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에 대한 국민투표 논란이 있는 가운데 서울시장 후보(예비후보)로 나선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월 29일 “국민투표는 히틀러나 박정희 같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영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가 “국민투표는 히틀러나 박정희 같은 사람이 좋아하는 거다, 그게 포퓰리즘 아니냐”라면서 “국민투표를 부칠 수가 있지만 헌법 72조에 엄격하게 해놨다.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 아니면, 이런 걸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국민투표를 독재자들이나 포퓰리스트들이 악용한 것은 사실이다. 나폴레옹과 나폴레옹 3세는 국민투표를 통해 황제가 되었고, 히틀러도 국민투표를 통해 총통의 자리에 올랐고 국제연맹 탈퇴, 오스트리아 합병 등을 추인받았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역시 국민투표로 사회주의 개헌을 달성했다.
하지만 송영길 전 대표는 그런 발언을 하면서 깜박 잊은 게 있는 듯 하다. 바로 송영길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이 경애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현 대통령도 과거 국민투표를 주장한 적이 있다는 사실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최측근이던 최도술 당시 총무비서관의 비리 사건으로 궁지에 몰리자 2003년 10월 10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재신임을 묻겠다”고 발표했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수사가 끝나면 그 결과가 무엇이든간에 이 문제를 포함해 그동안 축적된 국민들의 불신에 대해 재신임을 묻겠다”면서 국민투표를 거론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데 재신임의 방법이 그렇게 마땅하지 않다. 국민투표를 생각했지만 안보상의 제한이 있다”면서 “재신임의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어떻든 공론에 부쳐 적절한 방법으로 재신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아무리 늦더라도 총선 전까지 재신임을 받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직 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겠다는 초유의 발언은 정국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즉시 국민투표를 요구한 반면, 당시 창당 추진 중이던 친노(親盧)신당 (후의 열린우리당)은 이에 반대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재신임 여론이 약간 높았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여론조사에서 ‘내일 당장 재신임을 묻는다면’이라는 질문에 ‘재신임하겠다’가 44.2%, ‘재신임하지 않겠다’가 37.9%, ‘잘 모르겠다’가 17.9%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는 ‘재신임’ 47.7%, ‘불신임’ 44.4%로 나왔다. 한편 조선일보가 한국갤럽과 함께 실시한 조사에선 재신임 방식은 ‘국민투표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52.9%로 가장 많았고 ‘여론조사’(22.9%), ‘내년 총선에서 여당 승리여부’(8.6%) 순이었다.
논란이 이어지자 10월 11일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비서관(현 대통령)은 “선례가 없고, 관련 규정이 모호하지만 선출직 대통령의 재신임 방법으로는 ‘국민투표’외에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도 같은날 기자회견에서 해 “분명한 것은 국민투표에 의한 방법이 가장 분명할 것”이라며 “다만 지금 국민투표에 대한 논의가 있을 만큼 제도가 불명확하다. 논의 여하에 따라 국민투표법을 손질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해 국민투표 수용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김원기 친노신당 창당주비위원장도 10월 12일 “방법에 있어서는 적법하면서 여기저기서 시비를 걸 여지가 없이 국민의 의사를 묻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며 국민투표 수용 의사를 밝혔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10월 13일 국회시정연설에서 “재신임 방법은 국민투표가 바람직하고, 그 시기는 오는 12월15일 전후가 좋겠다”면서 국민투표 실시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이어 노 대통령은 정부에 국민투표를 위한 실무 준비에 들어가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야당이 반대하고 나섰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10월 16일 국회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노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주장에 대해 “단순한 위헌의 정도를 넘어 정략이 개재된 쿠데타적 발상이므로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국회는 위헌 국민투표를 위해 법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등 야당 의원들은 10월 17일 대정부 질문에서 재신임 국민투표에 대해 “독재적 발상”이라며 “대통령 스스로 물러나라” “국민을 상대로 한 정치쇼, 사기극이다”이라고 비난했다.
대신 야당은 탄핵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10월 14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탄핵을 거론하자 이해찬 의원은 ‘내란선동’이라며 반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 때문에 난감하다”면서 야당과의 정치적 타협을 강조했고, 야당은 계속 재신임 투표 철회를 요구했다. 이러다가 해를 넘겼다. 2004년 1월 6일 청와대 일각에서는 재신임과 총선을 연계 시키자는 안이 나오기 시작했다. 3월 11일 노무현 대통령은 “(재신임 방안으로 제안했던) 국민투표는 좌절 됐고,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도 없다”면서 재신임을 묻을 수 있는 현실적이고 최선의 방법이 총선 결과를 존중하는 것이라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야당에 의해 탄핵안이 발의된 후였다. 그 후 탄핵안 가결과 친노신당 열린우리당의 총선 승리,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기각 등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하여튼 재신임 논란 속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그 최측근 참모인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은 국민투표를 일관되게 주장했으며, 국민투표가 무산되었을 때에도 자신들은 국민투표를 하려고 했으나 야당의 반대 때문에 못하게 되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건 국민의힘이건, 자신들이 과거 국민투표를 주장한 적도 있고 반대한 적도 있다. ‘국민투표’를 주장한다는 사실만으로 상대방을 ‘독재세력’으로 낙인찍는 것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