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군이 대형 공격헬기 2차 사업[아파치(AH-64E) 공격헬기 도입]을 재검토한다는 소식을 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앞서 군은 2021년 3월 134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서 기종은 결정하지 않았으나 3조1700억원을 들여 2030년까지 대형 공격헬기를 국외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기종은 사실상 아파치 이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었다. 미국은 우리 요청에 따라 2024년 8월에 대외군사판매(FMS, Foreign Military Sale) 방식으로 35억 달러(4조7000억원) 규모로 ▲대형 공격헬기(아파치) 2개 대대(총 36대) ▲헬파이어 미사일 456발 ▲공대지 미사일 152발 ▲아파치 공격헬기 엔진·부품 등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대형 공격헬기 2차 사업 재검토

그러나 2024년 10월 우리 군은 대형 공격헬기 2차 사업 재검토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매우 적절한 결정으로 보인다. 재검토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2월 아파치 공격헬기를 생산하는 보잉(Boeing)은 미국 본사 임원들을 다급하게 한국으로 보내 아파치 공격헬기의 우수성을 소개하는 언론 설명회를 개최했다.

일각에서는 우리 군에 아파치 공격헬기가 반드시 필요한 무기체계라고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아파치가 현재 보유량 이상으로는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무기체계의 필요성은 복잡하고 정교한 절차와 과학적 검증을 거쳐 판단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이른바 전문가라는 이들도 무기체계의 제원표상 성능(스펙, spec) 정도만을 보고는 자기주장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 나름의 일리가 있는 듯하지만 섣부른 주장은 아니함 만 못하다. 

이러한 주장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미래전과 우리의 (한미) 연합합동 전장 운용 ▲무엇을 고려해 무기체계의 소요를 결정하는지 ▲무기체계 전력화의 우선순위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 심지어 ‘국방력 강화를 위한 전력화’라는 본래 목적을 도외시하고 특정한 목적을 띤 채 특정 방산(防産) 업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 행동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군사력 건설, 非군사적 요소에 영향받아

우리 군의 모든 무기체계가 균형 있게 전력화돼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일부는 부족하고 또 일부는 지나치다. 어떤 무기체계는 서로 불필요하게 중복된 실정이다. 국가안보도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무기체계의 전력화도 마찬가지다. 상황과 조건이 변했음에도 기존 결정을 고수하는 것만큼 바보스러운 것은 없다. 여기에 더해 엄밀하게 따져보지도 않고 기존 결정이 모두 옳다고 받아드리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 특히 군의 무기체계 도입에는 군의 필요성이 아닌 다른 요소에 의해 결정이 오염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파치는 미(美) 육군의 주력 공격헬기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공격헬기다. 무장 형태에 따라 ▲헬파이어 미사일 16발 ▲30mm 기관포 1문과 탄약 1200발 ▲70mm 로켓 76발 ▲AIM-92 스팅어 공대공 미사일 4발을 장착할 수 있어 막강한 공격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시(戰時) 아파치는 시차별 전황 전개에 따라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주로 적(敵) 기계화 부대, 밀집된 적 부대를 타격하거나 공격하는 우군에 대한 기동성 있는 화력 지원에 투입된다. 이런 아파치 공격헬기는 이미 주한미군 제2전투항공여단에서 2개 대대(48대, 미군은 1개 대대가 24대)를 운용하고 있다. 우리 육군도 2016년 1조 9000억원을 들여 아파치 공격헬기(AH-64E) 2개 대대 36대를 전력화했다. 여기에 전시에는 미군의 증원계획(TPFDD, 시차별부대전개재원)에 따라 O개의 공격헬기 대대가 한반도로 전개할 것이다. 

국방개혁 2.0 ‘신작전수행개념’

대형 공격헬기(아파치) 2차 도입의 필요성을 최초로 제기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2.0’이다. 군의 무기체계(전력)는 군사전략-작전수행개념-작전계획과 연계해 매우 정교한 논리와 과학적 모델링의 결과로 산출하고, 합동성 책임 기관인 합동참모본부(합참)에서 소요를 결정한다. 합참 소요 결정의 첫걸음인 ICT(통합개념팀)에서는 합동성 차원에서 작전환경, 적(敵) 위협, 작전개념, 합동전력, 소요량 등을 포함해 입체적으로 무기체계의 필요성을 검토한다. 

국방개혁 2.0 기획의 바탕은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이 제시한 ‘신작전수행개념’이다. 이 작전개념의 계획화 과정에서 최초로 공격헬기(아파치) 2개 대대의 필요성 제기됐다. 처음에는 아군 기계화부대의 기동성에 맞춰 화력을 지원하기 위해 공격헬기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나중에는 새롭게 창설되는 신속대응사단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변했다. 신작전수행개념의 작전계획화와 이에 따르는 부대 구조와 전력들이 개편된다는 전제에서 공격헬기 2개 대대의 소요가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신작전수행개념은 우리 군의 작전계획으로 채택되지 못했고, 육군의 핵심 전력인 기계화부대나 신속대응사단도 최초 계획한 부대 및 전력구조로 개편하지 못한 채 변형된 형태로 부대가 만들어졌는데, 기계화부대는 기동력을 높이기 위한 전차와 장갑차의 전력 비율을 조정하지 못했다. 신속대응사단도 미 육군의 제82공정사단이나 제101강습사단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도록 개편을 계획했으나 계획대로 개편은 이뤄지지 않았다. 신속대응사단으로 기능하려면 수송헬기 등 기동 수단이 필요하지만, 이를 전력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파치, 부모 없이 태어난 자식?

