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2일 국회 법사위 소위를 열어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현재 상고심 재판이 폭증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대법관 수가 늘면 재판이 한층 원할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수'를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양론이 갈리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Supreme Court of the United States)은 총 9명의 대법관(Chief Justice 1명, Associate Justices 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의 9명 체제는 1869년 이후 유지되고 있다. 일본은 15인의 최고 재판소 재판관이 일반사건과 헌법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법관 수는 현재 14명이다. 대법원에서 재판을 담당하지 않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면 12명의 대법관이 모든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2023년 기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의 1인당 사건 처리 건수는 3305건. 산술적으로 하루 9건 이상씩 선고하는 셈이다.

문제는 대법원의 상고사건이 연간 4만 여건에 이른다는 점이다. 대법관 1인당 처리 건수는 3000건 이상이다. 이 사건을 대법관들이 실질적으로 연구와 변론을 거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상당수 사건이 심리불속행으로 종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때 2심 법원과 대법원 사이에 상고법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대한변협(대한변호사협회)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대법관 증원을 요구해왔다. 헌법상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하급심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 잡아주고, 사회변화에 맞는 판결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협은 대법관 수를 현재의 2배인 12명을 증원하여 26명만으로도 충실한 상고심 재판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변도 대법관 수를 30명 내지 50명으로 늘리고 대법관 구성도 다양화해야 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대법관만 증원하더라도 대법관 1인당 사건 수가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 충실한 상고심 재판을 받을 기회가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고법원 설치나 대법관 증원이 아닌 하급심 판사의 증원과 재판 실력향상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2014년에 개정된 판사정원법에 의하면 현재 판사정원은 3214명, 검사 정원은 2292명이다. 2022년 판사정원 370명을 늘리는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지만 통과되지 않고 있다. 

연간 4만 건 이상에 이르는 대법원 상고사건을 줄이기 위해 1심과 2심의 재판심리가 보다 정확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많다.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지낸 김용균 전 의원(16대 의원)은 2025년 5월 《헌정》에 기고한 <대법관 증원, 상고법원 설치는 불가하다>에서 "정확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는 법관의 수적 증가와 동시에 법관의 질적 향상 내지 교육 강화의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사건의 폭주로 어려움을 겪는 대법원은 1, 2심 재판의 내실화와 재판연구관의 대폭 증원, 심리 불속행 제도의 합리적 운용으로 이를 타개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하면 앞으로 상고사건이 특별하게 증가되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김용균 전 의원은 "심리불속행의 불이익을 줄이기 위해선 하급 법원의 법관을 증원하고 실력 있는 법관을 채용하여 1, 2심에서 오판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관 증원은 양론이 있는 법조계 전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이재명 대통령 방탄입법을 의심하는 사회 여론을 살핀 다음 여야가 합의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법 제도의 일방적 변경은 민주 법치국가에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대통령은 임기 5년 간 대법원장을 포함, 대법관 10명을 교체하고, 늘어나는 대법관 16명을 추가로 임명할 수 있다.

정부·여당이 대법원 구성을 정권 입맛대로 할 거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