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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시간대 로스쿨 전경 |
[미 앤아버에서 LPGA 참관기 ⑤] LPGA 대회 3일째. 성적이 변화무쌍하여 ‘무빙데이(Moving day)’라 부르는 이날, 세계적인 골퍼들의 성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경기관련 사항은 최종일인 내일 좀 더 언급하기로 하고 오늘은 미시간대학교의 로스쿨을 방문하기로 했다. 앤아버라는 도시는 학원도시라고 부를 만큼 미시간대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데 대학 캠퍼스는 도시 중심지구에 위치하고 있다. 인구가 10만여 명인데 학생 수만 4만 명이 훌쩍 넘는다. 앤아버 거주자는 미시간대 학생, 교수, 교직원과 대학을 지원하는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자정이 넘어 다운타운을 걸어 다녀도 안전상 문제가 거의 없다고 한다. 때마침 숙소가 로스쿨 근처라 즐거움과 설렘으로 고풍스러운 로스쿨로 향했다.
미시간대 캠퍼스는 일찍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캠퍼스의 중심에 위치한 로스쿨은 더욱 더 고풍스런 멋을 자랑한다. 주말에는 이곳에서 학생들과 대학관계자의 결혼식이 열리고 웨딩촬영을 하는 신혼부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늘도 일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들이 캠퍼스를 빛나게 만들고 있었다.
이를 보면서 처음엔 모두가 새롭고 아름답지만 그 감정을 처음처럼 유지하기가 쉽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이효석 소설의 한 문장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오두막집을 짓고 감자밭을 일구며 낙엽을 잠자리 삼아 별을 헤면서 잠을 청하는, 순수한 신혼의 단꿈이 언제까지 이들에게 이어지길 기도해 보았다.
지금의 로스쿨 건물은 미시간 법과대학 출신의 윌리엄 쿡이 기부한 것이라고 한다. 그의 바람은 미시간 로스쿨이 미국의 미래를 반영하는 공간으로 자리잡는 것이었다. 그 바람대로 윌리엄 데이 미국 국무장관과 프랭크 머피 미국 연방 대법관, 해리 도허티 미국 법무장관을 비롯해 수많은 법조인을 배출했다. 미국 내 전문대학원 평가에서도 상위권 안에 드는 명문이다.
로스쿨 건물은 4개 건물로 이뤄져 사각형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고풍스런 나무와 잔디가 자리잡고 있다. 각각의 건물 명칭이 다른데 ‘변호사클럽’, 기부자 아버지의 이름을 붙인 ‘존 쿡 빌딩’, 기부자 이름인 ‘윌리엄 쿡 법률도서관’ 그리고 로스쿨 학장이자 미시간대 총장 이름을 딴 ‘허치슨 홀’이다. 로스쿨 건물의 또다른 특징이라면 매서운 겨울 추위 탓인지 건물 내 지하공간이 잘 발달돼 있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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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쿨 내 학생 게시판 |
아서 밀러와 마돈나가 다닌 대학
미시간대는 로스쿨 외에도 다른 학문분야에서도 뛰어나지만 스포츠분야가 매우 발달돼 있다. 예를 들어 미시간대의 미식축구 경기장은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래서 인지 미시간대를 상징하는 ‘M’이라는 로고는 미국 내에서 가장 인기 많은 로고로 통한다고 한다. 이곳 경기장에서 열리는 미식축구 경기는 티켓 발매 즉시 매진되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문화예술분야 역시 동문들의 활약상이 널리 알려져 있다.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유명한 아서 밀러, 세계적 팝스타 마돈나가 미시간대 출신이다.
미식축구 선수 톰 브래디, 수영 분야에서 14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마이클 펠프스, 《점심시간의 시들》로 유명한 시인 프랭크 오하라,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가 미시간 동문들이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법대에서도 스포츠 법에 대한 관심이 많고 학문적 성과 또한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차드 프리드만 법대 교수는 스포츠와 게임을 법의 눈으로 분석한 연구로 유명하다. 필자 역시 골프나 스포츠, 기타 문화예술을 법학적인 시각으로 보려 노력하고 있어 프리드만 교수를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촉박한 일정으로 직접 보기는 어려워 아쉬웠다. 어쨌든 이메일 등을 통하여 연락을 하고 추후 스카이퍼 등을 통해 배움의 시간을 갖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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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시간대 로스쿨 복도에서 필자. |
법대 교수 중에 한국계로 보이는 교수 한 분이 계시는 것 같아 기뻤다. 또 서울대 로스쿨에서 상법을 가르치는 교수가 방문교수로 와 계시다는 얘기를 듣고 만나고 싶었지만 방학 중이어서 여의치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다만 중부지역의 최우수 명문 법과대학을 직접 방문하고 신선한 자극까지 받게 돼 좋은 경험으로 기억될 것 같다. 필자 역시 카이스트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은 아직 스포츠 산업이 미약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발전 여지가 풍부하다. 스포츠 매니지먼트 등 스포츠 관련 분야에 대한 법적 관심이 제고되고 학술적 연구도 깊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공지능 시대에 문화예술과 스포츠야 말로 유망한 분야다. 수많은 법적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학문적 연구와 실무에 능통한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향우 좀 더 국제적인 경험을 축척하고 나아가 문화예술 및 스포츠 분야연구에 매진해야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해 보았다.
