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桜) 이야기(2)

  •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 업데이트 2009-04-0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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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루마(鶴舞)공원

 나고야(名古屋) 시내 한 복판에는 오래된 공원이 하나 있다. 츠루마(鶴舞)공원이다. 이 공원은 1909년(明治 42년)에 생겨난 '나고야(名古屋) 1호 공원'이다. 제10회 관서부현연합공진회(關西府縣連合共進會)의 회의장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공진회 종료 후에도 공원정비가 계속되어 동물원·도서관·보선기념단(普選記念檀)·나고야시 공회당 등이 건설되었다. 특히, 사쿠라(桜)·튤립·장미·창포·자양화 등 많은 꽃들이 만발하여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공원이다.
공원이 탄생할 즈음에는 츠루마이(鶴舞)라고 하는 지명이 존재하지 않았으나, 공원이 생긴 후에 지역 이름이 나고야시(名古屋市) 쇼와구(昭和區) 츠루마이(鶴舞) 00죠메(丁目)가 되었고, 구(舊) 국철의 역 이름도 '츠루마이 에키(鶴舞驛)'가 되었다고 한다.

좌측으로 부터 오오모리씨, 이토씨, 고토씨, 간타씨, 후나하시씨, 시미즈씨

츠루마(鶴舞) 공원의 하나미(花見)

 후쿠오카(福岡)에서 나고야(名古屋)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10분, 신칸센으로는 3시간 반이 걸린다. 필자는 비행기를 이용해서 나고야(名古屋)에 들어갔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기차로 30분 쯤 걸렸다. 기차역에 마중 나온 아이치TV의 '이토 슌이치(伊藤俊一, 55세)'씨와 얼마 전 서울을 다녀갔던 제약회사의 '고토 아키오(後藤秋夫, 53세)'씨를 만났다. 이들은 평소와는 달리 무척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이유인즉, 츠루마(鶴舞)공원에 정오까지 도착하기 위해서란다. 공원에는 필자를 기다리는 나고야 중부전략연구회(SPAC) 회원 여러 명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필자가 나고야(名古屋)에 오는 시간에 맞춰서 꽃구경 즉, 하나미(花見)를 계획하고 있었다.
 필자는 후쿠오카(福岡)에 이어서 나고야(名古屋)의 사쿠라(桜)를 구경하게 되는 행복한 여행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필자가 후쿠오카에서 걸어다나며 한 꽃구경이라면, 나고야에서는 직접 참여하게 되는 하나미(花見)였다. 바쁜 생활에 쫒기다 보니 한가하게 꽃구경을 즐길 시간도 별로 없었기에, 내심 기대도 컸었다. '츠루마이 에키(鶴舞驛)'에서 내리자 통로가 바로 공원으로 이어졌다. 때마침 주말이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 필자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고야의 사쿠라(桜)는 후쿠오카(福岡)에 비해 활짝 피지는 않았었다. 후쿠오카와 일주일 정도의 차이가 있는 듯 했다. 츠루마(鶴舞)공원의 바람도 제법 차가웠다. 그래도 사람들은 반쯤 핀 사쿠라(桜) 나무 밑에 남녀노소 구분 없이 그룹별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필자가 일본을 수없이 많이 다녔지만, 이토록 왁자지껄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필자는 '사람 숲(人林)'을 헤치고, 나고야 중부전략연구회(SPAC) 일행이 자리 잡고 있는 사쿠라(桜) 나무를 찾아 뛰어 갔다. 그들과 2월 초에 서울에서 만났으니까, 두 달이 채 안 되었다. 지난 번에 서울에 오지 못했던 '오오모리 미키히코(大森幹彦, 61세)'씨가 맨 먼저 벌떡 일어서서 필자를 맞이했다. 이미 사케(酒)가 몇 순배 돈 듯 했다.

"잘 오셨습니다. 일본의 하나미(花見)는 바로 이렇습니다."

파란색 비닐 돗자리에는 일본의 유명 사케(酒)와 안주, 도시락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필자의 옆에 자리한 '시미즈 시게오(淸水重雄, 66세)'씨는 '도시락도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패턴이다'면서 필자에게 천천히 먹으라고 권했다.

사쿠라 터널로 불리우는 나고야 거리

아침 여덟시부터 자리 잡아

 하나미(花見)를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리를 잡는 일'이다. 일본인들은 이를 '진토리갓센(陣取り合戰)'이라고 한다. 한자의 의미를 보면 무슨 전투(戰鬪)를 하는 느낌이다. 최소 한나절 이상을 소요하는 일이라면 전투(戰鬪)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를 위한 하나미(花見) 자리를 잡기 위한 전투(?)는 이 공원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후나하시 미치아키(舟橋三千秋, 60세)'씨의 담당이었다.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집에서 일찍 나와 아침 여덟시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나하시(舟橋)씨는 "겨우 네 시간인데요. 제가 신입사원 시절에는 아침부터 저녁 때 까지 하루 종일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면서, 36년 전의 일이라고 했다.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이다.

