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사이버 경찰관들의 개인정보가 일제히 유출돼 경찰청이 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27일 “해킹 경로 점검 차원에서 국가수사본부(국수본)과 경찰청 본청 시스템을 살펴보는 중”이라고 했다. 사건은 본청 사이버수사국 사이버테러대응과에서 담당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대선(大選) 직전 주말인 5월 31일~6월 1일 전국 사이버 경찰관들에게 같은 내용의 스팸 문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송됐다. 메시지에는 ‘사이버수사대 해킹됐습니다’라는 문구와 링크가 포함돼 있고, 이를 클릭하면 ‘범죄와의 전쟁 2’라는 텔레그램 대화방으로 접속된다. 대화방에는 불법 도박, 피싱 등의 용의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이름, 주민번호, 전화번호, 그리고 계좌번호와 비밀번호가 기재돼 있다.

텔레그램 링크는 영국 IP에서, 범죄를 신고 받는 웹페이지인 ‘범죄와의 전쟁3.com’은 미국 IP에서 각각 호스팅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가상사설망(VPN)을 통한 우회 IP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문자는 타 경과(警科)자가 아닌 일반 사이버수사대, 안보 사이버수사대 직원들에게만 발송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서울, 인천, 제주, 충북, 충남, 전북, 경북청 등 안보 사이버수사대 특채, 공채 인원이 메시지를 수신했다는 게 확인됐다”고 했다.

현재 수사는 입건 전 조사(내사) 단계이며, 아직 뚜렷한 단서는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해당 메시지가 경찰 중에서도 사이버 수사관들에게만 발송됐다는 것은 발신자가 경찰 조직 구조와 개별 인력 정보까지 꿰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경찰 내부에서도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까지 대공(對共)이나 대테러 관련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혐의자가 자신이 확보한 정보를 과시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경찰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됨에 따라 지난 2024년 1월 1일부터 관련 수사를 전담하고 있다.

해킹 수법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기 때문에 분석을 통해 북한의 소행인지 여부를 추정해볼 수 있다. 

강구민 명지대 방산안보학과 초빙교수는 “지금까지의 정황만으로는 개인 또는 해외 조직의 해킹 능력 과시, 혹은 내부자의 소행 등 여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북한과의 관련성을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면서 “킴수키·라자루스·안다니엘·코니·언리얼 등 암약(暗躍) 중인 북한 해킹 조직들이 사용한 악성코드 유형이나 IP 경로를 분석해 기존 공격 방식과의 유사성을 찾는다면 대공 혐의점을 포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글=박지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