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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기자수첩

윤석열 대통령의 '징용공 결단'을 보며 박정희 대통령을 생각한다

윤석열, "경제·안보 등 시급한 현안 많은데 언제까지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 "...박정희, "어제의 원수라 하더라도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필요하다면 손 잡아야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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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정부는 36일 그동안 한일관계의 걸림돌이었던 징용공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았다.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 15명에게 약 40억원을 일본 피고 기업 대신 우선 변제(辨濟)하기로 한 것이다. 대신 한국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가 공동 조성하는 미래청년기금에 일본 기업이 출연(出捐)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과 징용공위안부 관련 단체들은 굴종외교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친일 정권의 본질을 보여준 최악의 굴종 외교에 국민은 치욕스럽다치욕의 날이다. 윤석열 정권이 역사의 정의를 부정하고 일본에 굴종하는 길을 선택했다. 국민은 능멸당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 역시 이런 반발을 예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징용공 해법에 대해 여론의 반발 등을 고려해 신중론을 제기했다고 한다. 박근혜 정권이 2015년 어렵게 위안부 합의을 이루어냈지만, 반대 여론을 설득하지 못했고 문재인 정권 출범 후 결국 그 합의가 전복된 것을 염두에 둔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무슨 얘기인지 충분히 알지만, 경제·안보 등 시급한 현안이 많은데 언제까지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 미래를 위해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면서 징용공 해법에 대한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36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 회동에서도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오늘 강제징용 판결 문제의 해법을 발표한 건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면서 한일관계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미래 세대 중심으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굴종외교라는 야당,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강조하며 어려운 결단을 내리는 대통령. 어디선가 본듯한 모습이다. 바로 1960년대 중반 박정희 정권이 한일국교정상화를 추진할 당시의 모습 그대로다.

한일회담을 굴욕외교라며 반대했던 국민들에 대한 박정희 대통령의 답변이 있다. 바로 한일기본조약을 비롯해 한일국교정상화 관련 조약들이 조인된 다음 날인 1965623일 발표한 한일회담 타결에 즈음한 특별담화문이 그것이다.

 

이 담화문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먼저 국제정세에 비추어 한일국교 정상화가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박 대통령은 한 민족, 한 나라가 그의 운명을 개척하고 전진해 나가려면, 무엇보다도 국제정세와 세계조류에 적응하는 결단이 있어야 합니다. 국제정세를 도외시하고 세계대세에 역행하는 국가판단이 우리에게 어떠한 불행을 가져오고야 말았는가는 바로 이조 말엽에 우리 민족이 치른 뼈저린 경험이 실증하고 있습니다라면서 오늘의 국제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과거 어느 때보다도 일본과의 국교정상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라고 역설한다.

박 대통령이 말하는 국제정세는 국제공산주의세력과의 대치, 그리고 중공의 대두였다. 박 대통령은 오늘날 우리가 대치하고 있는 적은 국제공산주의세력입니다. 우리는 이 나라를 어느 누구에게도 다시 빼앗겨서는 안되지만, 더욱이 공산주의와 싸워 이기기 위하여서는 우리와 손잡을 수 있고 벗이 될 수 있다면 누구하고라도 손을 잡아야 합니다라면서 우리의 자유와 독립을 수호하고 내일의 조국을 위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과거의 감정을 참고 씻어버리는 것이 진실로 조국을 사랑하는 길이 아니겠습니까라고 호소한다. 박 대통령은 이어 더구나 중공의 위협이 나날이 증대하여 가고 있고, 국제사회가 이른바 다원적양상으로 변모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의 위치를 냉철하게 파악하고 반세기전에 우리가 겪은 민족의 수난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의 안전보장과 민족의 번영을 기약하는 현명한 판단이 절실히 요청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말하는 이런 국제정세는 중국의 대두와 미중 패권경쟁, 중국-러시아-북한으로 이어지는 전체주의 세력의 연대(連帶)와 같은 오늘날의 국제정세와 흡사하다.

 

하지만 이런 국제정세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 발전의 발목을 잡는 것은 늘 과거사 문제였다.

박정희 대통령 역시 이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렇게 말한다.

지난 수십년간 아니 수백년간 우리는 일본과 깊은 원한 속에 살아 왔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독립을 말살하였고, 그들은 우리의 부모형제를 살상했고, 그들은 우리의 재산을 착취했습니다. 과거만을 따진다면 그들에 대한 우리의 사무친 감정은 어느 모로 보나 불구대천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 그렇다고 우리는 이 각박한 국제사회의 경쟁 속에서 지난날의 감정에만 집착해 있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아무리 어제의 원수라 하더라도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필요하다면 그들과도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이 국리민복을 도모하는 현명한 대처가 아니겠습니까.”

박정희 대통령은 이어 과거 청산, 청구권문제, 어업협정문제, 재일교포 처우문제, 문화재 반환 문제 등 국교정상화과정에서의 현안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물론 이러한 제문제가 우리만의 희망과 주장대로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내가 자신을 갖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처해 있는 제반 여건과 선진제국의 외교 관례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국가이익을 확보하는 데 선의를 다했다는 사실입니다. 외교란 상대가 있는 것이고 또 일방적 강요를 뜻하는 것이 아니며, 그것은 이치와 조리를 따져 상호간에 납득을 해야 비로소 타결이 되는 것입니다.”

