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류소연·이민지...골프가 인생에 주는 교훈은 무엇?

  • 김승열 변호사(대한특허변호사협회 회장)
  • 업데이트 2016-05-3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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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건대 골프장. '근대 골프설계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리스터 매킨지가 설계했다.

[美 앤아버에서 LPGA 참관기 ④] 볼빅 LPGA 대회 이틀째다. 오늘은 아침 일찍 미시간대 골프장으로 향했다. 클럽하우스가 공사 중이어서 입구를 찾는데 진땀을 흘렸지만 도착해 보니 골프장 시설관리 등이 비교적 잘 돼 있었다. 티박스에 관리인이 있어 진행을 도와주었고, 곳곳에 진행요원이 배치돼 있었다. 퇴직 교직원에게 ‘진행요원’ 자리를 마련해 코스관리를 맡긴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일에 나름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너무나도 열심히 코스관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 연유인지 페어웨이와 그린이 잘 관리된 상태였다.
더 놀라운 점은 1930년대에 조성된 이 골프장을 ‘근대 골프설계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리스터 매킨지(Alister Mackenzie 1870~1934)가 했다는 사실이다. 매킨지의 명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코스 설계의 목적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모방하는 것이어야 한다.”
 
흥미롭게도 대학원생으로 보이는 이가 혼자 라운딩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열공’에 지쳐 기분전환으로 라운딩을 즐기는 것일까. 친근함이 느껴졌다. 동행한 볼빅 관계자는 “코스설계, 코스관리가 잘 이뤄져 향후 볼빅의 주최기간(3년) 중 미시간대 골프장에서 LPGA대회를 진행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겠다”고 했다. 골프장은 전체적으로 무난한 편이었다. 다만 필자의 경우 후반 9홀에 들어서서 체력의 소진으로 스윙이 심한 난조를 보였다. 골프는 체력의 뒷받침 없이는 제대로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느꼈다.
 
5월과 女傑, 그리고 예술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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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 전인지
LPGA 대회장에 들어서니 때마침 류소연, 전인지, 이민지 프로가 한 팀을 이룬 조와 시간이 딱 맞아 떨어져 이 팀을 따라가기로 하였다. 전인지는 ‘아기 코끼리’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큰 덩치에 인상적이고 특히 웃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류소연은 흰색과 붉은색으로 구성된 의상 등이 파란 잔디 위에서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TV보다 실물이 훨씬 보기가 더 좋았다. 이민지는 부드럽고 귀여운 모습에 단정한 오렌지색 상의, 흰색치마가 상큼하게 보였다. 세 선수 모두 스윙이 멋질 뿐만 아니라 드라이버도 호쾌한 장타를 날렸고 아이언 또한 핀대를 향한 정교한 샷이 갤러리의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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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 류소연
여걸들을 향해 갤러리들은 시종 미소를 띠우며 박수를 치고 탄성을 질렀다. 선수와 갤러리가 혼연일체가 됐다고 할까. 골프장과 5월이라는 계절이 함께 어울려 너무 인상적이었다. 여걸 3명은 18홀 라운딩을 하면서 코스 내에서 하나의 예술공연을 보여주듯 아름답고 우아하게 라운딩을 선보였다. 특히 류소연의 우드 3번 티샷은 어느 때보다 정교했고, 아이언은 항상 핀을 향해 똑바로 나아갔다. 전반 홀의 경우 3홀 연속 버디행진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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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 이민지
갤러리들은 관객, 세 여걸은 무대배우, 골프장은 객석과 같았다. 관객이 무대 속에 빠져들어 같이 호흡하고 즐기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골프는 흔히 인생에 비유된다. 18홀에 이르는 동안 수많은 역경과 시련을 마주한다. OB(Out of Bounds, 골프코스 경계를 넘어선 장소)가 나고 벙커에 빠지기도 하며 조금만 집중력이 떨어져도 언제든지 위험이 찾아온다. 그러나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인생에서도 결코 예상하지 못한 역경에 처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정면 돌파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프로골퍼가 경험하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러나 고통 속에서도 라운딩을 ‘즐기는’ 마음이 없다면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울지 모른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시련 속에서도 즐기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고통을 갈비처럼 뜯어먹을 수 있는 ‘어금니’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 어금니는 인생에서의 긍정과 즐거움에서 생겨난다. 오늘 여걸들이 골프를 통해 밝고 당당하며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감동적인, 무언가 깨달음을 주는 경험이었다. 
 
국영수(國英數)의 시대 아닌 문화·예술·스포츠 시대
 
오늘도 18홀을 라운딩하고 오후에 18홀을 관전하니 허기가 몰려왔다. 찾아간 한국식당도 문이 닫혀 있었다. 실망하여 주위를 보니 ‘리디아 고’ 선수도 어머니와 함께 와서 허탈한 표정이었다.

할 수 없이 근처 중국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웬걸, 20여분을 기다려야 한단다. 다행히도, 음식 맛은 사람이 많은 이유를 알 정도로 그런대로 괜찮았다. 모처럼 중국음식을 생맥주와 함께 포식을 한 상태에서 기자 분들과 함께 ‘팝 레스토랑’에 가 보았다. 이곳은 전형적인 대학가내의 팝 레스토랑이었는데, 흥미로운 것은 식당 벽면이 모두 스포츠 중계화면으로 장식돼 있다는 점이다.

시끄러운 분위기였지만 오히려 편안하고 친숙한 느낌을 가져다주었고, 대회 관계자와 기자들과 이번 볼빅대회 뿐만이 아니라 국내외 스포츠산업 전반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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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건대 팝레스토랑에서.(맨 왼쪽이 필자)

혹자는 ‘인공지능 시대엔 국영수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 한다. 어쩌면 대세는 문화와 예술 그리고 스포츠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그렇다면 문화, 예술, 스포츠에 직접 참여하여 즐기면서도 이와 관련한 법규 내지 제도를 연구한다면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몸은 지치고 힘이 들었지만 이번 방문출장이 필자에게 새로운 도전과제를 안겨 주었다. 문화와 예술, 스포츠 분야를 탐구하고 나아가 관련 법제도를 ‘열공’하며 여건이 되면 관련 정책개발에 참여하고 싶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 이국땅에서 다소 외롭기는 하지만 먼 훗날 의미있는 ‘오늘’로 기억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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