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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상파울루 日記 7] 산티아고에서 30여 시간의 버스여행

김승열  한송온라인리걸앤컨설팅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IP ART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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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에 버스를 타니 그대로 잠이 들었다. 무거운 배낭을 들고 시내 중심지를 돌아다녀 피로가 겹친데다 호텔에서 맥주 2병을 마셔서인지 잠이 쏟아졌다. TurBus라는 버스회사는 칠레에서 Pullman과 함께 가장 큰 모양이다. 버스가 신형이다.
 
옆에 탄 중년의 여성이 연신 핸드폰으로 떠들어 신경이 쓰였다. 큰 덩치 때문에 아무래도 자리가 불편했다. 할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은 좋아 보였다.
얼핏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니 오전 5시다. 날은 다시 어두워지는 것 같다. 비가 오는 모양이다. 버스 창가에 물기가 흥건하다. 그러더니 이내 물기가 없어졌다. 아무래도 국지성 소나기다.

오전 6시가 되어 버스가 정차했다. 구글맵으로 확인하니 라세레나를 지나 발레나다. 이제 3분의 1 가량을 온 셈이다. 도로는 아르헨티나의 잘 포장된 길에 비해 좋지 않다.  주변은 평원이라기보다 맨땅 내지 사막과 같다. 아무래도 비가 많지 않은 척박한 곳인 모양이다. 경치가 삭막하다. 국토가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다 보니 여러 가지로 열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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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고속도로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칠레의 버스

이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현지인으로 보인다. 필자와 같은 여행객은 눈에 안 띈다. 산티아고에서 아리카(스페인어: Arica)까지 30시간. 어느 여행객들도 도전하기 쉽지 않다. 필자를 제외하고 말이다.
 
비즈니스 활동은 말할 것도 없고 단지 일상 생활에도 큰 장애가 됨에 분명하다. 그렇다고 비행기가 그렇게 활성화 되어 보이지 않는다. 버스 이용료도 만만찮다. 비행기값 내지 그 이상으로 느껴진다. 거의 5만페소이니 한화로 7만5000원. 이곳 물가나 경제수준에 비추면 상당히 부담되는 액수다. 

칠레의 아리카로 가는 동안 곳곳의 중소도시에 들리는 모양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직행이 아닌 완행인 셈이다. 버스는 시속 100km 이상을 달리지 않는다. 속도 제한이 있는 것일까. 대략 80km 정도로 달리는 것 같다. 잠깐 정차하는 터미널도 낡았다. 칠레 경제수준을 짐작케 한다.
 
어느덧 버스는 삭막한 사막을 한참 동안 달렸다. 밤 10시가 되자 다시 버스가 섰다. 코피아포라는 곳이다. 터미널은 간이 정류장 수준. 일부는 내려서 간단히 먹을 것을 사가지고 온다. (버스 측에서) 저녁 식사를 제공한다더니 아무 소식이 없다. 그렇다고 물어볼 분위기도 아니다. 목이 말라 콜라로 건조한 목을 축인다. 

출발하려던 버스가 갑자가 시동을 끄고 섰다. 승객 중 누군가가 소리를 치는 것을 보니 아직 덜 탄 모양이다.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 차가 시동을 끄니 에어컨도 작동하지 않는다. 버스 안이 더워진다. 한 사람 탓에 모두의 에어컨을 끄다니 이해가 안 된다. 이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다. 신기하다. 아무도 말이 없다. 밖의 햇살은 뜨겁다. 칠레의 어느 시골 정류장에서 갑자기 시간이, 지구의 자전이 딱 멈춰선 기분이다. 한참을 지나니 이제 다시 출발할 모양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다시 출발 위치로 돌아간다. 에어컨 작동이 다시 중단됐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이런 불만을 아는지 이제 에어컨을 틀어준다. 그나마 다행이다. 에어컨이라도 틀어주니 좀 시원하다. 갑자기 어린아이가 큰소리로 운다. 지금 상황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한쪽은 사막 다른 쪽은 해안

칠레 버스에서 겪은 해프닝이다. 어찌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신경이 쓰인다. 방금 중년 남자가 필자의 앞좌석에 앉았다. 새로운 승객인 모양이다. 아무래도 승객을 기다려 달라고 한 모양이었다. 다시 어린아이가 크게 운다.
 
이번에는 아주 소리를 크게 운다. 상황을 모르니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물어볼 사람이 없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다. 현대에 이런 세상도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과거 25년 전에 모스크바에 방문하였을 때 수준 높은 호텔이었는데도 종업원이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였다. 당시는 냉전시대였고 KAL기가 격추된 시기였으니 이해가 될 만하다. 그런데 지금 시대에 영어로 소통이 전혀 안 된다는 것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것도 북미 바로 밑의 남미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상하기 어렵다.