술잔이 채워지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WBC의 이야기로 옮겨갔고, 한국선수들의 투혼을 칭찬했다. 그리고, 4번 타자 김태균 선수의 이름까지 거명하며 '그의 활약이 기대 된다'고 했다. 정치, 경제, 사회 이야기를 거듭하던 중, 자살한 여배우의 이야기도 중심 대화중의 하나였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의 정보는 시시각각으로 공유된다.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던 중 다시 사쿠라(桜) 이야기로 모아졌다.

"농민들은 사쿠라(桜)의 개화를 논에 파종할 시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논밭의 신(神)을 받드는 것으로 사쿠라(桜)나무 밑에서 감사의 마음을 전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미(花見)의 기원입니다. 단순히 술을 마시고 노는 것만이 아닙니다." 시미즈(淸水)씨 말이었다.

시미즈(淸水)씨 또, "헤이안시대(平安時代, 794-1185) 이전에는 꽃은 매화로 인식되었으나, 그 이후에는 꽃은 곧 사쿠라(桜)로 통칭될 만큼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꽃이다"고 했다. 모두들 그에게 주목했다. '언제부터 사쿠라(桜) 전문가가 되었느냐?'는 것이다. 그러자, 시미즈(淸水)씨는 "오늘 아침 니혼게이자이 신문(日本經濟新聞)의 칼럼에 나와 있는 내용"이라면서, "신문 좀 잘 읽으시지요" 해서 모두들 한바탕 웃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의 신문지 위에 음식이 놓여 있다'고 했다.

사쿠라가 만개한 이시카와(石川)

하나미(花見)는 상류사회에서 시작되었다

 하나미(花見)는 원래 상류사회에서만 즐기던 그들만의 문화였으며, 일반 서민들이 즐기게 된 것은 에도(江戶)시대부터이다. 도쿄의 우에노(上野)에서 하나미(花見)가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아무튼, 하나미(花見)는 사쿠라 나무 밑에서 주연(酒宴)을 즐기는 것이 최대의 즐거움이다. 화제의 초점은 '간타 소헤이(神田草平, 67세: 전 CKD 회장)'씨가 준비해온 고급 사케(酒)로 옮겨갔다. 그 사케(酒)는 일 년에 100병 이상을 생산하지 않는다는 '다마카시와(玉柏)'라는 고급 술이었다. 술 이름 자체가 '신선을 모신다' '신(神)에게 바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50% 도정(搗精)의 17도의 사케(酒)다. 카시와(柏)는 떡갈나무를 의미하는데, 일본사람들이 대단히 좋아하는 식물이며 '카시와 모치(柏餠)'라는 떡갈나무의 이파리로 싸는 떡도 유명하다. '카시와 모치(柏餠)'는 5월  단오절에는 공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카시와(柏)는 '새싹이 돋을 때까지 이파리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손의 번영을 기원하는 뜻에서 떡갈나무 잎이 귀하게 사용된다는 것이다. 이 카시와(柏)는 북쪽의 홋카이도에서부터 남쪽의 규슈에 이르기까지 흔하게 분포되어 있다. 사케(酒)의 이름에서 풍기는 의미와 '년 간 100병 밖에 생산되지 않는다'는 사실로 인하여 사케(酒)의 맛이 더욱 고고하게 느껴졌다. 사쿠라(櫻) 나무 사이로 작은 새들이 노닐고 있었다. 주로 '꽃의 꿀을 따먹는다'는 '메지로(目白)'라는 예쁜 새였다. 일본어로 '메지로 오시(目白押し)'라는 말도 있다. 동박새가 나뭇가지에 떼 지어 있듯이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혼잡을 이루는 것을 일컬음이다. 필자 일행도 '꽃의 꿀' 대신 맛있는 음식과 사케(酒)를 마시며,  '메지로 오시(目白押し)'를 했다. 필자 일행은 오후 3시쯤 '사쿠라(櫻)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렇지만 사쿠라(櫻)가 만개(滿開)하지 않아 거리를 거닐면서 '남자들의 수다'를 떨다가, 어느 식당에서 우동과 소바를 먹고 헤어졌다. 그 때의 시간이 오후 6시였다. 참으로 긴 꽃구경이었다.

 필자는 후쿠오카의 꽃구경, 나고야의 꽃구경에 이어서 또다시 서울 여의도의 벚꽃 구경을 하게 되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세월을 넘나들었던 2주간 이었다. 필자를 위해 정성을 다 해준 그들에게 감사한다. 꽃구경(花見) 하나에도 정성스러운 마음(心)과  나눔의 문화(文化)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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