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잉글랜드 지역 의석 1496석 잃으며 전체 1068석 확보에 그쳐
◉ 강경 우파 성향 영국개혁당은 이번 선거에서 1452석 차지하며 급부상

- 2025년 9월 30일 리버풀에서 열린 연례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기조 연설하는 키어 스타머 영국총리. 당시 전당대회 주제는 "영국을 새롭게 하자"였다. 사진=뉴시스
현 영국 집권당인 노동당 내부에서 키어 스타머 총리를 겨냥한 권력투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핵심 각료였던 웨스 스트리팅 보건장관은 15일(현지 시간) 전격 사퇴하며 스타머 총리 리더십에 공개 반기를 들었다. 노동당 내 다른 잠재 주자들도 차기 당권 경쟁 채비에 나서면서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스타머 체제가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트리팅 전 장관은 이날 발표한 사임서에서 “세계 무대에서는 지도력을 보여줬지만 국내 정치에서는 비전도 방향도 잃었다”며 스타머 총리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특히 “우리가 필요로 하는 곳에 비전은 없고 방향 대신 표류만 있다”고 지적하며 사실상 스타머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다.
다만 스트리팅 전 장관은 즉각적인 당대표 출마 선언은 하지 않았다. 대신 스타머 총리가 스스로 물러나 노동당의 미래를 두고 여러 후보가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당 안팎에서는 그가 아직 충분한 지지세를 확보하지 못했거나 스타머 총리에게 자진 사퇴 기회를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스타머 총리는 곧바로 후임 인선에 착수했다. 그는 재무부 출신 제임스 머리를 새 보건장관으로 임명하며 조기 진화에 나섰지만 당내 동요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노동당 내 다른 경쟁자들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앤절라 레이너 전 부총리는 이날 “스타머 총리가 자신의 위치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하며 당대표 선거가 열릴 경우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노동당 내 좌파 성향 지지층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레이너 전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과 부유층 증세 확대를 주장해 온 인물이다.
또 다른 잠룡인 앤디 번햄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도 사실상 출마 준비에 돌입했다. 현재 그는 하원의원이 아니어서 당대표 출마 자격은 없지만 노동당 의원 한 명이 자신의 지역구를 내주겠다고 밝히면서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이 열렸다.
노동당 내 이번 권력투쟁은 지난 7일 지방선거 참패 직후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노동당은 2024년 총선 압승으로 14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했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대 이하 성적표를 받아 들며 스타머 총리 체제에 대한 당내 불만이 한꺼번에 분출한 것이다. 2024년 총선 승리의 주역이었던 집권 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잉글랜드 지역 의석 1496석을 잃으며 전체 1068석 확보에 그쳤다. 전통 강호인 보수당 역시 563석을 잃어 801석만 남았다.
반면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단 2석 확보에 머물렀던 강경 우파 성향의 영국개혁당(Reform UK)은 이번 선거에서 1452석을 차지하며 급부상했다. 특히 14개 지방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노동당과 보수당을 떠난 유권자들의 표심 상당수가 창당 10년도 되지 않은 영국개혁당으로 이동한 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스타머 총리는 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그는 당내 지도부 경쟁이 정부를 혼란에 빠뜨릴 뿐이라며 생계비 위기와 중동 정세 대응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도 “영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0.6%로 예상치를 웃도는 등 경제 안정 정책이 성과를 내고 있다”며 “지금은 혼란이 아니라 안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스타머 총리가 이번 위기를 넘기더라도 추가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리버풀대 정치학 교수 조너선 통지는 “노동당은 보수당처럼 쉽게 지도자를 끌어내리지는 않지만 지금 스타머의 권력 기반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백재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