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읽는 시집⑧] 강지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문어는 심장이 세 개》(문학동네)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강지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문어는 심장이 세 개(문학동네)는 불안과 죽음, 그리고 그것을 감각하는 인간의 내면을 탐문하는 시집이다. 그렇다고 무겁지는 않다. 때로 경쾌한 상상력으로 내면을 들어올렸다가 내려놓는다.

 

문학평론가 김나영의 말처럼, 이 시집의 화자들은 세계를 강력한 타자성으로 경험한다. 세계는 이해되기보다는 반향으로 다가오고, 화자들은 그 반향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이 시집을 관통하는 핵심 감각은 일종의 메아리. 세계와 부딪치며 되돌아오는 울림! 그 속에서 독자는 우리 존재의 의미를 더듬는다.

 

문어는 심장이 세 개고

나는 심장이 한 개인데

감당할 수 없는 혈류가

모여서 심방과 심실의 규칙이 엉망인데

 

비정형 흐름은

언제 튀어나올지 알 수 없어 무서운

어둠 속 무수한 발처럼

정수리를 쿵쿵쿵쿵

밟아댄다

그거 알아?

공포는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의 재능이래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자꾸 생각하지 마

 

문어는 심장이 세 개고

검푸른 바다는 모두

어차피 나의 것인데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처럼

빛나는 눈동자

그러나 흔들리는

 

나는 왜 심장이 하나야

두 개 더 있다면 두렵지 않을까

 

나약하고

물컹이는

발들 사이로

 

슬픔은 무엇의 재능일까

(하략)

-‘문어는 심장이 세 개부분

 

표제작 문어는 심장이 세 개를 오래 읽어 보았다.  매우 감각적이다. 불안한 인간 내면의 심리를 3개 심장을 가진 문어(진짜일까 궁금해 찾아보기도 했다. 진짜였다!)와 하나의 심장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비교한다. 심장이 3개이면 덜 공포를 느낄까. 바다 속 삶이 덜 겁이날까. 상어가 찾아와도 맞서 싸울 용기가 저절로 생겨날까. 

 

어쨌듯 이 시의 ‘비정형 흐름’은 시집 전반의 정서를 규정하는 표현일지 모른다. 화자가 마주한 세계는 언제 튀어나올지 알 수 없어 무서운것들로 가득하다.  공포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삶의 속성과 맞닿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불안이 단순히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시는 공포는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의 재능이라는 역설을 통해, 불안과 감각의 예민함이 오히려 세계와 연결되는 통로임을 암시한다. 결국 이 시집의 화자들은 불규칙한 진동, 즉 삶의 불안정성을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어떤 죽음은 함께 살기엔

너무 크게 자라서

 

야적장에 두어야 한다

 

비극은 눈물을 흘려서

세를 불리니까

 

첫새벽, 악을 지르며 내 침대로 찾아드는 아이에게

쉬이- -

나는 항상 여기 있어

말했지만

 

정말일까

 

매 순간 우리에게

시간이 넘실대는데

질병이 도사리는데

 

그의 평안은 요원하고

 

거대한 철제 가림막들은 철제 파이프로 연결되어 있고

철제 파이프들은 철사로 이어져 있다

 

철은 녹슨다

철은 정직하니까

 

여기는 언제나 사람이 없고

바람과 벽돌 몇이 웅크리고 앉아

전쟁이나 시 따위를 태우고 있다

 

따뜻하려고

 

아이와 손잡고 야적장 옆을 지날 때

기다란 꿩 꼬리털을 주워 들고 그가 해사하게 웃을 때

 

방수포로 덮여 있던 비극이

얌전히 놓여 있던 죽음이

부스스 몸을 턴다

 

신을 믿지도 않으면서 나는 무릎을 꿇는다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 간절히 기원한다

 

부디 그에게 평안을 주세요…… 그에게 평안을…… 평안을……

-‘야적장전문

 

시 ‘야적장’은 죽음과 비극을 다루는 방식에서 이 시집의 문제의식을 한층 더 분명하게 드러낸다. 시는 어떤 죽음은 함께 살기엔 / 너무 크게 자라서 / 야적장에 두어야 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야적장은 삶의 내부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잠시 밀어내는 공간이다. 그러나 그것은 제거된 것이 아니라, 언제든 되돌아올 수 있는 상태로 유예되어 있을 뿐이다.

 

이 시를 읽으며 헨리 제임스의 소설 미국인》 앞부분에 나오는 나쁜 운명을 깨울까봐 무서워 살금살금 걸었다는 문장이 떠올랐다. 언젠가 고() 장영희 서강대 교수는 이 문장을 두고 나쁜 운명을 깨울까봐 살금살금 걷는다면 좋은 운명도 깨우지 못할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한 바 있다. ‘야적장’의 화자는 바로 이 깨우지 않기 위한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비극은 눈물을 흘려서 / 세를 불리니까라는 인식은 감정의 표출조차 억제하게 만든다.