글로벌 시대라고 하지만 국제화가 아직도 미흡한 지역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남미의 낙후된 부분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아직 문명화가 미흡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남미 정서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겠다. 일반 국제적인 수준에서 접근을 하게 되면 상호 의사소통 등에 있어서 이질감이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칠레의 중부지방에 오니 사막이 펼쳐진다. 바다와 안데스산맥 사이에 사막이라니…. 좀 신기하다. 아르헨티나는 거의 평원으로 가득 차 있던데 이곳은 높은 산맥이 있고, 그 아래에 바다가, 그 사이로 사막이 있다다. 문득 국토활용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게다가 국토의 동서는 좁고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좀 더 가니 바위들이 많은 사막으로 전개된다. 바로 옆에 바다가 보인다. 저 멀리 안데스산맥이 보인다. 해안가에 일부 집들이 보이는 데 간이로 만든 집들이다. 왜 저렇게 만들었을까? 달리 생활하기가 너무 척박한 땅인가? 바다도 있어서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갈 수 있으련만. 집들이 간이 천막수준이어서 너무 황당하다. 전체적으로 집들이 부실하고 허름하다.
해안도 모래로 구성되지 않아 해수욕을 하기에 적당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나쁘지 않은 이 환경을 이용하면 좋은 마을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칠레는 안데스산맥을 동쪽으로 가지고 있고 서쪽으로는 바다에 접하여 이를 잘 활용하면 엄청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단점도 많이 있어 어려움은 있겠지만 태평양을 광범위하게 접하고 있어서 큰 이점이 있어 보였다. 안데스 역시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큰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막 등이 존재하여 다소 열악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역발상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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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사막.
산맥, 사막 그리고 바다가 있는 지형이어서 충분히 매력적인 관광장소가 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시대에는 더 한층 매력적인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곳곳에 녹지 공간이 적지 않다. 이 만큼 다이내믹한 장소는 그리 없어 보인다.
파도가 해변의 암석을 세게 때린다. 그 모습이 암반 사막의 답답함을 씻는 것 같다. 저 멀리 보이는 파도가 역동적이다. 암반 사막과 해안 사이로 아스팔트 도로만이 끝없이 펼쳐질 뿐이다.
 
칠레 중부에서 북부 지방으로 가는 과정에 펼쳐진 사막은 새로운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어느 대륙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광활한 사막 아니 모래 땅의 연속이었다. 그 끝에는 안데스산맥이 멀리 젊잖게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 지평선의 끝을 제대로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멀게 느껴졌다. 이곳은 문명의 손길이 아직 닿지 않아 보였다. 휑한 고속도로만이 문명의 이름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그저 광활한 땅이다. 무엇을 그릴 수 있는 지는 미지수이다. 대안을 찾았다면 지금 이곳은 엄청난 사람들로 붐비었을 것이다.

미래의 이곳은 어떠한 모습일까? 어떤 형태로든 사람의 손길이 닿을 것이다. 그 모습이 궁금하다. 지금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은 그 어떤 모습일 것이다. 그때는 지금 보이는 손대지 않은 자연이 그리울까? 지금의 모습이 적어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만은 분명하다. 나머지는 알 수가 없다.

이 광활한 모습을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다. 연신 사진을 찍지만 사진도 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저 자연일 뿐이다. 인간의 손이 닿기에 다소 엄두가 나지 않는 그런 모습이다.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두기도 쉽지 않다. 어떻게든 개발해 보고자하는 충동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막상 각론에 들어가면 감히 엄두가 나지 않을 것 같다. 그렇기에 그간 이와 같이 방치된 상태일 것이다.

자연 앞에 인간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인간도 어차피 자연이 일부다.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과연 여기서 부귀영화를 논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실감하게 된다. 그저 자연 앞에 겸허하게, 인생이라는 짧은 과정을 그저 스쳐지나가는 것임에 불과할 뿐이다. 너무 아등바등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저 짧은 과정임을 깊이 새기고 나름 의미있는 목표를 향하여 도전하는 가운데 그 결말은 결코 보지 못하거나 중요하지 않다. 물론 그중 일부는 성취하여 그 결과를 느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또 다른 목표가 분명 생길 것이어서 그 결과는 역시 현재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결과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 인생의 결과는 죽음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인생이 그리 괴롭기만 한 것이 아닌 것은 그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모두는 그저 과정만이 현재이고 스스로 느낄 수 있는 현실 그 자체이다.

안데스산맥을 배경으로 끝없는 사막 길을 달리면서 깨달음이다. 물론 이와 같은 생각은 추후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의 변화는 어쩌면 당연하다. 변화 가능성에 대하여 스스로 자책할 필요는 없다. 시간이 갈수록 그리고 경험을 할수록 생각이 달라지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 광활한 사막과 그 너머 안데스산맥이 조화를 이루면서 삶과 자연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준다. 의외로 마음이 편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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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국기와 지도.
새로운 시작, 길 위에서 생각하다
 
칠레가 길긴 긴 모양이다. 국토 중반부에 있는 수도인 산티아고에서 국경도시이자 휴양지인 아리카까지 버스로 꼬박 30시간이 걸렸다. 놀라운 사실은 중간에 많은 도시를 경유했지만 거의 5분 전후로 승객이 내리고 타는 시간만 주어졌을 뿐이다.
 