인생의 여정과 골프
이제 LPGA 대회가 최종일(30일)에 접어들었다. 필자 역시 현지에서 선수들과 비슷한 일정으로 이동하고 라운딩도 함께 해서인지 벌써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이다. 최종일 선수들 표정 역시 상당히 지쳐 보였다. 최종일 편성표를 보니 김효주, 크리스티나 김, 류소연, 양희영 선수 등 한국 선수들의 성적이 대체로 저조했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체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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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시카 코다(왼쪽)와 주타누간 |
일단 선수들의 공식일정을 보면 화요일은 연습 라운딩, 수요일은 프로암,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나흘간 공식시합이고, 월요일은 다음 경기장으로의 이동한다. 미국 LPGA 투어는 경기장 이동이 비행기로 5시간 이상이 걸리거나 차로 10시간 이상 이동하는 경우가 다반수다. 그리고 미국은 시차가 다르다. 어느 선수의 아버지는 필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미국 투어에서는 체력과 체격이 받쳐주지 않으면 상위권 입상이 거의 불가능하다.”
가슴에 와 닿는 말이었다. 혹자는 ‘골프는 70%가 정신력’이라면서 ‘나머지 30%는 무엇?’이라는 질문에도 결국 '정신력'이라고 답한다. 그만큼 정신 집중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선 절대적으로 체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체력이 뒤받쳐주진 않으면 정신집중도, 스윙도 망가진다. 전반 9홀에 성적이 좋다가도 후반에 들어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는 절대적으로 체력적인 문제이다. 더욱이 투어프로들은 1년 내내, 1~2주일 쉬는 것을 제외하고 매일 라운딩을 한다. 그것도 18홀을 오로지 걸어서 라운딩을 해야 하는 것이 골프 규정이다.
이 규정 때문에 보행 장애인의 경우 카트를 타게 허용하는 것이 미국 헌법의 정신에 비춰 가능한지를 두고 논쟁이 불거진 일도 있다. 물론 미국연방 대법원은 형평의 원칙에 따라 장애인은 카트를 탈 수 있다고 판시, 논쟁을 종결지었다. 어쨌든 골퍼들은 직선거리만 6㎞가 넘는 골프장을 매일 걸어 다니며 매 스윙마다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이런 정신집중은 4일간에 계속해야 경기를 마칠 수 있다. 마치 인생의 여정과도 같이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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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격이 좋은 한국계 골퍼 크리스티나 김. |
부모에게 심리적으로 의지하는 한국선수
결국 주타누간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그녀는 30일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솎아내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한 주타누간은 자신의 ‘멘토’라는 크리스티나 김(10언더파 278타)의 추격을 5타 차이로 따돌리고 3주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주타누간과 크리스티나 김은 체력과 체격에서 타선수를 압도한다. 즉 주타누간은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드라이버를 골프백에 넣지 않아도 장타를 기록할 정도로 체력과 체격이 좋다. 크리스티나 김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반해 보통의 한국선수는 체력이 약해 보이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래서인지 나흘 경기 중 초반에는 성적이 좋다가 후반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체력이 변수가 아닐까. 이번 대회에 리디아 고 선수의 성적이 좋지 않은데, 어제 저녁 문이 닫힌 한국식당 앞에서 망연자실하던 리디아 고의 모습이 떠오른다. 논리의 비약인지 모르나 한국음식을 못 먹어 성적이 나빠진 것은 아니었을까.
특히 이번 대회에 류소연 선수는 스윙이 너무 좋았는데 최종일까지 좋은 성적을 유지하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한번은 류소연의 어머니를 만났다. 취재기자단과 인사를 나누길래 필자가 다가가 ‘스윙이 좋더라’고 말했지만 그녀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아 안쓰러웠다. 왠지 지쳐 보이는 것 같았다. 이곳 햇살이 너무 강렬해 지치게 만든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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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희영 프로. |
미국골프 투어를 하는 한국선수 대개는 부모와 함께 이동한다. 경기 내내 함께 필드를 걸으며 응원을 하는데 심리적으로 부모에게 무척 의지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음식이나 잠자리, 체력과 정신력을 부모가 사실상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시간 골프투어를 하면 선수들의 의욕에 못 미치는 열악한 인프라로 기량을 발휘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향후에는 프로여자골프협회 차원에서 선수들이 현지교민 등과 연계해 음식지원이나 차량지원을 받을 수 있게끔 배려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선수 부모들에게 경기 라운딩 중에 카트를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했으면 한다.
선수관리와 스포츠 에이전시
골프에서 정신력 집중과 골프를 즐기는 마음이 중요한 이유를 우승한 주타누간에게 확인할 수 있다. 주타누간은 경기 중 스코어보드를 거의 보지 않는다고 한다. 경기에만 오로지 집중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좌절의 극복으로부터 오는 강한 근성과 내성의 축척이다. 3년 전 우승문턱에서 좌절되면서 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심기일전해 결실을 거두었다. LPGA 사상 3주 연속 우승은 결코 쉬운 기록이 아니다. 좌절을 겪고 내공을 키운 다음에 이룬 값진 우승이어서 더 의미가 있다.
그리고 선수관리와 지원 면에서 전문 에이전시가 아니라 선수 부모들이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눈에 보인다. 미국투어 같은 장기 레이스는 선수와 부모가 함께 지칠 수 있다. 전문가의 관리 하에 체력 및 집중력을 높여 경쟁력을 증강시킬 필요가 있다. 한국의 골프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려면 경쟁력 있는 스포츠 에이전시가 많이 나와야 하고 이들을 통한 선수관리와 보호가 실효성 있게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협회와 정부차원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경기운영에 있어서도, 국내대회도 선수보호 차원에서 프로암을 현재 18홀에서 9홀로 줄이고, 컷오프된 프로와 아마와의 프로암 제도를 새로 만든다거나, 골프투어의 경우 현지 교민과의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