결론적으로 아파치 2개 대대는 현재도 적용하는 (한미) 연합작전계획에 의한 필요성이 아니라 채택되지도 않은 ‘신작전수행개념’에 의해 탄생한 전력이다. 앞서 밝힌 신작전수행개념의 전제가 실현되지 않았으므로, ‘공격헬기 2개 대대’의 필요성은 없어졌고 성립될 수도 없다. 그러니 아파치 2개 대대는 부모도 없이 태어난 자식과 같다. 이런 상황을 누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미래전 양상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지금 벌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이란 전쟁은 미래전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고, 비교적 먼 미래전의 양상도 충분하게 유추할 수 있게 한다.

단적으로 드론이나 무인 전투체계들이 전쟁의 주요 수단으로 등장했다. 단지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불과한 드론, 무인기, 유도 무기들이 값비싼 전차, 헬기, 전투기, 미사일 등을 대신하고 있다. 수십만원에 불과한 자폭드론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전차를 파괴하고, 수백억원이 넘는 전투기나 공격헬기가 수천만원에 불과한 맨패즈[MANPADS(개인 휴대용 대공 미사일)]에 격추돼 불덩이로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그렇다고 드론, 무인기, 유도 무기가 기존 무기체계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보완재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평가이다.

미래에는 AI를 적용해 더 스마트(smart)한 첨단 무기체계들이 전장(戰場)의 주역으로 등장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스마트해진 미래 무기체계들은 치명적인 타격력과 함께 생존성이 가장 중요한 능력이 될 것이다. 물리적인 형태가 큰 대형 플랫폼의 적 무기체계는 비교적 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지만 맨패즈는 쉽게 무력화시킬 수는 없다. 아무리 뛰어난 성능을 가진 아파치 공격헬기라도 맨패즈 1발이면 끝장난다.

특히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정찰탐지능력과 장거리 정밀 타격력이 고도화되는 미래 전장에서 아파치 공격헬기와 같은 큰 플랫폼의 무기체계는 숨을 곳이 없다. 지난해 2월 미 육군도 그동안 추진해 온 차세대 정찰·공격헬기(FARA) 개발 사업을 포기했다. 이는 앞서 밝힌 이유와 함께 미래에는 인명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드론처럼 저렴한 무인전투체계들이 값비싼 유인헬기를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아파치 공격헬기처럼 값비싼 유인전투체계보다 유무인복합체계(MUM-T)나 무인전투체계를 더 빠르게 전력화해야 한다. 

무기 도입, 30년 뒤를 내다봐야

일반적으로 무기체계를 전력화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를 고려하면 미래전 양상의 예측과 적시(適時)적인 전력화 추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무기체계 하나를 전력화해 군이 운용하기까지는 통상 십수 년에서 20년 가까이 걸린다. 즉, 무기체계 도입을 계획할 때부터 20년 후의 미래전 양상을 잘 예측해 계획을 수립·추진하고, 군이 그 무기체계를 인수해 운용할 때 변화한 전장 상황에서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야 한다. 제때 맞는 전력화를 추진하지 못하면 군은 항상 성능이 뒤떨어진 무기를 공급받아 운용하게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과 같이 첨단 과학기술발전의 속도가 빠르고 급변하는 미래전 양상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한반도 전장 환경에서도 대형 공격헬기의 추가 도입 필요성에 의문이 많다. 북한의 헬기 전력은 미미하고 우리 공격헬기의 주요 표적이 되는 북한군 기계화부대의 전력은 한미 연합전력에 비하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북한군이 보유한 전차나 장갑차 대부분은 우리 전차나 장갑차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 북한 기계화부대는 주로 후방에 배치돼 있어 전시에는 전방으로 기동해야 한다. 북한군 기계화부대가 공격을 위해 전방으로 이동하면 제공권을 장악한 우리 공군의 손쉬운 표적이 될 것이다. 더 접근하면 우리 지상군의 K-9 자주포, ‘에이태킴스(ATACMS)’, 천무(K-239) MLRS, 지대지 미사일 등에 의해 상당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접촉선에서는 우리 지상군이 보유한 자폭드론, 각종 전차·대전차 무기, 공군의 근접항공지원(CAS)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 공격헬기는 이러한 전투양상과 조건에서 주로 운용될 것이다.

한반도 전구에서 적정한 공격헬기의 수량은?