외교란 상대가 있는 것이고 또 일방적 강요를 뜻하는 것이 아니며, 그것은 이치와 조리를 따져 상호간에 납득을 해야 비로소 타결이 되는 것이라는 대목이 특히 눈에 들어온다. 이 기본적인 사실조차 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오늘날에도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박정희 대통령은 한일국교정상화 과정에서 굴욕외교라며 반대해 왔던 국민들에게 일침을 놓는다.

박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일부 중에 한일교섭의 결과가 굴욕적이니, 저자세니, 또는 군사적 경제적 침략을 자초한다는 등 비난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매국적이라고는 극언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라면서 그들을 향해 이렇게 묻는다.

그러나 만일 그들의 주장이 진심으로 우리가 또다시 일본의 침략을 당할까 두려워하고, 경제적으로 예속이 될까 걱정을 한다면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들은 어찌하여 그처럼 자신이 없고 피해의식과 열등감에 사로잡혀서 일본이라면 무조건 겁을 집어먹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비굴한 생각, 이것이 바로 굴욕적인 자세라고 나는 지적하고 싶습니다. 일본사람하고 맞서면 언제든지 우리가 먹힌다 하는 이 열등의식부터 우리는 깨끗이 버려야 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제는 대등한 위치에서, 오히려 우리가 앞장서서 그들을 이끌고 나가겠다는 우월감은 왜 가져보지 못하는 것입니까, 이제부터는 이러한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나가야 합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이렇게 말할 당시, 일본은 우리에게 넘사벽이었다. 그런 시절에 박정희 대통령은 무엇을 믿고 오히려 우리가 앞장서서 그들을 이끌고 나가겠다는 우월감은 왜 가져보지 못하는 것입니까라고 호령했던 것일까? 금년 중으로 우리가 1인당 국민소득에서 일본을 앞지르게 될 것이라는 예상들을 접하면서, 58년 전 박정희 대통령의 담대한 자신감에 전율하게 된다.

 

 

박정희 대통령은 일본인들을 향해서도 따끔하게 한 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물론 과거 일본이 저지른 죄과들이 오늘의 일본국민이나 오늘의 세대들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라면서 그러나 정무조인이 이루어진 이 순간에, 침통한 표정과 착잡한 심정으로 과거의 구원을 억지로 누르고, 다시 손을 잡는 한국 국민들의 이 심정을 그렇게 단순하게 보아 넘기거나 결코 소홀히 생각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라고 경고한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우리 두 나라 국민이 참다운 선린과 우방이 될 수 있고 없는 것은 이제부터에 달려 있는 것이라면서 이번에 체결된 협정문서의 조문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그대들의 한국이나 한국 국민에 대한 자세와 성의여하가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박 대통령은 일본은 역시 믿을 수 없는 국민이다 하는 대일불신감정이 우리 국민들 가슴 속에 또다시 싹트기 시작한다면 이번에 체결된 제협정은 아무런 의의를 지니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또한 기가 막힌 예언이 되었다. 제국주의 시대를 겪었던 세대와 그 뒤를 이은 단카이세대가 나름 한국의 경제개발에 적극 협력하고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인에게는 흡족하지 않아도) 반성의 뜻을 표했던 시기에 한일관계는 그래도 원만했다. 하지만 전후(戰後)세대 정치인들이 일본 정치의 주류를 형성하면서 그런 태도에서 후퇴하고, 한국에서도 현대 일본마저 미국에 종속된 제국주의 세력으로 보는 586세대가 득세하면서 지난 수년간 한일관계는 최악의 길로 내달았다.

 

박정희 대통령의 담화문 속에는 한일관계의 어제와 오늘이 모두 담겨 있다. 그리고 정치적 이유에서 신중론을 제기하는 참모들에게 경제·안보 등 시급한 현안이 많은데 언제까지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 미래를 위해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고 했다는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우리의 자유와 독립을 수호하고 내일의 조국을 위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과거의 감정을 참고 씻어버리는 것이 진실로 조국을 사랑하는 길이 아니겠습니까라고 했던 박정희 대통령의 풍모가 느껴진다.

 

 

굴욕외교라면서 국교정상화에 반대했던 세력과 박정희 대통령 가운데 어느쪽이 옳았는지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굴종외교라며 윤석열 정부의 징용공 해법에 반대하는 세력과 윤석열 대통령 가운데 누가 옳은 지도 역사가 말해줄 것이다.

입력 : 20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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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lt;박정희 바로보기gt; 등이 있습니다.
댓글달기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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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c4564 (2023-03-08)

    박정희 대통령이 이롭네 대한 자신감은 본인이 일본육군사관학교를 300명중에서 3등이라는 성적으로 졸업했던 자신감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그결과 58년만에 한국은 일본의 턱밑에 와있다. 종북 쓰레기들만 아니었다면 어쩌면 일본 머리위에 한국이 있을지도 모른다. 정답이 없는 문제 덮어 놓고 건너 뛰어 다른문제를 먼저해결하고 100점이 아니라도 우수한 성적으로 목적은 달성할수 있는 것이다. 이승만, 박정희는 혜안을 가졌던 위대한 선각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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