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중·문중 자연장지’ 설치로 장사문화(葬事文化) 바꾸자

  •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 교수
  • 업데이트 2016-03-15  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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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가꾸고 종중과 문중 혈연 공동체 존속을 위한 장사문화 개선 대안
공원묘지./ 조선DB
우리나라 산은 무덤으로 가득 차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한 해 200만여 명이 찾는다는 경주 남산이 ‘공동묘지’로 바뀌어버렸다는 글을 읽다가 마음이 무척 아팠다. 글의 일부다―“남산을 오르다 보면 많은 유물·유적과 함께 만나게 되는 것이 분묘(墳墓)들이다. 신라시대 왕들의 무덤도 있지만 일반 분묘가 3000기에 이를 정도로 많은 것이다. 탐방로에서 마주치는 봉분, 탑과 불상 주변을 차지한 봉분들은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아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더욱이 무연고 묘들은 흉물이 아닐 수 없다.”1)
 
나도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남원을 지나 한참 가노라면 전남 구례구역에 이른다. 구례구역에 도착하기 전 기차가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는 지점에 이르면 왼쪽 편에 자그마한 산등성이가 눈에 띈다. 산천이 낙엽으로 장식된 11월쯤이면 이 산등성이는 온통 분묘로 빼꼭히 들어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2)
 
우리나라 산은 어디를 가나 무덤으로 가득 차 있다. 현재 분묘 면적은 1,000㎢나 되어 전 국토의 1%에 이르고, 무연고 묘는 900만 기(基)를 넘는다. 여기에다 해마다 새로운 분묘가 17만여 기씩 증가하여 국토가 여의도 면적만큼 잠식되어 간다.
 
장사문화(葬事文化)는 바뀌어야 한다
 
이를 보다 못해 나는 7년 전쯤까지 10여 년 동안 전국의 산을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아름다운 산이 분묘와 무연고 묘로 훼손되어 가는 증거를 모아 사진첩을 만들었다. 어떤 산에는 천 년 만 년 가도 모서리 하나 망가질 것 같지 않은 화강석으로 조상 묘를 탑처럼 장식한 경우도 있었고, 어떤 산에는 자손의 무관심 때문에 3미터가 넘는 석재 묘비가 땅바닥에 나자빠져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머지않아 아름다운 산이 무연고 묘와 버려진 석재 묘비로 훼손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글을 써서 우리나라의 장사문화(葬事文化)는 바뀌어야 한다고 수차례 주장해 왔다.
 
실제로 장사문화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국민의 80% 이상이 화장을 원하고, 40% 이상이 자연장을 원한다고 한다. 이 같은 국민의 인식 변화에 맞춰 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07년 5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2008년 자연장(自然葬)을 도입했고, 2015년 자연장지 조성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자연장지 설치 면적을 확대했다. 자연장은 유골을 나무뿌리에 안치하는 수목장(樹木葬), 꽃밭 등에 안치하는 화목장(花木葬), 평장(平葬) 형태로 안치하는 잔디장, 강이나 바다 등에 뿌리는 산장(散葬) 등으로 나뉜다.
 
그러나 자연장도 수요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2014년 3월 현재 전국에 공설 자연장지는 23곳, 사설 자연장지는 겨우 330개뿐인 데다 비용마저 만만치 않다. 한 예로, 서울 근교에서 수목장 비용은 2000만 원대를 호가한다. 정부는 2017년까지 공설 자연장지를 17개 더 늘릴 계획이지만 그래도 수요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평장 형태의 잔디장을 제안한다
 
그래서 나는 장사문화 발전을 위해 대안을 모색해 왔다. 대안의 핵심은 ‘아름다운 산 가꾸기’와 ‘종중(宗中)·문중(門中) 같은 혈연 공동체 유지’에 있다.
 
첫째,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종중이나 문중 같은 혈연 공동체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전됨에 따라 혈연 공동체는 지속적으로 무너져 왔다. 어떤 종중·문중들은 장학재단을 설립하여 혈연 공동체를 튼튼하게 유지해오고 있지만 대부분의 종중·문중들은 다음 세대에 가면 사라지게 될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종중·문중이라는 전통적 혈연 공동체 존속을 위해 장사문화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곧 제시한다.
 