아파치 공격헬기는 매우 우수한 무기체계이지만 상황과 조건을 덮어 놓은 채 ‘많으면 좋다’는 식의 접근은 절대 금물이다. 아파치 공격헬기에 장착된 대전차 무기인 헬파이어 미사일과 30mm 기관포에 근거한 산술적인 계산을 한다면, 전시 한반도 전개된 아파치 공격헬기가 각 1회만 투입돼도 북한군 전차 수천대를 파괴할 수 있다. 아파치 공격헬기의 재무장과 재급유를 위한 후방기지에서 전장까지 거리와 교전 시간을 고려하면 하루에도 여러 번 출격이 가능하다. 

물론 아파치 공격헬기는 적 전차나 장갑차 격멸에만 운용되지 않는다 해도 현존하는 4개 대대와 전시 증원되는 O개 대대이면 충분한 전력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우리 군은 현재 양산 중인 소형무장헬기(LAH)도 약 200대를 전력화할 계획이고, 곧 퇴역할 예정이나 주한미군의 탱크킬러 A-10기 1개 대대(24대)의 대체 전력도 상당한 전력이 될 것이다.

혹자는 아파치 공격헬기의 기동성과 장착한 무장으로 기계화부대의 공격에 가장 효과적인 화력지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기계화부대의 공격 특성상 공격헬기는 적과 접촉한 지역이나 적의 종심에서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는 적의 위협이 상존하고 있고 특히 헬기는 적의 맨패즈에 가장 치명적이다.

한반도 전구에서 기계화부대의 공격속도는 생각보다 빠르지 않다. 유럽과 같은 평원에서 펼치는 기동전을 상상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전장 환경도 기계화부대의 공격속도를 제약하고 적과의 마찰도 마찬가지다. 실제 상황에서도 기계화부대의 1일 평균 기동거리는 ○km를 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파치 공격헬기의 높은 기동성은 기계화부대의 공격 기동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 군이 보유한 K-9 자주포나 천무(K-239)면 충분하다. K-9 자주포와 천무도 자주(自走)화돼 있고 장거리 사격이 가능해 기계화부대의 공격에 맞추어 충분하게 화력지원이 가능하다. 게다가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더 강력한 화력을 지원할 수 있다. 

아파치 공격헬기는 매우 고가이지만 화력은 K-9 자주포나 천무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전쟁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기에 고가인 장비나 탄약보다 저렴하게 다량으로 보급할 수 있는 장비와 탄약이 무엇보다도 긴요하다.

인구 절벽으로 병력은 줄어도 항공 전력은 늘어난다? 

우리 군이 당면한 큰 문제 중 하나는 인구 절벽으로 인해 향후 군의 규모를 대규모로 감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수 연구에 따르면, 현재 50만명인 우리 군을 2040년까지 30만～35만명으로 줄여야 한다. 30%～40%에 이르는 감축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헬기를 운용하는 육군 항공의 부대 감축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육군의 기동·공격헬기의 전력화 계획은 미래 우리 군의 감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현재 육군 항공의 부대 규모를 고려해 헬기를 전력화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에 추가해 아파치 공격헬기 2개 대대를 도입한다고 한다. 이런 무리한 결정으로 이미 계획된 LAH는 양산 대수를 줄일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LAH의 양산 단가를 상승시켜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을 것이다. 

미래 부대 규모의 감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헬기만 앞세워 도입한다면 2040년대에는 운용 인력의 부족으로 값비싼 헬기들이 방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기체계는 통상 30년 이상을 사용한다. 현실에는 현재 추진하는 육군의 헬기 전력화 사업은 매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특정 입장 대변

무기체계의 소요 결정은 빈약한 근거와 어설픈 논리로 선동할 문제가 아니다. 비록 일부이나 군 전투력 강화라는 본질을 던져버리고 특정 입장을 대변하는 행동은 우리 안보에 해악을 끼칠 수 있다. 천문학적인 혈세가 들어가고 국가안보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영향력이 있는 이들이 근거가 부족하거나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발언으로 정부의 정책 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잘 모르면 입을 열지 않는 것도 미덕이다.

무기체계의 소요를 결정할 때는 합동성 차원에서 다양한 요소들을 깊이 있게 살펴보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무기체계는 매우 고가이기에 최적화해 적절하게 보유하는 것이 타당하다. 지금과 같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식의 접근은 국가와 국민을 골병들게 한다. 

육군의 대형 공격헬기 전력화는 한반도의 전장 환경, 미래전 양상, 인구절벽에 따라 예상되는 부대감축 등에도 적합해야 한다. 한반도 전구에서 아파치 공격헬기 2개 대대는 너무나 과도한 전력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아파치 공격헬기보다 훨씬 저비용으로 더 강력한 화력을 지원할 수 있는 다른 무기체계들도 많다. 아파치 공격헬기의 전력화보다 오히려 우리가 부족한 ISR이나 CNI(핵·재래식 통합)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고 억제력도 높은 미사일과 같은 전력에 투자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경운

예비역 육군 중령. 육사 46기, 한국외국어대·합동참모대학 졸업 / 22사단 작전참모, 한미연합사령부(지상군구성군사령부) 작전참모부, 합참 전략기획부 핵WMD대응센터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