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빈곤, 자살, 학대라는 사회문제

문선혜 국립강릉원주대 겸임교수와 김종대 강남대 박사가 발표한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의 노인 학대 사례연구>에 따르면 2024 고령자통계에 나타난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39.7%로 OECD 회원국 중 2위를 차지했다.

또 2022년 65세 이상 노인 자살자 수는 3595명으로 OECD 회원국 중 1위였다.

2023년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2만1936건으로 전년 대비 12.2%(2384건)나 증가하였고, 신고에 따른 학대 판정 건수도 7025건으로 전년대비 3.2%(6804건) 증가하였다.(2023 노인학대현황보고서). 이처럼 초고령 사회에서 노인에 대한 돌봄 문제는 빈곤, 자살, 학대라는 또 다른 사회문제로 제시되고 있다.

노인 학대 중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유형은 정서적 학대이며, 신체적 학대는 외형상 드러나는 학대로 외부보도를 통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2018년 장기요양법의 제정으로 장기요양시설의 확대는 기저귀 가림막 미제공이라는 인권적 차원에서 성적학대를 증가시켰으며, 그 외에도 경제적 학대, 유기, 방임에 대한 부분도 우리가 인식해야 할 노인학대의 유형이며, 최근에는 스스로 돌보지 않는 자기방임 또한 노인학대의 한 유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노인 학대는 노인의 삶에 가장 위험한 요소이며, 가족 체계 안에서 일어나는 가정폭력의 한 부분으로 가족 요인이 특징임을 알 수 있으며, 부양 스트레스가 노인 학대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을 여러 연구에서 드러났다.

그래픽=여성 1인당 출산율이 6명 이상에서 3명 이하로 감소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 지를 조사하니 한국은 18년(1960~1978년)이 걸렸다.

1, 2차 베이비부머(1955~1963, 1968~1974년생) 합하면 1700만명

박보영 극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권미영 강남대 사회복지학부 강사가 발표한 <베이비부머, 신중년, 그리고 노인일자리> 논문에서는 2020년부터 65세에 진입한 1955년생, 즉 1차 베이비부머들이 처한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인)는 727만 명 이상으로, 65세 이상 전체 고령 집단과 비슷한 규모다. 13년 뒤 2차 베이비부머(1968~1974년생) 635만여 명이 ‘노인 집단’에 합류하게 되어 1, 2차 베이비부머들을 합하면 노인 집단이 약 17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비부머와 일자리와의 상관관계를 알아보면, 5060 세대는 노동시장에서 임계장, 고다자라 불린다. ‘임계장’은 임시 계약직 노인장, ‘고다자’는 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쉽다를 의미하는 줄임말로 고령의 노동자를 일컫는 은어다.

202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연령별 취업인구 중 55세 이상 임시일용직 비율은 27.8%, 비임금 근로자가 37.1%로 전체 64.9%에 단순 노무직에 종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픽=한국의 출산율 추이와 주요 국가의 출산율 비교.

더 빠르게 초고령화가 진행… 지금 빨리 안 변하면 큰 문제

옌스 당샤트 오스트리아 빈공과대 명예교수가 <보다 나은 노후의 삶과 웰빙을 위한 사회적 물리적 환경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국의 사례를 많이 들었다. 1950년대의 인구구조를 보면 정확히 피라미드 모형에 가까웠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950~70년대 3~4%였고 80년대 들어와 5%에 이르다가 2010년 11%로 증가했고 2020년에는 약 15%에 달했다.

반면 유소년 인구(0~14세)는 1950년대 42%에서 1990년대 약 26%로 줄다가 2000년 약 21%, 2010년 약16%, 2020년 약 13%로 줄었다. 그러나 심각한 것은 2040년이 되면 역삼각형에 가깝게 변화한다는 사실이다.

