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하나 들려왔습니다. 광화문 광장을 조성한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일전에 한번 발표했던 광화문 앞에 기존의 도로 공간을 활용해 조그만 '반달형 광장'이 아닌, 문광부와 미 대사관 부지까지 포함하는 명실상부한 광장이라고 하니 더 없이 기쁜 소식입니다. (이번 발표를 보면, '광화문 복원 계획'과 '광화문 광장 조성 계획'이 같이 들어가 있다.)
저는 이곳 기자칼럼에서 광화문 일대에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여러번 주장한 바 있습니다. 저는 최소한 세종문화회관 자리까지는 광장으로 조성해야 나라의 얼굴인 경복궁의 모습이 살아 날 수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현재의 도로가 문제라면 지하로 도로를 내는 방안도 주장했습니다.
어느 훌륭한 시장이나 대통령이 나오면 세종로 일대 건물 철거 계획까지 잡아서 100년 안에 광화문 광장 조성 사업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는 듯 합니다. 광화문 광장을 만들고, 경복궁을 완벽하게 복원한 후, 창경궁까지 인사동에 버금가는 전통거리를 조성하면 엄청난 문화적 경제적 효과를 볼 수가 있을 겁니다.
광화문 광장 사업은 '할 수 있다는 것과 없다는 생각이 단지 백지 한장 차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광화문 광장이 상승 효과를 일으켜, 서울 경복궁 일대 구 도심 복원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로 연결되기를 바랍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창경궁까지 6조거리가 있고, 서당이 있고, 국악이 흐르고, 일년내내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난 600년 간 이 나라 문화의 산실이었던 경복궁 일대가 앞으로 또 600년 동안 자랑스런 문화를 창출하는 중심지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한번 시작한 이상 유홍준 청장이 이 문제에 대해 길을 잘 닦아 놓길 바랍니다.
아래 제가 예전에 썼던 관련 글을 붙입니다.
-------------기자수첩의 관련 칼럼-------------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 광장을 만든다는데...
2004년 2월27일
몇일 전 서울시는 광화문 세종로 남대문 일대를 걷고 싶은 도로로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경복궁 광화문부터 남대문까지 녹지대를 조성하여 쾌적하고 걸을 수 있는 거리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 가장 눈에 뛰는 것이 도로 복판에 덩그라니 떨어져 있는 남대문을 걸어서 접근 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서 이명박 시장의 추진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광화문 네거리에서 경복궁을 한번 가려면 동십자각 쪽으로 난 지하도를 건너거나, 서십자각 방향으로 한참을 빙 돌아서 가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경복궁 옆구리를 타고 고양이처럼 들어가서 관람을 하게 됩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복궁은 정문인 광화문에서 접근을 해야 그 위엄이 잘 나타난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경복궁 허리쪽으로 들어가서는 궁궐의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없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또한 궁궐 안까지 관광버스를 타고 들어가는 현실이 얼마나 독재적이고 편의적인 발상인가를 알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서울시의 계획을 보면 광화문 바로 앞에 소규모 광장을 두겠다고 합니다. 이런 광장이 생기면 어쨌거나 지금보다는 경복궁을 정면에서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될 것입니다.
경복궁은 서울의 얼굴이자 나라의 얼굴입니다. 자국의 얼굴을 이렇게 누더기처럼 방치한 채 푸대접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요. 광화문을 포함한 경복궁 주변의 도시 계획은 오로지 「경복궁을 돋보이게 한다」는 한가지 원칙 하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 원칙을 무시하거나 배제한 한 그 어떤 도시 계획도 결국은 도시계획을 다시 손질하게 만들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100년이나 200년 있다가 망할 나라가 아닙니다. 우리민족이 존재하는 한 우리나라는 영원히 존재할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나라가 존재하는 한 경복궁은 나라의 얼굴로 영원할 것이란 이야기 입니다. 이왕 복원을 시작한 일이라면 아무리 돈이 많이 들어도 100여 전의 아름답고 위엄있는 경복궁으로 되돌리겠다는 각오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입니다.
저는 경복궁 하나도 제대로 꾸밀 생각을 하지 않고 나라의 상징이 없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중국의 자금성이 위용만 웅장하다고 중국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된 것은 아닐 겁니다. 중국의 천안문이나 자금성, 이집트의 피라미드, 체코의 프라하 성 등 한나라를 대표하는 기념비적인 건물을 보면 갖출 것을 갖춘 후에야 그 위용을 나타낸 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경복궁처럼 자금성이 만약 원래 전각의 100분의 1 정도를 잃어버리고, 고층빌딩이 궁궐 안에 우뚝 우뚝하다면 그 누구도 자금성을 중국의 상징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현 정부종합청사와 문화관광부 자리는 100년 후가 되든, 200년 후가 되든 간에 경복궁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광화문에서 세종문화회관 앞 까지 광장(혹은 숲이 있는 공간)을 만들고, 현재 광화문 앞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넓은 자동차 도로는 광장 지하로 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왕 도시의 얼굴을 바꾸려고 하는데 왜 광화문 앞에서 세종문화 회관까지 전체를 광장으로 만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광화문 앞에 현재의 경운궁(덕수궁)의 대한문처럼 코딱지 만한 공간을 둔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인 듯 한데 그래봐야 경복궁이 경복궁다워질 수 있을 지 의문이 듭니다. 다행히 세종문화회관까지의 땅 대부분이 정부 소유라 광화문 앞에 이런 광장을 만드는 데 100년까지 기다릴 것도 없을 것이란 희망이 생깁니다.
