신’이라는 화두에 골몰하던 그의 모습이 연상된다. 여기에 리처드 파인만의 교양과학서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이야기> 같은 책도 읽은 걸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보다 관심사의 폭이 넓고 유연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동교동 지하서고’를 갖고 있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단한 다독가(多讀家)로 유명하다. 휴가 때에는 피터 드러커의 <지식자본주의혁명> <미래와의 대화>와 같은 미래전망서와 중국 고전의 명문들을 뽑은 <배는 그만두고 뗏목을 타지>와 <맹자> 등을 읽었다.

미국에서는 존.F 케네디 대통령 시절부터 대통령이 휴가 때 읽는 책을 백악관이 공개해 왔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논픽션과 함께 소설들을 많이 읽었다.

2016년 여름 휴가 때 오바마는 남북전쟁 전 흑인 노예들의 이야기인 콜슨 화이트헤드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폴라 호킨스의 <걸 온 더 트레인>, SF 스릴러 <세븐이브스> 등의 소설과 헬런 맥도널드의 <메이블이야기>, 윌리엄 피네건의 <바바리안 데이즈> 같은 논픽션들을 읽었다.

2015년 여름휴가 때에는 환경파괴 문제를 다룬 엘리자베스 콜버트의 <여섯 번째 대멸종>, 인종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한 다네하시 코츠의 <세상과 나 사이>, 2차대전 참전군인의 인생유전을 다룬 제임스 셜터의 소설 <올 댓 이즈>, 미국에 온 인도계 이민자들을 그린 좀파 라히리의 소설 <저지대>, 2차대전 당시 프랑스 소녀와 독일 소년의 삶을 그린 퓰리처상 수상작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초대 미국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전기 <워싱턴> 등을 읽었다.

2011년 휴가 때에는 데이비드 그로스먼의 소설 <땅끝까지>, 에티오피아 샴쌍둥이의 미국여행을 그린 에이브러험 베르게즈의 소설 <커팅 포 스톤>, 미국 흑인들이 남부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다룬 이사벨 윌커슨의 역사서 <다른 태양의 따뜻함> 등을 읽었다. 휴가지에 가서는 현지 서점에서 대니얼 우드렐의 추리소설 <더 바이유 3부작>, 워드 저스트의 소설 <로딘의 데뷔> 등을 사서 읽었다. <로딘의 데뷔>는 시카고 빈민가로 이주한 소년이 성장하면서 정치적으로 각성해 가는 과정을 다룬 성장소설로, 시카고의 시민사회운동가로 정치 역정을 시작한 오바마의 경우를 연상케 한다.

2009년에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다룬 토머스 프리드먼의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 , 2010년에는 폴 하딩의 퓰리처상 수상작 <팅커스> 등을 읽었다.

오바마가 읽은 소설이나 논픽션 등을 보면 주로 미국 흑인이나 소수민족의 삶과 역사를 다룬 소설이나 역사서, 정체성(正體性)을 찾아가는 인간의 이야기가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케냐 태생 흑인 유학생과 백인 여성 사이의 혼혈아로 태어나 좌파 활동가 사울 알란스키의 세례를 받고 시카고에서 사회운동가로 정치이력을 시작해 대통령 자리에 오른 오바마의 인생 역정이 그대로 투영되는 듯하다.

텍사스 카우보이를 연상시키는 조지 W.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상당한 독서가였다. 그는 2005년 휴가 때에는 <소금: 세계의 역사>(마크 쿨란스키 저), <알렉산더 2세: 마지막 황제>(에드워드 라친스키 저), <대인플루엔자: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전염병 이야기>(존 베리 저) 등 묵직한 역사서들을 읽었다. <소금>의 저자 쿨란스키는 부시가 자신의 책을 읽는다는 뉴스를 접하고 “대통령도 책을 읽나요?”라며 놀라움을 표했다고 한다.

부시는 독서와 정책을 아주 밀접하게 연결시킨 대통령이었다. 이라크 침공을 저울질하던 2002년에는 엘리엇 코언의 <최고사령부>를, 2004년에는 소련 반체제 인사 출신 이스라엘 각료 나탄 샤란스키의 <민주주의론>을 읽었다. 이런 네오콘 계열의 책들을 읽은 것이 그의 이라크 침공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여름 휴가 때에는 탈북자 강철환의 <평양의 어항:북한 강제수용소에서 보낸 10년>을 읽었다. 그해 6월 부시는 강철환을 백악관에 초청했고, 한동안 북한인권문제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2005년 겨울 휴가 때에는 패트리시아 울툴의 <소집 나팔이 울릴 때>와 보수주의 국제정치학자 로버트 카플란의 <제국의 보병들>을 읽었다. 앞의 책은 미국 팽창주의시대를 연 대통령으로 부시가 존경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은퇴 후 삶에 대한 책이고, 뒤의 책은 세계정치 속에서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책이었다. 북핵위기가 고조된 이듬해 여름에는 미국 원폭 개발의 주역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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