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의 축은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로이터)

해외 언론이 본 전쟁 이후의 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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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 사진=조선DB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 이후 세계 방산 시장의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각국이 국방비 증액에 나서면서 방산 기업 매출이 급증했고, 이 흐름 속에서 한국 방산 기업들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026년 1월 발표한 방산 산업 분석 기사에서 각국의 국방비 증액이 일시적 대응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굳어지고 있으며, 그 결과 방산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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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통신의 1월 22일 자 <“아시아 방산 기업들, 고조되는 지정학적 긴장의 뜻밖의 수혜자가 될 수도”> 기사의 캡처다.

 

로이터 통신은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수록 방산 기업의 실적은 더 이상 경기 변동의 예외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성장 궤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목한 대목은 미국과 유럽의 전통 강자들보다, 아시아 방산 기업들이 ‘의외의 승자(surprise winners)’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로이터의 이 같은 분석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2024년 12월 발표한 ‘세계 100대 방산업체’ 순위를 토대로 한다. 해당 순위는 2023년 방산 매출을 기준으로 집계된 것이지만, 로이터는 이를 현재와 미래를 읽는 참고선으로 활용한다.


SIPRI 순위에서 상위권은 여전히 미국과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30~80위권 구간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난다. 아시아 기업들이 대거 포진하며, 특히 한국·일본 기업들의 순위 상승과 매출 증가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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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28일 오전 대전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방위산업 부품·장비대전 및 첨단국방산업전'에서 관람객들이 한화디펜스의 차세대 한국형 공병전투차량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조선DB

 

로이터의 핵심 평가: “한국 방산의 무기는 ‘속도’다”


로이터가 한국 방산을 바라보는 시선은 명확하다. 빠른 생산과 납기, 실전 검증, 가격 경쟁력이다. 한국에서는 한화그룹(21위), LIG넥스원(60위), 한국항공우주산업·KAI(70위), 현대로템(80위) 등 4개 기업이 세계 100대 방산업체에 포함돼 있다.


한국 방산 기업의 공통점은 성장률이다. 한화그룹은 세계 20위권 초반까지 올라섰고, LIG넥스원과 현대로템도 중·하위권에서 순위를 끌어올렸다. KAI는 일시적인 매출 변동으로 순위가 내려갔지만, 전투기·훈련기 수출 기반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SIPRI는 한국 기업들의 약진 배경으로 ▲폴란드 등 동유럽 수출 확대 ▲납기 신뢰도 ▲미사일·지상무기·항공 전력의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꼽는다. 다만 매출 총액 기준으로는 여전히 미국·중국·유럽 대형 업체들과 격차가 크다.


로이터는 이 순위 자체보다 순위가 형성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동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위협에 대응해 신속한 무기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은 “지금 당장 공급 가능한 생산 능력”을 무기로 시장을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장기 계약과 정치적 협의에 시간을 쓰는 사이, 한국은 납기와 가격으로 승부했다.


로이터는 한국 방산의 부상을 설명하기 위해 일본·프랑스·중국과의 대비를 곁들인다. 일본은 미쓰비시중공업(32위) 등 기술력 있는 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오랜 수출 규제와 내수 중심 구조로 성장 속도는 제한적이다. 프랑스는 탈레스(10위권), 사프란(30위권 초반) 등 상위권 기업을 앞세워 방산을 외교 전략의 일부로 활용한다.


중국은 중국항공공업그룹(AVIC·8위), NORINCO(11위) 등으로 명목상 상위권을 차지하지만, 로이터는 중국 방산 기업들의 매출 투명성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군·민 융합 구조로 인해 정확한 실적 평가가 어렵다는 점이 투자 판단의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순위 밖의 이야기’를 읽어야 할 시점


로이터의 분석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한국 방산의 최고 순위는 아직 21위에 머물러 있지만, 여러 기업이 동시에 중위권에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중견 방산국’의 문턱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는 “아시아 방산 기업들의 주가와 실적은 아직 완전히 재평가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는 곧 한국 방산이 일회성 전쟁 특수의 수혜자에 머물지 않고, 구조적 성장 산업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전쟁은 언젠가 끝나겠지만, 군비 증강은 쉽게 되돌아가지 않는다. 로이터의 시선에서 보면, 한국 방산은 지금 가장 불리하지 않은 위치에서 미래를 맞이하고 있는 국가 산업이다. 남은 과제는 하나다. 속도를 넘어 규모와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그 답이 한국 방산의 다음 순위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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