결국 우리의 마음먹기에 달린 것 아닐까요. 우리는 몇 백년 되지 않는 유럽의 고색창연한 도시를 부러워만 하고, 그 보다 더 역사가 깊은 우리의 도시에서는 역사를 만들려고 노력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서울은 나라의 얼굴인 경복궁을 중심으로 틀이 잡혀야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현재 서울시가 발표하는 각종 계획을 보면 자꾸만 서울의 중심을 시청쪽으로 맞추려 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시청 앞을 광장으로 만들고, 바닥에는 조명을 깔고, 소공원과 각종 문화의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것 등입니다. 시청과 광화문 앞 두 곳이 공원과 광장이 된다면야 좋겠지만, 시청 앞에 광장이 먼저 조성되면 광화문 앞 광장 조성은 물 건너갈 공산이 커 집니다.
내심 시청 앞 광장 조성을 반기면서도 우려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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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앞 광장
2005년 4월18일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광화문 앞의 차도를 광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 공식 확인했습니다. 현재 서울시와 협의가 된 상태라고 합니다. 광화문 앞 광장 조성은 제가 작년(2004년) 2월 이곳 기자칼럼에서 주장한 바 있어 느낌이 남다릅니다.
제가 『광화문 앞에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글을 올린 지 8개월 후인 작년 10월, 각 대학 건축학과 학자들이 세종로 일대의 환경개선을 위한 포럼을 개최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포럼에서는 『세종로 전체를 보도로 바꾸고 차량은 지하로 다니게 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제가 이곳 기자칼럼에서 주장했던 것과 완전히 똑 같은 내용입니다.
당시 참석한 학자들 중에 저의 글을 읽은 분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광화문 광장 조성 논의가 학자들 사이에 있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무척 고무적이었습니다. 오늘 유홍준 청장이 『광화문 복원을 좀 더 앞당기고, 광화문 앞 동서로 난 차선을 광장으로 만들겠다』고 한 것을 보고는 작은 소망이 하나 실현된 것처럼 기분이 좋습니다.
이번에는 비록 광화문 앞의 좁은 도로만 광장으로 만든다는 것 정도에서 그치지만, 저는 이것이 경복궁 일대의 구 도심 복원이라는 거대한 문화사업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세상일이란 것이 사고의 전환과 처음 시작이 어렵지 일단 시작만 하면 금방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주장하지만, 서울은 경복궁을 가장 아름답게 만든다는 한가지 원칙은 분명하게 세워놓고 도시계획을 잡아야 합니다. 나라의 얼굴인 경복궁을 제대로 꾸며놓지 않으면 모든 것이 공허해 집니다. 어차피 천년만년 갈 우리나라입니다. 이 나라 최고의 문화산실인 경복궁 복원에 돈 들어가는 것을 아까워해서는 안 됩니다.
다행히 세종로 일대는 거의가 정부 땅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현재의 세종문화회관이나, 나아가 교보문고 앞까지 광장을 조성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저는 세종로 일대에 신규빌딩 건축을 허가하지 않고, 기존에 있던 건물을 하나씩 철거하면 100년 안에 이 일대 전체를 광장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렇게 조성된 광장이 광장만으로 머물러 있어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곳에 6조 거리를 복원하고, 인근 창덕궁 쪽으로도 전통거리를 조성하면 최소한 지금처럼 서울이 민망한 모습에서는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저도 가 보았지만 체고 프라하가 달리 프라하가 아닙니다. 수 백년 동안 옛 것을 그대로 두고, 새것과 연결시켜 발전해 왔기 때문에 오늘날 프라하가 생길 수 있었습니다. 물론 도시 전체가 옛 것의 기운에 눌려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수백년 된 도시가 과거의 흔적을 말끔히 지우면서 발전해 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경복궁 일대의 구 도심복원은 600년 수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우리 자신의 얼굴을 찾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치솟은 빌딩은 강남에서 봐도 됩니다. 굳이 궁궐 옆에 현대식 고층빌딩을 지어 놓아야만 도시가 풍요해 지는 것은 아닙니다. 남쪽의 빌딩을 보며 급하게 살아가다가도, 북쪽 경복궁 일대를 보고 숨을 한번 가다듬고, 전통의 가치를 생각하는 도시가 되는 것이 제가 바라는 서울의 모습입니다.
