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汝矣島)의 벚꽃 잔치

  •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 업데이트 2009-04-16  13:30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벚꽃구경을 위해 여의도에 모인 인파들

"사쿠라(櫻)에 대해 한국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서울은 지금 쯤 사쿠라(櫻)가 만개(滿開)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사쿠라(櫻)가 진지 오래되었습니다. 달이 떠있고 꽃이 피어있는 밤, 요자쿠라(夜櫻)를 즐기며 술잔을 비우는 것도 삶의 향기였습니다. 일본의 독자들을 위해서 한국 사람들의 하나미(花見: 벚꽃구경)에 대해서도 알려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일본의 한 독자로부터 필자에게 보내온 메일의 일부다.

실제로 일본인들은 우리의 기사를 많이 접한다. 주요 신문들이 영어, 일본어 등의 기사를 실시간으로 번역해서 해외로 내 보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야후(yahoo)나 구글(google)에 들어가 자기가 관심 있는 내용들을 샅샅이 검색하기도 한다.
월간조선(月刊朝鮮)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인터넷에 들어가 한자로 '겟칸조센(月刊朝鮮)'을 치면 바로 접속이 된다. 거기에서 자동 번역 시스템을 이용하여 스페셜 리포트, 전문가 칼럼, 기자 수첩 등을 일본어로 읽을 수 있다. 완벽한 번역은 아니지만, 글의 내용을 대부분 이해할 수가 있다.

얼마 전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던 오츠보 시케다카(大坪重隆, 69세)씨의 얘기도 재미있다. 필자의 글에 '불티나도록 잘 팔린다'는 문장이 있는데, 그 뜻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자동 번역기가 '불티나도록-'을 우리말 발음 그대로 '가타가나'로 옮겨 놓았기 때문이다. '불티'를 굳이 일본어로 옮긴다면 '히바나(火花)'로 할 수 있겠으나,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일본에도 '날개 돋친 듯 잘 팔린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불티나도록....'의 뉘앙스와는 다르다. 그는 필자의 설명을 듣고 '아- 잘 알았습니다'고 대답했지만, 진정한 불티의 맛(?)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아무튼, 나고야(名古屋), 후쿠오카(福岡), 고베(神戶), 오이타(大分), 도쿄(東京) 등에 살고 있는 많은 필자의 지인들은 '내가 본 일본, 일본인' 칼럼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독자들을 위해서 서울의 벚꽃구경(花見)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비아 페스티벌(VIA Festival)

벚꽃 축제의 흥을 돋우는 농악대

때 마침 토요일(4/11)을 맞아 가족 모임 겸 벚꽃놀이를 하기로 했다. 가족이래야 아내와 장남(30세/ 회사원), 차남(26세/ 학생)이지만, 아이들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서 필자가 일본을 다녀온 후에 낸 아이디어였다. 필자 부부가 먼저 여의도에 도착하여 오후 7시부터 윤중초등학교 근처에서부터 벚꽃구경을 시작했다. 어디선가 짙은 꽃향기가 진동하여 코를 벌름거리며 쳐다보았더니, 학교 옆 아파트 단지에서 성급한 라일락이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교통통제가 되지 않은 윤중초등학교 옆 도로는 사람과 자동차, 포장마차가 서로 뒤엉켜서 아슬아슬했다. 차를 타고 다닐 때는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원망스럽더니, 걷다보니 자동차가 원망스러웠다.
좁은 인도에 들어서자 벚꽃이 터널을 이루고 있었다. 순백의 벚꽃이 하얀 구름이 되어 하늘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만개한 벚꽃 속으로 빠져들자 원망스럽던 마음도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길 아래 여의도 샛강에도 연두색 수양버들 가지들이 부활을 예고하는 듯 세상을 향해 손짓했다. 사람들의 얼굴엔 행복이 넘쳐흘렀다. 모두들 카메라와 휴대폰의 작은 렌즈에 벚꽃의 아름다움을 쓸어 담으려고 애를 썼다.
이리저리 횡단보도를 건너 사람들을 헤집고 나아갔으나, KBS 앞에 도달하기 까지 30여 분이 걸렸다. KBS에서 차량 통행이 금지된 국회의사당 옆길까지도 꽤나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그 사이 해는 사라지고, 가로등 불빛이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시작했다. 보도에 의하면 토요일 하루 동안 꽃구경을 위해 여의도를 찾은 사람이 60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좁은 여의도에 이토록 많은 사람이 모였으니 혼잡은 당연한 일이다.

제5회 한강·여의도 봄꽃축제는 '비아 페스티벌(VIA Festival)'이라고 명명했다. 다양하고(Various), 통합적이며(Interative), 예술적인 축제( Festival)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과 프랑스가 합작한 야외극 '타란텔라를 위하여(Pour Tarantelle a' venir)'는 '인간과 자연이 다양한 관계로 만나게 되는 가운데 서로 돕고 배려함으로써, 하늘에서 꽃이 피어나는 기적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축제기간인 4월 8일부터 12일까지 무용, 연극, 시낭송, 농악 등 공연과 이벤트가 시시각각 펼쳐진다고 했다. 하지만, 필자 가족은 사람들에 치어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는 공연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강·여의도 봄꽃 축제에 대한 사전 정보도 없이 무작정 발길을 들여놓았으니 불평도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가로등 불빛과 도로에서 쏘아올린 조명과 함께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밤 벚꽃(夜櫻)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부셨다.

