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봉대의 ‘되짚기’】 ‘독재 攻防’ 악순환의 고리, 2027년엔 끊자

  • 서봉대 정치 칼럼니스트 jisang3@daum.net
  • 업데이트 2024-02-2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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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17일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민주당이 국회 본청앞에서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를 겨냥, ‘검찰독재 정권이라고 한껏 몰아세우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검사독재 정권의 폭주와 퇴행을 막고 민생과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송영길 전 대표는 검사독재정권, 윤석열 대통령 퇴진의 선봉이 되겠다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속사정도 있다. 이들과 주변 인사 등에 대한 당내 사법적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 따른 위기감이 깔려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치생명이 걸린 4.10총선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격화되고 있다. 집권당인 국민의힘 측도 거대 야당의 입법독재는 고질병”, “검사독재라면 이 대표는 감옥에 가 있을 것이라고 맞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정권을 향해 독재라고 날을 세우는 건 군사독재 정권이 종식된 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의도 정치권에선 되풀이되고 있다. 심지어 정권이 여야 간에 교체되기를 반복해왔던 2000년대이건만, 어느 정권도 야당으로부터 이런 공격을 받지 않았던 적이 없었을 정도다. ‘독재의 의미가 정략에 휘말리면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여야 간의 갈등이 증폭돼왔던 것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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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김기배 사무총장이 2001년 1월 10일 기자회견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1000억대 비자금' 내용이라며 관련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선DB


헌정사상 최초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냈다는 김대중 정부도 대통령 독재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한나라당 대선자금 불법모금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였다. 한나라당이 이 사건 검찰수사에 맞대응, DJ비자금 의혹 수사가 유보됐다는 점 등을 부각시키는 과정에서 대통령 독재라고 공격했던 것이다. 이회창 총재도 가세, 민주화투쟁을 했던 DJ가 군사정권을 방불케 하는 독재를 하고 있다는 등 거세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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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5일 국회 기자실에서 한미 FTA 졸속협상을 반대하는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대표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한미FTA 저지 노동자 분신사태와 관련해 독재자의 비참한 말로를 보기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조선DB


노무현 정부는 보수 야당뿐만 아니라 진보 정당 측으로 부터도 독재자로 몰렸다. 한미 FTA협상과 맞물려 노무현 독재자라는 공격이 가해졌던 것이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한미FTA 저지 노동자 분신사태와 관련해 독재자의 비참한 말로를 보기 원하지 않는다FTA를 강행할 경우 독재자 노무현 퇴진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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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8일 국회 본청 앞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국회유린 이명박 정권 규탄 및 4대강 대운하 예산저지 결의대회'를 열었다. 손학규 당시 대표가 규탄사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이명박 정부에서도 재연됐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한나라당의 정부예산안 강행처리 직후 이명박 독재정권 심판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이다. 전직 대통령인 DJ는 한 술 더 떠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에게 독재정권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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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일, 3.1절을 맞아 서울 광화문 도심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다. 탄핵 찬성 촛불집회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조선DB


박근혜 정부에 대해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나섰다. 그는 성남시장 시절 선거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출두하면서 박근혜 정부는 민주주의의 모든 가치를 부정하고 있고 독재, 공포정치를 펼치고 있다고 독설을 퍼부었던 것.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대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모두를 싸잡아 독재정권이라고 몰아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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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2일 오전 자유한국당 김태흠 좌파독재저지특위 위원장 등이 국회 본관 앞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해 삭발하고 있다. 좌부터 이창수 충남도당 위원장, 성일종, 김태흠, 이장우, 윤영석 의원.


문재인 정부라고 별 수 있었을까.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21대 총선을 앞두고 문 정부를 겨냥,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뒤 좌파독재 정권이라고 공격했던 것이다. 문 정부의 적폐청산에 맞서 좌파 적폐를 심판하자고도 했다. ”운동권 독재“ "연성 파시즘"이라는 비난들도 가세했다.

 

결국 2000년대 정부는 야당의 이런 투쟁방식 때문에 어떤 대통령, 어떤 정부가 들어선들 모두 독재 정권으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했던 셈이다. 이런 식이라면 다음 정부에서 어떤 대통령이 집권하더라도 독재정권이란 오명을 피하기 어렵다. 정치권이 자초한 업보인 셈이다.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는 대한민국이지만, 정치판은 이런 측면에서 군사독재 정권이후에도 바뀐 게 별로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민주화투쟁 경력을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는 86운동권이 DJ정부때부터 정치판에서 세력화, 극한 대결의 악순환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쯤되면 독재에 대한 사전적 정의(定義)부터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화면 캡처 2024-02-25 164440.jpg

그래픽=LG CNS


요즘 시대에 맞춰 AI에게 물어봤다.한 명 또는 소수의 인물이나 집단이 권력을 독점하고, 국민의 의사나 자유를 무시하거나 억압하는 정치적 상태라고 했다. 그러나 국내 정치판을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이런 설명을 덧붙여야 하지 않을까. ‘86운동권 등장이후 극한대결로 치닫는 한국 정치권에서, 야당이 궁지에 몰렸을 때나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를 공격할 때 동원하는 상투어’.

 

씁쓸하지만 우리 정치판의 현실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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