1950년대 한국 모습은 아프리카 중앙 국가들 못지않게 높은 인구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초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앞으로 50년 정도가 더 지나면 이 노화로 인한 굉장히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한국의 출생률은 2023년 현재 0.72명이다. 유럽과 비교해보면 가장 출생률이 높은 프랑스(1.90)를 비롯해 스웨덴(1.78), 아일랜드(1.77), 덴마크(1.75), 영국(1.74), 루마니아(1.71)순이고 가장 낮은 그리스(1.35), 이탈리아(1.32), 스페인(1.31)보다도 한국의 출생률이 낮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0 미만이며,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저출산 국가로 꼽히고 특히 30대 초반 여성의 출산율 감소폭이 가장 컸고, 둘째아·셋째아 출산도 큰 폭으로 줄었다. 이와 함께 여성 1인당 출산율이 6명 이상에서 3명 이하로 감소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 지를 조사하니 한국은 18년이 걸렸다.

그러나 영국은 95년이 걸렸고, 폴란드 90년, 미국 82년, 그리스 70년, 말레이시아 37년, 남아프리카 34년, 터키  27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중국과 이란으로 각각 11년과 10년이 걸렸다. 이처럼 한국은 성공적인 경제성장과 농업사회에서 서비스 산업으로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모하면서 전통적인 성 역할도 바뀌었다.

사회의 고령화는 주로 3가지 요인에 의해 가속화되는데 첫째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높은 기대수명, 둘째는 자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이주자의 낮은 이민율(immigration), 셋째는 청년층의 해외 취업에 따른 유출이다. 서구 유럽은 이민을 이미 경험한 바 있지만, 한국은 인구 구조에 있어 이민이 갖는 부분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보수적인 입장,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볼 때 이민율이 높아져야 될 국가들이 있는데 왜냐하면 이민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한국 노인의 물리적(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현상.

노인은 건강 및 정신건강 저하, 사회적 가치 저하를 경험

미국의 노인복지 전문가 데니스 버넷 버지니아 커먼웰스대 교수는 <의미, 일관성, 그리고 목적 : 은퇴 후 삶의 웰빙에서 ‘의미’의 역할> 논문에서 한국을 급속한 인구학적,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겪고 있는 국가의 전형이자 선도사례라고 꼬집었다.

버넷 교수는 2025년 현재 만 60세로 은퇴하게 될 세대는 1965년생으로 이들과 몇십 년 앞서 태어난 세대는 전쟁, 분단, 갈등에서 현대 산업 민주국가로의 놀라울 정도로 빠른 전환기를 거쳤다. 이들의 현재 삶을 이해하고 웰빙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주요 역사적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그들의 연령과 발달 단계에 주목해야 한다. 예컨대, 한국전쟁 당시 아동기였던 노인이나 절약하는 환경에서 청년기를 보낸 사람들은 현재까지도 갈등, 불확실성, 트라우마의 영향을 경험하고 있을 수 있다.

한국 노인의 물리적(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현황을 조사했다. 65세 기준으로 기대수명을 알아보니 남성은 83.6세, 여성은 88.6세로 여성의 수명이 더 길었다.

아울러 만성질환 보유 현황을 살펴보니 84.1%의 노인이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었고 평균 만성질환 수는 2개였다. 노인들에게 건강 이슈가 매우 보편화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우울증 유병률이 65세 이상 10~20%, 85세 이상 17.8~27.9%로 OECD 최고 수준이었다.

노인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사망수)은 65세 이상 24.6명(OECD 평균은 11.2), 80세 이상 59.4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이 고령층에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며, 이는 연령에 따라 뚜렷한 양상을 보인다. 2022년 기준으로 10대와 20대의 자살률은 각각 7.2, 21.4이며, 60대는 27.0, 70대는 37.8, 80세 이상은 60.6이다(통계청, 2023).

치매 유병률도 65세 이상 10.3%, 85세 이상 33.3%로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치매도 증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고독사 추정치가 3600명, 혼자 사는 노인 비율은 65~74세 28%, 75~84세 43%, 85세 이상 61%로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독거 노인 비율도 높아졌다. 이는 육체적(건강적) 심리적 사회적인 고립과 외로움이 계속 악화되고 있으며 이 3가지 요인이 서로 분리된 게 아니라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노동이나 가족 돌봄에 참여하지 않는 노인은 전통적인 역할과 가치에 참여할 기회를 상실함으로써, 건강 및 정신건강 저하, 사회적 가치 절하를 경험할 수 있다. 연령차별은 특히 노인1인가구나 건강 및 정신건강이 취약한 노인에게 사회적 배제, 고립, 외로움, 자살사고로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