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를 품에 안고 잠든 노숙자의 꿈

  • 이오봉 월간조선 객원사진기자 oblee@chosun.com
  • 업데이트 2005-08-17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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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일 교통이 통제된 광화문 네거리 특설무대에서 거행된 광복60주년 전야제. 한반도기와 태극기를 함께 흔들며 남북한 축구대회를 응원하고 있다.>
 
찌는 무더위 속에 8월 14일부터 광복 60주년 문화대축전 행사를 하는라 서울 광화문 네거리는 교통이 통제된 가운데 하루 종일 시끄러웠습니다.

차없는 거리가 된 광화문 앞 대로는 미대사관 앞 뒤를 에워싼 경찰 경비 병력을 실은 버스들이 줄지어 서서 축제 분위기를 가라앉게 했습니다. 차없는 거리에는 제철을 만난듯 먹고 마시는 노점 음식점들로 난장판이 됐습니다.

15일 광복절 공식 행사가 끝나자 미군 철수와 반미 구호를 외치는 조국통일범청년학생연합(범청학련) 학생들이 주동이 된 행진 대열이 광화문을 지나자 오후에는 반핵반김국민협의회에서 주최하는 좌익세력과 노무현정권을  규탄하는 행사가 연이여 벌어졌습니다.
 
경찰 병력을 실은 대형버스와 시위 진압 경찰들에게 에워싸인 채 거행된 이날 행사를 보면서 참석자들은 물론 이를 지켜본 시민들을 지난 60년전 좌,우익이 신탁과 반탁을 주장하며 거리에서 맞섰던 광복절 당시의  분위기와 어쩌면 이렇게 똑 같을까 한숨을 짓기도 했습니다.
 

<8월 15일 서울 광화문빌딩 앞에서 김정일 타도와 노무현정권을 규탄하는 반핵반김국민협의회 집회.>
 

<8월15일 정오 서울역 광장에서 국민행동본부가 주최한 광복60 주년 자유통일 국민대회장에 나부끼는 태극기들.>
 
저녁이 되자 서울 시청앞 서울광장과 숭례문(남대문) 광장에서는 거의 같은 시간대에 기념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600m 거리에서 두 개의 음악회가 동시에 열린 것이지요. 하나는 서울시청에서 주최를 하고 숭례문 음악회는 정부 주최가 주최하는 광복60주년 기념문화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음악회였습니다.

양쪽 음악회의 음향이 되썩이는 간섭현상이 발생하여 음악이 제대로 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처음의 우려가 기우였음이 밝혀져 천만 다행이였습니다.
 
많은 돈(세금)을 들여 치루는 뜻깊은 음악회라면 서울서만 동시에 열것이 아니라 음악회 하나는 부산이나 대전나 광주나 전주에서 열었으면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소외감도 덜어주는 새로운 느낌을 갖게하는 음악회가 됐을 것입니다.

아니면 서울 강북이 아닌 강건너 강남의 올림픽 스타디움이나 한강변 고수부지에서도 열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태극기를 움켜쥐고 서울 광화문 도로원표 위에 잠든 노숙자의 꿈.>
 
16일 아침 회사 출근 길에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광화문 네거리 도로원표 시설물 위에 벌거 벗은 채 태극기를 한아름 부등켜 안고 잠이든 노숙자를 만났습니다.

광복의 기쁨에 들떴던 어제(15일), 그도 밤 늦게까지 광화문 차 없는 거리에서 다른 시민들과 태극기를 흔들며 헤매다가 지친 나머지 찬란한 내일을 꿈꾸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겠지요.
 
우리 모두 겉치레 행사보다는 당장 이처럼 거리에서 나딩구는 노숙자들의 꿈부터 이뤄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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