그러나 시는 이 태도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낸다. 아이와 함께 걷는 평온한 순간, “방수포로 덮여 있던 비극부스스 몸을 턴다는 장면은 결정적이다. 야적장에 따로 두었던 죽음과 비극은 결코 완전히 통제되지 않는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살아도 불행은 결국 깨어난다.

 

철은 녹슨다 / 철은 정직하니까라는 구절은 인간이 쌓아올린 방어의 구조가 시간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시의 마지막에서 화자가 무릎을 꿇고 그에게 평안을 달라고 기도하는 장면은, 통제 불가능한 세계 앞에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태도로 읽힌다.

 

  (...) 나? 난 괜찮지 뭐. 요즘은 양쪽으로 찢어지고 있어. 어느 아침엔 양팔이 각자 다른 방에서 눈을 뜨는 것 같아. 하지만 이상과 현실이 튼튼한 동아줄로 매일 묶어주더라고. 다들 친절해. 병원에선 약을 세 알에서 다섯 알로, 다섯 알에서 여섯 알로 늘렸는데, 매일 저녁 단백질 보충을 위해 계란을 먹어. 끔찍하지. 노랗게 고인 삶은 매번 볼 때마다 충격적이더라고. 살겠다고 그걸 먹어. 나라고 별 수 있겠어?

-‘안부부분

 

안부는 보다 일상적인 장면 속에서 균열의 감각을 드러낸다. 화자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양쪽으로 찢어지고 있다는 고백은 내면의 분열을 숨기지 않는다. 빠르게 달리던 차 앞에 뛰어든 꿩의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진 존재는, 세계의 사건이 반드시 가시적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이 경험은 화자의 내부에 잠재된 죽음의 기억을 건드린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지만, 그 말투 자체가 오히려 불안의 깊이를 반증한다.

 

이처럼 시집 《문어는 심장이 세 개는 불안과 공포,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것을 단순한 절망으로 귀결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불안 속에서 감각을 확장하고, 세계와의 관계를 다시 구성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이 시집의 화자들은 불행을 피하려 애쓰기보다, 그것과의 긴장 속에서 살아감을 지속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되돌아오는 메아리처럼, 삶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조용히 증명한다.

 

시집 후반부의 결혼하고 싶어는 이러한 불안의 세계를 다른 결로 확장한다. “우리는 이미 허구이고 / 나는 나로 너는 너로 죽겠지라는 인식은 존재의 근원적인 불확실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허구 속에서도 사람은 태어난다는 문장은, 불완전한 세계 속에서도 삶이 지속된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결국 중요한 것은 거창한 의미가 아니라 시간 속으로 촘촘히 박아넣는 이 순간의 순간들이다그 속에서 들꽃을 떠올리고, ‘무엇보다 낭만을 / 누구보다 낭만을떠올려 보는 것이다.

 

어두운 곳으로 걸으면 별이 보이지

빛이 많은 곳에선

고통이 드러날까

 

별건 아니더라고

 

왜 너는 내가 아닌가에 대한 해답

우리는 이미 허구이고

나는 나로 너는 너로 죽겠지

근데 그거 알아?

허구 속에서도 사람은 태어나더라구?

그렇게 인류가 이어져온 거라니

대단한 건 아니지

 

소중한 것은 걸음들

시간 속으로 촘촘히 박아넣는 이 순간의 순간들

 

사실은 그저 너를 저주하고 싶어

 

네 말이 맞아

네가 실패한 장면 안에 서서

큰 소리로 너를 비웃어주고 싶어

들켜서 당황한 것뿐

그래서 결혼한 것뿐

 

건강보험을 얼마 내는지

침대나 조수석 밑에

오만원 몇 장이 굴러다니는지

 

인구 절벽의 나라에서

바위틈 사이에 핀 들꽃을 떠올린다면

 

무엇보다 낭만을

누구보다 낭만을

거주지에

시대에 뿌리고 싶은 거지

 

아무것도 모르는 너는 사랑스럽다

어제 너는 내 무릎을 베고 코를 골고

오늘 나는 노을 속에 성혼을 선언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진심을 다하며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서로만을 아끼며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 !

-‘결혼하고 싶어전문

  • 스크랩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많이 본 뉴스
  • 세계속 코이카'
  • 배진영의 '어제 오늘 내일'
  • 김태완 'Stand Up Daddy'
  • 권세진 ‘별별이슈’
  • 정혜연 ‘세상 속으로’
  • 박희석 ‘시시비비’
  • 이정현 ‘블루오션을 찾아서’
  • 박지현 ‘포켓 저널리즘’
  • 하주희 ‘블루칩’
  • 이경훈 현장으로’
  • 김광주의 뒤끝
  • 백재호의 레이더
  • 고기정의 特別靑春
  • 슬기로운 지방생활
  • 이상곤의 흐름
  • 서봉대의 되짚기
  • 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 취재본부는 지금’
  • 조갑제 기자의 최신정보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