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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R.의 ‘Hey Tonight’ 고고 춤의 광란에 빠지게 하다!

[阿Q의 비밥바 룰라] 《한국인의 팝송 100》 중 BEST 10 ④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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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로큰롤 밴드 C.C.R. 오른쪽이 싱어인 존 포거티.
 
[편집자 주] 대중음악 평론가인 임진모씨가 지난 2018년 《한국인의 팝송 100》(score 펴냄)을 펴냈다. 임진모씨는 국내 팝 칼럼니스트로 널리 알려진 인물로 《팝 리얼리즘 팝 아티스트》, 《세계를 흔든 대중음악의 명반》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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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모씨가 지난 2018년에 쓴 《한국인의 팝송 100》
《월간조선》은 그가 선택한 100곡 중 10곡을 선정해 소개한다. 선정기준은 ‘阿Q의 비밥바 룰라’에서 다루지 않은 곡을 택했다.

10곡 모두 당대 주류의 팝 차트와 상관없이 한국인의 사랑을 듬뿍 받은 곡들이다. 팝송을 좋아하는 이라면 이 곡에 대한 추억 한 가지씩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
 
[1950~60년대]
 
The river in the pines / Joan Baez
All for the love of a girl / Johnny Horton
 
[1970년대]
 
Once there was a love / Jose Feliciano
Hey Tonight / C.C.R
Rain / Uriah Heep
 
[1980년대]
 
Sea of heartbreak / Poco
You're my heart, you're my soul / Modern Talking
I'm your man / Leonard Cohen
 
[1990년대]

Still got the blues / Gary Moore
I.O.U / Carry & 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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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R.의 싱글  ‘Hey Tonight’ 커버

짧지만 섬광처럼 강력한 인상을 남겼던 미국 밴드가 있었으니 C.C.R이었다. 1960년대말과 70년대초 그들만큼 어마어마한 인상을 남긴 뮤지션은 없었을 것이다.
 
흥이 많은 우리 민족에 고고라는, 낯선 춤이지만 흥겨운 춤 광풍을 몰고 온 이가 C.C.R.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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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R.(Creedence Clearwater Revival)은 ‘더렵혀진 물을 정화해 재공급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화약 연기가 나는 월남전 야전막사, 고고장(고고클럽), 음악다방, 수학여행 등지에서 어김없이 그들 노래가 흘러 나왔고 이 곡은 반드시 볼륨을 한껏 올려 들어야 했다.
제목도 짧고 강렬한 ‘Hey Tonight’이었다. 노랫말도 신이 났다.
 
‘내가 나는 걸(I'm flying) 당신도 알지요? 오늘밤, 지붕 서까래까지 오를거예요. 지금 나를 지켜보세요. 조디는 밤을 새워 열심히 기도할 거예요.’
 
표현이 너무 재미있다. 신이 나서 붕붕 나는데 ‘지붕 서까래’까지 날(뛰)겠다고 한다. 그런데 ‘조디가 밤을 새워 종교를 갖는다(열심히 기도한다)’는 표현도 유머스럽다. (Jody's gonna get religion. All night long.) 영어 숙어인지는 몰라도, 광신교도들의 영적 기도회 같은 분위기를 고고춤의 흥겨움에 빗댄 것으로 이해된다.
 
이 곡은 1970년 12월에 출시된 이들의 앨범 《Pendulum》에 실렸다.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8위까지 올랐을 정도로 미국에서 인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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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971년 3월 14일자 7면에 실린  ‘밤을 흔든다. 서울의 고고클럽’ 기사 캡처.

《조선일보》 1971년 3월 14일자 7면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밤을 흔든다 서울의 고고클럽’이었다. 기사 내용이 아주 흥미롭다. 당시 고고 춤의 인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기사 중에 ‘급템포의 음악, 전자음악의 강도가 소음이 되고 신경장애를 일으킨다지만 이들은 마냥 즐겁기만한 듯’하다고 전한다. 또 ‘고고클럽이 끝나는 새벽 4시가 되면 청진동 해장국집, 마포 설렁탕집으로 달려간다’는 사연도 흥미롭다. 다음은 기사 중 일부다.
 
