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분하고 부끄러운 서울역의 풍경

  • 이상흔 월간조선 기자 hanal@chosun.com
  • 업데이트 2009-05-02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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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로 지방 출장을 자주 가야 하기 때문에 서울역을 이용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어제는 부산 출장을 위해 새벽 4시 30분에 서울 驛舍에 들어갔습니다. 역사 안 화장실에  가자 세면대에는 노숙자들이 줄을 서서 세수를 하고 있었습니다. 바닥과 세면대는 온통 물천지가 되어 있었습니다. 

10개가 넘는 화장실 변기는 모두 '사용중'이었습니다. 10분을 기다려도 사람이 나오는 화장실 칸이 없었습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한 화장실에서 사람이 나오기에 그 곳에 들어갔습니다. 

비릿하고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러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볼일을 보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여기 저기서 코 고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노숙자들이 화장실 안에 들어가 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에 빈 화장실이 없었던 것입니다.

서울 역사 밖에 나오면 더 가관입니다. 역 주변 여기 저기에서 노숙자들이 자리를 깔고 앉아 술을 마시고, 소리치고, 뒹굴면서 자고 있는 모습은 이제 서울의 명물이 되었을 지경입니다. 또한 역사 주변 곳곳은 소변과 오물 때문에 냄새가 진동합니다. 이런 모습이 벌써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해가 갈 수록 심해집니다.

역사 밖에서 1분만 서 있으면 노숙자들이 다가와 동전 몇개만 달라면서 손을 벌립니다. 지난 달 서울역을 빠져 나와 길을 걷는 데 한 사람이 다가와 담배를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대꾸도 하지 않고 가는 길을 계속 걸었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저에게 쌍소리가 섞인 욕을 내 뱉었습니다. 제가 왜 험한 욕설을 들어야 하는지 화가 났지만 참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부산에서 올라온 후 역을 막 빠져나오자 이번에는 한 외국인이 대형 스피커를 틀어놓고 남미풍의 노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일부 사람들이 그 노래를 들으면서 서 있기도 했지만 엄청난 음악 소리에 시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이 외국인은 버젓이 CD를 팔고 있었습니다.

연예인 비자로 들어오지 않은 이상 불법체류자임이 확실합니다. 설사 그 남미인이 합법 체류자라고 해도 공공장소인 역사 문 바로 앞에서 대형 스피커를 틀어놓고 물건을 팔기 위한 공연을 하는 행위는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음악 소리를 뒤로 하고 막 계단을 내려가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동남아에서 온 듯한 젊은 외국인들이 달려들어 무슨 장부같은 것을 보여주며 후원을 하라고 합니다. 자기들은 무슨 국제 봉사단체에서 나왔고 캄보디아 어디 산골에 학교를 짓는데 후원이 필요하다며 현지의 불쌍한 아이들이 담긴 사진을 보여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들이 내미는 서류에 싸인을 한 후 돈을 주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는데, 이들은 외국인에게 동정적인 한국인을 상대로 사기 모금 행위를 하는 일종의 국제 거지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일본인 관광객을 포함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역을 드나듭니다. 서울역은 首都의 관문이자 얼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외국에 많이 나가봤지만 좀 살만하다고 하는 나라의 수도에 있는 역이 이처럼 노숙자에게 역주변이 완벽하게 점령당한 채 지저분하고 무질서하게 방치된 곳은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본 것 중에 우리 서울역과 외형상 분위기가 가장 비슷한 곳은 거지와 노숙자가 넘치는 인도의 역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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