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4일 국무총리 및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함께 대통령실에서 일할 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대변인 인선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의 첫 인사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지만, 관료나 전문가 출신보다 자신과 손발이 맞는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들을 발탁했다는 점에서 실용주의를 택했다는 평가가 다수다.

주목할 만한 점은 대표적인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운동권)인 김민석 의원을 국무총리 후보에 지명한 반면 대통령비서실장에는 97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생) 강훈식 의원을 임명한 점이다.  

애초 대통령의 최측근인 비서실장은 친이재명 성향이 강한 '찐명계" 정치인이 맡을 것으로 예상돼왔다. 역대 비서실장은 대부분 60~70대였다. 그러나 계파색이 옅고 비교적 나이가 젊으면서 당에서 오래 일해온 강훈식 의원이 임명되면서 이 대통령이 이념이나 위계보다는 정책을 우선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 의원은 1973년생으로 보수진영 차기 대권주자로 불리는 한동훈 전 대표와 동갑이면서 이미 3선 고지에 오른 중진급 정치인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해 손학규계로 불렸으며, 지역구가 충청이어서 한때 안희정계로 불리기도 했고, 최근에는 '신명계(신이재명계)"로 불리고 있다. 그만큼 계파색이 강하지 않다는 뜻이다. 당에서 전략기획위원장을 여러 차례 맡았던 '전략통'이기도 하다. 

대통령실 대변인은 1975년생 강유정 의원이 맡게 됐다. 영화평론가 출신으로 22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강 대변인은 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원내대변인으로 앞장서 활약했다. 이 대통령이 그 과정에서 강 대변인을 눈여겨본 것으로 전해진다. 

50대 초반이라는 나이가 젊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 정치권에서는 이 나이에 중책을 맡은 사례가 드물다.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대변인은 수석비서관들 및 국무위원들보다 나이가 적을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은 대대로 위계(hierarchy)가 엄격한 조직이다. 대통령조차 대통령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위계에 막혀 눈과 귀가 멀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70년대생 비서실장이 새로운 대통령실 문화를 만들기를, 그래서 이번 대통령실은 민심에서 멀어지는 일이 없기를 기대해본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