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는 봄가을 두 번 칠 수가 있습니다. 누에치기는 손이 많이 가는 일인데 반해 큰 돈은 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봄가을 돈 가뭄이 심할 때 약간의 목돈을 만질 수 있고, 이 돈으로 공납금 등을 내곤 합니다.
누에치기는 한 달이 조금 더 걸립니다. 누에치는 시기가 봄가을 농사철과 겹치기 때문에 누에를 치 치는 집은 이 한 달 동안 그야말로 밤낮없이 일을 해야 합니다. 낮에는 들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 별빛을 보며 뽕을 따 놓아야 다음날 누에 밥을 줄 수 있습니다.
학교 다니는 자녀가 있는 집은 누에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부모들이 들 일을 하는 동안 학교에서 돌아온 자녀들이 뽕을 따는 것을 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에를 치다가 뽕이 모자라면 다른 동네까지 가서 뽕잎을 따오기도 합니다.
봄 누에는 주로 뽕나무 밑동 채 베어서 누에 밥을 주고 가을 누에는 잎을 따서 줍니다. 봄에 베어도 금새 가지가 자라기 때문에 가을에도 뽕을 딸 수 가 있습니다. 젖은 뽕잎을 주면 누에가 병이 나기 때문에 비오는 날 뽕을 따면 방에 흩어서 뽕잎을 말려야 합니다.
봄에 뽕나무에는 「오디」라는 열매가 달립니다. 그렇다고 모든 뽕나무에서 달리는 것은 아닙니다. 이때 산딸기도 같이 열리기 때문에 빈 도시락 통을 들고 오디나 산딸기를 따러 다니곤 했습니다.
오디는 익기 시작하면 하루 이틀 만에 땅에 떨어지기 때문에 빨리 따먹어야 합니다. 오디를 많이 따 먹으면 손과 입술 주변이 온통 푸르스름하게 물들어 몇일 동안 잘 지워지지 않습니다.
보통 친구들과 같이 가면 서로 많이 먹으려고 입에 허겁지겁 집어 넣기 때문에 입 주위에 오디 물이 잔뜩 뭍게 됩니다. 오디에는 각종 곤충이 많이 붙어 있는데 급하게 먹다가 벌레를 같이 씹는 경우도 흔합니다.
뽕나무에는 야생 누에도 삽니다. 이 야생 누에를 「새누에」라고 하는데 털도 없는 누에가 가을에 싸늘한 찬 바람을 맞고 어떻게 살아가는 지 신기할 뿐입니다.
이 야생 누에는 고치를 지을 때까지 뽕잎을 안정적으로 제공받기가 힘들고, 새에게 잡아 먹히기 때문에 생존율이 극히 낮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은 멸종되었을 것으로 봅니다.
또 「장수 하늘 소(뽕나무 집게)」라고 하는 곤충도 뽕나무에 붙어서 살고 있습니다.
더듬이가 자기 몸길이보다 길게 뒤쪽으로 축 쳐져 있고 주둥이에 날카로운 집게가 있는 이 벌레는 아이들의 노리개로 참나무에 사는 사슴벌레(참나무 집게)와 함께 인기가 높았습니다.
이 놈은 눈에도 잘 뛰지 않고 빠르기 때문에 잡기가 힘이 듭니다. 잡으면 사납게 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이 놈에게 손가락을 한번 물리면 떼어낼 방법이 없습니다. 이럴 때는 아깝지만 어쩔 수 없이 뺀치 같은 연장을 사용해서 이놈의 몸을 으깨어 버려야 물었던 주둥이를 놓습니다.
누에는 농약이나 파리약 등에 무척 약합니다. 그래서 뽕밭 주변에 혹시 농약이라도 치면 직접 뽕잎에 약을 치지 않더라도 그 뽕잎을 먹은 누에는 금새 비실비실 하다가 축 늘어져 죽습니다.
누에 한 마리가 고치 하나이기 때문에 누에가 많이 죽으면 고치가 적게 나오고 소득이 떨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잠실이 따로 없는 집은 안방, 사랑방 등 집안에서 누에를 칩니다. 누에가 자라면 사람이 사는 공간은 자꾸 줄어 듭니다.
대나무 장대를 걸쳐 놓고 층층이 누에 「잠박(누에 채반)」을 얹어 놓고 뽕을 주고 누에 똥을 자주 갈아 주어야 합니다. 똥을 갈기 위해 누에를 새 잠박으로 옮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잠박은 보통 싸리나무로 만들고 네모나게 생겼습니다. 크기는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책상 윗면 정도 됩니다.
이 잠박에 헌 신문지를 깔고 누에를 한 마리씩 주워서 새 잠박에 골고루 펴 놓아야 합니다. 누에란 놈이 다 먹은 뽕잎의 줄기를 꼭 붙들고 있기 때문에 떼어내는 일도 무척 성가신 일입니다.
이렇게 옮겨 놓고 누에 밥을 줍니다. 누에가 뽕잎을 어찌나 빨리 먹는지 뽕잎을 주고 돌아서면 금새 뽕잎이 없어 집니다. 그래서 언뜻 보면 뽕잎을 안 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서너 번 뽕을 주고 나면 또 똥을 갈아 주어야 합니다.
방안에서 누에를 키우면 온 방에 누에가 기어 다닙니다. 아침에 학교 가다 보면 옷에 몇 마리 따라 오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여 4번 잠을 자고 난후 일주일 정도 지나면 누에는 고치를 만들 준비를 합니다. 이때 고치를 짓게 누에 섶에 누에를 옮기는 것을 누에를 '올린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소나무 가지나 짚을 이용해서 누에 섶을 만들었습니다. 짚으로 섶을 만들 때는 새끼에 짚을 잘게 썰어 끼어 놓고 그 위에 누에를 올려 놓습니다. 솔가지나 짚 섶에 누에를 올리면 고치에 자국이 생겨 질 좋은 고치를 생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해방 후 나온 것이 플라스틱 섶입니다. 나중에는 종이를 벌집처럼 만들어 한 구멍에 누에 한 마리가 들어가서 고치를 짓는 신형 섶도 나왔습니다.
다 익은 고치는 하나씩 따내야 합니다. 따낸 고치는 겉에 털이 북실 북실 합니다.
이 북실한 털을 제거하는 것을 고치를 깐다라고 합니다. 고치 까는 기계는 예전에는 도마처럼 생긴 나무 판자에 굵은 철사를 중간에 걸쳐 놓고, 이 철사 끝을 구부려 손잡이를 만든후 돌리면서 고치를 까는 원시적인 것을 사용했습니다.
그 고치틀 위에 고치를 한 웅큼 올려 놓고 손잡이를 돌리면 고치털이 철사에 감겨 털이 제거 됩니다. 철사에 털이 많이 감기면 칼로 제거한 후 작업을 계속합니다. 새마을 운동 과정에서 좀더 개량화된 기계가 나와서 고치 털을 제거하는 작업이 빨라 지기도 했습니다.
털을 제거한 고치는 빨리 공판장에 가져가야 합니다. 그냥 두면 고치가 마르기 때문에 무게가 덜 나가가 소득이 줄어 들기 때문입니다. 공판장에서는 고치의 질을 보고 등급을 매겨 수매를 합니다.
이렇게 한 달 넘게 누에를 쳐서 당시 가구 당 평균 10만원 안팎의 목돈을 만질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