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퍼터는 골프의 본질적인 스윙에 반하는 것인가?

미시간에서 천재 법학자와 만나다
  • 김승열 변호사(대한특허변호사협회 회장)
  • 업데이트 2016-06-0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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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와 리처드 프리더먼 미시간대 교수.
[美 앤아버에서 LPGA 참관기 ⑦]
미시간대는 음악을 비롯한 예술과 스포츠 분야에서 학문적 성취와 우수한 동문을 배출한 대학이다. 필자는 이 대학에서 스포츠를 법리적으로 분석하는 학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나자는 이메일을 보냈었다. 그러나 리처드 프리드먼(Richard Friedman) 교수와의 만남은 일정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출국을 앞두고 다시 연락이 와 만남이 이뤄졌다. 미국의 현충일에 해당되는 ‘메모리얼 데이’에 그와 반갑게 조우했다.
 
프리드먼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학부와 로스쿨을 마치고 영국의 옥스퍼드대에서 법사회학을 공부한 보기 드문 천재학자로 알려져 있다. 주 연구분야는 형사법에서 증거법. 특히 증인신문에서 ‘반대 신문 보장권’에 대해 많은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중재와 같은 대체적 분쟁해결 절차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고, 특히 스포츠를 하나의 법 제도로서 관찰, 분석하는 몇 안 되는 학자다.
 
필자가 프리드먼 교수를 만나고 싶어 한 이유도 스포츠와 법에 대한 독특한 접근방식 때문이었다. 그는 스포츠 분야를 일반적인 법률적 접근(노동법과 계약법 등과 같은 일반적인 법리)으로 다루지 않고 스포츠 분야의 법 규범(제한 규정) 자체에 대한 법적 근거 내지 논리적인 정당성을 깊이 연구하는 학자로 유명하다. 즉 스포츠 내에서의 자율법 규범이 어떻게 규율되고, 스포츠의 발달과정에서 이 내부 규율이 어떻게 시대와 기술의 변화를 수용해 왔는지를 근원적 접근을 통해 연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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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대 법대 도서관. 고풍스런 법대 건물을 훼손하지 않게 하려고 지하 3층에 걸쳐 도서관을 세웠다.

철학적이고 인본주의적 접근에서 스포츠를 본다면
 
이런 일이 있었다. 필자가 참관기를 쓰며 언급한 적이 있는데, 프로 골프는 모든 선수들이 반드시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허리가 아프거나 다리가 불편한 선수에게 카트를 허용하는 것이 과연 골프라는 스포츠의 본질에 비춰 합당한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즉 장애자의 카트 이용이 헌법상 형평원칙에 맞고 나아가 골프의 본질적인 요소를 훼손하는 것이 아닌 것인지에 대한 찬반논란이었다. 결국 미국 연방 대법원은 고심 끝에 보행 장애인의 카트 이용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걷는 것 자체가 골프의 본질적인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허리가 아프거나 보행이 어려운 선수는 형평의 원칙에 따라 카트를 타고 라운딩을 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헌법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것이었다.
 
스포츠 분야는  다른 논란거리도 많다. 예를 들어 높이뛰기 경기에서 모든 선수들이 앞으로 뛰어 넘는 방식으로 폴대를 넘는데, 한 선수가 뒤로 뛰어 폴대를 넘어 좋은 성적을 냈다면 이를 규정위반으로 실격처리해야 할까. 아니면 새로운 혁신적인 높이뛰기 방식으로 인정해야 할까.
 
이 경우도 높이뛰기를 앞으로 넘건 뒤로 넘건 방법의 문제고, 높이뛰기라는 운동의 본질적인 요소를 침해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점이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즉 지금은 높이뛰기에서 뒤로 넘는 것이 보편적이나, 향후 새로운 도전자가 어떤 방법을 택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 경우에 새로운 시도를 창조적인 혁신으로 봐야할 지, 운동경기의 본질적인 요소를 훼손하는 것으로 봐야할지는 간단하지 않다. 어쩌면 철학적이고 인본적인 사고가 전제돼야 할 지 모른다.
 
골프 경기에서 최근 배꼽퍼터의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발표했다. 이 부분도 배꼽퍼터를 사용해 퍼팅하는 것이 골프의 본질적인 스윙에 반하는 것인지에 대해선 다소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로 배꼽퍼터에 익숙한 선수로서는 이러한 금지규정이 상당히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이런 금지규정이 어떤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으며, 그 정당성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문제인식에서 조심스레 다뤄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스포츠 분야의 규정이 합리적이어야 해당 경기가 의미가 있고 참여하는 선수나 관중들이 스포츠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각 스포츠의 다양하고 복잡한 규정에 대한 철학적 접근에 관심이 있는 필자로서는 프리더먼 교수의 흥미로운 연구에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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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더먼 교수는 "파인애플 조각을 가리키며 파인애플은 ‘환영’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짧지만 깊었던 프리더먼 교수와의 만남
 
프리드먼 교수는 필자가 머무르고 있는 호텔로 찾아와 자신의 승용차로 법대 건물을 보여주었다. 너무나 자상하고 친절한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필자는 프리드먼 교수와 법대 건물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는데 그는 건물에 새겨진 조그마한 조각의 정교함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었다. 여러 조각 중에 파인애플 조각을 가리키며 파인애플은 ‘환영’을 의미한다고 말해 주었다.
 
법대 건물을 지을 당시 총장을 역임한 6인의 조각상도 보여주었다. 그는 “법대 도서관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법대 건물 외관이 조금이라도 훼손되지 않게 하려고 아예 도서관을 지하에 설치했다”고 말했다. 또 “지하 3개 층으로 구성된 도서관 모두가 지상으로부터 햇살을 다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휴일(메모리얼 데이)이어서 닫힌 도서관 독서실 문을 직접 열어주며 “도서관을 지을 당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러 대학교의 표장을 유리창에 새겨놓았다”면서 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건물 사이에 조그마한 정원을 가리키며 자신이 결혼식을 올린 곳이라고 했다.
 
필자가 “지난 일요일에도 이곳에서 많은 신랑신부를 봤다”고 하니 “과거에는 이결혼장소로 많이 이용됐으나, 지금은 사정상 웨딩 야외촬영지로 이용되는 편”이라고 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건물 유리창에 법률용어 즉 상속, 이혼 등을 적어 놓으며 그림도 가미했다는 점이다. 학교당국에서 법률용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고민한 흔적을 유머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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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고 아름다운 미시간대 법대 건물 주변.
 
‘교수 라운지’에서 프리더먼 교수의 주 전공인 ‘반대 신문권 보장권’ 등에 대해 가벼운 토론을 주고받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그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가족 생일파티가 있어 부득이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필자가 오히려 더 미안할 지경이었다. 그의 전화통화 모습에서 가족의 화목함과 자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걸어서 숙소까지 가겠다고 했지만 완강히 숙소까지 데려다 주었다. 필자는 준비해간 LPGA 골프대회의 기념모자와 한국산 부채를 건네며 “여건이 되면 한국으로 초대하고싶다”고 하니 너무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짧은 만남이었지만 친절한 환대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프리드먼 교수는 “제자인 펜실베이니아 교수와 공저한 《스포츠를 관장하는 법 규정의 법리적인 분석》이라는 책이 거의 완성단계 있다”며 “초안이 나오면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책이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모쪼록 스포츠 법 분야의 새로이 혁신적인 시각이 담겼기를  감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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