브라질 경우처럼 중간에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면서 잠시 쉬는 시간이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또 아르헨티나처럼 버스에서 별도로 식사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없었다. 한마디로 가장 효율적인 버스운행이었다. 적어도 버스회사 입장에서는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운행정책인 셈이다. 그러나 버스 이용자 입장에서는 최악이었다. 이용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아 보였다.
 
작년 칠레에서 지하철 운임료 인상을 두고 대학생들의 시위 사건이 일어났다. 칠레 정부는 군을 동원해 진압하였다. 필자는 대학생들이 교통요금 인상 반대시위를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번 30시간의 버스 여행을 하고 나서 보니 어느 정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었다. 지하철에서도 서비스 공급자만의 이익만을 위하고 이용자의 권익은 소홀했을 수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미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하철 정책도 그런 맥락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 관련하여 오전 10시에 행상이 버스에 올라와 간단한 샌드위치를 팔았고 그리고 밤 10시경에 또 행상이 올라와 간단한 빵과 음료수를 팔았을 뿐이다. 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들로서는 당연히 버스회사에서 식사를 제공하려니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이는 큰 오산이었다.

이러한 사회시스템 하에서 일반 서민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생애 처음으로 30시간의 버스여행을 하면서 서민의 인권이 철저하게 무시당하는 듯한 세계를 보는 것 같다.

덕분에 간헐적 다이어트를 제대로 한 셈이다. 그렇지만 30시간의 버스 여행은 많은 것을 보여주고 일깨워 주었다.
먼저 칠레의 대자연에 대하여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사막의 다양한 모습, 그러니까 모래사막, 암반사막 그리고 중간 형태의 사막까지. 해변과 안데스산맥의 다양한 모습. 그기에 맑은 칠레의 하늘을 유감없이 볼 수 있었다. 남미 대륙의 광활한 대 자연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도시에서 다양한 삶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해변에 자리한 천막수준의 집들에서 고층 아파트, 이동식 버스터미널에서 간단한 픽업 포인트 수준의 정류장. 사설 해수욕장과 같은 시골의 작고 조용한 바닷가 등등.

스쳐 지나가는 승객들의 모습에서 인생여정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각자의 인생이라는 나름의 여정에서 수 없이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그 과정에는 수많은 모습이 보인다.  아주 즐거운 표정과 대화에 열중하는 커플이 있는 반면에 얼굴 가득 찌든 삶을 그대로 드러낸 고생스럽고 힘들어 보이는 모습들도 엿볼 수 있다. 상당한 교양을 가지고 주위를 배려하는 사람에서부터 다른 사람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혼자 떠들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사람들. 다양한 사람들이 버스에 올라타고 조용히 또는 시끄럽게 떠들다가 각자 목적지에 태무심하게 내리는 모습 등등이 그저 끊임없이 지속된다.

이들 모습이 각자의 삶의 여정과 거의 흡사하다. 아니 거의 같다고 보여진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인연일 뿐이다. 그리고 결국은 혼자일 것이다. 물론 같이 내리는 커플이나 동행은 있다. 그러나 그들도 궁극에는 각자의 삶과 길이 있을 뿐이다. 항상 모든 것을 같이할 수는 없는 것일 것이다.
 
이제 아리카까지 겨우 3시간 정도가 남았다. 밖은 칠흑같이 어둡기만 하다. 간혹 지나가는 차의 불빛만이 겨우 보일 정도다. 버스 안 작은 등도 완전히 꺼졌다. 그간 속삭이고 떠들던 사람들도 이제 조용해 졌다. 모두 잠의 세상으로 들어간 모양이다. 너무나도 어두운 밤인 것을 보니 조만간 새벽이 올 모양이다. 30시간의 버스여행도 이제 거의 끝나간다. 그러나 정류장은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이다. 여행은 끝이 없이 진행될 것이다. 끝이 있다면 그때는 또 다른 세상으로의 여행의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입력 : 2020.03.10

조회 :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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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의 지식재산과 문화예술

⊙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KAIST 겸직 교수 ⊙ 55세, 서울대 법학과 졸업. 美 보스턴대 국제금융법 석사, 미국 노스웨스턴 법과대학 LL.M. ⊙ 사법시험 합격(24회), 환경부·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 금융위 자금세탁방지정책위원, 미국 뉴욕주 Paul, Weiss 변호사, 대통령 직속 국가지식재산위 산하 지식재산활용전문위원장 역임. 現 한송온라인리걸센터(HS OLLC) 대표 변호사, 대한중재인협회 수석 부협회장(PRESIDENT EL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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