새벽 1시,곤한 잠에서 베갯머리라도 한번 고칠 시각. 서울의 핵(核) 소공동C호텔T클럽.
30평 남짓한 플로워 위에서 1백여 커플의 젊은이들이 빨래를 쥐어짜듯 몸을 흔든다. 귀를 때리는 전자기타와 드럼의 강렬한 리듬. 연기인지,땀 냄새인지 구분할 수 없는 실내 공기 속에 소음과 번개 같은 조명이 선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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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R의 앨범 《Pendulum》
고고(GOGO)가 절정에 달한 것이다. 고고붐이 인 것은 이미 오래다.
서울에만도 본격적인 고고클럽인 T클럽이 성업 중이고 C클럽, C홀 등 아류(亜流)가 줄잡아 10여 군데.

S호텔의 C클럽은 저녁7시부터 이튿날 새벽 4시까지 문을 여는데 입장료는 5백원. 물론 다른 음악도 나오지만 고고가 압도적. 20대 후반, 30대 손님이 많다.
하이틴들이 즐겨찾는 소공동 L홀은 맥주홀과 고고클럽의 혼합형태. 밤 10시30분까지는 신나는 고고를 여러 그룹사운드가 번갈아 연주하다가 그후 11시까지 약 30분 동안은 춤을 춘다.
 
약2백 평의 홀에 꽉들어찬 5백여 명의 젊은이 중 실제 고고춤을 추는 수는 30~50커플정도.
그러나 오직 고고만을 위해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문을 연 T클럽에 들어서면 얘기는 달라진다.
 
저녁 8시 오픈, 이튿날 새벽4시 닫는다.
1인당 입장료가 무려 1천5백원, 3백여 평의홀 전면 중앙에 플러워가 있고 주위에 50여개의 테이블, 그리고 스탠드와 부스가 있다.
 
내부시설에 3천여만 원이 든 것도 이 집의 특색.
급템포의 음악, 임상학적 실험을 거친 전자음악의 강도는 75~80데시빌(데시빌은 음의강도의 단위)이다. 60데시빌 정도 넘어서면 초심자의 80%에게는 소음이 되고 신경장애를 일으킨다지만 이들은 마냥 즐겁기만한 듯.
 
(중략)
 
고고는 60년대초 뉴욕의 어느 라운지에서 무명가수 쟈니 리버스가 록앤롤 풍의 노래를 히트시켜 생겨났다. 안 마가레트 등이 이 홀을 드나들어 유명해지자 이름도 위스키아 고고(WHISKYA GOGO·굳이 번역하자면「한잔 먹고 뛰자」정도)로 바꿨다. 노래에 맞춰 춤을 췄고홀 이름을따 이 춤과 음악을 고고라 불렀다.
 
우리나라에 상륙한 것은 65년이지만 일반에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69년 여름, 그룹사운드 콘테스트가 있고부터다. 스텝이 따로 없고 구태여 남녀가 파트너가 되지 않아도 되는 등 배우기가 쉽다는 이유 때문인지 하이틴들에게 열병처럼 번졌었다.
 
휴전선에서 돌아와 이곳에 들른 어느 외국기자가 “한국엔 전쟁도 평화도 없다”라고 중얼거렸다는 T클럽의 새벽 3시. 일단 춤은 끝나고 솜처럼 피곤한 몸 둘을 서로 기댄 채 통금이 해제되기를 기다린다.
 
새벽 4시. 호텔 앞은 때아닌 러시. 일부는 대기했던 자가용에 나머지는 미리 알고 찾아 오는 택시를 타고 청진동 해장국집, 마포 설렁탕집으로 달린다.
 
야근한 경찰관, 낚시꾼들이 즐겨찾던 해장국골목의 새벽은 고고족들로 시끄럽다.
「난장판이다」라는 비난 속에도 고고는「막을 테면 막아봐라」는 듯 번지고 있다.
 
「건전한 의미」의 노터치 댄스 고고는 이런 국적불명의 클럽에서 밤을 새워 흔드는 것이 아니라는 게 고고를 좀 안다는 사람의 진단이지만 고고는 어느 형태로든 당분간 계속될 것은 뻔한 일일 것 같다. <용(鎔)>
 

입력 : 2020.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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