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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근대 일본의 조선침략과 대아시아주의》에 나타난 강창일 주일대사 내정자의 일본관

"침략에 대한 자기반성 없이 아시아주의 주창한다는 것은 대동아공영권론의 현재적 표출"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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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일(68)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일대사로 내정됐다. 강 전 의원은 일본 도쿄대에서 동양사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일본 동경대 문학부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17대 국회부터 연속 4선을 하면서 한일의원연맹 간사장‧회장을 역임 했다. 지금은 한일의원연맹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그래서 강창일 전 의원은 민주당 내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꼽힌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도 지난 11월 23일 강 전 의원의 내정 사실을 발표하면서 “스가 내각 출범을 맞아 대일 전문성과 경험, 오랜 기간 쌓아온 고위급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일관계의 실타래를 풀고 미래지향적인 양국관계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창일 전 의원은 작년 중반 이후 문재인 정부가 대일(對日) 강경드라이브를 거는 와중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작년 7월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한일 관계 악화를 두고 “한국 정부 대응에도 아쉬움이 있다”는 발언을 하다 당시 이해찬 대표에게 제지당하기도 했지만, 일본의 무역 보복을 두고 “일본 아베 정권은 간교하고 치졸하다. 정치 논리를 경제 문제로 확산시켰다”고 맹비난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 강창일 전 의원의 본심일까? 그는 일본과의 상호 이해를 통해 한일관계를 발전시켜나가자는 쪽일까, 아니면 일본을 과거 군국주의의 유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잠재적 침략자’로 보는 쪽일까?


강창일 전 의원이 정계에 투신하기 전인 2002년 펴낸 《근대 일본의 조선침략과 대아시아주의》(역사비평사)라는 책에 눈길이 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강 전 의원이 1970년대 중반 긴급조치 위반 사건으로 투옥된 적이 있는 ‘운동권 출신’임에도 이 책은 학문적으로 상당히 엄밀하고, 문장도 정제되어 있다. 조금만 훑어봐도 ‘반일(反日)선동’ 냄새가 풀풀 풍기는 책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본인 스스로 서문에서 “혹여 ‘운동권’ 출신이라 글을 제멋대로 썼다고 할까봐 누가 보더라도 수긍하고 납득할 수 있는 실증적 연구가 되도록 노력하여 용어선택 문제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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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주제는 ‘대륙낭인(浪人)’과 ‘아시아주의’이다. ‘대륙낭인’이란 ‘메이지유신부터 태평양전쟁까지의 시기에 일본 대륙정책의 주변에서 행동한 일본인들’을 말한다. 대개는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 정치를 주도해 온 조슈-사쓰마 출신들에게 소외된 지역 출신으로 국내적으로는 조슈-사쓰마 번벌(藩閥)정치에 비판적이면서도 일본의 대륙침략의 선봉 역할을 했던 자들이었다. 이들 가운데 특히 조선문제에 특화(特化)해서 관심을 가진 자들을 조선낭인이라고 한다. 을미사변 당시 행동대 역할을 한 것도 이들 조선낭인들이었다.

‘대아시아주의’는 이들이 내건 이념이었다. 쉽게 말하면 ‘서양세력의 침탈에 맞서 아시아인들이 대동단결하여 맞서야 한다’는 사상이다. 당연히 일본이 ‘지도적’ 입장에 서야 한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이들의 사상에는 일말의 낭만적 구석도 있었다. 아시아 여러 나라들이 대등한 입장에서 뭉쳐야 한다는 의식이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한일합병 때에도 개념상 한일 양국이 동등한 입장에 서는 ‘합방(合邦)’을 주장했다 (그래봤자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게 그거였지만). 물론 이 대아시아주의는 후일 ‘대동아공영론’으로 계승됐다.

‘대륙낭인’과 ‘대아시아주의’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강창일 전 의원은 ‘동학농민전쟁과 천우협’ ‘명성황후 시해 사건과 일본 낭인’ ‘흑룡회의 결성과 활동’ ‘흑룡회와 일진회의 한일합방운동’ ‘조선낭인과 대아시아주의’라는 주제들을 풀어나가고 있는데, 한국인들의 일반적인 역사 상식과는 꽤 거리가 있는 이야기도 많아 흥미롭다.

