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TK 행정통합 외치며 자리 계산은 멈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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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이 또다시 법사위 문턱에서 멈췄다. 형평과 원칙을 말하는 국민의힘, 숙의와 절차를 강조하는 민주당. 그러나 시민들이 묻는 것은 복잡하지 않다. 이 법이 정말 지역의 미래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선거를 앞둔 정치적 셈법인가.

 

국민의힘은 광주·전남 법안과의 형평성을 문제 삼는다. 그렇다면 스스로에게도 더 엄격해야 한다. 통합이 정치적 자산이라면 누군가는 그것을 들고 선거판에 나설 것이고, 부담이라면 슬그머니 거리를 둘 것이다. 정말 지역의 미래가 목적이라면, 선거와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필요하다면 불출마까지 선언하는 결기라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정치적 카드'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다. 

 

설령 이번 선거에서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를 각각 선출하더라도, 이후 통합이 현실화된다면 한 명은 기꺼이 물러나겠다는 약속까지 내놓을 수 있어야 진정성이 선다. 통합이 자리 보전의 수단이 아니라 구조 개편의 결단임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민주당 역시 자유롭지 않다. 법사위의 문을 쥔 채 특별법을 계류시키는 모습이 협상력 극대화로 비친다면, 대의는 빛을 잃는다. 필리버스터, 단일안, 기초의회 의견 등 사유는 달라지더라도 결과가 지연으로 귀결된다면 지역민의 피로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본다면, 특별법의 목을 쥔 채 정쟁을 이어가는 태도는 책임 정치와 거리가 있다. 

 

법사위원장 추미애 의원의 고향 또한 TK다. 그만큼 초당적 결단의 무게도 크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출신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대구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통합 논의가 특정 후보의 정치적 발판으로 소비되는 것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지역민에 대한 가장 큰 실례다.

 

행정통합은 어느 한 정당의 승패 문제가 아니다. 인구 감소와 산업 재편, 청년 유출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지다. 찬반은 토론할 수 있다. 그러나 토론이 정략적 지연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가 계산기를 두드리는 사이 지역은 늙어간다. 통합을 말한다면 자리부터 내려놓겠다는 각오로 말하라. 여야 모두, 명분을 내세웠다면 이제는 그 명분에 걸맞은 책임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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