조성된 광화문 광장 안에 6조 거리가 있고, 시전이 있고, 서당이 있고, 개울이 있고, 양반집이 있고, 예절교육관이 있고... 인사동처럼 활기찬 전통거리가 창덕궁까지 이어진다고 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 경복궁을 머리부터 짓누르고 있는 우악스런 청와대 건물도 옮기면 금상첨화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해 조성해 놓은 경복궁 일대의 도심은 각 지방의 민속촌이나 문화거리처럼 뭔가 허전하거나 죽은 거리가 아니라, 전통이 스스로 살아서 펄펄 뛰어 다니는 거리가 될 것입니다. 경복궁, 창덕궁, 종묘 나아가 경희궁과 경운궁(덕수궁)까지 하나의 벨트로 보고 서울의 구 도심을 살린다는 거대한 도시계획을 추진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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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단상
2003년 10월18일
광화문을 볼 때마다 저는 마치 싸늘한 시신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일제는 총독부 건물을 지은후 광화문을 헐어 버리려 했습니다. 그러자 야나기 무네요시라는 일본인 학자가 「헐리려고 하는 광화문을 위하여」라는 詩를 지어 일본인의 야만성을 통렬하게 나무라며 광화문 철거 반대 여론을 주도했습니다.
여론에 밀려 헐릴 위기에서 벗어난 광화문은 경복궁 동쪽 건춘문 옆으로 옮겨져 해방을 맞았습니다. 그러다가 6.25 전쟁 때 불타 버린 것을 1969년 故 박정희 대통령이 현재의 위치에 철근 콘크리트로 새로 만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콘크리트 건물이 우리나라 제일 왕궁의 정문의 임무를 완수하기에는 역부족인가 봅니다. 남대문이나 기타 왕궁의 문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나 위엄, 혹은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로 이어주는 생명력이 풍기지 않습니다.
광화문 앞의 해태상은 길가 인도로 치워져서 온갖 매연과 분진을 뒤집어 쓰고 있습니다. 도로는 광화문에 바짝 붙어 지나가고 있어 이 나라 정궁의 정문이 숨을 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도 주지 못하는 살벌한 인심을 보여 주는 듯 합니다. 광화문만이 경복궁의 슬픈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눈을 오른 쪽으로 돌리면 괴물 같은 민속박물관이 버티고 있습니다. 이런 요상한 건물이 우리 손에 의해, 그것도 경복궁 한복판에 지어 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지만 현실입니다.
시선을 경복궁 뒤 쪽으로 돌리면 주변 경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청와대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청와대라는 이름은 「푸른 기와 지붕의 臺(대:사방을 볼 수 있게 높이 쌓아 만든 곳)」라는 말로 사실상 아무 의미 없는 이름입니다. 대통령이 사는 집에 왜 臺자가 들어가야 하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청와대가 「잘 지은 위엄 있는 건물」이라느니 「한국의 美를 표현했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경복궁과 연계시켜 볼 때 자화자찬의 말 잔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산채만한 청와대 건물이 경복궁을 오만하게 짓누르고 있어 궁궐의 모습을 결정적으로 망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복궁 안을 거닐면 온갖 불탑과 불상을 만나는데 마치 어느 절간에 와 있는 듯 합니다. 유교를 받들어 4대문 안에 승려의 출입까지 막았던 조선 왕조에 대한 이만저만의 실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근정전 난간은 어린 아이들의 미끄럼틀이 되기 여사입니다. 신혼 부부들의 사진촬영은 조선왕조의 상징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아무 곳에서나 이루어 집니다.
경복궁 동쪽의 東십자각은 따로 뚝 떨어져 제 기능을 잃고 있고, 西십자각은 아예 흔적도 없습니다. 때문에 정면에서 볼 때 경복궁은 마치 날개 꺾인 독수리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옆 뜰에는 아예 고층 빌딩을 지어 놓고 관리사무소로 쓰고 있습니다. 거의 100년 만에 돌아온 흥례문이 입이 있어 말을 한다면 「勿忘國恥(국치를 잊지 말라)」라는 한마디 일 것이나, 그런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는 표식도 없습니다.
궁궐은 무엇보다 오늘의 서울을 서울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 원입니다. 궁궐은 500년 왕조의 혼이 모여 있는 곳이자, 오늘날 우리에게 이어지는 조선시대의 풍부한 문화를 탄생시킨 産室(산실)과 같은 곳입니다. 궁궐은 감히 돈으로 환산 할 수 없는 가치를 우리에게 주고 있습니다.
서울 시는 큰 돈을 들여 청계천을 복원하고 시청 앞 광장을 유리로 뒤덮어 공원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궁궐을 불구로 둔 채 그 어떤 것을 요란하게 꾸며도 공허함은 남습니다.
다행히 경복궁 장기 복원계획에 광화문과 동ㆍ서십자각을 복원하는 것과 현재의 민속박물관을 철거하는 계획이 잡혀 있습니다. 시작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이왕 시작한 복원 사업이라면 화단의 풀 한 포기라도 오로지 경복궁을 위해 존재하게 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