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연히 TV 드라마 신돈을 보다가 우스운 장면을 보았습니다. 임금은 뒷머리를 허리까지 기르고, 신하는 장발 위에 갓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백성들도 전부 장발이고, 심지어 내시까지 모두가 장발족입니다. 저는 이드라마의 복장을 보고 중국 사극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엉터리 중국 사극보다 더 심하게 해 놓았습니다.
도대체 이런 국적불명의 사극이 어떻게 버젓이 안방에서 방영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곳 기자칼럼(2005년 2월16일)에서 사극의 장발족에 대해서 쓴 바 있는데, 그 글 말미에 "이대로 가다가는 갓 쓰고 뒷머리 늘어뜨린 선비가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 신돈이라는 사극을 보니 제가 우려하던 모습이 1년도 안되어 진짜 TV에 등장한 것입니다.
우리는 고조선 시대부터 상투를 틀고 살아온 민족입니다. 심지어 이 상투가지고 우리민족을 특징짓기도 하는 아주 독특한 문화인 것입니다. 이 상투가 사라지고, 장발이 등장하니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차라리 머리에 염색한 사람이 등장하면 더 그럴듯 할 것입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려시대는 관리 복식은 크게 세 차례 변했다고 합니다. 물론 일반인들은 고래로부터 내려오던 복장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관복의 경우, 첫째는 몽고침입 전까지로, 주로 오대나 송나라의 복식이었습니다. 둘째는 몽고침입의 영향으로 잠시 몽고풍이 유행한 것입니다. 세 번째는 공민왕이 다시 명대의 복장으로 바꾼 것이고, 이것이 대체로 세부 사항이 복잡해 진 것 외에 큰 변형 없이 조선시대 말까지 이어집니다.
삼국사기를 지은 김부식은 신라의 복식을 고찰하면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신라 초기의 의복제도는 색체를 상고할 수 없다. 제23대 법흥왕 때 처음으로 육부 사람들의 복색의 존비 제도를 정하였지만, 오히려 동이의 풍속 그대로였다. 진흥왕 2년에 김춘추가 당나라에 들어가, 당나라 의식에 따를 것을 청하니 현종 황제가 허락하고 겸하여 의대를 급여하였다. 돌아와서 이를 시행하여 우리 풍속을 중국 풍속으로 바꾸었다. 문무왕 4년에는 토 부인의 의복을 개혁하니, 그 후로부터는 의관이 중국과 같게 되었다.
우리 태조가 천명을 받은 후에도 모든 국가제도는 신라의 옛것을 많이 인습하였으니, 지금 조정 사녀의 의상이 대개는 김춘추가 청하여 온 그 유제일 것이다. 신이 세 번 중국에 봉사하였는데, 일행의 의관이 송나라 사람들과 다름이 없었다. 일찍이 조회에 들어가다가 아직 일러서 자신전 문에 서 있었던바, 한 합문원이 와서, “누가 고려 사람이냐”고 물으므로 사신이 대답하기를 “내가 고려 사람이라”고 하니 그 사람이 웃고서 갔다.
또 송나라 사신 유규 오식이 우리나라에 와서 사관에 있는 동안, 연회 때에 우리 옷차림으로 단장한 창녀(倡女:여악공)를 보고 불러다가 계사에 오르게 하고, 활수유(넓은 소매 옷)와 색사대, 대군(큰치마)을 가리키며 감탄하기를 “이것은 모두 삼대(하 은 주)의 복색인데, 아직도 여기서 행하여질 줄은 몰랐다”하였다. 지금의 부인 예복 역시 당대의 옛것임을 알 수 있다.(이병도 역)>
이처럼 관복은 매우 보수적이어서, 고려는 당, 송에서 들여온 신라시대 복식을 수백년간 따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조선도 고려에서 물려받은 복식을 수백년간 거의 그대로 따랐습니다.
원나라는 고려에 대해 매우 관대해서, 고려 복식을 유지하도록 허락 했습니다. 물론 원나라와 교류가 활발해서 얼마동안은 관복과 상류층 의복에서 원의 복식을 한 경우도 있었지만, 그나마 지금 TV드라마에서 보는 복장은 아닙니다. 원나라는 변발을 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남아 있는데, 조선 후기의 어진과 비교해 봐도 그 원형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성계의 어진 복장은 고려에서 물려받은 것입니다.
지금까지 사극 중에 ‘용의 눈물’이 가장 정성들여 고증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방영되는 신돈은 복식도 고려 것이 아니고, 그마저 우리 민족의 특징인 두발마저 어느 기준을 따른 것인지 모르겠으니 한마디로 웃기는 국적불명의 사극이 된 것입니다. 이제 조선시대 선비가 뒷머리 늘어뜨리고 장발로 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차례가 된 것 같습니다. 

정몽주의 초상(장발이 아니다) 안향의 초상(역시 장발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