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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찮게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 ‘좌표 찍기’에도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등장했다. 사실 작년 한 해 ‘추미애의 칼춤’이 없었으면 지금의 윤석열은 없다. 살아있는 권력의 홍위병이 당시 법무장관 추미애였고 거기에 저항한 검찰총장이 윤석열이었다. ‘추·윤 대결’에서 완패 한 후 추미애에게 윤석열은 결정적 트라우마로 자리 잡았다. 추미애가 기회 있을 때마다 윤석열을 공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윤석열은 제1야당의 대선 후보가 됐고 견고한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래서 방향을 틀었다. 부인 김건희씨에 대한 공격은 그렇게 시작됐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왼쪽)이 올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아내 김건희씨 사진(오른쪽)./페이스북
추미애는 지난 8일 SNS에 김건희 씨 셀카 사진을 올리며 “김건희씨에게 진실을 요구 한다”며 “커튼 뒤에 숨지 말라”고 했다. 짐짓 점잖을 떨었지만 사실은 김 씨의 쥴리 의혹 제기가 목적이었다. 심지어 24년 전에 쥴리를 만났다는 40년생 82세(추미애는 74세라고 주장) 노인에게 직접 해명할 용의는 없는지를 묻기도 했다. 앞서 초등 태권도협회장을 했다는 안해욱씨는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에 나와 과거 쥴리를 만난 적 있다며 증언을 했다.
추 전 장관은 이 노인의 증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 다른 사람의 진술이나 출입기록, 사진 등 쥴리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없다. 그래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추미애라면 과연 전혀 일면식도 없는 어떤 노인이 과거 자신을 룸 싸롱에서 봤고 접대를 받았다고 하면 직접 만나 해명을 할까?”라는 생각 말이다. 물론 5선 국회의원 출신에 당대표, 법무장관을 지낸 소위 ‘기가 센’ 여성이니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김건희씨는 아무리 커리어 우먼으로 대통령 후보 부인이라 해도 일반 여성이다. 민주당의 간판 여성 정치인이라는 사람이 이 정도 천박한 여성 인권 인식 수준이라니··· 기가 찬다.
이회창씨 아들의 병역비리 은폐의혹을 제기한 김대업씨가 2002년 9월9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국감증인으로 서고 싶다고 쓴 피켓을 들고 서있다. 사진=조선일보DB
돈과 권력을 쥐고 있는 집권세력의 집권 연장 플랜은 거의 엇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지금 벌어지는 김건희씨 마타도어도 그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 윤석열이라는 본체 공격이 여의치 않으니 부인을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병법에서도 본체 공격이 어려우면 주변부를 먼저 공격하는 게 상식이다. 이미 민주당은 2002년 사기꾼 김대업을 앞세워 병풍사건으로 재미를 본 적이 있다. 그 때를 향수 삼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지금 여당 내에는 그득하다. 당시 김대업 병풍 사건 재판부는 “병풍사건으로 이회창 후보 여론조사 지지도가 최대 11.8%까지 하락했다”고 판결문에 명시할 정도였다.
당시에도 사기꾼 김대업의 제보를 받아 보도한 것은 친여 언론매체였다. 오마이뉴스와 일요시사라는 매체는 2002년 5월과 6월 사이 김대업의 제보를 받고 “1997년 이회창 후보 장남 이정연 씨의 병역비리 은폐 대책회의가 열렸고 병적 기록이 파기됐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또 이회창 후보 부인 한인옥 여사가 병역 면제를 위해 병무청 관계자에게 돈을 줬다는 녹음테이프도 증거로 제시됐다. 오마이뉴스 등은 이 녹음테이프와 관련해 “김대업이 테이프 조작 거짓 증언을 대가로 당시 ‘한나라당 김대업 정치공작 진상조사단’ 단장이었던 이재오 의원 측으로 부터 3500만원을 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후 이어진 것은 민주당의 총공세였다. 민주당은 당시 오마이뉴스 등의 보도를 기다렸다는 듯이 논평을 쏟아냈다. 이회창 후보는 병역 비리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 후보를 사퇴하라고 했다. 조직과 자금에서 열세였던 이회창은 여당의 마타도어와 총공세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오마이뉴스 보도 후 2개월여 만에 이회창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을 쳤다. 결국 보도 7개월만인 12월에 치러진 16대 대선에서 이회창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단 2%차로 낙선 했다. 친여 매체를 통한 흑색선전과 여당의 총공세는 위력이 이 정도였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도 당시와 비슷하다. 당장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 공격은 친여매체들이 앞장을 서고 있다. 쥴리에 의혹을 제기한 것은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다. 과거 이회창 낙선을 선도했던 오마이뉴스는 이번에도 등장했다. ‘열린공감TV’가 소위 ‘쥴리’ 증인 인터뷰를 내보내자 오마이뉴스는 즉각 그 내용을 앵무새처럼 인용 보도했다. 또 YTN은 김건희씨가 대학 교수 임용 지원서에 허위 경력과 가짜 수상 기록을 게재했다며 가세했다.
이들 언론보도도 곧바로 민주당 공세로 이어졌다. 과거 김대업 병풍 사건 시나리오와 너무 흡사하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 7일 오마이뉴스 보도 후 “대통령 영부인은 청와대와 부속실 지원, 경호 등을 지원받는 공인”이라며 공개검증을 주장했다. 송 대표의 발언은 ‘김건희 네거티브’ 공세의 신호탄이 됐다. 특히 여권내 조국 수호대를 자처하던 인사들이 신이 났다. 김건희씨 허위 경력 의혹을 조국 전 장관 딸 입시 비리 의혹과 연계해 조국 살리기를 재차 시도하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 시절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흑석 선생’이라 불리는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조국 딸도 공인이 아니었다”며 김씨 의혹을 조국 딸 입시비리와 연계했다.
12월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1주년 기념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그러나 이 같은 여권 공세가 어느 정도 먹힐 지는 미지수다. 우선 과거 이회창 시절과 지금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는 다르다. 지난 2002년 김대업 병풍 사건은 지금 야당에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의 선전, 선동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패할 수 없는 선거’를 패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윤 후보도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과거 이회창 때와 달리 후보와 후보 부인 문제에 대한 대응이 발 빠르다. 과거 병풍 사건 당시 후보 아들의 병역 문제라는 점 때문에 이회창 후보와 참모들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과 차이가 난다. 당시 병풍 사건의 선제적 대응이 불가능했던 것은 ‘이회창의 고집’도 한 몫을 했다. 하지만 윤 후보와 선대위는 손발을 맞춰 돌아가는 편이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대통령 부인을 뽑는 것 아니다”며 선대위 차원의 논란 점검에 들어갔다. 선대위가 ‘배우자 팀’을 만들기로 했고 부인 김씨도 발 빠르게 교수 임용 당시 경력과 수상 내역을 사과했다. 윤 후보도 선제적 대응을 위해 대국민사과 등을 검토 중이다.
또 여권으로서는 네거티브 공세의 역풍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여당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생태탕 마타도어로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다. 김어준 등 친여 스피커들이 대거 지원했지만 완패했다. 친여 언론도 쉽사리 여당 편을 들기 어렵다. 과거 김대업 병풍 사건 때 앞장서 나팔수 역할을 했던 친여매체들 발행인과 기자들이 모두 수 천 만원씩의 벌금을 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과 돈, 언론과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여당으로서는 정권 연장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대통령 후보 대신 후보 부인을 좌표로 찍어서라도 대선에서 이기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