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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朝野서 퍼지는 '美北 비핵화 협상' 회의론

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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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2차 미북(美北)정상회담이 이달 말로 예정된 가운데, 미국 측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용이하게 만들고자 '핵 신고 요구 조건'을 완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핵 리스트 신고' 및 '보유 핵 폐기' 같은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서의 비핵화가 아닌,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철회 및 '보유 핵 동결' 수준으로 미북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내년 대선에 맞춰 외교 분야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내야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북핵(北核)'을 묵인하면서 '대북 해빙 분위기'만 조성하는 것으로 비핵화 담판을 끝내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 대 강연에서 "비핵화가 최종 완료되기 전 미국이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전모를 알아야 하겠지만, 미국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북한의 포괄적인 핵 신고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의 협상 과정에서는 핵 신고가 시급한 안건이 아니라는 뜻으로 들린다.

비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면서 "미국의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70년간의 전쟁과 적대감을 뛰어넘어야 할 시간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미북회담을 통한 대북 비핵화 협상 과정을 낙관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미국 정보 당국 수장들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평가를 공개적으로 내놓자, 다음 날 "북한과의 관계는 역대 최상"이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2차 미북회담에서 일종의) 합의가 나온다고 해도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형식적인 것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김정은은 실질적인 의미가 없는 것을 내놓고 경제 제재를 완화 내지 해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트럼프는 국내 정치적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방편으로 미북 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대성공'이라고 과장해 선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 조야(朝野)에서는 북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물론 2차 미북회담에 대한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 외교위원은 "무엇에 관해 회담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회담을 할 때마다 김정은 위상만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2차 회담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대가 낮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회담 때처럼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아무런 대가 없이 거저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딕 더빈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2차 회담을 한다지만)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성취된 것이 거의 없고 주목할 만한 성과는 없다"고 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지난달 23일 발표한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 외교적으로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이란 보고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더 이상 북한의 핵 위협이 없다'고 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을 이야기하지만 많은 미국과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에 회의적이다"라고 지적했다. CRS는 그 이유에 대해 "북한이 아직 핵 목록과 시설의 공개에 동의하지 않았고, 비핵화에 대한 국제적 검증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근 단국대 정책과학연구소, 사단법인 샌드연구소, 세종경영자문 연구팀이 김정은의 5년치 연설문과 보고서, 관련 기사 등을 분석한 결과,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핵 관련 발언에서 핵 개발 의지를 표현하는 핵무력, 핵무기 등의 단어 사용 빈도가 '비핵화' 관련 단어보다 현저히 많았다는 것이다. 북이 '핵과 경제의 병진 노선'을 포기한 것이 아니며, 2020년 핵 보유국 지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결과였다.

북한은 반미(反美)적 태도, 주민 인권 유린 등을 아직도 자행하고 있다. 북한에 민주 체제가 아닌 세습 정권이 있는 한, 근본적으로 비핵화 협상을 포함한 어떤 외교도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달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은 나라 전체가 감옥이다. 북한 내 인권 상황은 현실적으로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018년 남과 북의 전진을 막아선 주(主)되는 방해자는 역시 미국"이라고 했고, 관련 매체 '메아리'도 "미국이 남조선을 약탈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지난달 9일 자 <문화일보> 칼럼에서 "한국은 김정은 신년사에 담긴 '조선반도 비핵화' 망령과 불변의 대남전략을 주목해야 한다. 이 망령이 사라지지 않는 한·미·북 정상회담이 다시 열려도 북한은 동맹 와해를 겨냥한 요구들을 반복할 것이고, 한국을 향해서도 동맹 이간, 대북 제재 균열, 한국 사회 분열 등을 도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0일 트럼프가 북핵 정보를 보고받고도 낙관론을 펼치는 배경을 분석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꼽았다. WP는 "트럼프는 문재인 대통령과 광범위한 대화를 해왔는데, 문 대통령은 트럼프의 대북 외교 노력을 칭송하며 '노벨상 받으셔야 한다'고 한 사람"이라며 "문 대통령은 미·북이 북핵을 외교적으로 해결할 마지막 기회를 맞고 있다고 보며, '북한은 확실한 유인책보다 제재와 위협이 있어야 (비핵화에) 답할 것'이라는 주장을 비현실적이고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19.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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