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단행한 교육부의 실·국장급 인사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본부 1급 여러 자리가 동시에 교체되면서 장·차관을 비롯한 교육부 수뇌부 전체가 서울대 출신 없이 전원 비(非)서울대 인사로만 구성되는 초유의 진용이 완성됐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교육부 요직을 장악해 왔던 서울대·서울대 사범대학 출신이 사실상 전면에서 물러난 셈이다.

이번 인사에서 기획조정실장에는 설세훈 전 서울시 부교육감(동국대 교육학과·미시간주립대 석사), 대변인에는 정병익(경인교대·위스콘신대 교육재정 박사과정 수료), 인재정책실장에는 이해숙(한국외대 법학과·버지니아대 교육학 박사), 책임교육정책실장에는 장홍재(진주교대)가 임명됐다. 또 제주도교육청 행정부교육감 심민철(고려대 사학과·펜셀베이니아주립대 교육행정 석사)이 학생건강정책국장으로 발탁, 교육부로 복귀했다.

장·차관도 같은 구도를 이룬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공주사대 국어교육과, 최은옥 차관은 고려대 수학교육과 출신이다. 이로써 교육부의 정책 컨트롤타워는 정점부터 실무 라인까지 서울대 출신이 단 한 명도 없는 구성으로 재편됐다.

교육부의 주요 보직이 전원 비서울대 출신으로 꾸려진 것은 역대 정부에서도 찾아보기 드문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조적인 지점도 있다. 김천홍 책임교육정책관(서울대 농업교육과 학·석사)이 이번 인사에서 서울시 부교육감으로, 최은희 인재정책실장(서울대 독어교육과·일리노이대 석사·고려대 박사)은 제주도교육청 행정부교육감으로 보직을 옮기면서, 교육부 본부의 인적 구성에서는 서울대 라인이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됐다. 

국가교육위원회와 대통령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부산대 법학과 학·석·박사), 김용련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성균관대 교육학과·미국 미네소타대 교육정책 박사) 모두 서울대 출신이 아니다. 이로써 교육정책을 좌우하는 상층 의사결정 구조 전반이 ‘비서울대 중심’으로 재정렬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베이징대), 영어 난이도 조절 실패로 10일 사퇴한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공주사대)도 서울대와 거리가 멀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우연한 결과가 아니라, 정부가 앞서 제시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기조, 즉 특정 대학 중심의 학벌주의를 완화하려는 정책 철학이 인사 구조에도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교육권력의 집중을 해체하고 인재 풀을 넓히려는 방향성이 이번 인사 흐름 속에 투영됐다는 것이다.

교수–관료 결합 구조가 낳은 ‘교육부 정체(停滯)’

이번 인사의 상징성이 부각되는 이유는 교육부 내부 구조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역대 교육부 장관 상당수는 교수 출신이었고, 이들은 장관 임명 전후로 교육부 연구용역을 통해 관료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 왔다. 정책을 설계하는 교수 집단과 이를 집행하는 관료조직이 ‘학연–관연’으로 촘촘히 연결되며 일종의 내부 생태계를 유지해 온 것이다.

그 결과, 장관이 바뀌어도 정책의 근본적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는 비판이 반복됐다. 교육부 무용론이 주기적으로 제기된 이유도 이 폐쇄적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교육단체의 비판 역시 이 구조를 겨냥했었다.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성명을 내고 “교육부를 폐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최교진 장관의 몇 차례 언론 인터뷰는 '특별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아무런 비전도 방향성도 없는' 인상을 남겼을 뿐이다. 윤석열 정권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교육부라는 평가”라며 “심각한 환부를 도려내는 것으로부터 교육개혁은 시작되어야 비로소 전망도 방향도 세울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또 “교육부의 인적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부분의 정부 부처에서 고위 관료들이 물러났으나, 교육부만 고위 관료들이 물러나지 않고 있다는 풍문이다. 새 술을 담을 새 부대조차 마련되지 않은 셈이다. 교육개혁 정책 수립이 원천봉쇄되고 있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 조금이라도 전진하는 대한민국 교육을 원한다면 인적 쇄신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표현에는 다소의 과장이 있으나, 교육부가 오랫동안 경직된 인사·정책 구조를 유지해 왔다는 진단은 일정 부분 사실과 부합한다.

“관료를 내부 敵으로 삼는 개혁은 실패한다”

교육계 인사들은 이러한 정체의 원인을 교육부 내부의 배타적 관료주의에서 찾는다.

교육부는 특성상 교수 출신 장관이 잦은데, 이들이 처음 마주하는 관료조직의 관행과 힘의 균형은 결코 만만치 않다. 새로운 방향이 제시돼도 기존 관행이 우선 적용되는 일이 반복되었고, 이는 때때로 “장관 흔들기” 논란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교육행정학계는 이 문제를 단순한 ‘관료 저항’으로만 볼 경우 개혁은 지속력을 잃는다고 지적한다. “개혁을 관료조직과의 대립 구도로 가져가면 실패한다”는 것이 교육행정 연구자들의 일관된 결론이다. 교육정책은 단일한 결단이나 단기간의 드라이브로 해결되는 분야가 아니라, 수십 년 축적된 행정 전문성과 조직 경험이 결합될 때 작동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예산 조정, 시·도교육청과의 협력, 범정부적 정책 조율 등 복잡한 행정 과정에서 관료조직은 저항세력이 아니라 핵심 실행력이다. 관료들을 개혁의 대상 또는 장애물로만 규정할 경우 정책 추진력은 급속히 소진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종종 회자되는 것이 노무현 정부 시절 윤덕홍 교육부 장관의 일화다. 윤 전 장관은 교육부 내부 파벌 문제를 우려하며 “장관을 여섯 달만 돌려도 바뀐다”는 이른바 ‘뺑뺑이’ 표현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 발언은 관료조직의 폐쇄성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장관의 의지가 조직 내부의 관행에 흡수되지 못하면 개혁의 추진력이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 경고에 가까웠다.

결국 관건은 명확하다. 관료를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개혁의 동반자로 세울 수 있느냐이다. 관료조직의 전문성을 활용하면서도 기존 관행을 재조정하는 방식, 즉 협력적 개혁이 아니면 교육정책은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시험대에 오른 교육개혁

이번 교육부 1급 전면 교체 인사를 두고 교육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20년 넘게 고착된 관료 카르텔을 흔들려는 시도”라고 평가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정책 연속성을 위협하는 과도한 충격”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새로운 진용이 관료조직과 어떤 관계를 구축하고, 그 전문성을 어떻게 개혁 동력으로 끌어낼 것인가다.

이재명 정부가 이번 인사를 출발점으로 교육부 내부의 관성을 극복하고 협력 기반의 개혁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시 조직의 관성에 밀려 동력을 잃을지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