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중심의 연립 여당이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전체 248석 중 기존 보유한 75석 외에 50석을 더 얻어야 과반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 39석, 공명당 8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개표 결과 총 47석 확보에 그쳤다. 이로써 이시바 내각은 지난해 10월 하원 과반 상실에 이어 참의원마저 과반을 내주며 양원 모두에서 소수파로 전락했다. 자민당이 1955년 창당 이래 양원 과반을 동시에 상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밤 NHK 생방송 인터뷰에서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제1당 대표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며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자민당 내부에선 이미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으며, 연정 재편이나 야당과의 협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참의원 선거는 ‘급등하는 물가’ ‘정체된 임금’ ‘사회보장제도’ 부담 등 경제 불만이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이시바 정부는 물가 대책으로 각종 지원책을 내놨지만 실효성 부족으로 민심을 되돌리지 못했다. 여기에 외국인 규제 강화와 같은 보수적 정서가 떠오르며 유권자들은 점차 양극단으로 갈렸다.

자민당은 출구조사에서 예측된 32석보다 다소 높은 39석을 얻었으나, 단순 과반조차 넘지 못했다.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의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시바 총리는 “정부의 정책이 국민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결국 ‘이시바 책임론’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극우 포퓰리즘 정당 ‘센세이토당’의 약진이다. 센세이토는 ‘일본 우선주의’ ‘반(反)외국인’ ‘반 백신’ ‘전통적 성 역할 강화’를 주장하며 기존 1석에서 무려 14석으로 늘었다. 국민민주당(DPP)도 기존 4석에서 17석으로 4배 이상 늘리며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모았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CDPJ)도 21석을 차지했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국민이 이시바 정권에 ‘NO’를 외쳤다”며 야권 연대 구축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야권 정당 간 노선 차이로 실제 연대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도쿄 시내 체육관 투표소를 찾은 40대 여성 유권자 쓰지 유코씨는 “자민당이 분열을 막고 안정을 지켜주길 바란다”며 여당 지지를 표명했다. 반면 반려견과 함께 투표소에 온 50대 자영업자 나스 다이이치씨는 “이민·성평등 확대 등 열린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입헌민주당에 표를 던졌다고 했다.

일본은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이시바 총리의 거취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또 연정 재편 또는 조기 총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일본 정치의 향배는 당분간 안개 속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글=백재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