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山中)의 초밥 집에서

  •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 업데이트 2009-05-1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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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한국에서 매우 신세를 진 J씨가 후쿠오카에 왔습니다. J씨와 함께 내가 자주 가는 '야마나카(山中)'라는 스시(壽司)집에 갔습니다. 야마나카(山中) 스시(壽司)집은 카운터가 명물입니다. 10m가 넘는 노송나무입니다. J씨는 단순하고 화려한 카운터에 대해 '매우 일본적입니다'고 말하면서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일본 요리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J씨에게 '어디서 일본어를 공부하였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나카스(中洲) 산업대학 야간학과'에서 공부했습니다'라고 농담을 할 정도로 '후쿠오카(福岡) 통(通)'입니다. 그는 현재 한국의 유명잡지인 월간조선(月刊朝鮮)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일본의 문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 3대 요리학교의 교장인 나카무라 테쓰(中村哲, 56세)씨가 그의 '블로그'에 올려놓은 글이다. J는 바로 필자를 말한다.

길이 10미터에 달하는 노송나무의 스시 카운터-이 집의 명물로 꼽힌다.

나카스(中洲)산업대학 야간학과 출신?

 나카스(中洲)산업대학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후쿠오카(福岡)의 나카스(中洲)는 일본에서 전국적으로 이름난 곳이다. 일본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식당가이자 유흥가(遊興街)이다. 이 나카스(中洲)는 후쿠오카(福岡)의 도심부를 흐르는 '나카가와(那珂川)'강에 토사(土砂)를 쌓아서 만든 델타지대다. 다이쇼(大正) 초기(1913-4)부터 카페, 바 등이 들어서기 시작하여 세월의 흐름을 타고 사람들의 발길이 모아졌다. 나카스(中洲)는 일본의 경제 상황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기도 했지만, 지금도 4,000여개의 음식점과 가라오케, 바, 포장마차 등이 들어서 있다.
필자는 20여 년 전  나카스(中洲)에서 일본 건설회사인 하자마구미(間組) 직원들과 저녁 식사를 시작한 것이 인연이 되어 그곳을 자주 갔었다. 이를 비유해서 '나카스(中洲)산업대학 야간학과 출신'이라는 농담이 생겨난 것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의 나카스(中洲)는 말 그대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던 거리였다. 특히, 건설경기의 활성화로 이른 새벽까지 북적거리던 곳이다. 건설회사에 다니던 필자의 일본 친구는 나카스(中洲)에서 손님을 접대하고 비틀거리며 새벽에 집에 들어가면, 이웃 집 아저씨가 개를 데리고 아침 산책을 나온다고 했다. 그런데 이들의 인사말이 서로 달랐다는 것이다.
"곤방와(저녁인사)"
"오하요우 고자이마스(아침인사)"

 하나의 에피소드이지만, 삶의 희비(喜悲)가 교차하는 인생의 한 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아무튼, 필자는 나카스(中洲)에 대한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으며, 그곳에서 일본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스시(壽司)의 3대 포인트

야마나카 스시 집의 전경

 나카무라(中村) 교장과는 서울에서 자주 보았지만, 정작 후쿠오카에서는 처음인지라 그가 필자에게 저녁 식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필자는 당연히 나카스(中洲)를 생각했었는데, 그는 야마나카(山中)로 간다고 했다.
"산속(山中)에서 식사를 한다는 것인가?" 메뉴는 초밥으로 한다더니 산속이라. '산속에서 생선을 구한다(緣木求魚)는 것일까?'

 필자를 택시에 태운 나카무라(中村)씨는 산속이 아닌 시내를 질주하여 근사한 현대식 건물 앞에 내려놓았다.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맵시 있게 서있는 현대식 건물에는 야마나카(山中)라는 작은 간판이 보였다. 초밥 집 이름이 야마나카(山中)였다. 일본의 여느 초밥 집과는 건물에서부터 컨셉이 달라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내부 장식도 예술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초밥을 팔아서 이익을 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이 건물의 설계는 이소자키 아라타(磯崎 新, 1931- )씨가 했습니다"고 나카무라(中村) 교장이 설명했다. 필자는 다시 한 번 입이 벌어졌다. "이소자키(磯崎)씨가 설계를 했다구요?" "네- 그렇습니다."
이소자키(磯崎)가 누구인가. 일본은 물론 세계적인 건축가이다. 그가 스시(壽司) 집을 설계하다니..... 필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스시(壽司)는 일반적으로 밥에 초와 소금을 혼합해서, 생선을 얹혀서 먹는 음식이다. 그것의 기본은 청결과 맛이다. 나카무라(中村) 교장은 대대로 내려온 요리 가문의 자손이다. 그는 요리는 기술도 필요하지만, 근본은 마음(心)이라고 했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석면, 가짜 고춧가루 등의 거짓이 스며들어서는 안 된다. 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려는 진정한 마음(心)이 있어야 한다. 필자는 스시(壽司) 집에서 요리의 진수(眞髓)를 음미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야마나카(山中) 스시(壽司)의 '야마나카 타쿠오(山中啄生, 67세)' 사장은 "스시의 3대 포인트는 샤리(舍利: 불교의 사리에서 유래), 다네(種). 쇼우유(醬油)"라고 했다. 이를 풀이하면, 좋은 쌀로 지은 밥과 선도가 좋은 생선, 입맛을 돋우는 간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참으로 어려운 역사(役事)다.

스시의 3대 포인트를 설명하는 야마나카 사장

"노력 위에 꽃이 핀다."

 필자는 나카무라 테츠(中村哲) 교장과 함께 다시 나카스(中洲)에 가서 노래 경쟁을 했다. '서울에서 일을 하려면 한국노래를 배워야 한다'고 하면서 그에게 노래 연습을 시켰다. 일본 사람들이 즐겨 부르는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와 패티 김의 '이별'등을 같이 불렀다.
 그는 명문 도쿄대학 출신이다. 그토록 우수한 인재가 왜 요리학교를 경영하고 있을까? 대대로 이어오는 가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의 할머니는 나카무라 하루(中村 春)씨다.
그의 할머니가 남긴 유명한 어록이 있다.
"노력 위에 꽃이 핀다."
  나카무라(中村)씨는 할머니의 뜻을 받들어 음식 문화 창달을 위해 계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의 새로운 노력이 서울 진출이다. 서울에 요리 아카데미를 열어서 한국 사람들에게 정통 일본요리와 양과자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서란다. 많은 사람들이 말렸지만 그는 운명처럼 다가온 '요리인의 길'을 걸어간다고 했다.
'임레 케르테스(Imre Kerte'sz, 1929- )'의 책 <운명>에 이러한 이야기가 있다. "다가오는 운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을 놓치고 마는 사람도 있다".
 나카무라(中村)씨는 그에게 다가온 운명을 받아드려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사람일 듯싶다. 그의 새로운 도전에 박수를 보내며, 그의 노력이 신기루가 아닌 현실 속에서 꽃피우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노력 위에 꽃이 핀다"는 그의 할머니의 말처럼.........

학생들과 담소 중인 나카무라 테쓰(中村 哲)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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