둘째, 전국의 아름다운 산들이 경주 남산이나 구례구역 부근 산등성이처럼 분묘로 훼손되지 않으려면 정부가 권장하는 자연장이 확대되어야 한다. 여기서 내가 내세우는 자연장은 ‘면적이 최소화된’ 평장 형태의 잔디장이다. 서울의 어느 교회는 평장 형태로 200㎡(약 60평)에 200기를 안치했다. 기존 분묘 1기의 면적이 약 16.5㎡(약 5평)라고 가정하면 이 교회는 평장 1기당 1㎡(0.3평)의 면적을 사용했으니 땅의 효율성이 무려 17배나 높지 않은가!
 
셋째, 모든 종중·문중은 조상들의 무덤을 모시는 선산이 있다. 그러나 선산은 면적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조상들의 무덤은 이산저산으로 흩어지게 되었다. 여기에다 몇 대(代)가 지나면서 이산저산으로 흩어진 무덤은 무연고묘로 바뀌게 되었다. 이 결과 ‘경주 남산’이나 ‘구례구역 부근의 묘지 산등성이’가 아름다운 우리나라 산의 현주소가 되고 말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잘살게 되자 어떤 후손들은 천 년 만 년 가도 모서리 하나 망가질 것 같지 않은 화강석으로 조상들의 무덤을 장식하고 있다!
 
종중·문중 자연장지 선산(先山) 설치 허가를 제안한다
 
해법은 없을까?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그대로 둔 채 몇 가지 규제를 없애고 종중·문중 자연장지를 설치·확대하면 될 것이다.
 
첫째,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무덤은 선산이 있는 경우 기존의 선산에 ‘종중·문중 묘지’ 설치를 허가하여 이 곳으로 모이게 한다. 선산이 없는 경우 원하면 현행 법대로 ‘종중·문중 묘지’ 설치를 허가한다.
 
둘째,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제1항에 따르면, 종중·문중 자연장지 설치 면적은 ‘2000㎡(약 600평) 이하’로 되어 있다. 평장 1기당 면적을 ‘2㎡(0.6평) 이하’로 정한다면 2000㎡의 종중·문중 자연장지에다 1000기를 안치할 수 있다. 실로 엄청난 양이다. 종중·문중에 따라서는 2∼300년간이나 안치할 수 있는 양이다.
 
셋째,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규제가 많다. 제17조(묘지 등의 설치 제한)에 따르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그린벨트 관련), ‘수도법’(상수원보호 관련), ‘문화재보호법’(문화재 관련),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이라는 규제가 있다. ‘종중·문중 묘지’ 설치 경우에는 현행 법률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규제는 완화되어야 한다. 이 내용은 대통령령으로 시행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무연고 묘는 지방자치단체가 공고한 다음 일정 기간을 두고 정리한다.
 
종중·문중 장학재단 설립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온다
 
이렇게 되면 공설·사설 묘지에서는 15년씩 세 차례 최대 45년밖에 안치할 수 없지만 선산 묘지에서는 오래오래 안치할 수 있어 혈연 공동체 유지는 강화될 것이다. 여기에다 종중·문중이 소유한 재산을 출연하여 장학재단을 만들면 혈연 공동체 유지는 더욱 강화되고 시너지 효과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재 양성이라는 점에서 국가 발전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주은래와 등소평의 교훈도 벤치마킹하자
 
중국의 주은래와 등소평은 장사문화 발전이 절실한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그들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주은래는 죽기 전 자신의 시신(屍身)을 화장하도록 유언했다고 한다. 땅이 좁아 묘지가 부족하게 될 것을 염려하여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남한의 100배나 큰 중국이 땅이 좁다니! 하기야 13억 인구와 앞으로 늘어날 인구가 묘지 1기씩만 챙겨도 넓고 넓은 중국 땅도 좁아질 수밖에! 주은래의 유언으로 중국은 화장법을 도입했고, 지금은 누구나 이 법을 따라야 한다고 한다.
 
등소평은 죽기 전 자식들에게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넌센스’라며 자신을 화장하라고 유언했다. 그는 각막과 장기를 기증하고, 유체는 중국 최고 병원인 301병원에 해부 연구용으로 내놓았고, 남은 사체는 화장되어 유골은 바다에 뿌려졌다. 그는 죽어서 한 뼘의 땅도 차지하지 않았다.
 
각주
1) 김세원(2016.2.18.), <‘공동묘지’가 돼버린 경주 남산>, 조선일보, 발언대.
2) 박동운(2015), 『대한민국 가꾸기』, 선,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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