예컨대 조선 내에서 활동하던 조선낭인들이 결성한 천우협이라는 단체가 동학운동 지도자 전봉준과 1894년 7월 접촉했다든가, 친일단체인 일진회가 손병희의 지시로 만들어졌으며 소수(少數) 친일파들의 단체가 아니라 12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당대 최대의 정치조직이었다는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물론 지금은 구한말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웬만큼 알려진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강 전 의원이 제시하는 연구 결과들 중에는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들도 적지 않다. 구한말이나 일본 메이지시대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강창일 전 의원은 ‘일본제국주의의 조선 침략’을 소리 높여 비난하지는 않는다. 절제된 언어로 실증적 연구 결과를 제시하는 학자적 면모를 보이는데, 후일 제주 4.3연구소장으로, 국회의원으로서의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의외다 싶을 정도다. 이 책의 연구 결과가 오늘날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강창일 전 의원의 생각이 드러나는 것은 결론부이다. 몇 대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조선에서 활동하던 일본인 낭인, 곧 ‘조선낭인’은 근대 한일간의 정치사와 정치사상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과 자리를 차지한다. 이들은 조선의 사정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정보를 가진 유수한 ‘조선문제’ 전문가로서 활약하면서 ‘한일합방’운동을 전개했고, 조선 체험에서 얻은 독특한 조선인식과 대아시아론을 토대로 ‘한일합방론’과 대아시아제국론을 제기하여 정통적인 대아시아주의의 골격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행동과 사상으로 인해 근대 일본정치사에서 ‘전통우익’으로 자리매김되었고, 이들의 대아시아주의는 우익의 대외사상으로서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 이들이 일관되게 주창하는 ‘한일합방론’은 침략을 위장, 은폐하는 이론적 분식수단이 되어 선전도구로서 기능했고, 더욱이 조선인을 설득하여 친일화하는 이론적 도구가 되었다.


- 이들이 주장하는 대아시아주의에는 기만적이고 허위적이고 허구적인 측면이 많았다. 우선 당시는 국제정치가 일국 단위로 이어지고 있었음에도 이들이 백인종, 서구, 기독교문명을 하나의 단위로 설정한 것 자체가 허구적이다. 또 이들에게서 일국 에고이즘을 극복 혹은 해소한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일본맹주론이나 일본패권론을 전제로 논의를 전개했다. 즉 이들은 일본의 대륙국가화를 과제로 설정하여 행동하고, 사고하는 자들이었다. 그 때문에 이들이 내세우는 상호 시혜적이라는 부분은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기 위한 기만적인 주장이라고 비판받아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행동과 사상은 일본 파시즘의 원류적 행태이고, 근대 일본인의 초국가주의적 심리구조를 선취하여 표출한 형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 일제가 패망하고 나서 대아시아주의는 파시즘이론 혹은 초국가주의의 반동적 사상으로 지탄받았다. 수면 하에서 우익사상으로 치부될 따름이었다. 그러나 곧 전후 복구에 성공하고 경제부흥의 길에 들어서면서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이에 대한 재평가의 움직임이 일어났다....그 후 반미자주노선의 우익, 친미반공노성의 우익뿐만 아니라 교조주의적 사회주의 노선에 반대하는 ‘신좌익’이나 황국 관료 출신의 사회지도층 인사들에 의해서도 간혹 아시아주의적 언설이 발설되었다.


- 요즘 일본에서의 아시아주의적 언설은 ① 1860, 70년대의 아시아론 ② 청일전쟁-러일전쟁기의 아시아주의론 ③ 1930년대 이후 15년 전쟁기의 대동아공영론에 이은, 제 4의 파고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감각적 인종주의에 기초하고 있고, 다분히 일국 에고이즘을 바탕으로 하면서 광역지역주의로 채색, 가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아시아주의의 반동성을 직시하지 않고 또 아시아 침략에 대한 자기반성 없이 일국 에고이즘을 강고하게 포지하면서 아시아주의를 주창한다는 것은 대동아공영권론의 현재적 표출일 수 있다.


상당히 표현을 자제하고는 있지만, 곳곳에서 일본제국주의‧침략주의가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 있는’ 오늘날의 일본으로 계승되고 있다고 여기는 강창일 전 의원의 우려를 느낄 수 있다. 강창일 전 의원이 학자라면 위의 생각은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국주재 대한민국특명전권대사가 일본에 대해 기본적으로 불신이나 적대적 감정을 갖고 있다면, 일본측과 솔직한 소통과 협력이 가능할까? 혹시 일본이 제안하는 어떠한 협력 제안도 100여년 전 일본 극우세력이 주장했던 ‘대아시아주의’의 재현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까?

실제로 강창일 전 의원은 의정 활동이나 작년 중반 이후 한일관계 발언 등을 통해 그의 대일 인식이 곱지 않음을 보여준 바 있다. 작년 7월 일본의 무역 보복을 두고 “일본 아베 정권은 간교하고 치졸하다. 정치 논리를 경제 문제로 확산시켰다”며 일본의 ‘한국 때리기’를 “자국 정치용 조치, 자기 정치를 위해 하는 것이란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이나 금년 3월 코로나19 유행을 이유로 일본이 한국인에 대해 입국 제한 조치를 하자 한일의원연맹 회장 자격으로 “자국 정치에 이웃나라를 끌어들이는 외교 만행”이라는 성명을 낸 것 등이 그 예이다.

강창일 ‘일본국 주재 대한민국 특명전권대사’가 청와대 대변인의 말처럼 ‘한일관계의 실타래를 풀고 미래지향적인 양국관계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할’ 적격자인지 걱정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입력 : 202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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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lt;박정희 바로보기gt;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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