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 네셔널 지오그래픽, 히스토리 채널

  • 이상흔 월간조선 기자 hanal@chosun.com
  • 업데이트 2006-01-2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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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디스커버리', '히스토리 채널', '네셔널 지오그래픽' 이 3개 방송을 주로 봅니다. 오락프로그램이나, 드라마는 안 본지가 오래되어서 최근에 누가 유명한 배우인지, 누가 유명한 가수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도 뉴스의 중심에 있는 연예인들은 인터넷이나 신문에 자주 나오니깐 그때그때 ‘이 사람이 요즘 유명세를 타고 있구나’하고 기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잘 나가는 영화 ‘왕의 남자’에서 ‘공길’의 역을 맡았던 이준기라는 배우에 대해서는 상식적인 차원에서 알아 놓는 것입니다.   
 
네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는 주로 동물 이야기를 많이 봅니다. 하나의 동물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6개월에서 1년 이상 공을 들이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감동 그 자체입니다. 
 
동물 프로그램은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그 나름대로 수억년 동안 지구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해오면서 거친 생존환경을 극복해낸 승리자들이란 것을 강조합니다. 인간만뿐 아니라 동물들도 똑 같이 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해 줍니다. 
 
인류의 진화과정을 다룬 프로그램에서는 한 인간이 지구 위에서 숨을 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선조들의 연결고리가 필요한지 돌아보게 해 줍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우리 인간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우주만큼 귀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또 다른  방송인 '디스커버리'와 '히스토리 채널'에서는 역사 이야기를 많이 다룹니다. 특히 동영상과 기타 관련 자료가 많이 남아 있는 2차 대전을 다룬 내용은 이 두 채널의 단골 프로그램입니다. 
 
어저께는 2차 대전 때 미 해병대가 일본 본토 남쪽에 있는 이오지마 섬을 점령하기 위해 분전고투 하는 이야기를 내보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수많은 참전자들의 증언, 당시 화면, 상황 재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수류탄에 부상을 당한 어느 미 해병대원이 어떻게 싸우다 부상을 당했으며, 그가 어떻게 살아나올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데 거의 30분 가까이 할애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우애와 조국애, 전쟁의 비참함 등이 드러납니다. 적군인 일본군 참전자의 증언도 상당부분 들어가 있어 전쟁을 미국의 시각으로 일방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있었습니다. 
 
디스커버리나 히스토리 채널의 이런 전쟁 다큐멘터리는 전쟁에 참여한 육해공군의 모든 군인들에 대해 골고루 다루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가 스쳐가면서 본 프로그램만 해도 전투비행사 이야기, 의무병 이야기, 보급병 이야기, 첩보병 이야기, 암호해독병 이야기, 공병대 이야기, 잠수함 이야기, 항공모함 이야기 등등 셀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비참했던 전쟁을 그저 옛날 화면을 틀어주며 설명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당시 참전했던 사람들의 입을 통해 다각도로 시간대별로 재구성을 해, 참전 군인들의 노력과 희생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이해 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거의 모든 전쟁 프로그램은 결국 "오늘날 미국과 자유세계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은 공짜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라는 하나의 메세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프로그램 덕분에 한국전쟁보다 오히려 2차 대전을 더 잘 이해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저는 월간조선에 학도병 이야기, 흥남철수 이야기 등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기사를 몇 건 쓴 적이 있습니다. 
 
민족의 비극 6.25 전쟁에 관한 기사를 쓰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참전 군인이나 민간인들의 증언이 거의 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참전 군인들의 1차 자료가 부족하면 후대 사람들이 당시 전쟁의 생생한 모습을 이해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이 때문에 저는 흥남철수 기사를 쓰면서 상당부분 외국인이 쓴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국인들이 쓴 책에는 참전병들의 증언이 풍부하게 담겨 있어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우리가 만든 전사자료는 지도와 도표를 통해 전쟁의 전체 모습만 설명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책 속의 지도와 도표 하나 하나가 간직하고 있을 사람들의 이야기는 찾아 보기가  힘이 듭니다. 
 
요즘은 그나마 해마다 6.25가 되면 한 두 시간씩 방영 해주던 6.25관련 다큐멘터리도 접하기 어렵습니다. 안동 방어선 전투에서는 누가 어떻게 싸웠는지, 다부동 전투에는 누가 어떻게 싸웠는지, 박천 전투는 뭔지, 흥남철수는 어떻게 이루어 진 것인지, 피의 능선은 왜 생겼는지.... 
 
우리 젊은 세대들은 도무지 6.25 전쟁에 대해서 눈으로 보고 들을 기회가 없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할아버지 할머니나 부모님에게 물어보면 3초 안에 알 수 있는 6.25 전쟁에 관한 사소한 것도 엉터리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많습니다. 6.25 는 '이승만과 김일성 쌍방이 잘못해서 일어났다'는 식으로 두리뭉실 물타기를 하거나, 심지어 '남한이 북침을 해서 전쟁이 벌어졌다'는 악의적인 왜곡조차도 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우리가 지금처럼 6.25 전쟁을 후세에 가르치지 않는다면 자유를 얻기 위해 치른 부모 세대의 엄청난 희생을 조롱하는 패륜적이고, 비정상적인 역사관이 독버섯 처럼 자라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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