꽃 보라가 치다

필자는 다음날 오후 두 시쯤 여의도를 다시 찾아 '트럼프 월드' 앞 여의교에서 부터 꽃길을 따라 걸었다. 때마침 몰아친 돌풍이 하얀 꽃잎을 우수수 떨어지게 했다. 마치 눈보라가 치는 것 같았다. 아니 꽃 보라였다. 꽃이 지는 것이 안타까웠을까? 사람들은 꽃 보라를 손으로 받으며 '우-' 소리를 내었다.
순간적으로 땅에 떨어진 꽃잎들은 무참히 짓밟혔다. 김윤배 시인은 <복사꽃 흩날리는>이라는 시(詩)에서 '꽃잎을 밟을 때마다 숨이 멎는다'고 했다. 필자는 숨이 멎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쩐지 마음이 아팠다.

<한 세상 여는 일이/ 세미하게 채도 다른 꽃잎 밟는 일인 것을/ 꽃잎 밟을 때마다 숨 멎는 줄 알았던/ 묵시의 시간들은 아팠다.>

손에 손을 맞잡은 연인들, 어린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들, 등산복 차림으로 그룹지어 모인 나이 지긋한 할머니·할아버지들, 삼삼오오 무리지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들...... 모두가 좁은 길을 따라 얽히고설킨 채 한 방향으로 마냥 흘러갔다.
또한, 솜사탕을 파는 아줌마의 홍보대사(?)인  태극마크 견공(犬公). 몽마르트 언덕을 연상케 하는 거리의 화가들도 볼거리 중의 하나였다.
필자는 전날 밤과는 달리 다리 밑을 통과하는 길을 이용해 훨씬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어갔다. 차량통행이 통제된 국회의사당 앞에 이르자 농악놀이가 한창이었다. 꽃구경 나온 사람들도 덩달아 어깨춤을 추었다.

일본 파오파오 도우(堂)의 거리공연 인기 높아

일본, 파오파오 도우(堂)의 거리 연주

국회의사당 후면의 차 없는 거리는 인파로 뒤덮였다. 사람 숲속에서 색다른 퍼포먼스(performance)가 펼쳐지고 있었다. 일본에서 온 '파오파오 도우(堂)'의 거리 공연이었다. 여의도 벚꽃 축제를 위해서 내한 한 것이다. 소프라노 섹소폰(남), 엘토 섹소폰(여), 테너 섹소폰(여), 바리톤 섹소폰(남)과 드럼(남)으로 구성된 5인조 그룹이었다.

이 '파오파오 도우(堂)'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 보아도 들어도 즐거운 음악, 그리움과 따뜻함>을 기치로 내걸고 활동하고 있는 일본의 유명 그룹이다. 2002 년부터 라이브 하우스를 뛰쳐나와 거리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파오파오 도우(堂)'는 독자적인 음악과 안무, 코믹한 연출로 광대도 밴드도 아닌 새로운 장르를 열어가고 있다. 이들은 각종 이벤트, 쇼핑몰 오픈, 마을 축제는 물론 결혼식·크리스마스 행사까지 폭넓게 장을 넓히고 있다고 했다. 음악도 재미있었지만 독특한 의상이 더욱 돋보였고, 익살스러운 모션(motion)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벚꽃 구경에 넋이 나갔던 사람들도 이들의 연주와 몸 돌림에 매료 되었다. 한바탕 사람들의 혼을 빼앗았던 '파오파오 도우(堂)'는 '재미있어요?' '아리가도우' '안녕' '사요나라' 등 한국말과 일본말로 작별을 고하며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필자는 오후 4시 반 쯤 되어 서강대교 방면 국회 헌정기념관 앞까지 갔다. 길옆에는 <마이스터 슐래·방식꽃 예술원>이 주최한 봄꽃을 주제로 한 수많은 작품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모처럼 문을 활짝 열어 시민들에게 공간을 제공한 국회의사당 잔디밭에는 벚꽃놀이에 지친 사람들이 두 발을 죽 뻗고 주저앉아 있었다. 장시간의 꽃놀이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차라리 사쿠라(櫻) 나무 밑에서 사케(酒)를 마시며 조용히 즐기는 일본의 하나미(花見)가 나아 보였다. 하지만, 사람과 차(車)가 넘쳐나는 것을 알면서도, 복잡한 여의도(汝矣島)에 하루에 수 십 만 명이 모이는 한국인의 뜨거운 에너지도 독특한 우리의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던가. 북새통이던 여의도의 벚꽃 잔치는 파장 분위기다. 빛바랜 꽃길에는 사람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하지만, 꽃이 진 벚나무도 자주 바라보아야 한다. 척박한 도로에서 매연과 싸우며 한 방울의 물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면서, 우리에게 화려함을 선사하는 벚나무(櫻)의 고뇌(苦惱)를 잊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벚꽃으로 둘러싸인 국회의사당

  • 스크랩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많이 본 뉴스
  • 세계속 코이카'
  • 배진영의 '어제 오늘 내일'
  • 김태완 'Stand Up Daddy'
  • 권세진 ‘별별이슈’
  • 정혜연 ‘세상 속으로’
  • 박희석 ‘시시비비’
  • 이정현 ‘블루오션을 찾아서’
  • 박지현 ‘포켓 저널리즘’
  • 하주희 ‘블루칩’
  • 이경훈 현장으로’
  • 김광주의 뒤끝
  • 백재호의 레이더
  • 고기정의 特別靑春
  • 슬기로운 지방생활
  • 이상곤의 흐름
  • 서봉대의 되짚기
  • 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 취재본부는 지금’
  • 조갑제 기자의 최신정보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